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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화 감독은 동전의 경계 위에 선 창작자다. 그는 인간, 공간 나아가 사물의 양면을 탁월하게 포착한다. <잉투기>에선 디지털 공간이 젊은이들의 도피처인 동시에 그들이 타락해가는 곳이었고, <가려진 시간>에선 시간이 멈춘 공간의 이중성을 그렸다. 세 번째 장편이자 가장 큰 예산이 투입된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도 모순 속에서 의미를 탐색하는 엄태화 감독의 특질과 시선은 변함이 없다. 아니 외려 한층 깊어졌다. 대지진 발생 후 유일하게 남겨진 콘크리트 덩어리가 어떻게 하면 ‘즐거운 나의 집’을 외치는 유토피아가 될 수 있을까. 블록버스터에 대한 부담감이 없었는지 묻자 그는 살짝 들뜬 소년의 얼굴로 답했다. “<대부>의 제작 과정을 그린 드라마 <오퍼: 대부 비하인드 스토리>를 재밌게 봤다. 거기서 존 포드가 자신을 위한 영화를 하나 찍고, 모두를 위한 영화도 한편 찍으라고 조언하는 장면이 있다. 나를 위한 영화는 뭔지 알겠는데 모두
[인터뷰] “인간 군상 풍자극”에서 “아포칼립스 스릴러”까지, ‘콘크리트 유토피아’ 엄태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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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파트는 (일상을) 사는 곳이 아니라 (재태크를 위해) 사는 곳이다. 거주지로서의 가치보다 미래 자산의 가치를 우선하는 아파트 문화는 어느 순간부터 계급의 척도, 불평등의 증거로서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대변한다. 아파트 한채를 마련하면 ‘행복한 나의 집’이 시작될 것 같은 희망을 품고 발버둥치지만 현실은 콘크리트처럼 차갑고 거칠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배경과 현실 인식을 듬뿍 머금고 피어난 지극히 한국적인 재난영화다. 세상이 모두 무너지고 달랑 아파트 한채만 남았을 때 사람들은 무엇에 기댈 것인가. 김숭늉 작가의 웹툰 <유쾌한 왕따>의 2부 <유쾌한 이웃>을 원작으로 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 후 황폐화된 세상에서 유일하게 남겨진 황궁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다.
나의 집을 쟁취하기 위한 야만과 폭력
황궁 아파트는 산자락 바로 밑에 자리한 오래된 아파트다. 이곳 주민들은 그 주변을 둘러싸듯 새로 지어진 드림 팰리스
[기획] 회색빛의 낙원,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던지는 재난 속 생존 투쟁의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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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재난 이후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군상극을 야심찬 프로덕션으로 구현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올여름 빅4로 묶인 대작 중 ‘엔터테이닝’의 강박으로부터 어쩌면 가장 독립적이고 개성 있는 한방을 보여주는 영화다. 회화적 미감이 묻어나는 장면들, 대한민국 아파트 공화국의 평범한 생존자들을 바라보는 정념과 풍자의 시선은 이 재난 스릴러에 불현듯 생기를 불어넣는다. 8월9일 개봉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주목할 만한 지점을 톺아보며 제작진의 목소리를 전한다. 200억원대 텐트폴 영화를 처음 연출하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곳곳에 심은 엄태화 감독, 볼거리와 주제적 깊이를 두루 매만지는 제작사 클라이맥스스튜디오의 변승민 대표가 흥행 유토피아를 건설하기 위해 고심한 시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촬영·미술·CG·음악·분장 스탭들의 코멘터리와 함께 모아본 프로덕션 비하인드에는 혼돈의 재난 스릴러 속에서 저마다의 꼭짓점을 구축한 베테랑들의 역량이 숨겨져
[기획] 유토피아의 베테랑들, ‘콘크리트 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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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크게 몇장의 챕터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챕터를 나누는 인터 타이틀이 곰팡이의 출생 전후 디데이(D-day)다. 디데이로 챕터를 구획한 이유가 무엇인가.
= 이 작품은 인간이 주인공인 보통의 성장 영화 문법을 따르면 안될 것 같았다. 영화가 곰팡이의 성장 영화라서 곰팡이의 출생 이전과 사망 직전까지를 다루기 때문이다. 이때 곰팡이는 인간처럼 주체적으로 대사를 읊거나 표정 연기를 할 수 없다보니 주어진 제약 속에서 최대한의 도구를 사용해야 했다. 그래서 디데이로 인터 타이틀을 꽉꽉 채워넣었다. 편집 중에 화면을 보니 많이 비어 보이기도 했고.(웃음)
- 인터 타이틀과 오프닝 크레딧을 모두 독특한 폰트의 알파벳으로 표기했다. 모아쓰기로 표기하는 한글보단 풀어쓰기로 표기하는 알파벳일 때 폰트 디자인이 더 두드러져 영문 표기를 선택했을 것이라 막연히 추측해봤다.
= 존 카펜터의 영화나 안드레이 줄랍스키의 영화를 좋아한다. 그 두 사람의 영화에 공통적으로 쓰인 카슬론 앤
[인터뷰] 수평적 존재가 수직적 존재로 거듭나기 위해, ‘다섯 번째 흉추’ 박세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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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흉추>를 연출한 박세영 감독의 작품 세계는 ‘물건의 로드무비’로 요약할 수 있다. 한 남자의 중고물품 거래기를 그린 <캐쉬백>과 알 수 없는 자들이 알 수 없는 수취인에게 성한 물건을 배달해야 하는 <갓스피드>까지, 박세영 감독은 줄곧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으로 물건이 전해지는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왔다. <다섯 번째 흉추>또한 곰팡이 핀 매트리스가 끝없이 이동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앞선 두 단편과 <다섯 번째 흉추>가 갖는 차이가 있다면 사람과 사람 사이엔 물건뿐 아니라 정념이 오가고, 운동 중인 물건은 그 감정을 먹고 자라며 상태 변화까지 겪는다는 점이다. <다섯 번째 흉추>를 장악하는 감정은 사랑이다.
<다섯 번째 흉추>는 ‘신체 강탈균의 침입’이라는 부제를 붙여도 이상하지 않다. 매트리스에 핀 곰팡이가 자신의 위로 등을 맞댄 인간의 신체에 침투해 그의 등뼈를 갈취하고 크리처의 형체를
[기획] ‘다섯 번째 흉추’, 그로테스크한 사랑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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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주의와 몽환적인 로맨티시즘이 뒤섞인 음악과 비주얼.” (시드니영화제) “공포와 아름다움에 대한 매혹적인 상상.” (시체스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영화제를 매료한 <다섯 번째 흉추>가 8월2일 개봉했다. 침대 매트리스에서 피어난 곰팡이가 인간의 등뼈를 갈취해 생명을 얻어간다는 로그라인부터 범상치 않은 <다섯 번째 흉추>는 65분 러닝타임 내내 관객의 마음을 곰팡이의 배양 환경 같은 눅진한 응달로 이끈다. <캐쉬백> <갓스피드> 등의 단편영화를 통해 일찍이 시네필의 이목을 끈 박세영 감독은 <다섯 번째 흉추>로 주목받기 이전부터 자신의 이름 석자를 세계 각국에 노출해왔다. 2021년 전고운 감독과 함께 ‘루이뷔통×BTS 패션 필름’ (LVMenFW21)을 공동 연출한 경력을 포함해 입생로랑, 버버리 등 명품 브랜드와 영상 협업을 꾸준히 진행해온 연출자이기 때문이다. 이상하고 아름다
[기획] 기괴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형태, ‘다섯 번째 흉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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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네21>이 더현대서울 CH1985에서 상영회 & 시네마톡 행사를 진행합니다. 시네마톡에서 나눈 영화 이야기를 <씨네21> 홈페이지에서 글로 전합니다.
아들을 질투한 아버지?
같은 업에 종사하는 가족 이야기는 아랫사람이 겪는 진통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집안에서 꿈과 벽을 모두 마주하는 인물은 성장담의 주인공으로도 환영받는다. 더군다나 부모의 아성에 도전하는 자식은 연민을 얻지만 자식을 질투하는 부모는 빈축을 산다. 그런 의미에서 원작의 탈무드 연구자 부자(父子)를 클래식 지휘자들로 탈바꿈한 영화 <마에스트로>의 시작은 제법 선언적이다. 이미 성공적인 경력을 쌓은 프랑수아(피에르 아르디티)는 아들 드니(이반 아탈)의 유명 음악상 수상 소식이 마뜩찮다. 아내와 손자가 참석한 시상식에도 얼굴을 비추지 않는다.
트로피를 건네받는 아들의 모습을 생중계로 보다가 TV 전원을 꺼버린 그가 LP로 재생한 곡은 드보르작의 <어머니가
[시네마톡] 지휘자 부자의 대결, '마에스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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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지현은 이번 시즌에 새롭게 등장하는 서은 중령을 대본으로 처음 만났을 때, 그가 임지섭(손석구)과 이혼한 사이라는 점보다 여성 군인이라는 사실에 집중하고 싶었다. 조금씩 축적되는 내적 갈등을 기점으로 변화를 거듭하는 인물로서, 자기만의 소신을 지닌 직업인으로서 서은을 그려내고자 했다. “서은이 살아온 삶과 현재의 결단 사이에 자연스러운 개연성을 불어넣고 싶었다. 그는 자기 일에 대한 쿨함을 지니고 있다. 스스로 되돌아볼 때 제 판단이 틀렸다면 그것을 깔끔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이 무엇을 바로잡을 수 있는지 골몰한다. 이 인물의 커리어적 면모를 더 부각시키고 싶었던 이유다.” 서은 중령의 태도 변화가 자칫하면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으로 보일 수있다는 생각에 김지현은 평소보다 목소리를 한톤 더 낮춰 진중함을 높였다. 걸음걸이, 눈빛, 손짓 등 몸으로 드러나는 제스처에도 군인의 절도와 박력이 묻어나도록 디테일을 더했다. 하지만 어린 딸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는 장면에서 여느 평범한
[기획] ‘D.P.’ 시즌2 김지현, 절도와 박력을, 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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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mm는 포열, 포판, 포다리로 나누는데 무게가 총 41kg다. 아, 30년이 지났는데 얼마나 각인됐으면 아직도 기억한다. (웃음)” 지진희는 대한민국 육군 제205특공여단, 이른바 백호부대에서 만기 전역했다. 다른 중대에서 탈영한 병사들을 본 적이 있고, 그의 표현에 따르면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을 겪었다. 하지만 지진희가 <D.P.> 시즌1을 “미친 듯이 재미있게 본” 이유는 작품의 재미 그 자체에 있다. “아무리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갖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다뤘어도 재미가 없으면 그냥 재미없는 작품이다. 군대를 소재로 한 드라마를 여자들도 즐기면서 보고 심지어 외국 시청자들도 좋아한다는 것은 그냥 재미있다는 뜻이다.” 원래 감독이나 작가와 의식적으로 친분을 쌓지 않는다는 지진희는 한준희 감독과 어떤 인연도 없었지만 “여태까지 선배님에게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을 작품에 담고 싶다”는 말과 함께 캐스팅 제안을 받았다. 지진희가 연기한 국군본부 법무실장 준장
[기획] ‘D.P.’ 시즌2 지진희, 악역의 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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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해 잡아놓은 캐릭터를 한번만 하고 끝내는 게 아까울 때가 많았”는데, “박범구로 출연한 <D.P.>의 세계관을 다시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어 뿌듯”했다고 김성균은 말한다. 김성균이 공들여 완성한 박범구는 제103보병사단 헌병대 수사과의 군무이탈담당관으로 D.P. 소속 준호(정해인)와 호열(구교환)에게 업무를 부과한다. “원작 웹툰에선 냉소적이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서늘”하지만 시리즈에선 훨씬 따뜻한 인물로 바뀌었다. “말은 저렇게 해도 속은 그렇지 않다는 걸 사병들도 다 알고 있었을 거다.” 실제로 군부대에 있을 때 부사관들과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가깝게 지낸 덕에 군대 간부를 더 인간적으로 그릴 수 있었다.
스쳐 지나가듯 박범구는 자신이 학창 시절 내내 연극부였다고 말한다. “나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과거인데 글쎄, 꿈은 꿈으로 남겨둔 게 아닌가 싶다. 부사관으로 전향하면서 가족을 꾸리고 현재는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살아간다. 다만 현실과 타협했다면
[기획] ‘D.P.’ 시즌2 김성균, 속 깊은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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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새롭고, 더 깊어졌다. 7월28일 공개된 <D.P.> 시즌2는 시즌1과 마찬가지로 탈영병들의 서사를 중심으로 극을 전개한다. 김루리 일병(문상훈) 등을 비롯해 전에 없던 캐릭터를 등장시키며 문제를 제기하고 극을 환기시키면서도 이를 해결하려는 기존 인물들의 고뇌를 비중 있게 다룬다. 시즌1에 이어 얼굴을 비춘 박범구 중사(김성균)는 총격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에 중책을 담당한다. 새롭게 등장한 구자운 중장(지진희)과 서은 중령(김지현)은 한때 같은 목표를 바라봤으나 시스템에 대한 의견 대립으로 결국 다른 길을 택한다. 시청자들에게 강렬하게 각인된 박범구 중사, 구자은 중장, 서은 중령. 이들을 연기한 배우 김성균, 지진희, 김지현을 만났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김성균, 지진희, 김지현 배우와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기획] ‘D.P.’ 시즌2 김성균, 지진희, 김지현, 전설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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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너머 삶의 양태와 방향을 반영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모든 것이 무너진 도시에서 유일하게 멀쩡한 황궁 아파트를 무대로 인간 군상의 내면과 사회적 무의식을 들여다보는 재난영화다. 지진 이후 찾아온 한파로 사람들이 거리에서 얼어죽는 가운데 사람들은 자연스레 황궁 아파트로 모여든다. 불안을 느낀 아파트 주민들은 단체를 조직해 외부인을 쫓아내고, 이른바 아파트 정비 사업을 통해 거주자만을 위한 폐쇄적인 왕국을 만들어나간다. 엉겁결에 대표로 추대된 영탁(이병헌)은 아파트를 지켜야 한다는 목적에 잠식되어간다. 공무원이란 이유로 직책을 맡은 민성(박서준)은 영탁에게 점차 물들어가고 아내 명화(박보영)는 그런 민성의 모습에 점점 불안해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재난의 이미지를 전시하는 대신 그 이후 아이러니한 상황에 던져진 인간 군상의 반응을 응시한다. 아파트의 역사를 소개하는 과감한 몽타주 오프닝을 시작으로 텐트
[리뷰] ‘콘크리트 유토피아’, 디스토피아속 아이러니를 유려하게 그려내는 인간 군상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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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 챔피언십을 이틀 앞두고 인기 BJ 팡팡(정유정)이 런닝맨에게 중요한 소식을 전한다. 전설의 아이템 ‘슈퍼 벨트’를 차지하는 자가 절대 왕이 될 수 있다는 것. 런닝맨 리더 리우(김서영)는 친구들과 함께 세상을 지킨다며 팡팡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지만 지라프족 왕자 롱키(엄상현)의 생각은 다르다. 스스로 왕이 되어 아버지의 인정을 받으려는 롱키는 혼자서 슈퍼 벨트를 차지하러 나선 길에서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슈퍼 벨트를 찾으려는 런닝맨 친구들과 마주친다.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이 극장판 애니메이션 <런닝맨: 풀룰루의 역습>(2018) 이후 <런닝맨: 리벤져스>로 돌아왔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에서 런닝맨은 멸망으로부터 세계를 구하는 히어로지만 캐릭터의 성격은 TV프로그램 출연진의 개성을 그대로 닮았다. 이들이 벌이는 뽑기, 딱지치기 같은 단순한 놀이의 대결에 증강현실 카 체이싱, 가상세계를 현실로 소환하는 기계와 같은 테크놀로지가 재미
[리뷰] ‘런닝맨: 리벤져스’, 테크놀로지로 재미를 더하는 극장판 버라이어티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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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은 말 없는 몸짓이 아니던가. 노장 댄서인 다나카 민의 춤에는 언어와 노래,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가 끼어들 때도 있다. 단 한번도 같은 춤을 추지 않는 그의 춤은 ‘장소의 춤’이라 불린다. 사람들이 에워싸거나 아무도 없는 공간은 그의 무대가 된다. 여기에는 정해진 안무가 없고 음악이 없으며 무대의 앞뒤 구별이 없다. 다나카 민이 추구하는 춤은 ‘예술이 되기 이전의 춤’이다. 그러나 그의 춤은 원시에 추던 춤이나 누구도 필요로 하지 않는 춤이 아니다. 각기 다른 장소에서 태어나 오로지 지금 여기에 있는 춤은 그의 과거와 교차한다. 어린 시절 자신을 괴롭히는 아이들을 피해 축제 행렬에 숨어들고는 도망치려던 것도 잊고 무아지경으로 춤을 추었다는 다나카 민의 일화는 우리가 다큐멘터리를 통해 목격하는 그의 춤과 가장 닮았다.
<이름 없는 춤>은 2017년 8월에서부터 2019년 11월에 걸쳐 5개국, 48곳에서 다나카 민이 추었던 춤의 일부를 기록한다. 한 무용수의 실험적 작
[리뷰] ‘이름 없는 춤’, 춤추는 자의 생애이자 사라진 춤의 생애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