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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시선>은 옴니버스드라마이며 12세 관람가이고 기획·제작은 국가인권위원회다. 사실 내가 가장 기피하는 조건들을 두루 갖춘 영화다. 옴니버스는 뭐 취향이라고 하더라도 연령대도 그렇고. 제작사도 뭐 딱히…. 그러나 이 영화를 이 시점에서 보고 쓰고 싶었다. 온 나라가 부동산으로 뒤집혀, 택시를 타도 기사가 길가의 아파트 가격을 줄줄이 꿰고 있고, 인터넷 창은 명품 아파트 광고로 창대하고, “원고 쓸 시간에 차라리 재테크했으면 그렇게 먼 데서 출퇴근할 필요없지!”(난 서울에서 떨어진 아파트 아닌 곳에서 산다)라며 날 가엾게 여겨 충고하는 친구도 있었다(물론, 이제 더이상 친구가 아니다).
이렇게 부동산을 가장 요동치는 동산으로 만들어버리는 지겨운 재테크 세력과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나누는 것이 절실히 필요할 때다. 부동산 미래시세 예측과는 다른 미래를 생각하고 완료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특정한 종류의 영화들은 여기에 적합한 매체로 보인다. 90년대 후반 여
삶의 다른 비전을 제시하는 <세번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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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15:00 <아주 특별한 손님> 예고편 제작 회의
와인시장은 한국영화에서도 가능할까?
26일 오후 3시께 용이 감독이 도착하자 <아주 특별한 손님> 예고편 제작 회의가 소집된다. 다른 한쪽에선 막 촬영을 마친 황규덕 감독의 <별빛 속으로> 후반작업이 나직히 진행 중이다. 이튿날에는 또 다른 저예산 프로젝트 <열아홉 수아>의 캐스팅 회의가 기다리고 있다. 모두 스폰지가 투자하고 개봉을 책임진 한국영화들이다. ‘고개 숙인 업자’ 대열에서 탈출하기 위한 고육지책? 은근슬쩍 계산이 빠른 조 오빠가 이미지 때문에 한국영화 제작을, 그것도 아직 답이 나오지 않는 저예산영화에 덜컥 손을 댈 리 없다. 여기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지만, 그 한 가지는 작고 예쁜 외화의 수익모델을 안착시킨 전례다.
“(스폰지가 수입·배급한 외화) 시장 자체가 좋아질 수밖에 없는 게 와인시장을 닮았다고 볼 수 있어요. 우리가 완전히 선진국이 된 것도 아
[이성욱의 현장기행] 스폰지 조성규 대표가 걷는 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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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_수입·배급·제작사 스폰지
타깃_대표 조성규
취재기간_2006년 10월24일~11월8일
취재 중에 만난 사람_배창호·봉준호·이윤기·김대승·김현석·김태용·강이관·용이 감독, 정유미, 한효주, 민진수 수필름 대표, 스폰지 식구들 등
프롤로그
<사랑니>와 <가족의 탄생>에서 청초한 개성을 반짝였던 배우 정유미의 눈을 실제로 보면 더 반짝거린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나 오다기리 조는 나만의 보물이었을 때가 좋았어요. 너무 많은 이들이 좋아하게 됐으니 저는 이제 그만 놔줄래요.” 정유미는 <여고괴담> 시리즈의 오디션에서 배우 한효주와 나란히 미끄러진 뒤 절친한 사이가 됐다. 스폰지하우스에서 스폰지가 수입·배급한 영화들을 보는 건 이들의 주요한 친교 아이템이다. 오다기리 조를 국내에서 스타덤에 올린 <메종 드 히미코>나 <조제…>를 국내 개봉한 것도 스폰지다.
10월26일 메가박스
[이성욱의 현장기행] 스폰지 조성규 대표가 걷는 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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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간도>를 리메이크 한 마틴 스콜시즈 감독의 <디파티드>가 근소한 차이로 예매 선두를 차지하며 주말 박스오피스 선두를 예감하고 있다. 10월6일 개봉해 미 박스오피스에서 현재까지 1억1천만불을 챙긴 <디파티드>는 잭 니콜슨,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스타 배우들의 흡입력 넘치는 연기 앙상블에 대한 입소문으로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맥스무비와 YES24 등 주요 예매사이트 4곳 중 2곳에서 1위를 차지한 <디파티드>는 11월23일 서울 55개, 전국 230개 스크린에서 개봉한다. <디파티드>를 뒤 잇고 있는 영화는 <플러쉬>와 <해바라기>. 드림웍스와 아드만 스튜디오가 손잡은 3D 애니메이션 <플러쉬>는 우리말 녹음 시 <두사부일체> 배우들을 출연시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티켓링크에선 <디파티드>를 제치고 예매순위 1위를 차지한 김래원 주연의 <해바라기>
<디파티드>, 주말 극장가 기선 제압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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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홍보 일정 때문인지 피로해 보인다.
=홍보와는 상관없다. 어젯밤에 너무 무리를 한 탓이지… 뭘 했는지는 묻지 말라. (웃음)
-<디파티드>는 홍콩영화 <무간도>의 리메이크인데, 혹시 원작과 비교해볼 수 있을까.
=리메이크라고 듣기는 했다. 하지만 원작을 본 적도 없고, 아는 바가 별로 없다. 우리 모두 리메이크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영화 작업과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리메이크할까 등을 논의한 적은 없다. 어떤 사람들은 원작을 보기도 했다는데, 내 생각에 이건 그냥 또 하나의 다른 영화가 아닐까 싶다. 잘 모르겠군. 오히려 우리가 고심한 것은 이 영화가 마틴 스코시즈가 지금껏 꽤 많이 작업해온 갱스터 장르 영화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어떻게 좀더 독특하게 차별화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였다. 리메이크보다는 이 문제에 신경을 많이 썼다.
-장르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갱스터 캐릭터 중에는 익숙한 것들이 많다. 특히 마피아 두목의 경우 &l
<디파티드> 배우 잭 니콜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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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영화 팬인가? 어떤 점에 흥미를 느껴 <무간도>의 리메이크를 하게 된 것인가.
=알다시피 <디파티드>는 전혀 리메이크라고 할 수 없다. 처음 각본을 받았을 때 나는 이것이 홍콩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각본가 윌리엄 모나한의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고, 거기에 끌렸을 뿐이다. 윌리엄 모나한이 쓴 <디파티드> 각본에서 내가 좋아했던 것은 완전히 폐쇄된 세상에서의 삶의 방식, 태도, 그리고 문화적 시선이었다. 나는 각본을 받고 꽤 오랫동안 읽어야 했는데, 이미 그 인물과 이야기의 특질을 즐기면서 비주얼화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각본이 묘사하고 있는 인물들과 그 세상에 대한 흥미가 나를 시작하게 만든 것 같다.
-<무간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그건 성공적인 나머지 두편의 시리즈를 더 낳은 영화이고, 비평적으로도 환호를 받았다. <무간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유위강의 <무간도>는 플롯, 아이디어, 두
마틴 스코시즈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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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프로젝트에 대해 아직까지 파라마운트가 관심을 갖고 있을 시절, 제작자 제프리 카첸버그와 마이클 아이즈너가 마틴 스코시즈를 찾아와 나눴다는 대화의 한 토막. 지지부진한 상황에 낙담해 있는 스코시즈에게 두 사람은 몇개의 대본 중 하나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베벌리힐스 캅>, 이걸 해볼 생각은 없어요? 실베스터 스탤론이 주연을 맡기로 한 영화인데….” 그러자 스코시즈가 어떤 내용이냐고 물었고, 그들은 ‘물 떠난 물고기의 이야기’라며 “왜 있잖아요. 촌 동네 경찰이 뉴욕에 와서 맹활약한다는 이야기 말이에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어지는 스코시즈의 (퉁명스러웠을) 대답. “그건 돈 시겔의 <쿠간의 협박>이잖아요.” 그러자 그들의 (당황스러워했을) 답변. “아니라니까요, <베벌리힐스 캅>이라니까요.” 그 대화의 깊은 속뜻이야 어찌 됐건, 물 떠난 물고기의 이야기라는 그 말에 스코시즈는 적어도 68년까지 올라가 돈 시겔의
마틴 스코시즈 작품에서 발견되는 차용·참조·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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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 스코시즈식 삶의 조건과 인물관계로의 변형작업
자, 이제 현재로 돌아오자. 그리고 리메이크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 오래전, 프랑스 영화감독 베르트랑 타베르니에가 당신이라면 줄스 다신의 필름누아르 <밤과 도시>를 리메이크해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부추겼을 때 스코시즈는 리메이크에는 흥미가 없다는 말로 일축했다. 다른 자리에서도 자신은 리메이크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디파티드>는 스코시즈의 첫 번째가 아니라 두 번째 리메이크 작품이다. 첫 번째는 <케이프 피어>다. 스코시즈와 미국의 언론들조차 이걸 말하는 데 소홀한 건 의아한 일이다. 어쨌거나 스코시즈가 <케이프 피어>를 하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 결국 스필버그가 완성하게 된 <쉰들러 리스트>를 애초 영화화하기로 결정했던 것은 스코시즈였다. 하지만 스필버그가 <쉰들러 리스트>의 연출 의사를 밝히면서 그는 자신이 할 예정이었던
마틴 스코시즈의 작품세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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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스코시즈의 새 영화 <디파티드>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에비에이터>를 통해 미국의 이카루스, 하워드 휴스의 흥망성쇠를 고풍스럽게 그려냈던 그가 거짓과 세속이 판치는 거리로 다시 나선 것이다. 제작 발표부터 홍콩영화 <무간도>를 스코시즈가 어떻게 리메이크할 것인지 말들이 많았다. 드디어 실체를 확인해볼 때가 온 셈이다. 우리는 <디파티드>가 영화의 화신 스코시즈가 건너는 어떤 징검다리라고 생각한다. <디파티드>를 계기로 그의 영화를 이리저리 이야기해보고, <무간도>와는 또 어떤 차이를 갖는지 짐작해보는 건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덧붙여, <디파티드>에 관한 마틴 스코시즈, 잭 니콜슨의 인터뷰를 실었고, 그가 영화사의 어디쯤에서 영감과 참조를 얻는지 흔적도 살핀다. 스코시즈가 불같은 열정으로 영화를 만드는 한, 그와 그의 영화에 관한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끝나지 않는 이야기, 네버 엔딩 마틴 스코시
마틴 스코시즈의 작품세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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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이단아 로버트 알트먼 감독이 세상을 떴다. 향년 81세. 샌드캐슬5는 현지시간으로 11월21일 알트먼이 LA의 한 병원에서 유명을 달리했다고 발표했다. 사인은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암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알려졌다.“(얼마 전) 그는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서 초조해 보이긴 했지만…(중략)…우린 다음 작품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함께 웃고 즐겼다”(메릴 스트립) <LA타임즈> 등 현지 언론들은 그와 오랫동안 작업했던 배우들의 애도를 앞세워 추모를 더하고 있다. 할리우드와 삐딱한 거리두기를 유지했던 알트먼 감독은 올해 초 아카데미 공로상을 수상한 자리에서 감독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10년전 심장이식수술을 받았으나 일부러 공개하지 않았다”는 속엣말을 털어놓기도 했다. 얼마전 국내에서 개봉한 <프레리 홈 컴패니언>은 그의 유작이 됐는데, 영화사는 제작 당시 고인의 고령을 염려해 건강 악화시 폴 토마스 앤더슨이 연출 바통을 이어받는다는 계약까지 치렀다.
거장 로버트 알트먼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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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모녀의 내밀한 속사정
<세이빙 페이스> Saving Face
감독 앨리스 우/ 출연 미셸 크루시엑, 조안 첸, 린 첸/ 2004년/ 91분/ 소니픽쳐스
뉴욕에 사는 중국계 여성 윌(미셸 크루시엑)네 집안은 시끄럽다. 마흔여덟의 나이에 덜컥 임신을 한 엄마(조안 첸)가 아이의 아버지가 누군지 발설하지 않자 보수적인 가치관의 할아버지는 엄마를 집에서 내쫓는다. 결국 엄마는 윌의 집에서 기거하게 되지만, 윌에게도 말 못할 비밀이 있다. 그건 윌이 레즈비언이며 비비안(린 첸)이라는 중국계 발레리나를 이제 막 사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가뜩이나 의사로 바쁜 일상을 꾸려가던 윌은 밖에서는 몰래 데이트를 즐기며 집 안에서는 하루종일 연속극만 보고 있는 엄마를 상대해야 하는 부담까지 떠안게 된다.
중국계 미국 감독 앨리스 우의 데뷔작 <세이빙 페이스>는 리안의 <결혼 피로연>이나 <나의 그리스식 웨딩>처럼 미국에 사는 비주류 민족 구성원
개봉 못한 영화 DVD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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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없이 DVD로 직행한 놓치기 아까운 영화 14편
과거 비디오가 흥성하던 시절, 웬만한 영화는 단 하루라도 개봉관에 내걸렸다. 비디오 재킷에 ‘OO극장 개봉작’이란 문구가 붙으면 그렇지 않은 영화보다 1만원가량 비싸게 팔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 룰이 적용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관습이란 걸 생각해보면, 비디오 또는 DVD로 바로 출시할 영화를 단관에서라도 개봉하려는 수입업자들의 관행은 계속될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단관일지라도 극장 개봉에는 선제물, 포스터, 광고, 프린트 등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게 된다. 결국 뒤집어 말하면, 곧바로 비디오 대여점이나 DVD숍으로 직행하는 경우는 비디오와 DVD를 팔아도 개봉 비용을 뽑지 못할 만한 영화를 의미하게 된다.
여기 소개하는 14편의 DVD는 어떨까. 여러 가지 이유로 극장을 잡지 못한 채 곧바로 DVD로 출시된 이들 영화 중에는 한국에서 흥행 전망이 암담한 경우도, 시기 선정에 실패한 경우도, 그냥 어영부영하다가
개봉 못한 영화 DVD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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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은 <사무라이 픽션>(1997)을 3번 보았다고 했다. 2000년에 국내 개봉한 뒤 극장에서 한 번, DVD로 두 번. 이 영화를 만든 나카노 히로유키 감독은 단편 옴니버스 <스테레오 퓨처>(2001)와 TV드라마 <가면의 닌자 적영>의 영화화 <레드 샤도우>(2001)를 연출하면서 그다지 큰 이슈 없이 조용히 일본 인디영화계에서 지냈다. 나카노 감독은 올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흑백 단편 <다리미>를 출품해 젊은비평가상을 수상했다. 이 단편은 2006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 다시 초청되었고 이준익 감독은 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됐다. 압축적인 비주얼과 고도의 코미디가 결합된 촌철살인의 단편 <다리미>와 스타일리시한 사극(이자 코미디) <사무라이 픽션>의 감독 나카노 히로유키를 이준익이 만났다. 감독과 감독의 만남이자 감독과 팬의 만남. 통역을 거쳐야 하는 느린 대화였음에도 둘의 대화는 시종 유쾌
이준익 감독, <사무라이 픽션>의 나카노 히로유키 감독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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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담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소재는 삼각관계다. 연적의 등장은 관계의 편안함에 긴장감을 부여하고 그것은 다시 관객이 느끼는 어떤 정서, 슬픔이나 분노, 괴로움, 즐거움 등에 강렬하게 호소한다. <연애의 기술> 역시 삼각관계에서 출발한다. 하비에(에르네스토 알테리오)와 사랑에 빠진 파울라(나탈리아 베르베케)는 자신의 애인이자 하비에의 친구인 페드로(귈레르모 톨레도)에게 이별을 고하지만 둘의 관계를 모르는 페드로는 떠나려는 파울라를 붙잡는다. 노래와 춤을 삽입해 뮤지컬을 차용한 형식 외엔 그닥 색다를 것 없는 도입부를 넘어서면 <연애의 기술>은 한층 놀라운 경지로 나아간다. 상심한 페드로를 위로하려던 하비에의 여자친구 소냐(파즈 베가)가 페드로와 잠자리를 함께하면서 이들의 관계가 이중으로 꼬여가기 때문이다.
금기를 깬 연인들이 비극으로 치닫는 데 비해 <연애의 기술>의 결말은, 그 과정에서 질투로 인한 다소의 폭력 행위를 수반하긴 하지만 오히려 해
금기를 깬 연인들의 ‘체인징 파트너’ <연애의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