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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명의 거장 한자리에 모이다
문석 사진 오계옥 2007-05-22

칸 영화제 60주년 기념하는 <각자의 영화> 상영

세계 영화계의 드림팀이 한 자리에 모였다. 현지시각으로 5월20일 첫선을 보인 <각자의 영화>는 칸영화제가 60주년을 기념해 세계적인 거장 35명에게 의뢰한 33편의 단편영화를 모은 작품(35명 중에는 다르덴 형제 2명과 코엔 형제 2명이 포함돼 있다)이다.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직접 의뢰한 이 단편영화의 주제는 바로 영화관이다. 35명의 감독, 또는 33조의 감독들은 이 3분 남짓한 단편영화 속에서도 자신의 스타일을 그대로 드러내는 재주를 보였다.

물론 이 작업은 참여한 감독 입장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을만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들은 모두 그동안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거나 그에 버금가는 업적을 세운 감독들이지만, <각자의 영화>는 TV 오락 프로그램으로 치면 ‘연말 결선대회’의 성격이 강했던 탓에 남의 작품과 비교된다는 사실이 꽤나 껄끄러웠을 것이다. 실제로 영화를 보는 도중에도 어떤 작품에는 큰 박수와 함께 환호가 따라나왔고, 어떤 작품에는 야유가 흘러나왔다. 이런 스트레스가 어떤 작용을 한 것일까. 33명의 감독이 한 자리에 모인 기자회견 자리에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당신 기자들의 질문이 형편없다. 더 이상 여기 있을 필요가 없다. 가서 밥이나 먹자”며 자리를 뜨기도 했다. 이날 오전 시사에서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던 작품은 시골 극장의 풍경을 코믹하게 보여준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어느 좋은 날>, 마음씨 넉넉한 극장 주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의 <암흑 속에서>, 극장 도둑과 상처받은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다르덴 형제의 <암흑>, 누리 빌게 세일란의 <기후>를 보고 감동을 받는 한 무지랭이 카우보이를 다룬 코엔 형제의 <월드 시네마>, <엠마뉴엘>이 상영되는 성인 극장의 풍경을 유머러스하게 묘사한 로만 폴란스키의 <에로틱 시네마>, 영화를 통해 인종 갈등을 넘어서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빌 어거스트의 <마지막 데이트 쇼>, 한 맹인 여성의 영화 보기를 통해 관객의 심금을 울린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안나> 등이었다. 특히 라스 폰 트리에의 <직업들>은 자신이 성공한 비즈니스맨이라며 떠들어대는 옆 자리 관객을 장도리를 이용해 침묵시키는 이야기를 보여줘 큰 웃음을 자아냈다. 장도리를 들고 옆 자리 사람을 난타하는 자는 바로 라스 폰 트리에 본인이었다. 반면, 칸영화제에 처음 참가한지 47년만에 상을 받은 자신의 이야기를 그린 유세프 샤힌의 <47년 뒤>는 가장 심한 야유를 들었으며, 정치적 위험성을 갖고 있는 아모스 기타이의 단편 또한 야유를 받았다. 그러나 아무렴 어떤가. 어깨에 힘을 뺀 거장들이 짧고 가볍고 경쾌하게 만든 영화를 굳이 비난까지 할 필요야 있겠는가 말이다.

다음은 <각자의 영화>에 참여한 감독 명단이다. (알파벳 순) 테오 앙겔로풀로스, 올리비에르 아사야스, 빌 어거스트, 제인 캠피언, 유세프 샤힌, 첸 카이거, 마이클 치미노, 코엔 형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다르덴 형제, 마뇰 드 올리베이라, 레이몽 드파르동, 아톰 에고얀, 아모스 기타이, 허우샤오시엔,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아키 카우리스마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기타노 다케시,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 클로드 를루슈, 켄 로치, 난니 모레티, 로만 폴란스키, 라울 루이즈, 월터 살레스, 엘리아 슐레이만, 차이밍량, 구스 반 산트, 라스 폰 트리에, 빔 벤더스, 왕가위, 장이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