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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 세계 영화계를 흔든 인상적인 전쟁영화 두편은 사실 장르영화와 멀리 위치한 작품이다. 굳이 두 영화의 공조를 역설하고픈 건 혹시 있을 법한 부당한 평가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서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은 스타일 면에서 켄 로치 영화로서도 새로울 게 없으며, 유머라는 로치의 미덕을 제거한 무뚝뚝한 얼굴로 지루한 민족주의를 강의하는 듯하고, 심지어 일부 평론가로부터 역사적 사실과 다른 점을 지적받기도 했다. 그러나 비슷한 갖가지 오해에서 벗어나 감독의 본질을 되살렸을 때에야 <그림자군단>이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처럼 <보리밭을…>이 민족주의를 고취하고 영웅을 찬미하며 역사를 고쳐 쓰려는 전쟁 스펙터클이 아님을 깨달아야만 영화의 진정한 의미가 발견된다. 밝히자면 <보리밭을…>은 지금도 살아남아 자유와 평등의 씨를 말리고 있는 제국주의를 저주하는 영화다. 그러니까 영화를 보다 로버트 조이스의 시에 가슴이 뭉클하더라도 울
켄 로치가 사수한 신념을 보라,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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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글씨가 웃고 울고 화를 낸다. 길게 뻗은 선과 수줍게 찍힌 점, 그 사이를 메운 좁은 여백을 들여다보면 손글씨가 품고 있는 각양각색의 대담한 표정들이 느껴진다. 감정을 전달하는 손글씨, 캘리그래피(calligraphy)의 심장은 그것이다. “감성적인 글꼴이죠. 캘리그래피는 사람의 손을 타는 것이기에 감정을 담고 있어요.” 캘리그래퍼 강병인씨는 말한다. “손글씨, 서법, 서예 따위의 단어들은 정확하게 들어맞지 않아요. 손글씨나 서예의 범주에 속하지만 기본적으로 디자인적인 요소가 가미된 상업적인 글씨니까요.” 그의 말대로 손글씨, 서법, 서예라는 명사 곁에 감성적, 상업적, 디자인적 등 몇 가지 형용사들을 함께 늘어놓으면 조금 더 정확한 의미의 캘리그래피가 완성된다. 손글씨로 표기하기엔 그 범위가 무한히 넓고 서예라고 단언하기엔 너무 대립적인 개념인 셈. “서예는 작가주의적인 예술이지만 캘리그래피는 타인을 대변해요. 가수 성시경의 앨범 재킷을 작업한다 하면 정말 성시경처럼 보이도록 써
영화 포스터부터 의상 패턴까지, 캘리그래피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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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I: On Painting전> 1월31일까지 | 국제갤러리 | 02-735-8449
회화에 관한 한 더이상 새로운 논쟁이 없을 것 같은 이 시대에 회화에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이유로 여전히 작업을 멈추지 않는 현대의 회화작가들에게 호기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회화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세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Part I: On Painting전>은 어느정도 이런 갈증을 해소해줄 기회다. 공교롭게도 각각 1960, 70, 80년대생인 이광호, 노충현, 문성식 작가가 회화작업을 통해 중점적으로 다루는 부분은 ‘인물과 공간’. 회화의 고전적인 관심사라고 할 만한 소재를 작가의 개성에 맞게 엮어냈다.
‘Inner-View’라는 주제로 연작 시리즈를 내놓았던 이광호 작가는 사진처럼 사실적으로 그려진 인물화를 선보인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모델과의 소통을 시도한 작업과정은 작품과 함께 비디오로
회화에 대한 세 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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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의 <사랑의 갈증>
미시마 유키오의 <사랑의 갈증>은 우아하고 감상적인 통속소설이다.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이 그랬듯 단순히 도덕이라는 잣대로 재기 힘든 한 여자의 삶과 그 속내를 섬세하게 발라낸다. 그리고 묻는다. ‘편견이 아닌 도덕이 있을까?’ 거기에 대한 교과서적인 답안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미시마 유키오는 주인공 에쓰코가 왜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가의 문제를 기가 찰 정도의 천연덕스러운 문장으로 풀어간다.
에쓰코는 시댁 식구들과 살고 있다. 에쓰코의 남편 료스케는 장티푸스로 죽었는데, 죽기 전에 이미 상당한 여성 편력을 자랑했다. 그는 아내에게 여자 관계를 숨기는 정도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았다. 분한 마음이 든 에쓰코가 두 번째로 음독을 시도하려한 날 밤 남편은 병이 드는데, 며칠이 지나 장티푸스임이 밝혀져 병원에 갔을 때 남편은 이미 위독한 상태였다. 신혼 이후 처음으로 에쓰코는 행복을 맛보지만, 남편의 여자들이 하나씩
그녀의 스캔들 그리고 나의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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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딕: 헬리온 최후의 빛> 1월20일(토) KBS2 밤 12시35분
악에는 악으로 대항하라. ‘개종 또는 죽음’을 강요하는 네크로몬거의 반대편에 선 것은 성웅이 아닌 최악의 범죄자 리딕. <리딕: 헬리온 최후의 빛>의 근육질 전사들 틈새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권력자의 아내 데임 바코다. “한 나라가 망하는 걸 지켜보는 건 늘 멋져”라 나긋하게 읊조리는 자태가 사나운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그녀는 탠디 뉴튼. 영국과 짐바브웨의 피가 섞인 뉴튼은 잠비아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성장했다. <청춘 기숙사>으로 데뷔해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하녀로 살짝 등장한 그녀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제임스 아이보리의 <대통령의 연인들>에 출연하면서다. 흑인 노예이자 토머스 제퍼슨의 정부로 분해 호평받은 뉴튼은 <미션 임파서블2>에서 톰 크루즈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본격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크래쉬>에서 백인 경찰
[앗! 당신] 검은 것은 아름답다, 탠디 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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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1월20일(토) 밤11시
영화 속 주인공들의 길 위의 여정은 언제나 목적지를 향하고 있다. 목적지로 가는 길목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인물들의 관계는 돈독해지고, 삶의 진실은 어렴풋이 드러난다. 영화는 이들을 이상적인 목적지에 데려다주지는 않지만, 그들에게 그보다 현실적인 깨달음을 준다. 목적지는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삶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사실. 그 깨달음이 삶에 특별히 희망을 주거나 갑작스러운 풍요를 안겨주는 것은 아니라서 이런 영화들의 끝에 남는 것은 황무지 같은 쓸쓸함이다. <알 파치노의 허수아비>도 그런 로드무비에 속한다.
영화는 감옥에서 출소한 맥스(진 해크먼)와 선원생활을 마친 프랜시스(알 파치노)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된다. 오랜 시간 사회로부터 떨어져 지낸 두 남자는, 피츠버그에서 세차사업을 하며 다시 현실로 뛰어들 계획을 세운다. 캘리포니아의 시골길에서 덴버, 디트로이트를 거쳐 피츠버그로 가는 동안 이들은 히치하이킹을 하
길 위의 두 남자, <알 파치노의 허수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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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의 할리 베리를 보는 듯하다. 액션스릴러 <데자뷰> 속의 폴라 패튼은 가늘고 매끈한 콧날과 뺨을 가졌고 흑인들의 전유물과도 같은 비율 좋은 탄탄한 몸매를 과시하며 주목을 끄는 아름다운 흑인 여자다. 또 <엑스맨>(2000)의 베리만큼은 아니어도 폴라 패튼은 <데자뷰>의 주인공 덴젤 워싱턴과 뜀박질을 하면서 간간이 액션도 구사한다. <스워드 피쉬> <007 어나더데이> 등에서 ‘섹시한 흑인 여배우’로 대중적인 매력 어필에 성공한 할리 베리의 역할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듯하다. 타입캐릭터 안에서 최선을 다한 그녀가 심지어 <데자뷰>의 포스터에서 보여주는 옆모습은 문자 그대로 할리 베리의 생김과 닮았다.
선배와의 차이점이라면 ‘연습생’ 기간이 길지 않았다는 것. 주류영화의 주역으로 발돋움하기까지 패튼이 걸어온 우회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짧다. 1966년생인 할리 베리는 <정글 피버> <마지막 보이스
할리 베리가 닦은 길을 따라, <데자뷰> 배우 폴라 패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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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아이 스크린 위로 날다
어떤 이들에겐 완전한 타인이어도 어떤 부류에게는 미치게 열광하도록 만드는 사람일 것이다. 유덕화, 안성기 주연의 한·중·일 합작영화 <묵공>에서 춘추전국시대 때의 양나라 왕자 역을 연기한 최시원은 13인조 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다. ‘슈퍼주니어의 멤버’라는 구절 말고 최시원을 설명할 수 있는 더 간단하고 정확한 수식어는 없다. 정상의 인기를 구가 중인 동방신기와 함께 슈퍼주니어는 비단 한국에서뿐 아니라 중국과 동남아 각국에서도 수천명의 팬들을 공항에서부터 몰고 다니는 아이돌 스타이다. 슈퍼주니어는 2005년 11월6일 데뷔 이후 거의 쉬지 않고 각종 방송, 공연 활동을 해왔다. 당연히 그는 겪을 만큼 겪었을 것이다. 대중에게 얻는 인기, 화려한 무대, 요란한 매체 등등. 그래서 스튜디오에 들어와 인사하는 태도나 인터뷰할 때의 여유로움이나 카메라 앞에서 자기 매력을 어필하는 센스 등이 하나도 신인 같지 않다. 반면 스무살 또래 남자아이다운
<묵공>으로 배우의 길 들어선 최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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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첫 장면부터 제작년도를 확인하고픈 충동이 일 정도로, 1930년대 할리우드 고전뮤지컬 전성시대의 작품을 보는 듯하다. 영화는 어렸을 때 보던 '주말의 명화'를 큰 화면으로 다시 보는 듯한 친숙함과 안락함을 제공하며, 너무 과격하지 않은 웃음과 너무 급진적이지 않은 풍자를 풀어놓는다. 100% 망할 뮤지컬을 기획해서, 투자금을 갖고 튀자는 이른바 '먹튀전략'을 구상하던 프로듀서들의 '악의'는 '본의 아니게' 걸작을 만들어낸다. 히틀러를 찬양하는 신나치주의 극본이 게이연출자에 의해 퀴어하게 변주되고, 배우의 사고로 인해 심지어 게이연출자가 직접 무대에 오름으로써, 히틀러에 대한 기기묘묘한 풍자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후 그들이 감옥에 가고 다시 재기하는 이야기의 흐름은 다소 급물살을 타지만, 영화는 끝까지 완만한 템포로 웃겨준다. 완벽하게 재현된 듯한 고전영화의 화면 속에 우마 서먼의 얼굴이 좀 이질적으로 느껴지긴 하지만, 무난하고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오락영화인 것만은 분명하다
[전문가 100자평] <프로듀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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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1월16일
장소 메가박스 신촌
이 영화
황당 사건들을 겪게 되면서 커플로 맺어지는 두 남녀의 이야기. 형사인 강재혁(이동욱)은 뛰어난 무술실력에 철두철미한 정의감까지 갖고 있다. 그는 거리에서 오뎅을 먹고 있던 최수진(현영)과 부딪치는 바람에 용의자를 놓치게 된다. 강재혁은 날카로운 물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서리 공포증의 소유자. 그는 수진과의 충돌로 자신의 배에 꽂힌 오뎅꼬치를 보고서 정신을 잃기까지 한다. 반면 기자 일을 하는 최수진은 펜으로 세상을 바꾸겠다고 호언하지만, 정작 그녀에겐 연예인들의 스캔들을 헤집는 임무만이 주어진다. 게다가 강재혁과의 사고로 애지중지하는 차량까지 견인되는 상황을 맞는다. 악연은 질기다고, 두 사람은 연예인이 연루된 마약사건을 뒤쫒으면서 끊임없이 부딪치게 되고, 예상하지 못했던 사랑의 기운도 서서히 움트기 시작한다.
말X3
“극중에서 기자 역을 맡은 현영 씨를 보고 기자들은 원래 저러지 않는데라며 우롱했다고 항의하실까봐 걱
현영 온몸을 불사르다, <최강 로맨스>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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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한 작가의 시나리오 선집이 출간됐다. 송길한 작가는 임권택 감독의 대표작 <짝코>, <길소뜸>, <만다라>, <우상의 눈물>, <안개마을>, <비구니>, <티켓>, <안개마을>, <씨받이>를 함께 작업하며 한국영화사의 한 축을 일궈냈다. 이번 출판을 기념해 영상자료원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이 기념 상영회를 주최한다. 오는 1월 19일 금요일 오후 5시에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임권택 감독이 1980년작 <짝코>를 시나리오 선집 출간 기념으로 상영한다. <짝코>의 외피는 악명 높은 빨치산 짝코를 추적하는 전직 경사의 30년 동안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반공영화다. 그러나 이만희의 반공영화가 그랬듯이 <짝코> 또한 인간의 본질과 내면을 탐구하는 철학적인 영화다. 영화평론가 임영은 <짝코>를 “근년에 임권택감독의 영화가 보여주는 도통한 듯한 경지의 침착
송길한 작가 시나리오 선집 발간 기념,<짝코> 상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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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이 사과했다. 박찬욱 감독은 공개적인 이메일을 통해 지난 1월12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2007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실수했던 점을 사과했다 . 박감독은 작년 말 프랑스 파리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개최된 ‘김기영과 그의 정신적 아이들’영화제를 언급하며 “그 프린트들은 우리가 복원해서 프랑스에 대여해줘야 했는데 거꾸로 되어 부끄럽다”고 발언했다. 박 감독은 사과문에서 “그러나 그 프린트는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영화제를 위해 제공했고, 한국 영화진흥위원회의 비용으로 영화제는 치뤄진 것이었다. <자유처녀>의 새 프린트를 만들고, <고려장>을 복원한 것도 한국이었다”고 밝히며 “시네마테크에 대한 정부 지원이 엄청나게 풍부한 프랑스를 부러워한 나머지, 제가 사실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짐작을 함부로 이야기했습니다”라고 사과했다.
이번 사건은 이미 서울아트시네마 인터넷 게시판에서도 예고됐던 일이다. 게시판에서 ‘연구자’라는 유저는 “김
"<고려장 복원> 한국에서 했다" 박찬욱 감독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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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게)어느날 아침, 숙취에 깨서는 충동적으로 수염을 면도해버렸습니다. 이젠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았죠."
- 사샤 배런 코언, <보랏: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문화 빨아들이기> 뮤지컬·코미디 부문 최우수남자연기상 수상
"우리 딸과 3개월 반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서 뒹굴거렸더니, 정말 떨리는군요. 이렇게 차려입었고 밖에 나왔어요. 게다가 내 영화는 후보에 올랐구요. 정말 떨려요."
- 매기 질렌홀, <셰리베이비> 드라마부문 최우수여자연기상 후보
"게이를 사랑해요. 게이가 되고 싶어요. 제발 내가 게이가 되게 해줄래요?"
- 아이제이어 워싱턴, <그레이 아나토미>의 출연진인 T.R. 나이트가 게이라고 방송에 발표한 것에 대해 비난해 싸움이 난 적 있음.
"(물론, 영어로)각각 다른 장소에서 다른 언어로 연기할 수 있는게 특권이라고 느껴집니다. 그리고 특별히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내 조국을 절대로 떠나지
제6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결과 -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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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는 괴로워>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필름 대표
<미녀는 괴로워>는 리얼라이즈필름의 창립작이다. 처음 제작한 영화로 전국 500만명 흥행을 일궈낸 제작자의 기분은 어떨까. 사무실 전화와 휴대폰이 불이 날듯 울려대는 원동연 대표에게 흥행 제작자의 기분을 물었다.
-전화기에 불이 날 것 같다. 취재 의뢰도 하루에 여러 건 될 것 같다.
=전화가 엄청나게 많이 오긴 한다. 취재 차원은 아니고 술 사달라는 전화가 대부분이다.(웃음)
-간단한 약력이 궁금하다.
=1964년생이고 경희대 신방과를 졸업했다. 1995년 김상진 감독의 <돈을 갖고 튀어라>각본을 쓰고, 투자에도 참여했다. 이후 선우프로덕션에서 작품을 준비했는데 회사에서 제작한 <싸이렌>이 감독과 PD가 교체되는 긴급한 상황이 벌어졌다. <싸이렌>의 프로듀서로 투입되어 마무리했다. 쇼박스 정태성 상무와 함께 2001년도 1월에 창립한 제네시스 픽처스에서 <마지막
"예술영화와 허술한 영화 사이를 찾으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