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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왜 선글라스를 안 벗나요?”라는 질문에 “내 얼굴이 노출되면 지구가 멸망한다”고 답하는 이 사람은 누군가. 그러니까 “우리 할머니가 늑대이기 때문에 나는 4분의 1이 늑대다”라고 말하는 이 자는 도대체 누구냔 말이다. 정병길 감독의 <락큰롤에 있어 중요한 세 가지>는 이처럼 해괴한 발언을 상습적으로 일삼는 세이지가 속한 일본 인디밴드 ‘기타 울프’의 한국 체류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여기서 잠깐. 방금 ‘다큐멘터리다’라고 말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락큰롤에…>는 다큐멘터리와 농담의 중간 정도에 서 있는 영화다.
<락큰롤에…>의 도입부, 내레이터는 무덤덤하게 말한다. “드러머 도루는 미야모토 무사시처럼 도장을 하나하나 깨려고 시도했으나 깨지는 도장이 없었다. 두드려다 두들겨 맞은 그는 자신이 두드릴 게 드럼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드러머의 길을 선택했다…. 기타리스트 세이지의 우상은 이소룡이었고 초등학교 시절 도루와 합동공연할 때 부른 노래
<락큰롤에 있어 중요한 세 가지>의 정병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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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독립영화제2006이 12월7일(목)부터 15일(금)까지 서울 CGV용산에서 열린다. 상영 기회를 얻지 못해 관객과의 만남이 좌절되는 외부적 환경을 돌파하고, 독립영화의 정체성을 다시 되물어야 할 내부적 상황을 공유하는 자리라는 뜻에서 올해는 ‘파고들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8월부터 한달 넘게 진행된 공모를 통해 접수된 602편의 작품 중 경쟁부문에 오른 작품은 모두 47편. 영화제가 열리는 9일 동안 초청작까지 포함해 76편이 상영된다. “지난해에 비해 출품작 수가 87편이나 늘었으며 2004년에 비해서는 곱절이다”라는 게 영화제쪽 얘기다.
경쟁부문 47편 포함, 총 76편 상영
최근 몇년 동안의 추세처럼 올해도 프리미어 상영작이 대거 포진됐다. 단편 27편, 중편 10편, 장편 10편 등 경쟁부문 상영작 47편 중 프리미어 상영작은 30%에 달한다. 인디포럼, 미쟝센단편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인디다큐페스티발 등에서 상영됐던 작품들 외에 처음으로 관객과 마주하는 작품
12월7일 개막하는 서울독립영화제2006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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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시즈>의 영어제목은 <Takeshis’>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제목이다. 한편으론, ‘다케시들의’, 라고 말해놓고 나머지는 열어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다음에 놓일 것은 공백 내지는 괄호다. 그냥 무수한 가능성들이다. 기타노 다케시는 12번째 장편영화의 제목을 상상적 빈칸을 남겨두는 것으로 지었다. ‘다케시의’라고 지었다면 덜 이상했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이 영화는 ‘기타노 다케시 되기’에 관한 영화로 추측되었을 것이다. <존 말코비치 되기>에서 말코비치가 자기의 뇌 속으로 들어가 수많은 나르시시즘적 욕망의 얼굴들과 마주할 수 있었던 것처럼 다케시 역시 그 무표정한 얼굴 뒤에 어떤 불완전한 욕망들이 있는지 스스로 궁금하여 탐색하는 영화일 것이라고 우리는 상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완성된 <다케시즈>는 자기애는 고사하고 다케시 특유의 야심찬 내용과 형식의 자멸성으로 가득 차 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다케시즈>
기타노 다케시의 야심찬 시도 <다케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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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권 청춘의 후일담”인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로 김중기는 처음 얼굴을 알렸다. 그러고 나서 독립영화의 주연을 지나 충무로의 조연계 진입을 시도하는 것 같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그는 겉돌았다. 배우로서의 매력으로 평가되기보다는 학생운동의 기수로 활동했던 경력이 더 많이 알려지는 이상한 장애가 뒤따랐다. 그러나 2002년 <선택>에서 비전향 장기수 김선명 역을 해낸 뒤로 그의 연기가 짐을 좀 덜었다는 느낌이다. 김중기가 올해 들어 맡은 역은 악한 자이거나 나사 풀린 자다. 그게 꽤 잘 어울린다. 갑자기 그가 스타급 배우가 된 것은 아니지만, 배우의 기초적인 살림이 의미가 아니라 본능이라고 가정할 때 요즘 들어 생생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는 <강적>에서 이미 악역을 한번 했고, 11월 말 같은 날 개봉한 두편의 영화에도 굳이 선하다고 말하기는 힘든 조연으로 출연한다. <그 해 여름>에서는 취조실의 형사로 잠깐 나와 극의 정서가 뒤바뀌는
<아주 특별한 손님> <그 해 여름> 배우 김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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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쟁취’하는 거라는 얘기는 이제 촌스럽다. 그 쟁취를 위한 ‘작업’이야말로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는 과정이 아니던가. 바람둥이 수칙 제1장 제1절, 사랑에 빠지지 않는 자만이 타인의 사랑을 쉽게 가질 수 있다. 남의 마음을 뺏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냐마는 이러한 작업적 마인드를 머릿속에 넣어둔다면, 당신의 연애사가 좀더 화려해지지 않을까. 물론 실행에 옮기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쿨럭. 그래서 여기 개성 넘치는 작업남녀들을 모아봤다. 워낙에 ‘괴’성적인 작업들을 펼치신 탓에 현실 적용 면에서 무리가 있을 수 있으나, 각각의 사례연구를 통해 응용 가능한 범위에서 적극 도입해 활용해보자.
5위는 <작업의 정석>의 한지원(손예진)과 서민준(송일국). 영화 제목 때문일까. 두 주인공의 상대방 꾀기 작전은 특별하다기보다 일반적인 꾀기 비법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탓에 사뭇 ‘정석’스럽다. 러닝타임 내내 두 사람은 치밀한 작전과 임기응변식 잔머리를 다
[Rank by Me] 최고의 작업남녀가 몸소 보여주는 그(녀) 꾀기 대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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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남동생과 서점에 갔다. 모 공과대 기계항공우주어쩌구과 복학생인 남동생은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고 독후감을 써내야 하는 교양수업 때문에 평소에 잘 안 사는 소설을 제 돈 주고 샀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나도 안 읽은 책이다. 우리는 근처 햄버거가게에 들렀다. 음식을 기다리며 책을 뒤적이다 내가 중얼거렸다. “역시 소설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닌 거 같아.” 동생이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렇지.” “나도 몇번 써봤지만….” “그렇지.” “뭐? 네가 어떻게 알아?” 놀라서 되묻자 동생은 역시 시큰둥하게 말했다. “햇살만큼이나 우리.”
이 말을 듣자마자 나는 미친 듯이 웃어젖혔다. 와하하하하하하!!!!!!!!!!! 정말 미친 듯이 웃었다. 웃지 않곤 그 자리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햇살만큼이나 우리’는 내가 고1 때 쓴 순정학원물의 제목이다. 중학교 때 감명깊게 본 만화 <점프 트리 에이플러스>를 모방한 소설이다. 내용은 가끔씩 떠올려
[칼럼있수다] 햇살만큼이나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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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영군(임수정)은 자신을 사이보그라고 생각하는 귀여운 정신병자. 사이보그는 건전지로 에너지를 충전한다며 식사를 거부해 같은 정신병원 환자인 남자친구 일순(정지훈)의 걱정을 산다. ‘cybernetic’과 ‘organism’의 합성어인 사이보그는 생물에 기계장치를 결합한 형태를 뜻하는 말. 뇌 이외의 다른 신체 부위를 기계로 교체한 생명체를 주로 가리키는데, 인간과 닮은 모습에 인간처럼 사고하는 로봇에 속하는 인조인간, 인간과 비슷한 형태의 기계장치인 로봇, 복제기술을 통해 인간과 유전자적으로 동일하게 만든 복제인간 등 다른 유사 생명체와 경계가 뚜렷하지 않아 한데 묶여 다루어지기도 한다.
영화 속 기계인간들은 타고난 운명 탓에 대대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고민해왔다. 가장 유명한 예는 <블레이드 러너>의 리플리컨트 로이 베티(룻거 하우어). 사이보그의 일종이자 복제인간인 그를 비롯해 레이첼(숀 영), 릭 데커드(해리슨 포드) 등은 인간과
[배워봅시다] 기계인간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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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식이 동생 광태>의 경재
바람둥이 광태(봉태규)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은 경재(김아중). 땅딸막한 마라토너들 사이에서 유난히 돋보이던 그녀의 S라인은 광태를 골인 지점을 향해 죽도록 질주하게 만들었지만 마라톤이 어디 그리 만만한 운동이더냐. 가벼운 발걸음으로 광태의 흑심에서 유유히 달아난 경재는, 그러나 운명의 장난처럼 그와 다시 조우해 마음도 몸도 모두 빼앗기고 만다. 찰랑이는 검은 머리칼에 반짝이는 검은 눈동자의 그녀는 광태를 야멸차게 무시하는 듯해도 사실 겉모습만큼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지고 있다.
<미녀는 괴로워>의 제니 혹은 한나
169cm, 48kg. 경재에 버금갈 만한 섹시한 몸매를 지닌 제니(김아중). 어여쁜 목소리는 꾀꼬리가 질투할 정도지만 팔방미인답지 않은 묘한 습성이 있었으니 떨이로 파는 생선을 무진장 좋아하고, 넘어진 자장면 배달부를 위해 손수 빈 그릇을 주워주며 남이 먹다 남긴 음식도 마다하지 않는 행동들이 그것. 아미가 감쪽같이
[VS] S라인, 아름다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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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냐, 너. 밤마다 나를 부르는 토끼 머리, 이놈!
<도니 다코> 도니 다코
인적 사항: 도니 다코. 남성. 19살. 까칠하지만 매력적인 성격. 영민하고 권위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심성이 곧다. 교양있지만 쿨한 집안에서 부모, 누나, 여동생과 산다.
증상: 몽유병. 밤마다 환청을 들으며 거리를 쏘다닌다. 어느 날 밤, 어디서 날아왔는지 알 수 없는 비행기 엔진이 그의 방에 떨어졌지만 몽유병 덕에 목숨을 건진다(당시 골프장에서 침흘리며 자고 있었던 도니). 그러나 그날부터 그의 상태는 점점 심해져, 대낮에도 백일몽 속의 목소리를 따라다니기 시작한다. 그의 꿈속에선 토끼 가면을 쓴 자가 나타나 세상의 종말과 시간여행에 대해 말하고, 도니는 그가 시키는 대로 학교를 파괴하고 위선자의 집을 불태운다.
발병 원인: 알 수 없다. 그의 증상은 현대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미지의 과학 영역 혹은 초자연 현상에 가깝다. 몽마의 목소리를 통해 자신의 미래를 미리 따라가보게 된
강박에서 도벽까지, 마음에 병이 있는 캐릭터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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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신작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그 무대는 정신병원이다. 신세계 정신병원 신입 영군(임수정)은 자신을 사이보그라고 생각하는 망상환자. 형광등에 훈계를 늘어놓고 자판기의 안위를 걱정하는 이상한 여자다. 사이보그가 밥을 먹을 수는 없는 법. 전지로 충전하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영군은 밥을 먹지 않고 점점 말라간다. 한편, 자신이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가면을 쓰고 다니는 환자 일순(정지훈)은 영군을 사랑하게 된다. 사이보그가 망가지면 평생 A/S 해주겠다나?
영군이나 일순처럼 정신병원에 살지 않아도, 어떤 영화 주인공들은 정신병을 친구처럼 달고 산다. 몸의 병만큼이나 심각한 마음의 병. 공황장애, 몽유병, 자폐증, 도벽 등 정신병력을 지닌 캐릭터들의 사연을 여기 모아 보았다.
히이~익! 때려 죽여도 집 밖엔 못 나가!
<카피캣> 헬렌 허드슨
인적 사항: 헬렌 허드슨. 여성. 30대 후반~40대 초반. 장대한 골격과 남자 같은 목소리.
강박에서 도벽까지, 마음에 병이 있는 캐릭터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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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디파티드> 남기남 순경의 위장잠입
[정훈이 만화] <디파티드> 남기남 순경의 위장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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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명 동원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 <해바라기>가 2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박스오피스 전반적인 상황은 암울, 그 자체다. 지난주 <해바라기>와 <디파티드>가 불러들인 주말 서울관객은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45만명이었다. 이번 주 <해바라기>와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가 불러들인 관객은 3분의 2 수준에 불과한 31만명에 그쳤다. 단기적인 수치 하락보다 더욱 걱정스러운 점은 추세다. 이것이 극장가의 흥행 대목으로 여겨지는 12월 첫주 성적이기 때문이다. 강석범 감독, 김래원 주연의 <해바라기>는 주말까지 87만 3천명을 불러모으며 이번주에는 전국관객 100만명을 돌파할 분위기다.
중위권에서 약세를 보이며 충무로의 기대를 져버린 이병헌·수애 주연의 <그 해 여름>, 한석규·김지수가 출연한 <사랑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의 부진이
김래원, 극장가를 울리다. <해바라기> 2주 연속 흥행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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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 애니메이션과 제임스 본드 영화가 3주연속 1,2위를 차지하는 강세를 보였다. 1일부터 3일까지 잠정집계된 박스오피스 결과에 따르면 <해피 피트>는 3주차 흥행수입 1791만 달러, <007 카지노 로얄>은 1560만 달러를 벌어들여 3주연속 각각 1,2위를 차지했으며 두 영화 모두 북미 내 누적수입 1억 달러를 넘어섰다. 워너 브라더스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되면 가족관객의 영화관 출입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해피 피트>의 예상수입이 1억8500만 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릴러 영화 <데자뷰>도 지난 주에 이어 3위를 지켰다. <데자뷰>의 주말수입은 1103만 달러로 집계된 누적수입은 4409만 달러다. 토니 스콧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덴젤 워싱턴, 짐 카비젤이 출연한다.
<웨일 라이더>의 케이샤 캐슬 휴즈가 성모 마리아를 연기한 <네티비티 스토리: 위대한 탄생>은 호평과
<해피 피트>, <007 카지노 로얄> 3주연속 1,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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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을 기르고 그녀를 <이매진>했네.
이제 나의 임무는 그녀가 사는 <지구를 지켜라!>.
쇼박, 엔터, 서비스, 워너 4인의 건맨
힘없는 극장 난사, 총알 이름은 ‘배급 없어’
영화 못 건 극장, 의무상영일수 못 채우고 영업정지처분
이 땅에 배급의 정의는 없는 거냐, 큭…
잊어버려, 제이크, 여기는 차이나타운이야.
영화 출연시켜줄게, 돈 받은 연예기획사 김모 대표 구속
제작 계획없는 영화 이름을 대며 유혹
연기 지망생 52명에게 7천만원 뜯어내
그러니까 <씨네21> 제작진행표를 꼭 참조하란 말야.
암튼… 쩝. 그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했군.
고두심, 문소리, 공효진, 정유미 모든 여배우에게 여우주연상
테살로니키영화제, <가족의 탄생>에게
여자의 아름다움, 영화의 아름다움
알아보는 그리스 사람들까지
그대들 모두의 눈동자에 건배.
젊은 연인 한쌍, 무덤으로 들어가네
무덤의 이름은 행복
문소리씨, <파트맨>
[이주의 영화인] <털>을 기르고 그녀를 <이매진>했네. 이제 나의 임무는 그녀가 사는 <지구를 지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