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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랏: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에 대한 논쟁이 치열하다. <보랏…>은 풍자의 칼을 날카롭게 휘두르는데, 그 칼날이 양날일 뿐만 아니라 도대체 누가 이 칼의 주인인지 알기가 여간 쉽지 않으니, 전형적인 후기 근대적 현상이 아닌가 싶다. 영국 유대인 풍자배우 사샤 바론 코언은 허구의 카자흐스탄 방송기자 보랏 사디예프 역을 맡았다. 코언은 ‘알리 G’라는 가짜 영국 래퍼, ‘브루노’라는 가짜 오스트리아 동성애 취향의 TV기자 등 이미 다양한 ‘타자 캐릭터’로 TV 풍자프로와 영화로 유명해진 지 오래다. 그의 방법은 언제나 똑같으며 매우 간단하지만 효과적이다. 카메라 앞에서 그는 무식한 척, 영어가 미숙한 척하면서 정치가, 활동가, 사회인 등 일반인에게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암시와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코언의 수법은 보랏을 통해 유대인, 흑인, 여성, 장애인, 동물 등을 가리지 않고 인종차별주의적인 편견이 드러나도록 함으로써 자기 자신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마검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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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넓고 영화는 많다. 그러나 정치와 문화의 장벽을 넘지 못한 채 극장에 한번 걸리지도 못하는 비운의 영화도 많은데, 그 이유도 참으로 다채롭다. 최근의 대표적 사례로는 <보랏: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를 들 수 있다. 이 영화는 “인종차별과 특정 종교를 공격했다”는 이유로 러시아에서 상영금지 조치를 받았는데, 이는 러시아가 이웃 국가 카자흐스탄과의 외교적 관계를 고려한 결과라 볼 수 있다. 이참에 다른 사례들도 한번 찾아봤다. 영화심의가 까다롭다 못해 심술맞기로 악명높은 곳이 바로 중국.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은 “죽은 자의 영혼이 등장하는 장면이 미신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게이샤의 추억>은 “중국 여배우가 게이샤로 출연해 반일 감정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미션 임파서블3>는 “중국인의 삶을 허름하고 초라하게 묘사했다”는 이유로 상영금지를 시켰다.
말레이시아는 말레이시아 총리 암살계획이 등장한다는 이유
[배워봅시다] 상영금지 이유도 가지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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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늘 내게 겸손한 사람이 되라고 하셨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말 안 듣는 아이였던 나는 자신 있게 “예!”라고 짧게 대답한 뒤 오만하게 까먹어버렸다. 그 말씀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던 내게 세상이 부모님 대신 벌을 내렸다. 원하는 학교나 직장에 들어가지 못했고 ‘이태백’으로 지내며 주변에 민폐를 끼치게 된 것이다. 날 알아주지 않는 세상을 욕하고 저주하던 난 뜻도 모르는 책들을 읽어가며 바닥난 자존심을 긁어모았다. ‘세상’이란 단어 앞에는 드디어 ‘만만치 않은’ 혹은 ‘빌어먹을’, 그것도 아니면 ‘망할’이란 수식어가 하나씩 붙기 시작했고, 어느덧 나는 남들 눈에는 멀쩡하기만 한 그 ‘세상’과 함께 같이 망해갔다. 그렇게 20대를 보내고 나니, 어느덧 내게 남은 것은 하나도 없음을 깨달았다. 나는 그저 루저일 뿐이었다.
20대를 살면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일은 대학교 4학년 때 일어났다. 기성 작가와 만날 기회가 있어 함께 술을 마시게 되었다. 그는
[이창] 호기냐, 오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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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내게 최고의 배우는 단연 다케나카 나오토다. 어둠의 세계에서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를 알현한 이라면, 100% 공감할 것이다. 나는 마치 의식을 치르듯 이 드라마를 기다렸는데, 내 시선이 머문 곳은 노다메의 귀여운 슬랩스틱도, ‘치아키사마’의 썩소도 아니다. 잊을 만하면 나타나 최고의 팬서비스를 날렸던 천재 교수(라기보다 변태 영감) 슈트레제만! 원작만화에서 독일인으로 설정돼 있던 인물이 다케나카 나오토화해 나타난 순간, 나는 기가 막혀 쓰러질 뻔했다. 그는 조악한 가발에 실리콘으로 코를 세우고, 천연덕스럽게 독일식 일본어를 구사했다. 곧 나는 꽃미남 치아키를 라이벌로 삼는 그의 대단한 착각과 뻔뻔함, 그칠 줄 모르는 욕망을 사랑하게 됐다. 반질반질한 그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는 순간에는,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하기까지 했다. 이토록 개성 뚜렷한 변태를, 이제껏 나는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슈트레제만은 그야말로 헤어날 수 없는 블랙홀이다.
변태의 숲으로
[칼럼있수다] 변태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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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싯적 <로보트 태권V>를 재료로 ‘인간 리플레이 시스템’을 가동했던 경험이 있는 세대에게 이 만화영화는 단순한 만화영화 그 이상이다. 여기에서 ‘인간 리플레이 시스템’이라 함은 물론 영화 관람을 마친 동네 애들이 모여 서열에 따라 배역 분담을 한 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오로지 몸 하나로만 재현해내던 그 시스템을 일컬음인데, 아아, 아직도 생각난다. 주인공 ‘훈이’ 역을 자임했던 최고 서열 어린이가 장면 재현을 빙자하여 날려대던 그 무차별적 옆차기와 대로변 빌딩 역을 수행했던 서열 최하위 어린이의 ‘무너져내리기’ 동작이….
그런데 <로보트 태권V>가 발표된 이래 30여년 동안 아직도 풀지 못한 해묵은 문제가 하나 있다. 그렇다. 그것은 바로 ‘로보트 태권V와 마징가Z가 싸우면 누가 이기나’이다.
이에 대해 과거 <로봇 대백과사전> <새소년> <소년중앙> 등의 저명한 권위지들에서부터 오늘날의 인터넷 매체들에 이르기까지
[투덜군 투덜양] 태권V의 필승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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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영화단체들이 뉴시스의 취재거부를 천명했다. 지난 1월 18일 본지와 인터뷰한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장동찬 사무국장의 발언대로 예고된 대로 영화단체들은 “오늘을 기점으로 뉴시스의 취재를 거부”하기로 발표했다. 이번 사건은 단체들이 1월 10일 공개서한을 통해 뉴시스 소속 김용호 기자의 몰지각한 취재행태와 악의적인 보도행태에 대한 뉴시스의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며 시작됐다. 이틀 후 김용호 기자는 본지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공개서한에 지적된 사실을 전적으로 부인했고, 공식적인 사과도 거부했다. 회사차원의 대응이나 의견 교환도 전무했다. 지난 1월 18일 제 단체들은 회동을 통해 공식적인 대응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단체의 성명에 따르면 김용호 기자는 개별 영화 홍보 담당자에게 “내가 생각하는 그대로 기사를 내보내겠다.”, “내가 어떻게 하는지는 어차피 업계에 소문 다 났으니까, 알 거 아닌가?”, “나는 한 번 틀어지면 복귀가 안 된다. 원상태로 맞춰질 때까지 계
영화단체들, <뉴시스> 취재거부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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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하라 데쓰오의 영화 <욕망>은 고이케 마리코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제목을 통해서 유추할 수 있는 그대로 이 영화는 연애, 결혼 그리고 불륜에 이르기까지 남녀관계를 둘러싸고 타인의 몸을 향한 욕망과 소유욕이 발현되고 작동되는 계기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학교 도서관 사서인 루이코(이타야 유카)는 같은 학교의 유부남 선생인 노세(오오모리 나오)와 불륜관계이다. 어느 날 공원에서 우연히 중학교 동창 아사오(다카오카 사키)를 만나게 되고, 그녀가 서른한살 연상의 정신과 의사 하카마다(쓰가와 마사히코)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녀의 결혼 피로연에 참석하게 된 루이코는 그곳에서 짝사랑 대상이었던 마사미(무라카미 준)를 만나게 된다. 이때부터 이들의 관계는 기묘하게 얽혀들기 시작한다. 루이코는 마사미에게 품었던 욕망을 기억해내고, 노세와의 관계를 돌아본다. 아사오는 자신의 몸을 욕망하지 않는 하카다마 때문에 질투와 욕구불만으로 루이코와 마사미에게 점점 더 의지한
성적 욕망 집중 조망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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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만난 남녀가 시련을 겪으며 사랑에 빠져든다. <사랑해도 참을 수 없는 101가지>는 사랑을 성취하는 과정에 집중하는 로맨틱코미디 공식에 그 뒤의 상황들, 즉 함께 살며 맞닥뜨리는 지난한 괴로움의 시간을 덧붙인다. 이렇듯 <사랑해도…>는 사랑의 달콤함에서 남자와 여자의 심리 차이를 짚은 존 그레이의 유명한 저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설파하는 쌉싸름한 사랑의 인내로 무게중심을 옮긴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제목과의 연관성은 전혀 찾아보기 힘든, 사회생활의 고통을 감내하며 성장하는 두 청춘의 얘기를 그려내고자 한다.
로스쿨 졸업반인 드류(마틴 핸더슨)는 같은 대학 4학년생 줄리아(파이퍼 페라보)를 사랑한다. “이 세상은 멋져. 이 바지도 멋져. 저 달도.” 줄리아의 미소에 감동한 드류는 무지갯빛 세상을 향해 소리치지만 파릇파릇한 이 연인에게도 이별은 다가온다. 졸업 뒤 거처가 이미 정해진 터라 각기 예정된 직장을 위해 헤어져
어정쩡한 연애담 <사랑해도 참을 수 없는 101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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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에서 모두가 알아주는 불량소녀이자 ‘칠공주파’의 리더인 세리(곽지민)는 같은 반 꽃미남 기찬을 짝사랑한다. 하지만 마음을 고백하는 세리에게 기찬은 날라리는 질색이라며 모범생 윤미(임성언)를 마음에 두고 있음을 암시한다. 윤미도 기찬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음을 감지한 세리는 고의적으로 윤미에게 접근하고, 기찬이 모범생이 아닌 날라리를 좋아한다는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그때부터 윤미는 세리의 지도하에 ‘날라리 연습’을 하고, 반대로 세리는 윤미에게 공부를 배우기 시작한다. 서로의 세계에 다가서면서, 두 소녀 사이에는 점차 우정이 싹튼다.
<소녀X소녀>는 채널CGV가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과 손잡고 제작한 HD영화로, 케이블TV 자체 제작 영화로는 최초로 극장에서 개봉하는 작품이다. 이른바 ‘명랑섹시학원스캔들’이라는 테마로 만들어지는 4편의 옴니버스 중 한편으로, <전쟁영화>로 2006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 단편영화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박동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산뜻한 그릇 안에 담긴 낡은 술 <소녀X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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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열리는 로테르담영화제에 한국영화가 대거 초청됐다. 특히 신인감독의 발굴로 유명한 로테르담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의 영화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미래의 영화’부문에는 김태식 감독의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노경태 감독의 <마지막 밥상>, 김경묵 감독의 <얼굴없는 것들>이 진출했다. 이 밖에도 ‘Cinema of the World: Time &Tide’부문에는 유하 감독의 <비열한 거리> Rotterdammerung 부문에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 조범진 감독의 애니메이션 <아치와 씨팍>과 박철희 감독의 <예의없는 것들>이 선정됐다.
단편영화의 약진도 눈부시다. 단편경쟁부문인 ‘타이거상 단편경쟁’에는 김종관 감독의 <모놀로그#1>이 초청됐고, 이수진 감독의 <아들의 것>, 이호섭 감독의 <And Thereafter Ⅱ>, 문정윤 감독의 <The Forty-
한국영화 11편, 로테르담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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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하객으로 참석한 두 남녀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고 하룻밤을 함께 보낸 뒤 다음날 새벽 헤어진다. 이건 비교적 익숙한 상황이다. 신랑 신부의 친구끼리 눈이 맞는 일은 흔한 편이지만, <낯선 여인과의 하루>의 남녀는 좀 특별한 사연이 있는 사이이다. 사실 이 둘은 구면이고 이날의 만남은 12년 만의 해후이다. 현재 남자(아론 에크하트)는 긴 머리에 매우 유연한(?) 몸매를 소유한 23살짜리 댄서와 사귀고 있고, 여자(헬레나 본햄 카터)는 심장전문의와 런던에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영화는 원제가 말해주듯 그야말로 두 남녀의 대화 혹은 수다로 꽉 채워져 있다. 관객은 둘의 대화에서 그들의 현재 상황, 과거의 사연, 미묘한 지금의 감정까지 모든 정보를 얻게 된다. 대화로 모든 게 진행되는 영화이니만큼 ‘말맛’을 살리는 것이 관건일 텐데 두 배우의 연기력이 뒷받침되어 무리없이 진행된다. <전망 좋은 방> <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에 출연했던 헬레나
두 남녀의 대화 혹은 수다 <낯선 여인과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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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뮤지컬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비유할 수 있을까. 승부사로서의 프로듀서 기능은 비슷해 보인다. 공격적인 기획은 대박이거나 쪽박, 양자택일일 가능성이 높다. 어느 쪽이든 브로드웨이에서 닳고 닳은 프로듀서 맥스(네이단 레인)의 제1규칙은 자기 돈으로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의 뮤지컬이 또다시 실패했지만 맥스의 기발한 크리에이티브는 참패에서 싹이 돋는다. 장부를 정리하러 온 회계사 레오(매튜 브로데릭)의 무심한 한마디. 투자받은 액수보다 제작비를 적게 들이고 작품이 망하면 프로듀서는 오히려 돈을 번다! 맥스의 순발력이 이 엉뚱한 계산법에 꽂히고, 유아적 순수성을 영혼처럼 지닌 레오를 동업자로 끌어들인다.
200만달러의 투자금을 모아 일생일대의 실패작을 만들어내자는 기획은 내용인즉 사기다. 주판알의 범주를 넘지 않던 소심한 레오가 사기극에 뛰어든 건 프로듀서가 되고 싶었던 막연한 꿈 때문이다. 가장 끔찍한 각본 찾기가 우선이다. 마침내 찾아낸 ‘히틀러의 봄날’은 맨해튼
크리에이티브의 재밌는 역설 <프로듀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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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진(현영)은 “펜이 세상을 바꾼다”고 철석같이 믿는 신문사 기자다. 하지만 신념은 신념일 뿐. 그녀에겐 연예인들의 꽁무니를 뒤쫓으며, 스캔들을 추적하는 임무만이 주어진다. 반면, 강재혁(이동욱)은 “주먹이 세상을 지킨다”고 굳건히 믿는 강력계 형사다. 그러나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모서리 공포증. 마약수사를 전담하는 그이지만, 회칼, 송곳, 주사기 등과 같은 날카로운 물체만 보면 그 자리에서 기절하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강재혁은 용의자를 뒤쫓던 중 최수진과 부딪치게 되고, 최수진이 먹던 어묵 꼬치에 찔려(?) 병원에 실려가게 된다. 이 사건으로 인연을 맺은 최 기자와 강 형사. 최수진이 사회부로 자리를 옮기면서, 두 사람은 사사건건 맞닥뜨린다.
줄거리 예상은 어렵지 않다. 버디영화의 골격과 스크루볼코미디의 설정을 따온 <최강로맨스>는 마약 사건을 뒤쫓게 된 두 남녀가 종국에 사건 해결은 물론이고 사랑까지 덤으로 얻는다는 내용이다. 카메라를 든 기자와 총을 찬
개인기와 애드리브는 이제 그만 <최강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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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할리우드에선 불명예스러운 시상식이 치러진다. 바로 아카데미 시상식 하루전에 행사를 거행하는 골든 라즈베리 어워드. 래지 어워드(Razzie Award)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이 시상식은 후보 지명에서도 오스카 어워드보다 하루 앞선다. 1월23일(현지시간)에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영예로운 후보들을 모두가 기다리는 동안, 래지 어워드는 올해도 예외없이 각 부문별 후보자 리스트를 공개했다.
가장 많은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린 영화는 샤론 스톤이 주연한 <원초적 본능2>. 최악의 영화상, 최악의 여우주연상 등을 포함해 무려 7개 부문에서 후보로 지정됐다. 샤론 스톤은 이미 <마지막 연인>과 <스페셜리스트>로 최악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골든 라즈베리 어워드의 창시자 존 윌슨은 샤론 스톤을 일컬어 "상습 래지 위반자(Razzie Offender)"라고 부른다고.
웨이언스 형제가 연출한 <리틀 맨>도 라즈베리 어워드의
2006년 최악의 영화, 최악의 배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