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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사토시(야마자키 마사요시)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 료지는 서른을 눈앞에 둔 히사토시에게 “언제까지 아버지와 단둘이 살 거냐”며, 좋은 처자가 있으니 이 참에 선을 보라고 부추긴다. 그러나 죽음을 눈앞에 둔 히사토시는 볼일없다고 잡아뗀다. 책임지지 못할 감정을 누군가에게 안기기 싫은 히사토시. 다른 사람과 결혼한 뒤 고향을 떠났던 첫사랑이 돌아와도 그런 그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히사토시의 사진관에 임시 초등학교 교사 유키코(세키 메구미)가 찾아든다. 장례식에 다녀온 뒤 심신이 지친 히사토시는 사진인화를 급히 부탁하는 그녀에게 짜증을 내고, 이 일을 계기로 두 사람은 서로를 아주, 조금씩 알아간다. 죽음을 앞두고 찾아든 사랑은 죽음을 기다리며 생의 흔적을 지워가던 히사토시를 혼란에 빠트린다.
제목에서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8월의 크리스마스>는 허진호 감독의 동명 영화가 원작이다. 지난해 <어둠속의 심
원작의 정밀 모사 <8월의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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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의 유명 리포터가 자신의 미국 체험기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기 위해 뉴욕에 도착한다. 호텔에서 머물며 촬영을 하던 그는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며 TV를 시청하던 중 빨간 수영복의 파멜라 앤더슨에게 그만 홀딱 반하고 만다. 그는 모든 일정을 변경하면서까지 그녀를 찾아 캘리포니아로 돌진해가고 그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이처럼 <보랏: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가 내세우는 기본적인 전략은 이방인의 눈으로 미국사회를 여과해 보는 것이다. 바로 그 이방인이 카자흐스탄의 유명 리포터인 보랏이다. 물론 보랏은 허구적인 인물이고 그를 연기하는 ‘사샤 바론 코언’은 카자흐스탄과 전혀 무관한 영국인이다.
<보랏…>은 가장 저속한 사고와 행위를 보여주는 보랏의 미국 여정을 통해 현재의 미국사회를 풍자하려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보랏의 저속함에 대해서는, “제 여동생은 전국에서 네 번째로 잘나가는 창녀입니다”라
거침없는 웃음의 하이킥 <보랏: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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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식 혈액형에 근거한 성격 판단법은 누구에게나 그럴듯하게 맞아떨어진다. 그것은 혈액형에 따라 인간의 성격이 정확하게 나눠지기 때문이 아니라 한 인간 안에 여러 가지 성격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신은 소심하지만 때때로 과감하게 결단을 내린다’나 ‘당신은 대체로 상냥하지만 갑자기 냉정해질 때가 있다’와 같은 상호 모순적인 명제로 이루어진 그 성격 판별법에 푹 빠져들게 된다. 성지혜 감독의 <여름이 가기 전에>는 연애라는 단어 속에 포함된 무수한 행위들이 하나의 주체에게 얼마나 자아분열적인 행동을 가져오며, 상호 배반적인 행위들을 서슴지 않고 저지르게 만드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그 연애가 단일한 객체를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매우 상이한 두 존재를 두고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그 분열의 강도는 더할 것이다.
<여름이 가기 전에>는 프랑스에서 유학 중인 소연(김보경)이 방학 중에 한국에 들어와 두 남자와 벌이는 아슬아슬한, 혹은 안타까
스물아홉의 연애담 <여름이 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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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사업 전략을 발표한 CJ엔터테인먼트 길종철 전략기획실장
2005년 연말, 김주성 대표가 취임하면서 CJ엔터테인먼트의 인적 구조는 재편됐다. 당시 한국영화아카데미 최초로 프로듀서 전공을 담당하던 길종철 교수도 투자마케팅총괄이라는 직함으로 CJ에 동승했다. 과거 삼성영상사업단 한국영화팀의 1세대였고, <올드보이>의 공동제공자였던 그가 CJ의 실무자로 활동한 지도 1년이 지났다. 어느해보다 부침이 극심했던 2006년을 지나 CJ는 '2007년 사업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올해의 계획을 밝혔고, 그는 전략기획실장으로 명패를 바꿨다. 이례적으로 연간 사업계획을 발표한 배경과 맥락을 길종철 실장에게 물었다.
이례적으로 사업 전략을 발표한 배경이 궁금하다.
=2006년은 편수도 많아졌고, 편당 수익율도 저하되서 업계 전체가 어두운 성적을 냈다. 그로 인해 투자자들도 위축됐고, 업계에서도 작년 하반기부터 제작에 들어가는 편수도 감소하고 있는 상황을 보며 영화시장이
[온라인 인터뷰]CJ엔터테인먼트 전략기획실장 길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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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이모는 <황후花>를 설명하며 오래된 중국 속담을 인용했다. 그는 “겉에는 황금과 보옥, 안에는 부패와 타락. 이 속담이 뜻하는 바는 아름다운 껍데기 아래에는 어둡고 섬뜩한 진실이 놓여 있다는 것”이라면서 <황후花>가 지금까지도 중국을 지배하고 있는 봉건주의를 폭로하는 영화라고 말했다. 여인들이 바르는 분가루에서부터 하늘처럼 거대한 황궁 지붕에 이르기까지 황금을 녹여 퍼부은 듯 번쩍거리는 <황후花>는 장이모가 인용한 속담을 엄청난 규모로 재현한 영화다. 여섯겹 옷자락마다 금실을 수놓고 10만 병사가 황금 갑옷을 입고 여인의 입술과 눈두덩 위에서 금가루가 빛을 뿌리는 황궁. 그러나 그 바깥에는 빛이라고는 없어 황금색 궁궐은 어둠 아래 웅크린 석상처럼 음산하다. 암흑과 구분할 수 없도록 어두운 증오와 악의가 황금색 벽을 뚫고 새어나온다. 황궁 바깥으로는 거의 나가지 않는 <황후花>는 감정과 규모와 폐쇄의 기괴한 스펙터클을 지닌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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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미문의 부부싸움 <황후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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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열심히 보는 TV프로그램이 두개 있다. <거침없이 하이킥>과 <하얀거탑>. 두 프로가 다루는 세계는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지만 어떤 면에선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권력을 둘러싼 다툼을 하나는 가족코미디로, 다른 하나는 정치드라마로 풀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엉뚱한 상상을 할 때도 있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서민정 선생이 <하얀거탑>의 병원에서 일하면 어떻게 될까 같은. 서민정 선생이 장준혁 교수 앞에서 토끼옷 코스프레를 하고 이렇게 외친다. “저 선생님이 생각하는 그런 여자 아니에요. 저 닳고 닳은 여자란 말이에요.” 아마 장준혁 교수는 진지한 목소리로 이렇게 반응하겠지. “서민정 선생은 당장 뇌수술이 필요한 환자이니 빨리 입원조치를 하죠.” 반대로 <하얀거탑>의 장준혁 교수를 <거침없이 하이킥>의 이순재 한방병원에 모시고 오면 어떨까. 장준혁 교수가 힘주어 말할 때마다 해미가 “오~케이,
[편집장이독자에게] <거침없이 하이킥>과 <하얀거탑>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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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겟돈> 1월27일(토) SBS 밤 12시5분
지구가 절멸의 위기에 처했다. 거대한 행성의 위협에 맞서 동원된 최후의 희망은 브루스 윌리스를 위시한 굴착 전문가 집단. 목숨을 거는 대가로 “교통 딱지를 전부 없애줄 것”을 슬쩍 부탁하는 괴짜들 중 가장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척으로 등장한 윌 패튼이다. 소심한 실패자로 등장한 그는 그러나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영웅’으로 부상하며 영화의 최루성 수치를 한껏 높인다. 패튼은 딱히 기억에 남는 특징없이 무난하게 말쑥한 인상을 가진 배우다. 친근하지만 왠지 이름은 잘 떠오르지 않는 타입의 배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수년간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를 전전하며 도약을 꿈꾸던 윌 패튼은 <노 웨이 아웃>에서 진 해크먼의 교활한 보좌관 스캇으로 등장하며 할리우드에 기반을 마련했다. 20년 이상 스크린에 몸 담았던 그의 필모그래피는 끝없이 이어진다.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경찰(<카피캣>), 절도범의 뒤를 캐는 보험회사
[앗! 당신] 너무나 두꺼운 하얀 도화지, 윌 패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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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밤 11시
1972년 1월31일, 북아일랜드 데리시의 평범한 주민들은 영국 정부에 대항해 시민권을 주장하기 위한 평화행진에 나선다. 그러나 영국군은 시위를 완전봉쇄한다는 원칙을 굽히지 않고 결국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기에 이른다. 군인들의 무차별적인 총격 속에서 13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살해된다. 사건은 조작되었고 영국군들 중 그 누구도 이에 책임을 지지 않았다. <블러디 선데이>는 그로부터 약 30년이 지난 뒤, 이 참혹한 비극의 현장을 재현하는 영화다. 사건이 벌어졌던 당시, 역사를 그저 쳐다보았을 뿐인 런던의 십대 소년은 감독이 되어 그날의 역사 안으로 들어간다. 폴 그린그래스가 역사를 불러내는 방식은 특별한 논평없이 그때 그 사건을 최대한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테면 그는 ‘피의 일요일’에 가족을 잃은 유족들을 배우로 참여시키거나 핸드헬드 촬영을 통해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의 절박함을 한껏 고조시키는 방식을 택한다.
현장 다큐멘터리와 같은
피의 일요일, 그 참혹한 기록, <블러디 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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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사내들을 제압하던 그 카리스마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사랑, 오직 사랑에 목매던 <여름이 가기 전에>의 소연을 보고 있노라니 저 인물을 연기한 배우가 <친구>의 진숙으로 이름을 알렸다는 사실이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연극이 끝난 후>를 뽑아내던 강하지만 가녀린 목소리로 각인된 김보경. 경상도 ‘싸나이’들의 진득한 우정담 속에서 빛을 발하던 홍일점 진숙은 그해의 또 다른 발견이었다. “사실 연기를 안 할 생각도 있었어요. 조급한 마음이 앞서 이게 마지막 오디션이다 했는데 선물처럼 역을 맡게 됐죠.” 덜컥 받아안은 두 번째 출연작으로 청룡영화제 신인여우상 후보에까지 올랐으니 하늘이라도 날 듯 신났을 테지만 그녀는 외려 차분한 목소리로 당시를 회상했다. “그땐 연기를 너무 쉽게 했고 고민도 별로 안 했어요. 워낙 신이 작았잖아요. 뭐, 철이 없었죠. (웃음)” 스포트라이트의 짜릿함은 그러나, 오래가지 않았다. 당시로선 독특한 기획에, 큰 제작비를 들였던
봄은 다시 찾아오고, <여름이 가기 전에> 배우 김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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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건 믿음과 의리다
매니저치고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알리고자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건 진정 대중 앞에 나서야 하는 주인공인 배우들의 그림자 안에서 지내는 생활이 몸에 뱄기 때문일 터. 매니지먼트 업체 나무엑터스의 김종도 대표 또한 그런 부류에 속한다. 그가 그동안 좀처럼 매체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던 건 다소 험악한 분위기의 외모 탓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긴 문근영, 김태희, 김주혁, 김지수, 김민정, 도지원, 유준상, 홍은희, 김효진, 김강우, 송지효, 김혜성 등 30명 가까운 톱클래스 연기자를 돌보다보면 그림자 밖을 벗어날 시간도 별로 없어 보인다. 창립 3년 만에 싸이더스HQ 등과 함께 한국 매니지먼트 산업의 정상권에 선 나무엑터스의 김종도 대표를 환한 양지로 잠시 불러냈다.
-무척 바빠 보인다.
=매니지먼트 사업은 연초 비즈니스가 1년을 좌우한다. 상반기에 어떤 작품에 들어갈지 정해야 하반기에도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상반기에 삐거덕거리면 하반기에도 삐거덕
매니지먼트사 나무엑터스 김종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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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비(손예진)는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 ‘요요’들과 함께 살고 있는 백살짜리 구미호다. 어느 날 고향별로 돌아가기 위해 요요들이 만든 우주선이 시험 비행에 실패해 또다시 불시착하고, 이에 책임을 느낀 말썽꾸러기 ‘말썽요’가 마을로 내려갔다 폐교에서 극기훈련 중인 아이들에게 붙잡히고 만다. 여우비는 말썽요를 구하기 위해 인간의 모습으로 학교에 입학하는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한다. 갓 사춘기가 된 여우비가 황금이(류덕환)라는 남자 아이에게 연정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인간들의 삶에 적응해 즐거운 날을 보내던 여우비의 행복도 잠시. 그림자 탐정이라는 미스터리의 인물과 구미호 사냥꾼이 동시에 나타나 여우비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천년여우 여우비>는 2002년작 <마리이야기>로부터 5년 만에 돌아온 이성강 감독의 두 번째 장편애니메이션이다. 상업적인 감각을 좀더 발휘한 <천년여우 여우비>는 기술적 완성도의 면에서도 전작보다 낫다. 3D 레이아웃 기법
이성강의 두 번째 보석, <천년여우 여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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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기의 역사를 가진 영국 그림동화 <피터 래빗>은 출간될 당시만 해도 출판업자들의 환영을 받지 못했다. 파란 웃옷을 입은 토끼 피터는 아기자기하지 않고 너무 ‘사실적’이라 아이들이 지루해할 생김새였다. 이 그림을 그린 베아트릭스 포터는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 자신의 그림을 결국 자비로 인쇄해 냈다. 1901년에 처음 찍혀 나온 책 <피터 래빗 이야기> 두권이 사적으로 출판한 것치고는 꽤 잘 팔렸던 모양이다. 그녀의 동업자는 포터를 대신해 대형 출판사를 찾아나섰고 그렇게 해서 찾아간 곳이 ‘프레데릭 원’(Frederick Warne & Co.)이었다. 포터의 책은 이곳에서 총 23권이 출간됐다. 그리고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1억부 이상 팔려나갔다.
영화 <미스 포터>는 “그런 토끼 책을 누가!”라고 비하 당했던 <피터 래빗>의 작가 포터에 관한 이야기다. 1868년에 태어난 빅토리아 시대 사람 포터는 마흔일곱살에 생애 첫 결혼을 했다
순수함과 고움이 미덕 <미스 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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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고 했던가. 실패한 영화는 시나리오 작가 수가 적게는 3명에서 5명이 넘기도 하고, 결국 영화는 시나리오 대로 흘러가기 보다는 스튜디오에 휘둘리거나 시나리오 자체를 다시 쓰기도 한다. 시나리오 작가 수로만 보면 <심슨가족 더무비>가 딱 그렇다. 무려 11명이나 되는 작가 이름이 크레딧에 다정하게 올라 있다.
1월 셋째주 주말에 열렸던 TV 비평가 프레스 투어에서 제임스 L. 브룩스는 영화 제작에 참여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리지널 멤버라는 것을 밝혔다. <심슨가족 더무비>의 총괄 프로듀서이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스팽글리쉬> 등을 통해 할리우드에서 제작자로 이름을 알린 제임스 L. 브룩스는 오랫동안 TV 시리즈 <심슨가족>에 참여했던 베테랑이기도 하다. "제작의 최전선에 참여한 사람들은 전혀 새로운 사람들이 아니"라며 "이런 작업환경이 새롭게 이일을 맡은 애니메이터들에게 어떤 의미가 되
<심슨가족 더무비>, 오리지널 멤버와 함께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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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영화계에서 씨름 선수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이해준, 이해영 감독의 <천하장사 마돈나>는 성전환 수술을 위해 씨름에 입문한 오동구를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전직 씨름 선수였던 배우 이언을 씨름부 선배로 선보였다. <최강로맨스>를 통해 처음으로 영화 일에 뛰어든 제작부 스탭 이종석 역시 씨름 선수 출신. 영화에 닿기 전까지 방송사 촬영 스탭, 연극 무대연출 등 다채로운 일에 손댄 점도 흥미롭다. “조금 무섭게 생겼으니 (사진을) ‘뽀샵’ 처리해달라”며 너스레를 떨던 그와의 대화를 여기에 옮겼다.
씨름은 어떻게 시작했나.
어렸을 때 덩치가 커서 뽑히다시피해서 하게 됐다. 대학 재학 중 무릎을 심하게 다친 이후 더이상 운동을 할 수 없었다. 그전부터 방송이나 영화에 관심이 있어 복수 전공으로 연극영화과 수업을 계속 들었었다. 나중에는 체육과에서 이쪽으로 전공을 아예 바꿔버렸다.
제작부 일은 어떻게 하게 됐나.
영화 일을 하고 싶어하던 찰나에 아는 사람이 소개
[스팟] "멜로영화 PD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