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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 김상경, 이요원, 이준기 주연의 영화 <화려한 휴가>(제작 ㈜기획시대)가 11월 28일 5개월간의 촬영을 마쳤다. <화려한 휴가>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시민들이 어쩔 수 없이 역사적 광풍에 휘말리면서 겪게 되는 열흘간의 이야기. 28일 광주 도청 세트장에서 촬영된 마지막 장면은 도청 내부에서 민우와 흥수가 공수부대와 대치하는 장면으로, 흥수와 민우 역의 안성기, 김상경은 폭파씬 등의 위험도 감수하는 열정을 보여 주었다.
대한민국 연기파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여 열연한 영화 <화려한 휴가>는 2007년 상반기 개봉 예정이다.
<화려한 휴가> 크랭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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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임수정의 힘일까. 박찬욱의 힘일까.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3개 사이트에서 선두를 달리며 예매시장을 선점했다. 맥스무비를 제외한 3개 주요예매 사이트를 점령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티켓링크에서는 무려 75.8%의 예매율로 극장가 독식을 예고했다. 대니얼 헤니와 엄정화가 주연한 로맨틱코미디 <Mr.로빈 꼬시기>도 평균 25%의 비중을 차지하며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뒤쫓고 있다. 여성관객의 압도적인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 스크린의 새얼굴 비(정지훈)과 대니얼 헤니의 정면충돌도 흥미롭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330개, <Mr.로빈 꼬시기>는 337개로 비슷한 숫자의 스크린을 확보해 주말 스코어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가고 있다. 첫주 스코어에 따라 스크린 수는 급격히 기울어질 가능성이 높다.
두 영화의 선두 다툼은 이미 예상됐던 결과다. 다만, 두 영화의 예매 비중이 80%를 상회하는 점은 오랫만에 등장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예매 고지 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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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21:30 논현동 EON digital films 스튜디오
70~80% 정도 진행된 CG 작업을 확인하러 스탭들이 모여들었다. 정정훈 촬영감독, 정서경 시나리오작가, 강현 제작실장, 이춘영 프로듀서…. 한결같이 여유로운데다 웃음이 떠다닌다. 박찬욱 감독과 계속 호흡을 맞춰온 탄력도 있겠지만 그만큼 이번 작업이 만족스럽다는 방증일까. CG는 상상력이 순간 집중되는 장면에 필요하다. 그만큼 이 날이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어떤 영화인지 퍼즐 맞추듯 더듬어가는 나에게 긴요한 힌트를 주지 않을까 싶었다. 박찬욱 감독이 도착하기 전, 정정훈 촬영감독이 메이킹 카메라를 앞에 두고 짧은 인터뷰를 가졌다.
“전작과의 차이점은, 일단 바이퍼라는 HD카메라를 써서 매체가 달라졌다는 거죠. <올드보이>나 <친절한 금자씨>는 한 인물에 중심을 맞춰 동적으로 찍었는데 이번에는 유쾌한 멜로라서 분위기도 그렇고 많이 달랐어요. 쓰지 않을 장면은 현장에서 바로
[이성욱의 현장기행]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후반작업 현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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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깃_박찬욱 감독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취재기간_2006년 10월29일~11월14일
현장_남양주종합촬영소 안 블루캡(BLUECAP), EON digital films 스튜디오, HFR(할리우드 필름 레코더) 스튜디오, 모호필름 회의실, 제작보고회, M&F(Music & Film Creation) 스튜디오
취재 중에 만난 사람_임수정, 정지훈, 정정훈 촬영감독, 정서경 시나리오작가, 강현 제작실장, 이춘영 프로듀서, 조영욱 음악감독, 홍유진·홍대성 작곡가 등
PROLOGUE
두명의 월드스타 정지훈(비)과 박찬욱 중에 누가 더 귀엽냐고 묻는다면, (도대체 이런 어처구니없는 질문을 누가 생각해내겠냐마는) 손가락질을 무릅쓰고 아저씨쪽을 택하겠다. ADR(후시녹음)과 믹싱을 하게 될 블루캡에 들어서서 목격한 이들의 자세는 일단 나이를 닮았다. 사무실 한켠에 외롭게 놓인 컴퓨터 앞에서 인터넷 삼매경에 빠져 있는 정지훈, 그 옆 소파에서 양수리를 찾는 영화인들
[이성욱의 현장기행]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후반작업 현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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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이 순지 감독과 배우 정유미의 조합은 생경한 면이 많다. 어울리지 않을 듯한 두 사람의 대담은 정유미가 이와이 순지 감독의 연출작을 낱낱이 기억하는 열혈팬이고 이와이 순지 감독이 부산영화제를 “굉장히 열성적인 영화제”라 칭하며 꾸준히 찾을 정도로 한국영화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에 힘을 얻어 순조롭게 진행됐다. <무지개 여신>은 이와이 순지 감독이 ‘플레이워크’라는 시나리오 공모 프로젝트를 통해 시나리오를 발굴한 이후 “섬세한 연출을 할 수 있고 느낌이 좋은 감독이 되리라 생각”한 구마자와 나오토 감독에게 연출을 맡기고 자신은 기획, 제작, 각본에만 참여한 영화. 연출을 겸하지 않은 최초의 작품이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본 정유미는 쏟아지는 눈물을 참지 못했고 대담 전날 설렘과 두려움으로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웃음과 미소를 주고받던 2시간의 대담이 끝나고 정유미가 자신이 출연한 <폴라로이드 작동법> <사랑니> <가족
이와이 월드의 열혈팬 배우 정유미, 이와이 순지 감독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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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온 것보다 앞으로 갈 길이 훨씬 멀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영화노조) 최진욱 위원장은 값진 성과를 거둔 2006년을 자축하기보다는 이후 펼칠 수많은 일 때문에 여전히 긴장된 모습이었다. 올해 1월2일자로 노동부로부터 영화노조의 설립 필증을 받아 ‘합법’ 노조 시대를 개막했고, 6월27일부터 시작돼 12차례에 걸쳐 진행된 제작자들과의 협상 끝에 11월에는 단체교섭안을 거의 확정지었으니 떠들썩한 막걸리판이라도 벌일 만한데도 그는 “임금협상은 이제 시작이고, 이외에도 챙겨야 할 일이 너무 많다”고 말한다. 특히 임금에 관해 한국영화제작가협회(제협)와의 견해차가 큰 탓에 당분간 그의 표정도 활짝 피어나기는 어려울 듯 보인다. 그렇다고 그가 2006년의 성과에 대해 뿌듯해하지 않는 건 아니다. “우리가 노조를 만들 때 다들 안 된다고 했다. 선배들도 자신의 경험에 입각해 ‘해보니까 안 되더라’며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지금은 스탭뿐 아니라 젊은 감독들까지 큰 관심을 쏟아주고 있다.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최진욱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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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뜻미지근한 반응, 이게 아니잖아. <괴물>에서 괴물의 모습을 디자인했던 장희철씨는 “<괴물>이 엄청나게 흥행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의외로 건조하게 답한다. “물론 참여한 사람으로 기쁘다. 하지만 이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봤다는 점보다는 내가 봉준호 감독의 마음에 드는 괴물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더 만족스럽다.” 그러니까 그의 관심은 자신이 얼마나 감독의 요구에 맞게, 그리고 영화에 어울리게 괴물을 디자인했는지이지, 자신이 그려낸 괴물이 얼마나 많은 관객의 탄성을 자아냈는지가 아니었다. 그의 개인적 감상이야 어쨌거나 <괴물>을 논함에 있어 그의 공로를 빼놓을 수 없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봉 감독과 함께 작업하면서 그는 수천장의 밑그림과 모형들을 만들었고, 결국 무시무시하지만 어딘가 어수룩한 모습의 영화 속 괴물을 창조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 온라인 게임업체의 아트센터 총책임자라는 ‘본업’을 갖고 있는 장희철씨가 주말에도 2~3시간만
<괴물>의 크리처 디자이너 장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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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날 이창재 감독은 새벽까지 쫑파티를 했다. <사이에서>의 상영이 끝난 것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신이 그려준 운명이 있다”고 믿는 이들을 따르는 무속다큐멘터리 <사이에서>는 지난 9월7일 서울과 부산의 5개관에서 개봉한 뒤 한달여 동안 대전, 대구 등지를 돌며 약 2만8천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이전까지 가장 많은 관객과 만난 <송환>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들여다보지 않았지만 쫑파티 분위기, 시종 화기애애하지 않았을까. “원래 내가 좀 감이 없다. 어제 술자리에서 너무 관객이 적게 들었다고 했더니 스탭들이 오버한다고 그러더라. (웃음)” 그를 흐뭇하게 한 건 수치나 타이틀이 아니다. 예상치 못했던 관객과의 만남이다. “한 아주머니가 메일을 보냈다. 자신은 무당이 되려는 것도 아니고 그런 쪽에 관심도 없지만 보고 난 뒤 가슴속 뭔가가 해소되는 걸 느꼈다고 하는데, 찌릿찌릿한 소통의 느낌을 여러 번 체험했다.” 인디영화를 챙겨 보는 마니아들의 성
<사이에서>의 이창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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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고 내년에 일본 갈 생각이다.” 농담이 아니라면 큰일날 뻔했다. 내년에 더 열심히 하라고 모신 자리인데, 접고서 훌쩍 떠나겠다는 협박부터 꺼내니 말이다. 일본영화를 적극적으로 소개하겠다고 CQN명동을 차린 지 벌써 1년. 본인은 “일본과 달리 극장 성수기와 비수기의 극심한 차이를 체감하고서 한국영화 시장에 관한 공부를 톡톡히 했다”고 하나 “때론 1일 관객이 20명에 불과한 상황”을 웃으며 견뎌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명동에 CQN이라는 아지트를 차린 뒤, <박치기!>를 비롯해 <린다 린다 린다> <유레루> <디어 평양> 등을 직접 투자·배급한 씨네콰논 이애숙 부사장. 올해를 두고 그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한다. “예전의 명동이 아니더라. (웃음) 극장 오픈하면서 투자한 것을 벌충할 만큼 수익을 거두진 못했다. 기대에 비해 60% 정도 해낸 것 같다. 다만, 새로운 도전이라면서 여기저기서 응원해주고 지지해주고. 주목을 끌어내는
일본영화 투자·배급사 씨네콰논 이애숙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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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늑대와 춤을>에 나오는 인디언의 이름은 독특하다. 추장은 ‘머리 속의 바람’, 제사장은 ‘새 걷어차기’, 백인 남자와 결혼하는 여성은 ‘주먹 쥐고 일어서’이다. 이름에는 새로 태어난 생명의 미래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게 마련이다. ‘머리 속의 바람’은 평원의 고단한 삶을 이끌어가는 부족장에게 요구되는 지혜, ‘새 걷어차기’는 날아가는 새도 이단옆차기로 떨어뜨리는 제사장의 신통력, ‘주먹 쥐고 일어서’는 남편이 죽으면 다른 남자에게 소속돼야 부족에 잔류할 수 있는 인디언 여자에게 요구되는 질긴 생명력을 염원하는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참 자연친화적이고 시적인 작명법인데, 영화를 볼 당시는 왜 반사적으로 웃음이 터져나왔는지 모르겠다. 아마 이런 게 아니었을까?
인디언의 이름은 사람의 동작이나 자연의 한순간적 상태를 묘사한다. 이건 인간을 자연의 한 부분으로 가정한다. 삶도 순간성의 사건이다. 이들의 이름은 기꺼이 자연의 한순간으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자리매김한다.
[유스토피아 디스토피아] 나쁜 명사(名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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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감독과 독자와의 대화’가 끝난 뒤의 일이다. 핸섬한 감독에게 여자들이 줄을 섰고, 핸섬한 감독은 여배우에게 선물로 받은 몽블랑 펜을 꺼냈다. 나는 조금은 부러운 표정을 지은 채 왼쪽 눈은 몽블랑 펜의 궤적을, 오른쪽 눈은 건너편 행사용 탁자에 쌓인 망고 주스를 보면서, 망고 주스를 달라고 하면 그냥 선선히 줄까, 아니면 독자들 마셔야 하니까 안 된다고 할까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누군가가 내게 와서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내게 사인을 해달라고 했다.
아니 내게도 팬이 생기다니, 겨우 한명이지만 기분이 좋군. 원래 내 팬들이 있는데 그동안 쑥스러워서 안 나타난 건지도 몰라, 이런 왕자암 말기 증상을 보이며 그 여자의 얼굴을 뚫어져라 봤다. 혹시 담양에서 편지를 보냈던 그 사람일지도 모르잖아?(내가 받은 유일한 육필 팬레터!) 그런데 그분은 더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그 여자분은 내 이름을 몰랐다. 사회를 봤으니 얼굴은 지금 막 알았겠지. <씨네21> 기자라는
[오픈칼럼] 애인과 보낸 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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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어언 20여년 전 이산가족 찾기는 끝났지만, 오늘도 ‘이산애인’ 찾기의 애절한 노래는 끝나지 않았다. 오늘날 만남의 광장은 KBS 앞이 아니라 인터넷 게시판. 단면 중의 하나, 어느 남성동성애자(게이) 사이트 ‘사람찾기’ 코너에 올라온 애끓는 사연들을 소개함다. “오늘 밤 9시 반쯤에 봉천역에서 5xx9번 타신 분?” 이어서 ‘그분’의 인상착의와 복장묘사가 나오고, “이쪽 분이신 것 같아서요^^;”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라고, 정말로 대책없다고, 그래서 어쩌자는 거냐고 생각은 들지만 그래도 얼마나 간절했으면. 일상의 남남상열지사가 봉쇄돼 있으니 이렇게 스치는 한번의 눈길도 간절할 수밖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고, 한순간의 눈빛에도 영겁의 세월이 스민다고 하지 않던가. 지하철, 사우나, 공항, 헬스클럽, 어디서든 눈빛이 마주쳤다고 생각하는 사람에 대한 미련은 살아서 꿈틀거리고. 소도시의 사우나에서 생긴 일. “이른 아침 목욕하고 나오는데 금테 안경
[이창] 즐거운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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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6월25일 이후/ 한반도 모든 마을에는 제삿날이 너무 많았다/ 또한 모든 마을에서는/ 제삿날조차 모르는 귀신이 많았다/ 나락 두 가마니 지던/ 김기석이 8월에 죽고/ 김기석의 두 아들 10월과 이듬해 1월에 죽었다/ 제사 지낼 핏줄이 끊어졌다.” 고은의 <제삿날>이라는 시의 일부다. 6·25 전쟁 3년 동안 울린 살육의 포성은 어떠한 대지진보다도 끔찍했다. 폭격이 잦아들라치면 학살이 이어졌다. 이 난리통에 무려 5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남북한 인구가 대략 3천만명이었다. 이데올로기를 앞세운 광포한 전쟁의 소용돌이 앞에서 가족 중 적어도 누구 하나는 죽어야 했다.
“팔 한쪽 성한 것만으로”도 위안이 됐던 시절이었다. 대구, 부산, 진해, 마산 등 피난지를 중심으로 영화제작이 이뤄지긴 했으나 온전한 조건이 마련됐을 리 없다. 신상옥 감독의 <악야>(1952)는 “배우들이 모이면 그때그때 몇컷씩 찍는 방식으로” 대구에서 가까스로 완성됐다.
[한국영화 후면비사] 아리랑과 동막골, 어디에도 없었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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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조사에 의하면 <식스 센스>의 결말을 아무런 힌트없이 한 시간 내에 예측한 사람이 전세계에 5천명 정도가 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대단하다. 영화 막판 브루스 셔츠 등짝에 밴 핏자국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도 일순 ‘앗, 누가 저기에 초코 시럽을?’ 따위의 옥시크린적 생각이나 했던 필자 같은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그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경이가 아닐 수 없다.
<쏘우>도 마찬가지였다. 주변에서 이 영화의 ‘범인’을 끝나기 20분 전에 알아냈다느니, 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느니 등등의 얘기를 하고 있을 때, 필자는 조용히 이렇게 되뇌었을 뿐이었다. ‘그래, 그래도 전세계 인구 중 5천명밖엔… 5천명밖엔….’ 그래서랄까, 하여튼 필자는 <쏘우>의 주최쪽이 붙이고 있는 ‘퍼펙트 스릴러’라는 장르명을 다른 것으로 교체하고픈 욕구를 매우 강하게 느낀다.
<쏘우> 시리즈는 매년 하절기에 접어들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는 자칭 공
[투덜군 투덜양] 투덜군, 자칭 호러 <쏘우3>에 새로운 장르명을 제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