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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브룩하이머, 지나 데이비스, 마이크 피기스 등… TV 방송국으로 몰려드는 인재들
성격파 배우 제임스 우즈의 2000년대는 우울했다. 기억에 남는 영화라고 해봐야 <겟 쇼티>의 지지부진한 속편 <쿨!>과 패러디영화 <무서운 영화3> 정도가 전부였다. 들어오는 대본이 점점 뜸해지는 건 참을 만했다. 그러나 대본들의 질이 갈수록 형편없어지는 건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우즈는 B급 비디오 직행 영화계의 수렁으로 발목을 잡아채는 할리우드를 벗어나 새롭게 시작할 장소를 환갑의 나이에야 발견할 수 있었다. 브라운관의 세계다. “지난 몇년간 영화 산업이 처한 끔찍한 상황을 지켜보며 비통해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TV는 달랐다. 내가 젊었을 때만 해도 할리우드 사람들은 TV를 멸시했다. 요즘은 TV를 켤 때마다 놀라울 정도로 흥미진진한 시리즈를 매주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우즈는 <CBS>의 새로운 법정드라마 <샤크>에 출연하기로
할리우드발 TV행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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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TV드라마가 한국에서도 전성기를 맞고 있다. 공중파를 통해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드라마만 소개되던 과거에 비해 케이블TV의 활성화와 다양한 DVD의 출시 등에 따라 한국에서 ‘미드’(미국 드라마) 팬들이 급속히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열혈 미드 마니아인 불법 다운로드족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한국 시청자가 <CSI> <24> <위기의 주부들> <로스트> <그레이 아나토미> 같은 최신 미국 드라마에 열광하는 데는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최근 들어 미국 TV드라마가 ‘혁명’이라는 단어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나날이 변화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드라마의 과거, 현재, 미래를 미국 현지에서 조망해본다. 아울러 ‘혁명’의 중요한 힘이 된 창조적인 인물들과 한국의 영화인들이 눈여겨보고 있는 미국 드라마를 알아봤다. 또 한국에 아직 공식적인 루트로 소개되지 않았으나 돌풍을 일으킬 여지가 있는 미국 드라마를 소개하고, 한국에서
미국 드라마, 황금시대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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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의 설렘을 기억하는 여우
“그림 좀 다시 보여줄래요?” 아무래도 걱정되나보다. 손예진은 사진기자에게 자신의 표정과 자세가 ‘얹혀질’ 애니메이션 장면을 재차 보여달라 한다. 하긴, 스튜디오에 거울 하나 세워놓고 “자, 이제 여우비로 변신해주세요”라는 난감한 주문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하는 일이 쉽진 않을 것이다. “합성이 될 최종 그림을 상상하면서 표정을 지어야 하니까 좀 힘들긴 하죠.” 이런 난처한 경험이 처음은 아니다. 촬영을 끝내고 난 뒤, 손예진은 <천년여우 여우비>(1월25일 개봉)의 캐릭터 스케치만을 보고서 10살배기 소녀와 100살 먹은 오미호(五尾狐)로 수시로 둔갑해 갖가지 기성(奇聲)을 흘려야 했던 때의 곤혹스러움부터 털어놓는다. 덧붙여 자신의 목소리가 진기한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던 순간의 설렘과 기쁨에 대해서도 슬쩍. 난생처음 목소리 연기를 하면서 느꼈다는 그의 감정들은,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 요요들과 함께 인간세계에 뛰어든 뒤 사랑이라는 낯선 기류
애니메이션 <천년여우 여우비>의 ‘여우비’ 목소리 연기한 손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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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1월17일
장소 대한극장
이 영화
마야문명이 쇠락해가던 때, 전사의 아들로 자란 ‘표범 발’은 아내와 외아들을 두고 부족 동료들과 평화로이 살던 중 타 부족의 기습을 받는다. ‘표범 발’의 부족보다 앞선 문명을 가진 그들은 인근의 또다른 부족까지 공격해, 성인 남녀들을 끌어간다. ‘표범 발’과 그 부족원들은 가뭄과 역병으로 황폐해진 땅을 구원해달라는 그들의 제사에 바쳐질 제물. ‘표범 발’은 부족 땅에 숨겨두고 온 아내와 자식에게 반드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죽음의 제단을 극적으로 탈출한다. 침략자 부족의 장수는 제 아들의 죽음에 복수하기 위해 ‘표범 발’을 집요하게 뒤쫓는다.
100자평
<아포칼립토>는 원시부족의 사냥 장면으로 시작하여, 평화로운 부족이 (마야 문명권의) 지배족들에게 습격당하여, 납치되고 도주하는 장면들로 서사의 몸통을 이루고, 마지막에 서양인의 배가 해안선에 닿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주인공 부족의 원시적 삶과 전투, 그들이 굴비처
야만의 관점에서 바라본 야만의 문명 <아포칼립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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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예매 사이트 맥스무비가 선정한 네번째 ‘최고의 영화상’이 발표됐다. 1월 2일부터 17일까지 온라인 투표로 진행됐고 맥스무비와 채널CGV가 공동주최하는 ‘최고의 영화상’은 총 10개 부문에 걸친 수상작을 1월17일 발표했다. 작품상은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 스타>에 돌아갔고, 감독상은 <괴물>을 만든 봉준호 감독이 차지했다. 외국영화상은 조니 뎁이 열연한 <캐리비안의 해적-망자의 함>이 거머줬다. 국내 최대 영화예매 사이트답게 이번 영화상 투표에 참여한 네티즌은 42만 5613명에 이르렀다. 국내 영화담당 기자들과 외신기자 50명이 투표했고, 올해 처음 신설된 기자가 뽑은 신인상은 <천하장사 마돈나>의 류덕환이 수상했다.
맥스무비 최고의 영화상 시상식은 2월 6일에 열리고 투표에 참여한 네티즌이 직접 시상한다.
수상내역
-최고의 작품상 <라디오 스타>
-최고의 감독상 <괴물> 봉준호
-최고의 외국영화상 <
네티즌, <라디오 스타>와 봉준호를 선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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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동에 사주카페가 성업 중이라고 한다. 고객의 대부분이 대학교육을 받은 20~30대라고 한다. 점치는 성향은 대략 학력과 반비례하는 걸로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내가 아는 한 역술인에게 들은 얘기로는 한국에서 가장 점을 안 치는 부류는 농부들이다(어부나 광부도 마찬가지일 게다). 가장 점을 자주 보는 사람은 사업하는 사람들이다(정치가나 연예인도 여기 속하지 않을까?). 그에 따르면 점치는 성향과 관계가 있는 결정적 변수는 학력이 아니라 직업의 성격이다. 나는 이 경험적 통찰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농부가 점을 안 치는 건 점을 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농사는 절기에 따라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고, 노동의 성패는 자신의 성실성에 달려 있다. 변수가 있다면 돌발적인 기상 상황이다. 이 사태는 농부 개인의 힘으로 예방이 어렵다. 그래서 농부는 미래를 알고자 하는 대신 좋은 미래를 무작정 기원한다. 비를 달라고 기도하는 기우제는 일종의 기도이다. 하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음악카페)-(사주카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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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했냐고 물어보면 딱히 할 말은 없다. 스물일곱 나이가 너무 아깝다고 버럭 화를 내던 친구도 있었으나 그저 자연스럽게 찾아왔다는 느낌. 가끔은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막막해 씩 웃어 보이곤 했다. 어느 순간 왜 하려는지조차 잊은 채 12월9일을 향해 앞만 보고 달린 듯도 하다. 한달여가 지난 지금은 “결혼하니까 어때?”라는 질문을 받는 순간에만 내가 기혼녀라는 사실을 가물가물한 기억의 저편에서 끄집어내곤 한다. 12월9일 이후 주위 사람들은 내가 화성인이라도 된 양 어색해하지만 현재의 내 생활은 스물일곱해 중에서 그나마 평온한 쪽에 속한달까.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혹은 가장 아름다운 신부.’ 이런 최상급의 단어들은 한번도 꿈꾼 적 없던 인생이었다. 천상에서 내려온 것 같은 순결한 웨딩드레스나 꿈결처럼 종이 울리는 아름다운 결혼식 따윈 내 바람과 멀었다. 가족과 직장 동료들 앞에서 사랑 운운하는 낯간지러운 선서를 해야 한다니 상상만 해도 괴로웠을 뿐. 사실 내가 꿈꿔왔
[오픈칼럼] 결혼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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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인기배우 오다기리 조는 패션을 메시지라 정의했다. 한국 버전의 한나(<미녀는 괴로워>)는 어울리지 않는 패션은 악, 진심은 내면이라 말했고, 한국의 27% 여성들은 남자들의 스키니가 꼴불견 패션 1위(모 쇼핑몰 설문 결과)라고 주장했다. 패션에 대한 세개의 독설. 이를 종합해보면 패션은 몸의 메시지며, 그 메시지는 진심이여야 하고, 그 진심은 몸을 배반해선 안 된다. 패션의 외모결정론설. 결국 패션은 외모를 중심으로 돌고, 진심은 외모의 변주로 읽힌다.
오다기리 조의 요지는 간단하다. 자신의 생각을 패션을 통해 전달한다는 것. 수상후보에 오르지 못한 서운함은 여고생의 양 갈래 삐친 머리로, 히피에 대한 갈망은 노숙자 스타일의 의상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한국 버전의 한나는 패션과 메시지는 일정 정도의 ‘어울림’을 전제로 해야 한다며 이에 이의를 제기한다. 다분히 자기 고백적인 주장. 뚱뚱한 여자의 새틴 드레스는 섹시해 보이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 아니라 섹시할 수
[오픈칼럼] 타인의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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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반려동물(伴侶動物)은 없지만 반려물건(伴侶物件)은 있다. 내게는 너무도 소중한 빨간색 엠피스리(MP3) 플레이어, 그것이 언제나 내 곁을 지키는 반려물건이다. 우리는 2006년에 만났다. 그해 최고의 구매는 MP3였고, 최악의 구매는 디지털카메라였다. 그리하여 서른다섯에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내가 정말로 사랑한 것은 역시나 음악이었다고, 소리에 매료되니 ‘그놈 목소리’에 집착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MP3 플레이어는 한 시간이 넘는 출퇴근길의 성실한 동반자요, 님들을 만나러 가는 여행의 유일한 동행이다. 그분을 만나고 못 만나는 일은 하늘의 뜻이지만, 그분을 못 만나도 그것이 있으니 위로가 없진 않았다. 집을 나서서 처음으로 꺼내고, 집에 도착해 마지막으로 가방에 넣는, 나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 그래서 휴대폰이 없으면 불편하지만, MP3 플레이어가 없으면 불안하다. 불만은 위로받지 못하고,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번잡한 길에서 이어폰을 꽂으면 아늑한 고립이 찾아
[이창] 반려물건(伴侶物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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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중국 춘추시대에 묵적(墨翟)이란 사내가 있었다. 성은 묵이요 이름은 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당시 다섯 가지 형벌 가운데 ‘묵형’이란 게 있었는데, 얼굴에 죄명을 먹과 침으로 찍어 넣는 비인도적인 신체형이었다. 묵적의 성 ‘묵’은 그가 묵형을 받은 뒤 이를 자기 성으로 삼은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그의 제자들은 그를 높여 묵자(墨子)라 불렀다.
그는 중국뿐 아니라 세계 사상사에서 매우 독특한 획을 그은 사상가다. 이천 몇 백년 전에 활동한 그는 오늘날 읽더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철저한 사해동포주의를 제창했다. 어버이처럼 가까운 이부터 사랑한 뒤 이를 넓혀나가라고 가르친 공자의 인(仁)을 그는 ‘차별적인 사랑’(別愛)이라고 비판했고, “모든 사람을 차별없이 두루 사랑하라”(兼愛)고 가르쳤다. 그가 직접 쓴 것으로 보이는 <묵경>(墨經)에는 “여자 노예도 사람이다. 여자 노예를 사랑하는 것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남자 노예도 사람이다. 남자 노예를
[영화읽기] <묵공> 되살아난 묵자의 이상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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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겨서 죄송한 사람이 있다면 잘생겨서 억울한 사람도 있다. 최근 <디파티드>와 <블러드 다이아몬드>, 그리고 비디오로 <셀러브리티>를 빌려 보고 나서 든 생각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바로바로바로바로~(재용아, 누나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다. <디파티드>를 보면서 ‘짜식 연기 좀 하네’, ‘나도 이제 연기파라 이거지?’ 하다가 <셀러브리티>를 보면서 불현듯 깨달은 것이다. 우리 디카프리오는 원래 연기를 잘했다고.
생각해보면 바짝 마른 몸의 정신지체아 어니(<길버트 그레이프>)일 때부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연기파 소년이었다. <배스킷볼 다이어리>나 <토탈 이클립스>를 찍을 때만 해도 그에게는 반항아 이미지를 지닌 핸섬가이이면서 동시에 실력있는 젊은 배우라는 타이틀이 놓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모든 것을 망쳐(!)놓은 게 <타이타닉>이다. 이 영화 이후 그는 핸섬가이의 아이콘에
[투덜군 투덜양] 그래도 멋있게 남아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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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다 가끔 이런 말을 할 때가 있다. “뭐야, 이거 TV드라마 같잖아.” 이럴 때 TV드라마란 말은 영화에 비해 수준이 떨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허황된 스토리의 영화를 보면서 “이거 만화네. 만화”라고 말할 때처럼. 그러나 만화나 TV드라마가 수준 낮다는 인식이 옳은 것은 아니다. 만화가 독자적 대중예술장르인 것처럼 웬만한 영화보다 나은 TV드라마도 존재한다. 특히 최근 국내 방영되는 미국 TV드라마는 근자의 할리우드영화보다 흥미로울 때가 많다. <CSI>를 보면서 영화로 만든 요즘 범죄스릴러물이 오히려 시시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케이블채널에서 <CSI 데이>를 시청하느라 하루를 보내다 보면 갑자기 이런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제 영화의 시대가 끝난 것 아닌가?
변화는 오래전에 예고된 것이기도 하다. 80년대 중·후반부터 불어닥친 미디어 기업간의 인수, 합병은 거대 미디어 그룹의 탄생을 재촉했고 영화와 방송은 뗄 수 없는
[편집장이 독자에게] TV드라마의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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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 넘버 원, 엄정화와 박용우. 커플 넘버 투, 한채영과 이동건. 그리고 커플 넘버 쓰리와 포? 영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의 캐스팅이 확정됐다. 극 중에서 두 부부는 서울과 홍콩에서 상대 파트너와 하룻밤을 보내고, 그 인연은 이후 새로운 연애로 발전한다. 김선미 작가의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는 1990년대 후반 씨네2000과 씨네21의 시나리오 공모 당선작이다. 이후 2003년부터 작품을 다시 개발하고 김진 작가의 각색을 거쳐 현재의 이야기구조가 형성됐고, 작년 가을에 정윤수 감독이 연출하기로 결정했다.
일부 언론의 보도와는 달리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는 스와핑에 관한 영화는 아니다. 결혼한 두 남녀가 각자 새로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씨네2000측은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는 결혼한 두 부부가 한 공간에서 같이 만난 후, 다른 공간에서 재회하는 구조의 이야기다. 본
엄정화, 박용우, 한채영, 이동건, 한 영화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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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에 부활한 태권V와 무서운 할매들이 맞붙었다. 1976년작을 복원한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V>가 맥스무비를 제외한 예매 사이트 세 곳에서 1위를 차지했다. 김청기 감독의 <로보트 태권V>는 한국 애니메이션으로는 드물게 175개관에서 개봉하며 극장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로보트 태권V>의 과감한 배급전략은 예매에서 일단 긍정적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맥스무비 김형호 실장은 “지난주보다 전체 예매량이 감소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박스오피스 전체가 20% 내외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이 비수기로 들어서면서 초반 예매율이 높은 영화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이다. <로보트 태권V>는 유난히 초반 예매 관객이 많다. 영화를 보통 두명이 본다는 걸 가정하면, 1인당 예매량은 통상 2매가 기준이 된다. <로보트 태권V>는 2.7매 정도다. 헐리우드 애니메이션이 2.5매 수준인데 2.7~8매는 매우 높은 수치다. <로보트
<로보트 태권V>, 예매시장에서 선전, 1월 3주차 예매순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