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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연기를 하면 아무도 그게 연기인 줄 모른다. 백제 병사든 중국집 배달부든 그냥 그 사람이 되어버린다. 시나리오를 철저히 읽고 디테일을 끌어내는 솜씨가 일품이다. 농협 여직원에게 꽃을 전해주다 뒤에 오는 사람과 부딪치는 작은 장면에서조차 눈빛과 몸동작을 정말 맛깔나게 무쳐내더라. 친화력도 좋아서 같이 일하는 스탭들을 편안하게 해준다. 현장에서 매우 사랑받는 배우다.”(이준익 감독)
영월로 ‘좌천’된 최곤(박중훈)과 박민수(안성기)의 주위엔 항상 그가 있다. 퉁명스레 자장면을 갖다 주던 배달부 총각은 어느샌가 그릇 수거를 기다린다는 핑계로 슬금슬금 엉덩이를 비비고 들어와 조정실의 한 식구가 된다. <라디오 스타>는 다양한 조연의 소박한 사연들로 완성되는 영화다. 김광식은 배달부 장씨를 순박한 영월시민1, 2, 3 중 하나로 생각하지 않았다. 배우의 연기력이란 곧 상상력이라고 믿는 그는 “영월의 시선”이란 구체적인 주석을 장씨에게 달았다. “최곤을 모두가 반기진
머시기가 거시기될 때까지, 김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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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가족>의 연 역할 때문에 여러 사람을 만나봤지만, 그중 이 사람에겐 나이답지 않은 고상함이 있었다. 점잖고 어른스러운 젊은 여자랄까. 그 나이대엔 발랄하고 통통 튀는 여자들이 인기를 얻곤 하지만, 난 백정림을 통해 다른 여자를 보여주고 싶었다. 황정민과 좋은 연기를 많이 보여줬는데 분량상 편집이 많이 돼 가장 미안한 배우이기도 하다.”(임상수 감독)
그가 카메라 앞에 서자 날렵하게 떨어지는 170cm의 실루엣이 벽에 드러워진다. 화사한 미소 대신 그는 눈밑에 움푹 그늘이 지도록 고개를 숙인 채, 숨을 고르는 권투 선수처럼 입가를 훔치는 포즈를 취한다. 낮은 목소리와 강단있는 눈빛, 어른스러운 차분한 분위기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은근히 공존하는 인상을 만든다. 연기를 전공하지도, 연극 무대에서 경력을 쌓지도 않았던 스물다섯의 ‘생짜 신인’ 백정림은 <바람난 가족>에서 변호사 주영작(황정민)의 애인 연 역할로 강렬한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당시 소속사는
청춘을 거스르는 진한 향기, 백정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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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구도 작고, 꾸부정하고, 머리도 벗겨졌고. 영락없는 소시민이잖나. 근데 억눌림 이면의 억울함이나 분노 같은 감정들까지 복합적으로 보여준다. <킬리만자로>를 보면서 느꼈고, <짝패> 때 그런 장점을 살리려고 했다.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마스크에 선생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덧붙여지면 캐릭터가 확 살아난다. 준비도 철저하다. <주먹이 운다> 때는 일수쟁이 의상을 직접 구해서 입고 오셨다. 입김 우려서 도장 찍는 연기를 보면서 몇번이고 놀랐다. <짝패>의 살수 역 때도 흥얼거릴 노래까지 준비해오셨다. 저예산 프로젝트라 저작권 문제 때문에 결국 쓰지는 못했지만.”(류승완 감독)
“다들 선한 얼굴이라고 해. 그래서 만날 소시민이지 뭐.” 김기천은 지금까지 주로 새가슴을 가진 인물들을 연기했다. 아들을 빼내기 위해 형사에게 뇌물로 보신탕을 안기는 아버지(<범죄의 재구성>), 보일러실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공포를 평생 안고 살았을
새가슴 소시민의 두 얼굴, 김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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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같으시다고 할까, 두눈에 낭만적 세계를 꿈꾸는 듯한 표정이 있다. 남들 쉴 때도 조용히 책을 읽으시고. 목소리도 속삭이듯 하고 절대 남 험담도 불평도 안 하신다. ‘때묻지 않은’이라는 표현이 가장 정확하겠다. 연기할 땐 심층적으로 파고들어 인물에 얽힌 여러 가능성을 고민하시는데, 그 과정에 문학적 소양이 드러나더라. 영군 엄마는 내가 창조한 캐릭터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인물이다. 영군이 왜 저렇게 됐는지 알 수 있다. 멀쩡하다가도 어느 순간 형광등 퓨즈가 나가듯 ‘삑사리’를 내는데 소녀 같은 이 분이 그걸 연기할 때 참 좋았다. 할머니 유골과 순대 소금을 혼동하거나, 자기가 사이보그라는 딸을 붙잡고 ‘몸은 괜찮아? 먹고 싶은 거 없어? 무라든가…’ 하는 장면은 지금도 보면 흐뭇하다.”(박찬욱 감독)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의 영군 엄마 얘기가 나오자, 눈가에 벌써 애틋한 기색이 번진다. “엄마와 딸은 정신이 나갔고, 가장으로 이들을 먹여살리기까지 하는데
조용히 내뿜는 거역할 수 없는 광기, 이용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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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는 많은데 배우가 없다는 탄식이 충무로 안팎에서 새어나온 건 최근의 일이 아니다. 스타덤의 후광이 단 한번이라도 스크린에서 번쩍이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활활 타올랐다 얼마 못 가 이내 사그라지는 1회용 성냥처럼 기대만 잔뜩 부풀려놓고 순식간에 빛을 잃는 반짝 스타들의 사례들을 무수히 보지 않았던가. 게다가 A급 감독들이 배우를 만들고, 또 키우려 하지 않고 이미 검증된 A급 배우들과만 작업하려 하니 충무로의 배우 기근은 날이 갈수록 심화된다는 한 제작자의 푸념까지 들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배우가 아예 없는 게 아니라 배우를 맘껏 쓰지 못하는 게 아닌가. 그런 환경이 문제가 아닌가 하는.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감독들에게 문득 충고 대신 숙제를 던지고 싶었다. 당신이 맘껏 부리지 못한 재능들은 없는가. 있다면 늦게나마 소개해달라고 말이다. 그러한 요구는 동시에 <씨네21>에도 해당되는 질타다. 스포트라이트에 취해 그동안 놓친 배우는 없었는지 자문해보라는. 어제보
감독 9인이 추천하는 숨은 실력파 배우 9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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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다큐 PD가 영화감독으로 인생의 자리를 옮긴 이유
사회의 순정을 믿는 이 감독이 새삼 궁금해졌다. 모르는 사람에게는 새로 소개하고 아는 사람에게는 환기시킬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스스로를 “단순무식하다. 겁이 없고, 뻔뻔하고, 통속적이고, 신파적이다.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이런 영화를) 할 수 있는 거다. 의외로 계산이 없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한다. 혹은 “원래는 진짜 생날라리다. 방송사 들어가면서부터 의식적이 된 것 같다. 내가 나를 어떻게 알겠나. 남들이 보는 내가 다 나겠지”라고 소탈하게 말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그는 방송사 프로듀서를 12년이나 하고 나서야 충무로 감독이 되었다. 중앙대 영화학교를 나왔으니 학교를 졸업하고 충무로에 들어가는 것이 순서였겠지만 그러질 못했다. 대학원에 떨어지고 나서 군대에 끌려갔고, 제대 한달을 남겨놓은 무렵 학교 선배인 강제규 감독에게서 전화가 왔다. “<은행나무 침대>라는 영화를 준비 중인데 시나리오도 같
<그놈 목소리>와 감독 박진표 Part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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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 수배극’이라는 슬로건을 건 박진표 감독의 신작 <그놈 목소리>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16년 전 있었던 실화 이형호 유괴살해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이며, 그의 세 번째 작품이다. 박진표 감독은 세편 모두 실화 소재의 영화를 만들었다. 소재가 된 사건의 전모, 급박했던 제작 상황, 영화 속 실제와 허구의 묘한 동거, 박진표 영화의 특징 등에 초점을 맞춰 <그놈 목소리>를 살펴본다. 그리고 현상 수배극이라는 영화를 만든 이 감독, 박진표는 누구인지를 덧붙인다. <그놈 목소리>를 통해 보는 ‘영화와 사람’, 박진표와 <그놈 목소리>에 관한 1인2색.
영화사에 기록된 유명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1976년 미국 댈러스에서 로버트 우드라는 경찰관이 총에 맞아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졌고, 랜덜 데일 애덤스라는 청년이 용의자로 체포되었다. 훗날 80년대에 우연히 한 다큐멘터리 감독이 다른 작품을 준비하다가 수감 중인 그를 만났을 때 그는 다른
<그놈 목소리>와 감독 박진표 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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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우드 할리우드>로 우리나라에 알려진 인도계 캐나다 감독 디파 메타의 <워터>가 인도에서 개봉한다. 인도 밖에서 인도의 이야기를 영화로 작업하는 감독으로 알려진 디파 메타는 촬영의 어려움을 겪었던 <워터>가 7년만에 인도에서 개봉할 수 있게 된 사실에 대해서 떨리거나 두렵지 않다는 담담한 소감을 밝혔다. <워터>는 1996년 작 <파이어> 1998년 작 <어스>에 이은 감독의 인도 이야기 3부작의 마지막 편이다.
1930년대 바라나시의 미망인 수용소를 배경으로 조혼과 매춘 등의 감춰진 악습을 영화화 하려던 감독은 2000년 인도 내의 반대로 인해 영화 촬영을 중단해야 했고, 결국 영화는 스리랑카에서 완전히 새로운 캐스팅으로 촬영될 수 밖에 없었다. 새롭게 촬영된 <워터>는 2007년 아카데미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최종 후보 5편 안에 들었으나 인도 영화가 아닌 캐나다 영화로 이름을 올렸다.
출연 배우
<워터>, 우여곡절 거쳐 7년만에 인도에서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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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에서 오스카를 미리 경험한다. CGV가 오스카 주요 부문에 후보로 선정된 네 편의 영화를 무료로 상영한다. 2월 5일부터 21일까지 CGV는 멤버쉽 회원을 대상으로 아카데미 후보작 <더 퀸>, <드림걸즈>, <아버지의 깃발>, <바벨>의 무료시사회를 개최한다. <더 퀸>, <드림걸즈>, <바벨>은 6개 부문의 후보에 올랐고 <아버지의 깃발>은 음향 관련 두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CGV가 상영하는 영화는 저녁 7시 반에서 8시 사이에 상영이 시작된다. 티켓은 상영 1시간 전 선착순으로 배부할 계획. 좌석은 150석, 1인당 두장의 티켓을 수령할 수 있다. 더 자세한 상영정보는 CGV 홈페이지참조. 제 79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2월 25일 열릴 예정이다.
영화명/일시/장소
더 퀸/2월 5일(월)/CGV북수원
드림걸즈/2월 7일(수)/CGV용산, CGV부천
아버지의 깃발/2월13일(화)/
CGV, 아카데미 주요 후보작 무료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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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코타, 내게도 목도리를 줘!
흠, 흠, 마이크 테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 됐군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샬롯의 거미줄>에 출연한 스프링 돼지 윌버라고 합니다. 스프링 돼지가 뭔지 궁금하시다고요. 스프링 돼지란 봄에 태어나서 크리스마스가 되면 입에 사과를 물고 통구이가 되어야만 하는 돼지를 말한답니다. 뭐, 정확하게 말하자면 저는 윌버 역으로 출연한 돼지 50마리 중 하나예요. 하지만! 다코타는 자기처럼 눈이 파랗다면서 저를 가장 예뻐했다고요. 그러니까 제가 이렇게 다코타를 소개하려고 이 자리에 나온 것 아니겠어요? 그럼 지금부터 예쁘고 영리하고 사려 깊은 다코타 패닝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사실 조금 질투가 나기는 하지만 다코타는 이미 사랑하는 애완동물이 있다고 해요. 두살에 글을 읽어 네살에 초등학교 1학년으로 월반을 했다는 똑똑한 다코타지만 어린아이는 어린아이인지, 아주 어릴 적부터 강아지가 갖고 싶다고 엄마에게 졸랐답니다. 그런데 엄마는 언제나 “
<샬롯의 거미줄>의 스프링 돼지, 다코타 패닝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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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1월31일
장소 서울극장
이 영화
1997년 5월, 18년에 걸친 보수당 치세가 끝나고 영국 노동당이 집권한다. 이에 엘리자베스 2세(헬렌 미렌)는 환호는 하지 않지만, 그녀가 윈스턴 처칠 이래 열 번째로 맞이하는 총리인 토니 블레어를 우아한 포즈로 인준한다. 넉 달 후인 8월30일, 찰스 왕세자와 이혼한 후 국민의 지지와 왕실의 미움을 샀던 다이애나 전 왕자비가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여름 별장에 머물던 여왕 가족은 법적으로 이미 왕족이 아닌 다이애나의 죽음이 사적인 문제라며 공식적 입장을 밝히지 않지만, 영국 대중의 비탄은 미디어의 부추김을 받아 냉혹한 왕실에 대한 분노로 번져간다. 측근의 조언에 따라 ‘민중의 프린세스’라는 표현으로 잽싸게 민심을 잡은 토니 블레어는 국민과 여왕 사이의 중재자를 자처하며 정치적 입지를 굳힌다. 군주로서 교육받고 평생을 산 늙은 여왕은 자신이 아는 유일한 가치대로 행동하지만 국민들로부터 고립된다.
100자평
왕실과 총리를 통해 보는 영국 사회, <더 퀸>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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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오브 타임>에서 시종일관 덴젤 워싱턴을 비꼬던 에바 멘데즈가 <클리너>에서 새뮤얼 L. 잭슨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레니 할린 감독이 연출하는 <클리너>는 범죄 현장 전문 청소업체에서 일하는 전직 경찰이 우연히 경찰에 보고되지 않은 범죄 현장을 청소하면서 벌어지는 스릴러. 에바 멘데즈는 살해 현장을 청소함으로써 모든 증거를 말끔히 청소해버린 새뮤얼 L. 잭슨에게, 살해당한 남편의 범인을 찾아달라고 호소하는 미망인으로 출연한다.
<클리너>는 1월29일 루이지애나에서 촬영을 시작했고, 에드 해리스, 크리스타 캠벨, 케케 파머 등이 함께 출연한다. 에바 멘데즈는 2월16일 미국에서 개봉하는 <고스트 라이더>에서 니콜라스 케이지의 상대역으로 출연하고, 촬영을 마치고 사후작업 중인 <위 오운 더 나이트>에서는 와킨 피닉스와 함께 등장한다. 또한 에바 멘데즈 스스로가 제작자로 참여하는 <라이브!>에도 출연한
에바 멘데즈, 레니 할린 새 영화 <클리너>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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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독식이다. 박진표 감독의 신작 <그놈 목소리>가 예상대로 예매시장을 압도했다. 주요 예매사이트를 모조리 석권한 <그놈 목소리>는 평균 43%의 예매비중으로 한동안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했던 극장가를 무난히 평정할 전망이다. 설경구, 김남주, 강동원이라는 화려한 캐스팅, 흥행작 <너는 내 운명>을 만든 박진표 감독, 1991년 이형호 유괴사건이라는 실화를 모티브로 한 요소 때문에 <그놈 목소리>는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던 영화. 언론시사 이후 찬반의 격론이 오가는 가운데, 개봉을 앞두고 3일간 진행된 일반시사의 반응은 폭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회의 회수가 많지 않아서 일반 관객들의 호기심은 더욱 증폭되는 분위기다.
<그놈 목소리>를 투자배급하는 CJ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일단 제목과 실화를 기반으로 한 소재 자체가 강하게 관객의 호기심을 끌어당기는 듯하다. 목소리가 담긴 티저예고편부터 놀랍게 강한 반응이 왔다.
예매시장 압도한 <그놈 목소리>, 2월 1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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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이면 한국 관객이 뭘 원하는지 불가사의할 것도 없을 것이다. 영화가 한두명의 유명한 빅스타를 캐스팅했다고 해서 수많은 관객을 끌어모으지는 못한다. 또한 현란한 CG와 인상 깊은 특수효과 그 자체만으로는 큰 변별점을 얻어내지 못한다. 1992년 대통령 선거 운동 시절, 빌 클린턴은 이젠 유명해진 한마디를 선거운동 조직위원들에게 퍼뜨리면서 유권자들이 정말로 무엇에 신경을 쓰고 있는지에 마음을 쏟도록 했다. “경제가 핵심이란 말이야, 이 둔한 사람아.” 2007년 한국 영화업계에도 이 말은 동일하게 적용될 여지가 많다.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이 둔한 사람아.
물론 한국 관객이 탄탄하면서 마음을 잡아끄는 이야기에 가장 좋은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보기는 쉽다. 반면 실제로 그런 이야기를 앉아서 써내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건 인정한다. 운좋게도 재예를 갖춘 작가들이 수년간 귀띔해준 것들은 전혀 부족하지 않다. 이런 충고는 2006년 어떤 영화들이 성공하고 실패했는지 그 이유에 대
[외신기자클럽] 시나리오작가들에게 고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