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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해야지, 뭘 어깨를 나란히 해
충무로 최고의 뉴스메이커이자 파워맨이 돌아왔다. 시네마서비스에서 손을 떼는 등 영화산업의 일선에서 물러나 연출에만 전념하겠다던 강우석 감독이 ‘백의종군 선언’을 깨고 충무로의 격전장으로 컴백한 것이다. 가족이 거주하는 캐나다에서 한달간 머물다가 귀국한 지난 11월19일 이후 그는 자신의 복귀를 선언하기라도 하듯 바쁜 행보를 펼치고 있다. 500억원 규모의 강우석 펀드를 거의 완성했으며, 시네마서비스를 다시 친정 체제로 꾸리며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했고, 나아가서는 충무로의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외치고 있다. 그의 이 같은 움직임은 그의 주장처럼 “충무로에 대한 애정과 충정”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지만, 다시금 충무로 최정상의 자리에 우뚝 서기 위해 ‘과욕의 승부’를 벌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강우석 감독에게서 그의 귀환에 관해 들어봤다. 영화만큼이나 거침없는 그의 반말투를 그대로 살렸음을 밝혀둔다.
-강우석 펀드는 다 구성됐나.
=어제(12
영화산업 최전선으로 복귀한 강우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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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은 유난히 남성팬을 많이 가진 남자배우다. 주변 이야기도 그렇지만 직접 현장에서 확인한 바로도 그건 확실하다. 세상에 많고 많은 멋진 남자배우 중에서 유독 “우성이 형”이 남성들에게 인기를 얻는 이유는 반항적인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긴 키를 구부정하게 접고 헷, 하는 표정을 지은 채 부조리한 세계를 뜨겁게 쏘아보는 그의 눈빛은 뭇 남성들이 갈망하는 무언가를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하다. 그 이미지의 상당 부분은 <비트>에서 그가 연기한 캐릭터 민이에게서 출발한다. 순수한 내면과 폭발적인 행동력을 가진 민이는 새로운 액션 캐릭터의 출현을 의미했다. 민이는 대의나 명분의 주먹이 아닌 허한 내면의 주먹을 휘둘렀고, 속도를 위한 질주가 아닌 절망을 향한 질주를 보여줬다.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정우성은 민이로 살아왔다. <태양은 없다> <유령> <무사>에서 그가 맡은 캐릭터는 조금씩 변주됐을지언정 본질은 민이와 그닥 다르지 않았다. 때문에 정우성이
열정은 꿈을 타고 자란다, <중천>의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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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는 어린 시절 별명이 형광등이다. 선발투수로 치면 슬로스타터(경기 초반엔 좀 헤매다가 시간이 갈수록 잘하는 타입)라고 할까. “웃기는 이야기에도 반응이 느리고 둔한 편”인 1980년생 여배우. 형광등의 ‘형광’은 반딧불을 뜻한다. 물가를 날며 반짝이는 반딧불이처럼 사람들 앞에 등장한 김태희는 사실 배우로 나서기를 오랫동안 망설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교복 모델을 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언니에게 제안이 왔는데 고등학생이라 민망해서 나를 시켰다. 너무 신나서 하더란다. ‘난 재능이 없으니까 안 될 거야’라면서 오랫동안 자신을 억눌렀던” 김태희는 의류학을 전공한 대학교 1학년 겨울 모델로 활동을 시작한다. <선물>의 어린 정연이 출발이었다. 일요일에 느닷없이 불려간 촬영에서 시를 읽는 중학생을 연기할 때만 해도 별 감흥은 없었다. “대학 생활 숙원이던 어학연수”를 떠나기 전 홍두현 감독의 <신도시인>에 출연을 제안받으며 그의 마음은 요동쳤다. “진로가 결
천천히 밝게 빛나는 별, <중천>의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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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시원해진다. 선남선녀란 말이 바로 이런 경우를 가리키는구나,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세속의 킹카 퀸카와는 뭔가 다른, 선계(仙界)에서 온 듯한 남과 여의 조우. 정우성과 김태희가 이승과 저승 사이의 상상 속 공간 ‘중천’의 두 주인공이 된 것도 당연해 보인다. 이들은 조동오 감독의 판타지 무협액션영화 <중천>에서 이승에서의 사랑을 사후세계에도 이어가는 커플로 등장한다. 열렬히 사랑하던 두 사람 중 세상을 먼저 뜨는 것은 연화(김태희)다. 그녀를 잊지 못하고 방황하던 이곽(정우성)은 어느 날 괴이한 기운에 끌려 중천 속으로 떨어지고 두 사람은 재회한다. 하지만 이곽이 만난 것은 연화가 아닌 소화다. 중천으로 오면서 이승에서의 기억을 모두 잊은 연화는 소화라는 이름의 천인이 된 상태. “판타지적인 요소나 액션보다 중요한 것은 이곽과 소화 또는 연화의 애처로운 사랑 이야기”라는 조동오 감독의 말에 따른다면 결국 <중천>을 이끌어가는 핵심은 두 배우의 멜로 연
선남선녀의 로맨틱 홀리데이, <중천>의 정우성,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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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귀환하지 못하는 자의 혼란을 그린 <웨이킹 라이프>의 마지막 대사는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필립 K. 딕의 <흘러라 내 눈물아, 경찰관이 말했다>에 대해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링클레이터는 <웨이킹 라이프>에 이어 애니메이션에 다시 도전하면서 아예 딕의 소설 <스캐너 다클리>를 영화화하기로 한다. 두 영화가 실사 촬영본 위에 애니메이션 작업을 더하는 로토스코핑 기법을 활용한 것 또한 현실과 꿈 그리고 이중적인 존재의 경계를 표현하는 데 더없이 어울린다. <웨이킹 라이프>에 비해 <스캐너 다클리>는 좀더 섬세하고 실사에 밀착된 애니메이션 기법을 선보이고 있으며, 마약과 통제사회로 집약된 주제는 좀더 어둡다. 감독 링클레이터와 주연 키아누 리브스, 딕의 딸 이사 딕 하켓, 제작자 토미 팔로타, 작가이자 딕 연구가인 조너선 리섬이 총집결한 DVD 음성해설의 내용이 다양하고 깊이있는 건 당연한 일. 사전에 시시껄렁한
[코멘터리] 필립 K.딕 원작에 충실하기 위한 끝없는 분석과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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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프레리 홈 컴패니언>이 로버트 알트먼의 유작이 되길 원하지 않았고, 그의 죽음 전에 도착한 DVD에 흔한 추도사 한마디 있을 리 없다. 그러나 <프레리 홈 컴패니언>이 분명 스완송이 맞기는 맞나보다. 극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나른한 여름날> <안녕, 엄마>가 나오자 바로 눈물이 흐른다. 개리슨 케일러와 메릴 스트립은 노래한다, “당신이 여기 있으면 좋겠다”고, “모두 편히 잠들었다”고. 죽음의 얼굴을 보며 어떤 경련이 일었기 때문일까, 알트먼은 죽음의 천사인 ‘위험한 여인’ 역이 왠지 싫어 영화 속 비중을 많이 줄였다고 한다. 그래도 영화엔 대략 15번의 죽음이 말해지고, 죽음의 천사가 찾아오고, F. 스콧 피츠제럴드가 친구하자고 미소짓고, 늙은 무명가수는 죽고, 라디오쇼엔 마지막 날이 찾아온다. 극중 편집된 10개 연주와 6개 광고의 확장 장면(30분), ‘쇼의 기원·각색·영화의 지도자·최고의 배우들·노래와 연주·종료’로
‘죽음의 천사’가 데려간 알트먼의 유작, <프레리 홈 컴패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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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영화는 해가 지는 바닷가에서 끝난다. 갓 사랑을 시작한 <5x2>의 남녀는 바다 멀리 헤엄쳐가고, 막 생명을 다한 <타임 투 리브>의 남자는 해변에서 한 발짝도 나서지 못한다. 사뭇 다른 두 결말의 정서는 같다. 그 사랑의 종말이 어떠했는지, 그 남자가 어떻게 죽음을 준비했는지 아는 우리는 상실의 아픔을 느낀다. 프랑수아 오종의 영화에서 죽음과 상실은 매번 등장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타인이 아닌 주인공 자신의 것이란 점에서 두 근작은 이전 작품들과 다르다. 외부의 악질에 대한 건조한 도전으로부터 자신의 상처 껴안기로의 주인공의 변화를 두고 오종의 성숙을 예측할 수도 있겠으나, 그게 혹시 정체기를 의미하는 건 아닐지. 그의 이름을 알린 단편 <섬머 드레스>에서 청년이 입었던 원피스는 이후 오랫동안 오종 영화의 상징처럼 자리했기에 사뭇 심각한 요즘 옷가지들은 어쩐지 그에게 안 어울린다. 거의 언제나 여름 바닷가에 머물렀던 사람이 다른 계절로 훌쩍 떠나
조금은 심각해진 프랑수아 오종의 근작들, <5X2> <타임 투 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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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은 어느새 이른바 서양 미술사 거장들의 국내 출입구가 되었다. 샤갈, 마티스, 피카소에 이어, 3년여 각고의 준비 끝에 르네 마그리트의 전시를 성사시켰다. 12월20일부터 2007년 4월1일까지 열릴 <초현실주의의 거장 - 르네 마그리트전>은 무려 100일이 넘도록 서울 한복판에서 성대하게 치러질 국내 최초 회고전을 표방했건만, 르네 마그리트는 이 대형 이벤트 이전부터 일찌감치 간접적 경로를 거쳐 우리의 시각 경험 속에 상주해왔다고 볼 수 있다. 인적 드문 을씨년스런 벌판을 배경으로 상체를 꼿꼿이 세운 중절모 신사의 강직한 뒷모습은 외압에 굴하지 않는 언론사의 이미지를 굳힐 목적으로 <조선일보>가 ‘할 말은 하는 신문’이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한짝으로 사용했던 도상이었다. 여기서 할 말을 한다는, 그 중절모 신사의 친숙한 뒷모습은 마그리트의 전작들을 통해 발견되는 단골 아이콘이기도 하다. 한편 불과 몇달 전까지 신세계백화점 명동 본점이 보수공사 기간 중
12월20일부터 회고전 열리는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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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오의 손가락> 피터 앳킨스 지음/ 이레 펴냄
<갈릴레오의 손가락>은 유머러스한 과학교양서다. 옥스퍼드대학교 화학과 교수인 피터 앳킨스가 쓴 이 책은 부제 그대로 ‘과학의 10가지 위대한 착상들’을 다룬다. 수학과 과학 과목들에 능숙하지 못했던 사람들이라면 ‘과학’ 책이라는 이유만으로 질려버릴지도 모르지만, 저자는 전문적인 설명과 유머를 적절하게 혼합했다. 응용이라는 거대한 참나무로 자라는 착상의 도토리 10알을 모아 책으로 써낸 것이다. 진화·DNA·에너지·엔트로피·원자·대칭성·양자·우주론·시공간·산술은 각기 분리된 장으로도 읽히지만 생물학에서 수학까지의 순서는 산등성이를 오르듯 점진적인 이해를 돕는다. “시공간을 가로질러, 추상화의 극치인 수학이라는 산마루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는 과학자들 이름에서 시작, 익숙한 개념, 그리고 개념들간의 상호관계에 이르는 설명은 전문적이지만 또한 이해하기 쉽다. 앳킨스가 비유에
낄낄 웃다 보니 과학이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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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다미엔 라이스/ 워너뮤직 발매
영화 <클로저>의 삽입곡으로 다미엔 라이스의 <The Blower’s Daughter>가 주목받은 것은 그의 앨범 <O>가 발매되고도 2년 뒤였다. 이제 알 사람들은 알지만 다미엔 라이스의 솔로 데뷔앨범 <O>는 느리고 꾸준하게 인정을 받아 영지를 넓혔다. 그의 음악은 복잡하고 자극적인 사운드를 쓰지 않았다. 기타와 피아노, 첼로에 기초한 포크팝 사운드는 어떤 부재의 느낌을 선명히 하면서도 메마르지 않은 세계를 아담히 다져놓았다. 라이스의 섬세함과 지성은 실낱같은 잎맥 하나까지 손가락으로 감지할 것 같았고, 그것은 허약하거나 느끼하지 않아서 두고두고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었다.
4년 만에 나온 신보의 제목은 ‘9’이다. 애초에 라이스가 붙이려고 했던 건 ‘암탉 하나가 미수정란 위에 앉을 거예요’(A Hen Will Sit On An Unfertilized Egg), ‘넌 그녈 사랑해,
격한 감정의 기복, 그 애매모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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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12월25일(월) KBS2 오후 4시10분
“사람이 되면 날 사랑해주실 건가요?” 입양된 로봇 데이비드(할리 조엘 오스먼트)에게 온 세상과도 같던 엄마 모니카. 하지만 친아들이 돌아오자, 그녀는 데이비드를 숲에 유기하고 만다. 두려움과 죄책감, 애정과 슬픔이 한데 교차하는 마음의 풍경을 표현해낸 것은 프랜시스 오코너. 영국에서 태어났으나 2살 때 호주로 건너간 그는 할리우드에 발을 딛기 전부터 호주의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경력을 쌓아왔다. 오코너에게 호주 너머의 지명도를 안겨준 것은 <키스 오어 킬>. 살인범의 혐의를 쓰고 착란 증세에 시달리는 니키를 연기한 그는 몬트리올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제2의 연기인생을 열었다. 단아하면서도 우아한 외모는 때론 영혼을 악마에게 팔고 싶을 정도의 매력을 뽐내기도 했지만(<일곱가지 유혹>), 그를 진정 빛나게 한 것은 <맨스필드 파크> <임포턴스 오브 비잉 어니스트>
[앗! 당신] 자유라는 이름의 당당함, 프랜시스 오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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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자원부> EBS 12월23일(토) 밤 12시
노동문제를 영화의 화두로 삼는다는 점에서 프랑스의 로랑 캉테는 영국의 좌파 감독 켄 로치와 비교되곤 한다. 그러나 로랑 캉테는 “나는 질문은 던지지만 대답은 주지 않는다. 또 어떤 사회적 그룹과 그 안에 속한 개인 사이의 갈등이 나의 주된 관심사다. 노동자 계급을 택한 건 그런 갈등이 더 부각될 수 있어서이기도 하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영화를 켄 로치 영화와 구분한다. 켄 로치가 하층 계급의 삶에 직접적인 방식으로 개입하며 강력한 메시지를 선언한다면, 로랑 캉테는 어떤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이야기를 구성하지는 않는다. 그는 오히려 대안없는 현실을 별다른 희망의 가능성조차 없이 보여줄 뿐이다. 여기에는 투쟁의 의지도, 변혁의 가능성도 없어서 때때로 무기력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암담한 현실을 떠올린다면 이것이야말로 가장 ‘사실적’인 태도인지도 모른다.
<인력자원부>는 20대 초반의 엘리트 프랑이 아버지가 30
노동문제에 대한 사실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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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상상마당 올해의 단편으로 선정된 <Off-Course, 길에서 벗어나다>는 윤동혁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무수히 많은 연습작과 막대한 빚을 안겨준 첫 작품 이후에 찾아온 절호의 기회였다. “약 1년 동안 지방에서 일을 하며 돈을 갚고, 영화를 완성시켰다. 그러고 나서 <Off-Course…>를 제의받았는데, 10만원만 있어도 할 수 있을 것 같더라. (웃음)”
윤동혁 감독은 원래 회화를 전공했다. 거의 10여년을 공부한 그림이었지만, 막상 졸업이 다가오자 고민도 함께 따라왔다. “미술계의 수직구조 같은 시스템과 타협해야 하는 문제가 마음에 걸렸다.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떠오른 게 영화였다.” 그림에서도 내러티브를 담으려 했던 그에게는 영화도 하나의 그림을 만드는 작업이나 마찬가지였다. 1년만 해보고 아무런 비전이 보이질 않으면 미련없이 헤어지려 했던 영화였지만, 결국 실패를 거듭하다 보니 어느새 1년이 지나 있
KT&G 상상마당 올해의 단편 의 윤동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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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세계의 무한팽창능력
공자관을 아느냐는 질문에 예, 라고 답하면 남성일 것이다. “중국 감독이냐?”고 반문하면 에로비디오가 끔찍한 공공의 적이라고 생각하는 남성이거나 아님 여성이다. 일반화하긴 좀 그렇지만, 인터뷰에 앞서 한 신입기자는 그의 대표작 리스트를 단박에 토해낸 반면 사진기자는 공자관의 국적부터 궁금해했다. 알 만한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공자관은 <깃발을 꽂으며> <만덕이의 보물상자> 등 14편의 장편 출시작을 내놓으며 업계에서 각광받던 에로비디오 감독이다. 그런 그가 장편독립영화를 만들었다. 제2의 봉만대, 라는 수식은 그래서 나온다. 감독 지망생인 진규가 생계를 위해 에로비디오 <올 누드보이>의 조감독이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담은 <색화동>(色畵動, The Sex Film)은 올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두 차례 상영됐다. “상영이 끝나고 GV를 하는데 관객이 영화 속에서 다 풀어내지 못한 에피소드들을 궁금해하더라
서울독립영화제 상영작 <색화동>의 공자관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