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드 팬들은 싫어했었다. 숀 코너리, 로저 무어, 피어스 브로스넌 등의 뒤를 이어 대니얼 크레이그가 제6대 제임스 본드로 확정됐을 때 팬들은 “촌스럽게 생겼다”, “키가 작다”, “금발이다” 따위를 이유로 들면서 본드와 크레이그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있음을 주장했다. 지난 11월17일 미국과 영국에서 동시 개봉한 <007 카지노 로얄>은 개봉 3주차 주말까지 미국 내에서만 1억1600만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고 평단에서도 굉장히 호의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제 크레이그는 6대 본드로서 전세계 다수의 인정을 받았다. 21번째 시리즈물 <카지노 로얄>에서 전례없이 거칠고 말썽 많은 스파이로 분한 그를 지난 12월1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까다롭고 완고한 인상과 달리 대니얼 크레이그는 어눌한 말투와 천진한 웃음소리를 이어가며 인터뷰에 응했다.
-많이 받은 질문일 텐데, 한국에 처음 온 소감.
=이전에도 한국에서 열리는 영화제 등의 행사 때 와달라는 초
본드의 금빛 도약, <007 카지노 로얄>의 대니얼 크레이그
-
대혼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예매 판도는 춘추전국시대를 연상케 한다. 현재로서는 벤 스틸러의 가족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판정승.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인터파크와 YES24에서 예매 정상을 점했다. 맥스무비에서도 0.05% 차이로 <중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정우성 ·김태희 주연의 <중천>도 두 사이트에서는 2위, 맥스무비에서는 수위를 달리며 개봉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번주 예매 순위의 핵심은 상위 다섯 편의 비중이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것. 10~20%대 점유율로 촘촘히 상위권 순위가 형성됐다. 200만명을 향해 달려가는 김용화 감독의 <미녀는 괴로워>와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로맨틱 홀리데이>가 2주차에도 기세가 그대로다. 나란히 개봉하는 크리스마스 외화 3인방 <박물관이 살아있다!>, <007 카지노 로얄>, <해피 피트>도 견고한 지지를 받고 있다.
어떤 영화가
대혼전의 크리스마스 예매, <박물관이 살아있다!> 신승
-
황석영의 소설이 섬세하고 끈질긴 묘사의 물질성으로 어렵사리 넘어선 그 '회고주의'를, 임상수는 특유의 쿨한 화법으로 가볍게 넘어선다. 임상수식 쿨한 화법, 그것은 여성적 발화 위치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 시대와 그 시대의 사랑에 대한 임상수의 시점과 태도는, 정확히 한윤희의 오현우에 대한 그것이다. 경의를 표하지만, 권위로 인정하지는 않겠다는 그 시선과 태도는, 충분히 긍정할만한 것이다.
-변성찬/영화평론가
<오래된 정원>은 멜로영화의 지평 안에서 모성성에 대한 예찬으로 귀결되는 임상수식 역사읽기다. ‘과거’의 기억이 ‘현재’와 대화하는데, 그 속에서 우리는 시대가 아니라 여성을 만나게 된다(인생은 길고 역사는 더 길다는 것을 간파하는 여자와 엄마들). 오래된 이야기를 낡아 보이지 않게 만드는 임상수의 장점도, 시간이 무중력 공간으로 흡수되는 부작용도 여전한 것 같다.
-이현경/영화평론가
[전문가 100자평] <오래된 정원>
-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황혼의 빛>(2006)에는 주인공 코이스티넨이 은행에서 자격 미달이라며 대출을 거절당하는 (그러고는 굳이 옆문을 통해 나가야만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건 그저 스쳐 보낼 수 있는 짧은 장면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카우리스마키의 (최근) 영화임을 재확인케 하는 장면이 되기도 한다. 그의 앞선 작품들, <황혼의 빛>과 함께 ‘핀란드 3부작’ 혹은 ‘빈민 3부작’을 이룬다고 흔히 이야기되는 <떠도는 구름>(1996)과 <과거가 없는 남자>(2002)도 주인공들이 은행으로부터 호의를 받지 못하는, 그들 입장에서는 한숨 나오는 순간들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 영화들 속에서 그려지는 인물들이 은행이란 공식적인 제도의 문을 통과하는 것이 허용되지 못할 만큼 주변부에 속하는 이들임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핀란드 3부작’에서 공유지점이 되는 순간들로는 다른 것도 찾아볼 수 있다
익명적 불행을 구원하는 익명적 희망 <황혼의 빛>
-
-
<미녀는 괴로워>가 100만명에 가까운 주말관객을 동원하는 괴력을 과시했다. 서울 97개, 전국 473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미녀는 괴로워>는 서울 26만명(이하 배급사 집계), 전국 92만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의 42.2%를 차지했다. 전통적으로 흥행작들은 시장 절반에 가까운 시장점유율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시사회와 전야상영에서 이미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미녀는 괴로워>의 첫주 스코어는 지난주 1,2위를 차지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와 <Mr. 로빈 꼬시기>를 합한 수치보다 10만명 이상 많다. 이번 흥행은 크리스마스에 걸맞는 데이트영화라는 점, 성형과 립싱크라는 대중적 소재를 갖고 있다는 것, 탄탄한 원작만화를 기반으로 한 설득력있는 이야기 구성 등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광식이 동생 광태>로 성공적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김아중은 <미녀는 괴로워>의 성공으로, 충무로의 새로운 흥행카드로 부상할 전
<미녀는 괴로워> 100만 가까운 주말관객으로 흥행 정상
-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이 12월16일 모든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에 돌입했다. 조재현과 오정해, 류승룡, 오승은 등이 출연하는 <천년학>은 소설가 이청준의 <선학동 나그네>를 원작으로 삼은 영화로, 이야기 상으로는 <서편제>의 뒷 부분에 해당한다. 12월16일의 마지막 촬영은 충남 논산시 논산읍 왕전리에 자리한 자동차 재활용 업체 대성금속환경의 마당에서 진행됐다. 이날 촬영된 장면은 군 복무 중인 동호(조재현)가 마음 속에 두고 있는 배다른 누이 송화(오정해)를 위해 탄피로 반지를 만드는 모습. 이 장면에서 동호는 같은 부대로 들어온 고향 후배로부터 송화가 눈이 멀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이날 촬영지는 차량을 분해해서 재활용하는 공장으로, 앞마당에 즐비한 구형 중장비와 군용 자동차가 군부대와 흡사한 느낌을 준다며 이 장면 촬영장소로 선택됐다. 이날 임권택 감독의 마지막 “컷” 소리가 나자 정일성 촬영감독, 조재현을 비롯한
임권택 감독 100번째 영화 <천년학> 촬영 마쳐
-
임상수 감독의 신작 <오래된 정원>이 12월 18일 언론에 공개됐다. 배우들과 함께 무대인사에 오른 임상수 감독은 “그동안 내가 고리타분한 영화를 만들어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리타분하리라는 그 편견을 이번에도 깨게 될 것”이라며 자칫 딱딱해질 수도 있을 80년대 운동권의 이야기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관통했음을 자신했다.
황석영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오래된 정원>은 80년대의 젊은 활동가 오현우(지진희)와 그가 도피 중에 만난 한윤희(염정아), 그들의 로맨스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들은 조그만 시골 마을 갈뫼에서 꿈결 같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만, 친구들이 하나 둘 붙잡혀 들어가자 책임감을 느낀 오현우는 다시 서울로 돌아오고 이내 검거된다. 그 뒤로 17년간 옥살이를 하며 오현우와 한윤희는 만나지 못한다. 영화는 그의 출소일에서 시작된다. 오현우는 한윤희가 병으로 죽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고, 갈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윤희가 남겨 놓은 그
임상수, 뜨거운 영화를 만들다- <오래된 정원> 첫 공개
-
황정민이 기시 유스케의 동명 공포소설을 각색한 <검은 집>에 출연한다. 소설 <검은 집>은 생명보험을 둘러싼 연쇄살인사건을 통해 현대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1997년 제 4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영화 <검은 집>에서 주연을 맡은 황정민은 의문의 자살 사건을 조사하다가 예기치 못한 공포를 맞닥뜨리는 보험사정인 전준오를 연기한다. 그는 낯선 보험 가입자의 전화를 받고 한 집으로 찾아갔다가 그 가입자의 아들이 목을 매단 채 숨진 모습을 맞닥뜨린다. 이 사건 뒤에 수상쩍은 무언가가 있다고 확신한 준오는 무서운 상황으로 빠져든다. 이 영화는 귀신이나 괴수 보다 진짜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보험이라는 제도를 통해 보여줄 전망이다.
연출을 맡은 신태라 감독은 그간 <브레인웨이브> 등의 장·단편 SF영화로 독특한 상상력을 선보였다. <검은집>은 이달 안에 촬영을 시작한다.
황정민, 스릴러 <검은 집>에서 주연
-
비는 현실에 또 다른 색깔을 덧입힌다. 꼿꼿하던 학교 건물은 측은해지고, 지쳐 있던 하굣길은 활기를 얻는다. 건조한 일상을 보습하는 비는 보는 이의 공상에도 젖어들어 여러 가지 그림을 그려낸다. 우울하거나, 추억에 잠기거나, 알 수 없는 이유로 괜히 설레거나. 이달의 단편으로 선정된 최현명 감독의 <비 오는 날의 산책>은 그처럼 비가 만들어낸 뜻하지 않은 상상의 세계를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살이 삐져나온 우산을 들고 학교에 온 소녀는 창피한 마음에 외로운 하굣길을 자처한다. 친구들이 사라진 교정, 누가 볼세라 바쁘게 뛰어가던 소녀 앞에 개구리 한 마리가 나타난다. 빗방울을 맞은 개구리는 점점 커지고, 키를 맞춘 둘은 발을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다. 하늘을 뛰어다니고, 하늘에서 헤엄을 치며 빗속의 산책을 즐기는 그들은 그렇게 잠시나마 친구가 된다. “평범한 여중생의 귀여움”을 담은 캐릭터와 익살스러운 가야금 선율이 친숙한 매력을 더하는 <비 오는 날의 산책>은
<씨네21>이 뽑은 이달의 단편 9. <비 오는 날의 산책>
-
서울 서문여고에는 인유반이라 불리는 학급이 있단다. K리그 최하위팀 인천유나이티드FC(인유)를 응원하는 바람에 붙여진 이름이다. 다큐멘터리 <비상>에서 인유반의 한 소녀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사람들이 1등만 원하고 그런 편견으로 세상을 보잖아요. 축구를 해도 이천수, 박주영, 뭐 그런 스타들만 찾고. 하지만 그들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어떻게 꼴찌팀을 응원하는 학급이 생겼는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인유반의 담임선생님은 인천팀의 참담한 성적을 오히려 즐기는 듯 보인다. 아마도 그는 학생들에게 축구에 대한 열광이 아니라 꼴찌를 응원하는 마음을 가르치고 싶었던 것 같다. 뒤처졌다고 기죽지 말자는 무언의 교육. <비상>을 보면서 저 반의 아이들은 좋은 선생님을 둬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쟁에서 이기는 법만 가르치는 세상에서 경쟁에서 지고 있을 때 다독이는 법을 가르치는 일은 참으로 귀하게 느껴진다.
영화에서 꼴찌팀을 이끄는 장외룡 감독도 그런 선생님처럼
[편집장이 독자에게] 꼴찌 응원하기
-
기독교와 영화, 그 동거의 역사는 길다. <십계> <왕중왕> 등의 고전부터 파졸리니의 <마태복음>, 스코시즈의 <예수의 마지막 유혹> 등 수많은 작품들은 때로는 종교계의 찬사에, 때로는 비난에 직면하며 그 흐름을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종교적 소재가 할리우드의 눈길을 사로잡게 된 것은 무엇보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때문일 것이다. 2년 전 숱한 논란 속에서도 <패션…>은 미국에서만 3억7천만달러라는 스코어를 기록하며 종교영화도 놀라운 상업적 성공을 거둘 수 있음을 입증해 보였다. 올해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해 뉴라인시네마에서 제작한 <네티비티 스토리: 위대한 탄생>은 예수가 탄생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서틴>으로 선댄스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캐서린 하드윅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웨일라이더>로 주목받은 케이샤 케슬 휴즈가 마리아 역을 맡았다.
기원이 시작될 즈음, 헤
성경에 충실한 예수 탄생 이야기 <네티비티 스토리: 위대한 탄생>
-
바르셀로나의 분주함과 낭만성이 적당히 뒤섞인 듯한 스페인 남자 페레(샌티 밀란)를 즐겁게 해주는 건 진토닉뿐이다. 그는 15살 때 어리석음이라는 불치병에 걸려 낫지 않고 있다고 믿고 있다. “내 인생은 어리석음의 연속”이라는 독백을 자신에게만 늘어놓는 건 아니다. 다른 사람들 역시 어리석은 행동을 평생 멈추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도 자기 같은 바보를 또 만들지 않기위해서라고 공언한다. 그래서 대부의 생일 파티에 진토닉 범벅이 돼 나타나서는 속죄의 의식을 치르겠노라고 한다. 지퍼를 내리고, 성기를 꺼내 파티 음식인 소시지 옆에 나란히 놓고 날카로운 포크를 위로 치켜든다. 물론 기겁한 친구들이 그의 손을 낚아챘고, 성기를 치워버렸다.
대부가 운영하는 기업형 학교에서 강사로 먹고사는 것이나 음울한 시 같은 말을 일상 대화처럼 늘어놓는 솜씨를 보면 자학적 지식인에 가깝다. 줄기차게 연애를 해왔으나 지금은 잠시 휴지기 상태라 자신의 삶이 더욱 맥없이 보이
스토커 애정극 <그들만의 러브매치>
-
이혼남 래리(벤 스틸러)는 무능력하다. 발명에 몰두하느라 재산을 탕진한 래리는 어떤 직장도 두달 이상 견디지 못한다. 아들 니키가 새아빠에게 호감을 보이자 위기감을 느낀 래리는 마지못해 자연사박물관 야간 경비원으로 취직한다. 첫날부터 수상쩍은 동료 경비원들은 열쇠, 매뉴얼, 플래시만 건네고 떠나버린다. 박물관에 어둠이 찾아오고 전시물은 제목처럼 잠에서 깨어나 활개친다. 티라노사우루스, 훈족, 로마 병정, 원시인, 사자, 원숭이 심지어 이스터 석상까지 래리를 괴롭히고 박물관은 아수라장이 된다. 테디 루즈벨트(로빈 윌리엄스)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남은 래리. 당장 그만두려는 래리를 만류하는 테디는 모든 소동이 파라오가 가진 ‘아크멘라의 보물’ 때문임을 알려준다.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애들이 줄었어요> <쥬만지> 같은 판타지 아동물과 벤 스틸러의 코미디가 결합한 가족영화다. 자연사박물관이라는 미국인과 가장 친근한 무대에서 밀랍 인형을 부활시키는 정교
판타지 아동물과 코미디가 결합된 가족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
-
봉태규와 정려원이 다중인격을 소재로 한 로맨틱 코미디 <안녕, 아니야>에 주연으로 출연한다.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연기자로 데뷔한 정려원이 다중인격자 아니 역을 연기하며, <방과 후 옥상><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으로 코믹 캐릭터 이미지를 쌓아온 봉태규는 아니에게 빠져드는 순진남 구창 역을 맡았다. 정려원은 B형 남자친구에 출연한 바 있지만,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녕, 아니야>는 지난 5월 <내 이름은 김삼순> 김윤철 PD의 첫 영화 연출작으로 제작 발표됐지만, 김 PD는 본인 사정으로 중도 하차했다고. 대신 <방과 후 옥상> 이석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안녕, 아니야>는 내년 1월 촬영에 들어간다. 2007년 7월 개봉 예정.
정려원, 봉태규 <안녕, 아니야>에서 커플로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