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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양의 <하나 그리고 둘>은 그의 마지막 영화가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만들어진 건 분명히 아니지만 많은 면에서 이 대만 감독의 경력을 완벽하게 요약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현재와 과거의 화해라는 그의 중심 주제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 30여년간 아시아 영화감독이 관심을 가졌던 다른 모든 주제들을 아시아 관객이 사랑하는 가족 통속극의 형식 속에 망라하고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 많은 소프트웨어 회사를 다니며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는 NJ를 중심으로, 영화는 그의 가족 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치는 여러 상황들을 포함하기 위해 이야기를 겹겹이 펼쳐나간다. 모든 등장인물은 각자의 독특한 문제를 안고 있다. NJ의 아내는 친정 어머니의 병으로 얻은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사교에 들어가고 그의 딸은 위험해 보이는 청년과의 관계에 빠져 들어가며 그의 아들은 학교에서와 마찬가지로 여학생들에게도 괴롭힘을 당한다. 이 두 시간짜리 영화는 결혼식으로 시작하여
영화평론가 필립 브라소가 본 <하나 그리고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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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업 전반의 표준 확립을 목표로 하는 CINE-ERP 및 시나리오 프로젝트가 6일 오후 12시 파라다이스 호텔 시실리룸에서 설명회를 가졌다. 진행을 맡은 아이필름의 한진 프로듀서는 제작 예산과 스케줄, 스탭들의 4대 보험 적용 등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한편 이날 행사장에는 매우 적은 수의 취재진만이 찾아,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오기민 정책회장은 “CINE-ERP의 가장 큰 문제는 관심의 부재”라며 보다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주먹구구식 영화 제작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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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7일 부산 지역은 낮부터 점차 흐려져 오후 늦게부터 비가 내릴 전망이다. 이 비는 9일까지 계속된다고 하니 Piff족은 우산을 꼭 챙겨야 할 듯하다.
여러분, 우산 필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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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람 포> Hallam Foe
데이비드 매킨지 | 2006년 | 95분 | 35mm | 영국 | 월드 시네마 | 14:00 | 프리머스2,3,4
시골의 거대한 저택에서 아빠, 누나와 살아가는 할람 포는 어딘가 비뚤어진 사춘기 소년. 젊고 아름다운 새엄마 베리티가 엄마의 익사에 관련이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할람은 저택 주변의 야산에 움막을 짓고 홀로 시간을 보내는 데만 심취해 있다. 누나가 큰 도시로 떠나자 흔들리던 할람은 자신을 추궁하던 새엄마 베리티와 우연히 섹스를 한 뒤 엄마에 대한 죄책감을 이기지 못해 에딘버러로 도주하고 만다. 산 속에 엄마의 재단을 만들 만큼 병적인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에 시달리던 할람은 엄마를 쏙 빼닮은 여자 지배인이 근무하는 호텔에서 접시닦이로 일하게 되는데, 그의 새로운 취미는 에딘버러 시내의 높은 지붕들을 스파이더맨처럼 타고 올라 지배인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것이다.
<영 아담>의 데이비드 매킨지가 연출한 <할람 포
어딘가 음험한 성장영화 <할람 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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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노이드 파크> Paranoid Park
구스 반 산트 | 2007년 | 90분 | 35mm | 프랑스, 미국 | 월드 시네마 | 20:00 | 대영시네마3
<제리> <엘리펀트>와 <라스트 데이즈>로 이어지는 ‘죽음 삼부작’의 간결한 에필로그. 스케이트 보더 소년 알렉스가 성인 보더들의 놀이터 ‘파라노이드 파크’로 향하는 순간에 위험은 예정되어 있었다. 파크에서 만난 성인 보더 무리는 알렉스에게 기차를 몰래 얻어타는 모험을 해보지 않겠느냐 제안하고, 기차에 올라탄 알렉스는 쫓아오는 경비원을 우발적으로 살해하게 된다. 반 산트는 죽은 경비원이 반으로 잘린 채 피범벅의 몸으로 기찻길 위를 기어가다 사망하는 모습을 섬뜩하게 내보인다(<엘리펀트>에도 이만큼 충격적인 살인장면은 없었다). 하지만 살인행위 그 자체는 <파라노이드 파크>에서 어떠한 극적 긴장도 만들어내지 않는다. 소년은 경찰의 심문을 받지만 경찰의 존재는 금
‘죽음 삼부작’의 간결한 에필로그 <파라노이드 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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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화장실> The Pope’s Toilet
엔리케 페르난데스, 세자르 샬론| 2007년 | 97분 | 35mm | 브라질, 우루과이, 프랑스 | 월드 시네마 | 19:00 | 부산극장2
밀수꾼 베토는 국경을 자전거로 넘나들며 물건을 밀수해 가족을 먹여살리는 가장이다. 국경경찰의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는 터라 툭하면 걸려서 물건을 뺏기기 쉽상이고, 수도인 몬테비데오의 학교에 입학해서 아나운서가 되기를 꿈꾸는 사춘기 딸은 밀수꾼 아빠가 전혀 자랑스럽지 않은 모양이다. 그러던 어느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우루과이의 가난한 마을 멜로를 방문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주민들은 교황을 보기 위해 몰려들 수만 명의 순례객에게 음식을 팔아 한밑천 거둘 계획을 세운다. 밀수꾼 베토 역시 교황 방문을 인생역전의 계기로 삼기위해 머리를 굴리던 중 앞 뜰에 유료화장실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수만 명의 사람들로부터 화장실 사용비를 받는다면 까짓 딸 대학 입학비 정도는 거뜬히 벌 게 분명하
삶에 대한 희망 <아빠의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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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링> Darling
요한 클링 | 2006년 | 90분 | 35mm | 스웨덴 | 월드 시네마 | 10:00 | 부산극장1
스톡홀름에 사는 유복하고 아름다운 처자 에바에게 삶의 무게란 존재하지 않는다. 시내 중심가의 구찌 매장에서 일하는 건 신분의 표상이며 잘생긴 남자친구를 소유한 건 신분에 뒤따르는 포상이다. 하지만 그녀의 지위는 갑자기 바닥으로 떨어져내린다. 매일 반복되는 남자친구와의 관계로 약간 싫증이 난 에바는 매력적인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지만, 이를 알게된 남자친구는 저주를 퍼부으며 떠나고 만다. 게다가 친구들의 선망의 대상이던 구찌 매장에서는 건성으로 일한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해고당한다. 심지어 재정적인 물주였던 엄마마저 새살림을 차려서 에바를 떠나가버린다. 이제 에바는 홀로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지만 마땅한 직장도 나타나지 않는데다가 사회적 지위 때문에 붙어있던 얄팍한 친구들마저 등을 돌리고 만다. 극도의 수치심을 무릅쓰고 맥도널드에서 감자를 튀기기 시
철없는 부르주아 처녀의 암울한 처치 <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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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월, 3주… 그리고 2일> 4 Months, 3 Weeks and 2 Days
크리스티안 문주 | 2007년 | 113분 | 35mm | 루마니아 | 월드 시네마 | 17:30 | 메가박스6,7,8
낙태가 금지된 차우셰스쿠 독재하의 1987년 루마니아. 오틸리아는 기숙사 친구인 가비타가 불법 낙태를 받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온갖 방법을 강구하던 중 불법 낙태 시술자 ‘미스터 베베’를 고용한다. 사실 모든 것은 간단하게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몰래 낙태를 시술하기 위한 호텔방도 잡았고 돈도 모았다. 하지만 가비타의 바보같은 행동으로 인해 계획은 조금씩 뒤틀리고 음험한 낙태 시술자 미스터 베베 역시 한층 더 위험한 댓가를 바라기 시작한다. 2007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은 낙태의 윤리적인 대가 따위에 대한 쓸모없는 언변을 늘어놓는 영화가 아니다. 당신이 낙태를 반대하든 낙태를 찬성하든 그건 이 영화에서 거의 중요하지
나약한 인간의 지옥 <4개월, 3주… 그리고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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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전세계는 에드워드 양을 푸대접 해왔다.” 지난 6월, 고인이 된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영화세계를 조명하는 세미나가 6일 오후 7시, 해운대 스펀지의 부산영화제 컨퍼런스룸에서 열렸다. ‘에드워드 양: 타이베이의 기억’이란 주제로 열린 이 세미나에는 생전의 에드워드 양과 돈독한 관계를 가졌던 에드먼드 웡 전 대만필름아카이브 원장과 이왕주 부산대학교 교수, 김영진 명지대학교 교수, 김이석 동의대학교 교수가 참석했다. 사회를 맡은 고현철 부산대학교 교수는 “그동안 양은 과작인 필모그래피와 언론을 기피하는 성향 때문에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며 “이번 세미나를 통해 그의 영화 미학이 심도 깊게 논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미나는 에드먼드의 웡의 발제로 시작됐다. “에드워드 양은 아시아 영화사에서 드물게 세련된 모더니즘 작가”라고 소개한 그는 “대만의 사회 문제를 성장이란 테마를 통해 담아냈으며, 언제나 지적이고 냉정한 관찰을 유지한 감독”이라고 설명했다. 이왕주 교수의 “에
거장에게 정당한 평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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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디딜 틈이 없었다. 어제 오후 4시, <M>의 기자회견이 열린 파라다이스 호텔 시드니룸은 취재 장비를 하늘 높이 들어올린 기자들로 가득 찼다. 노트북과 수첩을 들고 바닥에 주저앉는 이도 많았다. 회견장에 들어선 기자는 약 100여 명. 기자를 위해 준비된 테이블은 단 네 개였다. 영화에 대한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간담회 장소는 턱없이 좁았다. 행사를 그대로 진행하려는 영화제쪽과 취재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기자들이 마찰을 빚으며 기자회견은 20분 동안 중단됐다. 일부 기자는 진행을 위해 입장한 김동호 집행위원장에게 책임을 물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사진촬영 뒤 기자회견을 시작하는 것으로 사태는 일단락 됐지만 이미 40분이 지난 후였다. <M>이 거장의 신작을 소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의 일환이고, 주연배우 강동원이 1년 만에 공식석상에 나서는 만큼 언론의 높은 관심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하지만 영화제쪽은 "이렇게 인기가 폭발적일 줄은 미처
기자회견 취재 대란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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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영화의 살아있는 전설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이 부산을 찾았다. <양철북>(1979)은 그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각인시킨 작품이지만 역설적으로 이후 완만한 침체의 길을 걸었다. 할리우드에서의 활동 이후 <레전드 오브 리타>(1999)를 통해 예전의 명성을 회복한 그는 여전히 독일영화의 변치 않는 양심이다. 그의 최근 영화들 중 가장 마이너한 규모라 할 수 있는 <울잔>은 그의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어떻게 카자흐스탄에서 촬영하게 됐나?
=사실 이전까지 카자흐스탄이라는 국가명은 알았어도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촬영하기 전까지 알게 된 거라고는 인도만큼 큰 땅덩어리를 가지고 있지만, 인구는 4천만 명 정도로 인도 봄베이시 하나 정도에 불과하다는 거였다. 처음에는 유목민의 지역이었지만 구소련이 강제 이주 정책을 펼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그러다 아시아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은 프로듀서 리기 게젤바쉬로부터 영화에 대한 제의를 받고
신작 <울잔> 선보인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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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오사카와 비슷한 점이 많아요. 분위기도 그렇고, 아줌마들 패션도 비슷하고(웃음).’ 재일교포의 삶과 애환을 다룬 <박치기! Love & Peace>의 여주인공 나카무라 유리는 실제로도 재일교포 4세다. 부산 사투리를 구사할 줄 아는 어머니를 둔 그녀에게 부산은 고향처럼 편안한 존재다. 부산국제영화제 방문은 이번이 두번째. 작년엔 짧게 머문 까닭에 아쉽게도 영화는 보지 못했다. 어제 개막식 행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알게 돼 즐겁다는 그녀에게 가장 인상 깊은 사람을 물으니 엉뚱한 대답이 돌아왔다. “소속사의 인연으로 SM 엔터테인먼트의 수행을 받았는데, 소녀 팬들이 운전기사 아저씨를 알아보고 '오빠~'를 외치더라고요. 하하하.”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제스처를 섞어 가며 열심히 얘기하는 모습이 가녀린 첫인상과 무척 달라보였다. 하긴, 나카무라 유리는 2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사와지리 에리카의 뒤를 이어 <박치기!…>의 여주인공 경자 역을 따낸 차세
<박치기! Love & Peace> 홍보차 방한한 배우 나카무라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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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스톤 탄 감독은 먼저 화부터 냈다. 뱅쿠버영화제 등을 다니면서 친해진 <지구를 지켜라!>의 장준환 감독이 개막식 사회자 자리에 있어 일단 깜짝 놀랐고, 더구나 함께 사회를 보던 배우 문소리가 그의 아내라 하여 더 놀랐다. 아니, 자기에게 말도 없이 언제 어떻게 결혼한 거냐고 따져 묻는 것이다. 그만큼 그는 한국영화계와 가깝다고 느낀다. 그래서 누군가는 그를 일러 ‘부산의 아들’이라고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몇 번이라도 찾은 사람들에게 로이스톤 탄 감독은 상당한 유명인사다. <15>(2005)나 <4:30>(2005)같은 영화들은 부산에서 상영돼 관객들의 열렬한 반응을 끌어냈을 뿐더러, 짧은 분량이지만 부산에서 촬영한 단편영화도 있고 <4:30>의 경우 주인공으로 한국 남자배우를 출연시켜 한국과 싱가폴 사이의 관계를 탐색하기도 했다. <881>은 그가 부산에 들고 온 가장 발랄하고 화려한 영화라 할 수 있다. 개막식에서도 그는
‘부산의 아들’, 화사하게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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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라 타쿠야의 답변에는 비유가 많다. <히어로>의 기자회견에선 영화를 배에 비유했고, 함께 연기한 배우들은 하나 하나의 건물이라 표현했다. ‘시청률 제조기’, ‘<앙앙>이 선정한 좋아하는 남자 13년 연속 1위’ 등 그는 누구나 인정하는 일본의 국민스타지만 , 인터뷰에 답하는 모습이나 연기가 아닌 노래로 보여주는 그의 표정엔 단지 ‘히어로’란 이름으로 포장하기 힘든 빈틈이 보인다. 멋의 과시와 비유의 거리에서 느껴지는 공허함. 그는 자신의 멋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단순히 영웅이라 칭하기엔 과하게 사색적이다. 소위 신비주의로 통하기도 하는 이 공간은 대부분 그를 동경의 대상으로 장식하지만, 때로는 나르시스트.
기무라 타쿠야가 드디어 부산영화제를 방문했다. <2046>이 상영된 2005년 당시 상영일 직전 내한이 무산됐던 터라 그의 이번 방한은 영화제 시작 전부터 초미의 관심사였다. 데뷔 후 20년 동안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한 게
<히어로>로 부산 찾은 기무라 타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