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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는 완벽하게 자본주의의 바깥에서 존재하는 유일한 예술장르가 된 것 같다. 시의 시대라고 불리는 80년대에도 시인들은 시를 써서 먹고살지 못했고, 시의 위기라는 90년대에도 그랬다. 2000년대에는 사정이 더 악화되었다. 그래도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초판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게 팔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문예진흥원에서 선정된 우수도서 외에는) 재판을 찍는 시집을 찾아보기가 어렵게 되었다. 하긴 어느 시대의 시인이 시를 써서 잘 먹고 잘산 적이 있었는가 생각해보면 그리 새삼스러울 일도 없다. 시는 항상 생활과는 먼 거리에 있었다.
그러나 누군가의 말처럼 시는 항상 그 시대의 ‘가장 예민한 성감대’임에 틀림없다. 그것은 시의 시대였던 80년대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무엇이 달라졌는가? 그것은 우리 문학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제도로 타락해버렸다는 데 있다. 시의 시대였던 80년대는 당시의 정치적인 불행이 우리의 감수성을 지배하고 있었다.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새로운, 그러나 불온하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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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마감에 급급하다보니 어느새 내년이면 5년차 영화기자다. 돌이켜보니 방점은 ‘영화’가 아닌 ‘기자’였다. 기억에 남는 영화보다는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가 많았고, 첨언하고 싶지 않은 영화에 대해 글을 써야 하는 곤혹감이 늘 함께하는 리뷰와 달리 사람을 만나는 인터뷰는 대부분 설렜다. 기자가 아니었다면 절대로 만나지 못했을 스타들이어서였을까. 라운드 테이블 바로 옆자리의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눈을 맞출 때는 정신이 혼미했고, 로버트 드 니로가 전쟁 같은 라운드 테이블 인터뷰에서 보여줬던 신사적인 면모는 감동적이었으며, 어쩌다보니 두번씩 만나게 된 장첸은 똘망똘망한 뒤통수를 만지고 싶은 욕망을 참느라 힘들었다. 국내 감독이며 배우 역시 마찬가지. 그러나 한두해가 지나면서 웬만해선 속내를 털어놓지 않는 스타배우 인터뷰에 대한 콤플렉스에, 유난히 메이저와는 거리가 먼 취향과 능력 부족이 겹치면서 이른바 꽃미남 배우들의 커버스토리 인터뷰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졌다.
언제
[오픈칼럼] 기자라서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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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맨이 영화에 대량수출됐다!” 1970년 5월 <영화잡지>는 ‘스포츠 선수가 스타가 되었다’며 전 동양챔피언인 권투선수 이안사노와 프로레슬러 천규덕의 영화 출연 소식을 특집기사로 다뤘다. 1969년 4월에 동양챔피언을 뺏긴 뒤 인쇄업 등에 손을 댔으나 쓴맛을 본 이안사노가 박운교 감독의 <황금의 부루스>로, ‘한국 푸로레슬링’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는 당수의 귀재 천규덕(천호진의 아버지)이 이만희 감독의 전쟁물 <물쥐도끼>로 데뷔한다는 내용이었다. “손에 그럽(글로브)을 끼던 자신이 얼굴에 분칠을 할 때 뉴앙스가 너무 대조적이었습니다. (처음엔) 좀 창피스럽기도 하고 어색했어요.”(이안사노) “이번 출연을 계기로 팬들의 반응이 좋다면 직업을 바꿀 의사도 있습니다.”(천규덕) 링에서 내려와 은퇴를 고민하던 스포츠 스타들의 스크린 진출을 두고 <영화잡지>는 “돌연 영화계에 이변이 일어났다”며 “스타 기근에 허덕이는” 충무로는 이들에게 격려
[한국영화 후면비사] 스포츠 인기, 스크린으로 옮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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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나올 때마다 새로운 기술의 이름을 하나씩 외워야 하나보다. 이번엔 ‘퍼포먼스 EOG 캡처’라고 한다. <폴라 익스프레스>의 문제로 지적됐던 이른바 ‘데드 아이 신드롬’을 극복하고, 살아 있는 인간의 눈동자를 자연스럽게 재현했다나? 그리하여 제작자는 이 영화를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실사영화도 아닌 ‘제3의 장르’로 분류해달라고 요구했단다. 하긴 그림과 사진의 차이가 사라지는 게 생성이미지 시대의 일반적 현상이긴 하다.
“새로운 기술로 영화의 미래상을 제시한 <베오울프>.” 인터넷에서 주운 어느 기사는 <베오울프>의 기술적 성취에 고무되어 거기서 미래의 영화를 찾는다. 그런가 하면 이 영화의 미래상을 외려 ‘언캐니’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가령 이 잡지의 편집장은 “3D 캐릭터가 모방할 수 없는 연기의 깊이와 신기술로 대체될 수 없는 영화의 스타일”을 내세워, 아날로그영화가 “인간의 영혼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는 믿음”을 재확인한다.
[진중권의 이매진] 제3의 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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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많이 있습니다.)
<우리동네>는 연쇄살인의 범인이 누구인지 추적하거나 살인을 저지르는 범인의 행적을 따라가는 전형적인 스릴러물과는 애초에 다른 길을 택한다. 영화가 시작되면 이미 4건의 살인이 벌어졌고, 그 뒤에 경주의 우발적인 살인이 벌어진다. 경주는 살인을 은폐하기 위해 희생자를 연쇄살인과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게 된다. 연쇄살인의 범인인 효이는 경주가 살인자임을 금방 알게 되고, 경주의 친구인 재신은 이번 사건이 모방범일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동네>는 철저하게 ‘우리 동네’에서 모든 것을 말한다. 경주와 효이 그리고 재신은 모두 같은 동네에 있을 뿐 아니라 죽마고우이며 스승이고 또한 적이다. 경주가 모방범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오래전 경주가 저지른 살인을 효이가 따라한 것이다. 경주의 살인은, 재신의 우발적인 과실치사에 이유가 있다. 그들은 모두 사람을 죽였고, 그에 따른 대가를 결국은 치르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그들 모두가
[영화읽기] 그들은 ‘우리 동네’에 사는 이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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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련한 류영재의 이야기에 관해서 내가 찾아낼 수 있는 모든 것을 열심히 모아서 여기 여러분들 앞에 내어놓습니다. 여러분은 그런 내게 감사하시리라 믿습니다. 여러분이 류영재의 정신과 성품에는 표정과 거리를, 그의 운명에는 웃음을 아끼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바로 류영재의 슬픔에서 위안을 얻으십시오. 그대가 운명 때문에 또는 그대 자신의 잘못으로 절친한 애인을 찾지 못한다면 부디 이 조그마한 영화를 그대의 애인으로 삼아주십시오.”
직업이 영화감독인 류영재라는 청년이 실연 뒤에 혹은 영화 촬영 직전에 겪는 심정과 생활을 다룬 영화 <은하해방전선>, 그걸 만든 감독 윤성호가 우리를 위해 써두었을지 모른다고 말하고 싶어지는 어떤 서문, 그러나 실은 결코 그가 쓴 적이 없는 이 영화의 서문을 마음대로 상상하자면 위와 같다. 이 위조된 서문은 윤성호가 그의 영화에서 즐겨 하는 것처럼 독일의 대문호가 쓴 고(古)소설의 서문에서 지금 막 베껴와 작성한 것이다.
<젊은 베르테
[전영객잔] 젊은 베르테르의 산만함 혹은 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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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무엇보다 <데스 센텐스>를 우스꽝스럽게 만든 요소는 장면에 전혀 어울리지 않게 폼 잡는 대사들이었어요. 맥락이 없으니 황당해지죠.”
김혜리: “평범한 중년 사내가 갑자기 훈련된 킬러처럼 총격을 벌이다 홍콩 누아르 풍 비장한 대사를 뇌까리죠. 사실적인 톤이 갑자기 만화적으로 변해요.”
오존:다음 영화는 제목도 울적한 <데스센텐스>입니다. 찰스 브론슨 주연의 <데스 위시>의 원작이 된 소설의 직계 속편이 이 영화의 원작이네요?
고고: 상당히 비슷해 보이는 내용이더라고요.
오존: 영화로 치면, 올해 들어 <브레이브 원>에 이어 ‘DIY(Do It Yourself) 처형’을 다룬 복수극이고요. 교과서적으로 행복한 가정의 장남이 주유소 매점에 들렀다가 신입자 신고식하던 갱 패거리에 의해 살해당하면서 한 가정의 세계가 그야말로 확 뒤집어집니다. 특히 보험회사 중역으로 온건하게 살아온 아버지 닉(케빈 베이컨)에게 그렇습니다.
[메신저토크] “사실적인 톤이 갑자기 만화적으로 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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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60님(lifeisntcool@naver.com)이 입장하셨습니다.
오존층은 어쩌고님(vermeer@cine21.com)이 입장하셨습니다.
김혜리 “하지만 <헤어 스프레이>는 원작의 게이 감수성과 도발성은 배제한, 애매한 구석이 있어요.”
이동진 “궁극적으로는 신나는 10대 뮤지컬 정도지만, 어쨌든 충분히 흥겨워요.”
고고60님의 말(이하 고고): 오늘은 둘 다 <헤어스프레이>에 기원한 대화명이군요. ^^
오존층은 어쩌고님의 말(이하 오존): 저는 어제 <자유부인> DVD를 봤는데요. 백설희님께서 <아베크 토요일>을 열창하는 장면을 보니, 우리나라는 <동백기름> 같은 뮤지컬영화가 나오면 어떨까 싶더군요. ^_^
고고: 흠… 동백기름을 바르면 춤은 어떤 걸로 춰야 하나?
오존: 그야 맘보 아닐까요? 도라지 캐러 가자 헤이 맘보~~.
고고: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의 체 게바라처럼, 맘보와 탱고
[메신저토크] “마치 즐거움을 주변에 전염시키는 유쾌한 친구 같은 영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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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엄정화가 추천한 여자의 버디무비
'절벽으로 떨어지는 하늘 색 차!'가 등장하는 엄정화의 내 인생의 한 컷은 무엇일까요?
엄정화의 [내 인생의 한컷]을 보시려면 <동영상보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엄정화] 멋진 여자의 버디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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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찾는 천재음악소년의 이야기인 <어거스트 러쉬>가 예매순위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11월 29일 개봉한 <어거스트 러쉬>는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바 있어 2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이 예상된다. 티켓파워를 가진 스타배우는 없지만 가족을 되찾는 이야기이자, 전체관람가 영화인 덕분에 가족관객의 호응이 높다는 소문이다. 2위는 <세븐 데이즈>가 지키고 있다. 개봉 3주차를 맞았지만, 2주만에 전국누적관객 100만명을 넘어선 후 꾸준히 입소문이 늘어나고 있다. 3,4위는 슬리퍼 히트작으로 거듭나고 있는 <색,계>와 이번 주 개봉하는 <헤어스프레이>가 각축을 벌이고 있으며, 11월 1일 개봉한 <식객>도 한 달이 넘도록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다음 주 부터는 연말시즌을 노린 영화들이 대거 개봉될 예정이다. 윌 스미스 주연의 블록버스터 영화 <나는 전설이다>각 12월 12일 개봉하며, 다음날인 1
<어거스트 러쉬>, 예매순위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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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용의주도 미스 신>의 배우 한예슬의 씨네21 표지촬영 현장과
인터뷰 영상입니다.
영상 중간에 배우가 직접 내는 <돌발퀴즈!!>
재미있는 퀴즈도 풀고 배우가 주는 선물도 받아가세요.
돌발퀴즈의 힌트!!!
아파트앞에서 만난 아역배우와 한예슬씨와의 인연을 생각해 주세요
영화<용의주도 미스신> 장면에서 다시 만나는 건 아니랍니다.^^
정답은 2007년 12월 23일까지 댓글로 달아주시면 됩니다.당첨자는 커뮤니티 '씨네21 소식'에서 확인해 주세요.
동영상을 보시려면 '동영상 보기' 버튼을 눌러 주십시오.
[한예슬] “이제 영화배우가 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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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 드라마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영화만의 특징이 필요하다. <싸움>은 그 차이점에 대해서 모르는것 같다. 영화만의 화끈한 볼거리가 전무한 구성을 굳이 극장에서 봐야될 이유가 있을까? <싸움>은 TV에서 보는 단막극이나 부부클리닉과 비교해 특출한 것이 없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싸움'이라는 전투적 느낌의 제목과는 달리 어정쩡한 부부싸움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데 있다.
성격차이로 헤어진 부부가 새삼스럽게 싸움에 돌입하면서 서로의 중요함을 깨달아가는 과정은 너무 억지스럽다. 차라리 억지를 부릴 양이면 <장미의 전쟁>처럼 부부싸움의 극한을 보여주는것이 마땅하다. 설경구와 김태희 커플의 어울리지 않은 캐스팅도 영화에 몰입하는데 있어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남은 하나. PPL 광고 가운데 이렇게 노골적인 것은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이후 처음이다. 평소 먹는 우유를 바꾸고 싶다.
김종철/ 익스트림무
[전문가 100자평]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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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9일에 있었던 영화 <우리동네> 기자 간담회 현장 영상입니다.
탄탄한 구성력으로 간담회 현장을 뜨겁게 달군 <우리동네>의 정길영감독!
피할 수 없는 두 살인마의 대결! 파격적인 연기변신이 기대되는 두 배우!오만석,류덕환
이들 두 살인마를 잡아야 하는 거친 형사의 모습으로 나타난 배우! 이선균
그리고, 그들 뒤에 숨겨진 충격적인 비밀!!
배우들과 감독이 이야기하는 촬영뒷이야기와 그동안 들어보지 못했던 그들의 솔직한
인터뷰 영상을 보시려면 '동영상 보기'버튼을 클릭해주세요.
두 명의 살인마가 살고 있는 <우리동네> 기자간담회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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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문을 통과하면 또 다른 패러다임이 시작되지만 그건 이전 시대의 종말이다. 의문의 죽음과 초자연적인 사건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영화 <링 게이트>는 묵시록적인 메시지를 전제로 한다. 11개의 문이 정해져 있고, 시간이 그 문을 하나씩 통과할 때마다 세계는 종말의 끝으로 나아간다는 식이다. 7살 때 부모님을 잃은 소녀 새라(라우라 멘넬)는 이상한 환영에 시달린다. 남들에겐 보이지 않는 사람이 보이고 죽은 엄마의 모습도 유령이 되어 나타난다. 학교에선 그녀를 괴물이라 놀린다. 새라는 유일한 친구 라덴(크리스티 윌), 친절하게 다가와 준 세스만 믿고 생활하지만, 그녀를 놀리던 친구들이 하나씩 의문의 죽임을 당하면서 혼란에 빠진다. 영화는 새라가 자신과 주변의 의문을 하나씩 조사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그녀의 운명이 지닌 무게, 세상이 처한 위기를 암시한다. 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진부하고 허술하다. 새라가 왜 도서관의 책을 뒤지고, 세스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지도 전혀
스릴러라 하기엔 엉성한 영화 <링 게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