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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캐서린 헤이글은 나이 들수록 어딘가 애슐리 저드를 닮아가는 것 같다, 뭐 이런 단순한 생각으로 본 영화였지만 <27번의 결혼 리허설>은 좋은 로맨틱코미디였다. 사랑에 빠진, 능력 있고 착하지만 외모가 조금 수수하고 주눅 든 30대 여성을 그릴 때 흔히 가장 간편한 방법으로 써먹는 과장과 희화화를 비교적 적게 사용하고도 공감을 이끌어낸 것만으로도 작은 수확이다. 이 사단은 전작인 <40살까지 못해 본 남자>에서 귀엽고도 쓸쓸한 남자 버진을 그릴 때 해낸 솜씨를 이번에도 잘 발휘하였다. 전작의 주인공보다 <27번의…>의 여주인공은 나이도 젊고 직업도 훨씬 좋고 능력도 있고 외모도 뛰어났지만 그 남자나 이 여자나 참 착한 것만은 동일하다. 바로 그거였다.
보는 내내 내 속을 뒤집어지게 한 것, 그 착함, 너무너무 착함, 아 제발 제인 제인 제인, 그렇게 살지 마, 하고 애걸복걸하고 싶을 정도로
[냉정과 열정 사이] 그래, 그녀보다 내가 더 겁쟁이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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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극악한 사건들이 출몰하는 이즈음이고 보니 뉴스만 보아도 정신이 아득해지는 경험을 한다. 특히 어린 소녀 이혜진과 우예슬 사건에 대한 상심은 사실 글쓰기조차 힘들게 한다. 깊은 애도를 표한다. 나는 이 소녀들의 죽음에 뒤얽혀 있는 성폭력의 면모에 몸서리친다.
초봄의 대기층이 황사와 애탄과 비애로 덮여가는 중 다큐멘터리의 힘이 무엇일까를 생각한다. 영화가 20세기의 경이적 마술 장난감으로 축포를 터트리던 시기, 크라카우어는 물리적 현실을 구원하는 장치로 영화를 생각한다. 영화와 현실의 재현, 구원의 문제는 잘 알려진 것처럼 이후 앙드레 바쟁 등을 거쳐 영화 사유의 주요 거점으로 자리잡는다. 신에서 깨어난 ‘구원없는 세상’에서 기독교를 탈색한 영화적 구원이란 무엇인가? 철학이 정언적 마지막을 선언하도록 놓아두는 대신 크라카우어는 역사가 마지막 사물들을 들여다보고 돌보도록 한다. 역사적 맥락을 지운 채 기억의 자리를 대신한 카메라가 역사에 대한 그의 화두를 열었다.
[전영객잔] 꾸준히 지속되어야 할 과거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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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사랑에 빠진 기남씨
[정훈이 만화]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사랑에 빠진 기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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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잠수종과 나비>로 칸영화제 감독상까지 거머쥔 줄리앙 슈나벨이지만, 데뷔작 <바스키아>를 내놓을 때만 해도 그는 동료 화가의 이야기를 연출한 ‘화가 출신’ 감독으로 소개되곤 했다. 그렇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줄리앙 슈나벨의 이력을 확인할 기회가 생겼다. 그의 미술작품 30여점이 아시아순회전의 일환으로 베이징, 홍콩, 상하이를 거쳐 서울에 오게 된 것이다. 이제는 오히려 영화감독이라는 수식어에 더 무게가 실리는 듯도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작품들을 ‘영화감독’의 미술작업으로만 감상한다면 놓치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줄리앙 슈나벨은 1970년대 말 미국 화단에 등장하여 신표현주의의 범주에 포함되는 1980년대 미국 뉴 페인팅의 기수로 알려져 있다. 그가 등장하기 전, 당시 일부 비평가들은 예술에 냉소적인 시선을 보냈던 팝아트와 지극히 절제된 표현방식을 사용했던 미니멀리즘 작품에 대해 ‘회화는 죽었다’고 선언했었는데, 이미지와 표현력이 강조된 줄리앙
회화에서도 빛나는 줄리앙 슈나벨의 재능, <줄리앙 슈나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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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느끼는 아버지란 존재 너머에는 그의 자식들이 만나지 못한 또 다른 ‘아버지’가 있다. 가장으로서 짊어지는 책임감은 가족이란 소규모 사회를 끌고 갈 권위를 필요로 하고, 그 권위는 아버지를 베일에 싸인 존재로 포장한다. ‘보편적’이라 여겨지는 가정에서 2세들은 아버지에 대해 깊이 알려 하지 않으며 성인이 되면서 아버지는 감정의 교류가 끊긴 상징적인 존재가 되곤 한다. 물론 최근 가장의 역할과 위상이 바뀐 게 사실이지만 아버지는 깨트릴 수 없는, 깨져서도 안 되는 신화와도 같다.
<재미난 집>의 작가 앨리슨 벡델의 아버지 역시 그런 ‘보편적’인 아버지상을 유지하고자 부단히 노력한 사람이다. 그녀는 그런 아버지가 답답하고 부담스러워 일찌감치 마음의 문을 닫는다. 게다가 그녀에게는 아버지가 알면 대경실색할 비밀이 있었으니 자신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이다. 자신의 성정체성을 깨달은 뒤 몇번의 망설임 끝에 아버지에게 커밍아웃을 하는 그녀. 그러나 끔찍하게 무거운 침묵이나 모
아버지와 나의 커밍아웃, <재미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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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주는 전혀 새로운 것, 화끈한 것 좀 가져와보라고 성화인데 그때마다 생각나는 글귀는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뿐. 머리를 쥐어뜯고 담배를 뻐끔뻐끔 피워봐도 나오는 아이디어라고는 모두 퇴짜맞을 것이 예상되니 이 아니 난감할까. 뭐, 이와 같은 풍경은 광고회사에서 매일같이 반복되는 것이라 역시나 새로울 것도 없다.
이렇게 일이 안 풀리거나 머리가 복잡할 때는 아예 기본의 기본부터 뒤집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때도 있는데 최근 열심히 방송을 타고 있는 스카이 블레이드 CF도 그런 자포자기(?)의 초심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광고란 모름지기 물건을 잘 팔기 위한 것이고, 그러려면 이 물건 어디가 어떻게 좋은지 알려주는 것이 기본이다. 한데 이 CF, 저게 물건을 팔자는 건지 뭐하자는 건지 한번 보면 잘 모르겠다. 그 짧은 15초 광고에 뚱딴지 같은 얘기만 늘어놓고 제품 설명도 뭐도 없는데다가 제품이 보여지는 컷도 딱 한컷. 게다가 팔고자 하는 물건은 아예 대놓고 ‘자
[도마 위의 CF] 기본에 기본을 뒤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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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4월5일(토) 밤 11시20분
민주당 상원의원으로 공적인 명예를 누리지만, 사적으로는 더없이 불행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불워스(워런 비티). 때마침 의료보험업계의 로비스트가 찾아오고 그는 범국민 의료보험안의 부결을 약속하는 대가로 자신의 딸에게 남길 어마어마한 생명보험에 가입한다. 그리고 적절한 때에 자신을 살해할 청부업자를 고용한다. 선거 캠페인 마지막 주, 이제 승패에 연연할 필요가 없어진 불워스는 거침없이 진실을 밝히기 시작한다. 흑인 교회에 가서는 민주당이 당신들을 버렸다고 말하고 마이크만 주어지면 민간 보험업계와 정치인들간의 은밀한 거래를 폭로한다. 그 과정에서 자유분방한 흑인 문화를 접하게 되고 사회에 대한 그들의 불만을 들으면서 그 역시 흑인들의 리듬, 몸짓으로 선거 캠페인에 임한다. 가식적인 정치인의 얼굴을 버리고 사회 밑바닥을 대변하는 불워스의 돌출적이고 솔직한 태도는 오히려 그의 인기를 상승시키는데, 상황이 그렇게 변하자 생에 대한 그의 의지도 커져간다.
진정한 정치인의 탄생, <불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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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안방에 ‘야하고 무서운’ 케이블 드라마가 쏟아진다. 영화채널 OCN은 지난 3월28일 드라마 <유혹의 기술>(금요일 밤 11시)을 선보인 데 이어 인기 시리즈 <메디컬 기방 영화관>의 두 번째 시즌 <경성기방 영화관>을 준비 중이다. 슈퍼액션은 4월3일 <도시괴담 데자뷰3>(목요일 밤 12시)를 첫 방영하고, 4월8일에는 이채널에서 제작한 공포드라마 시리즈 <기담전설>(화요일 밤 12시)이 시작된다. tvN에서 방영 중인 <막돼먹은 영애씨3>를 포함해, 케이블은 유례없는 ‘자체 제작 드라마 풍년’을 맞았다. 지난해 <직장연애사> <막돼먹은 영애씨> <별순검> 등이 대중적 인지도나 만듦새 면에서 성공적이라는 평을 받으면서 방송사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제작에 나선 결과다.
방송을 앞둔 드라마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지상파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소재를 다루고 표현도 과감하다
야하고 무서운 케이블 드라마의 침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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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 동산이라는 이름의 사유지에 GP외관 세트를 지었다. 일종의 놀이동산 같은 곳이라서 브라키오사우루스뿐 아니라 티라노사우루스, 코뿔소, 원숭이상도 있었다. 전혀 모르고 세트에 갔는데 처음에 보고는 정말 놀랐다. (웃음) 그것들 때문에 세트를 거기에 지어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결국 나중에 CG로 지우기로 하고 촬영을 진행했다. GP외관 세트도 어마어마하지만, 이 밖에도 GP내부용으로 만들어진 세트가 꽤 많았기 때문에 사진 찍을 게 많아서 지루하진 않았다. (웃음) 항상 밤신에 실외에서는 내내 비가 오는 설정이라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어떻게 스틸을 찍나 고민이 많았는데, 조명기사와 친하게 지낸 덕을 많이 봤다. 덕분에 오히려 멋진 그림도 많아서 만족스럽다.”
[숨은 스틸 찾기] 촬영장에 공룡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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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4분기를 마무리하는 3월 마지막주 북미 박스오피스는, 라스베가스를 무대로 펼처지는 도박 영화 <21>이 정상을 차지했다. 개봉성적은 2370만달러, <영광의 날: 블레이즈 오브 글로리>와 <로빈슨 가족>이 개봉한 전년도 동기간과 비교하면 낮은 성적이지만, 3500만달러라는 제작비로 만들어진 <21>로서는 기대 이상의 성과라는 반응이다. <21>은 <금발이 너무해> <퍼펙트 웨딩> <내 생애 최고의 데이트>의 감독 로버트 루케틱 감독의 신작으로, 블랙잭 테이블에 앉은 MIT 학생 6명이 카드를 세는 방법을 이용해 카지노를 터는 이야기. 케빈 스페이시가 MIT 교수,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짐 스터지스와 케이트 보스워스가 학생으로 출연하고, <매트릭스> 시리즈의 로렌스 피시번이 카지노의 어깨로 등장한다. 배급사 소니 픽처스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남녀노소 모두에게
겜블러 영화 <21>, 박스오피스 잭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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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인 중국이 두 세기에 걸쳐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시스템의 거대한 시험장이 된 것은 우발적인 과거가 아닌 필연적인 역사처럼 보인다. 문화혁명을 통과한 이전 체제가 상존하는 가운데 벌어진 자본주의의 실험은 제2의 문화혁명이다. 서구식 현대화와 발전에 뒤처진 걸 보상받으려는 듯 중국사회는 급속히 변해왔으며, 중국인의 빠른 행보는 한동안 멈출 것 같지 않다. 지아장커의 영화는 그러한 중국에 대항하는 자가 그려놓은 중국인의 자화상이다. 초현대식 건물을 찍으며 급성장하는 조국에 아부할 마음이 없는 그는 그렇다고 전통문화와 새로운 가치관이 맞서면서 벌어지는 드라마를 만들 생각도 없다. 그는 현대화의 뒷전으로 밀려난 사람들- 가난한 노동자, 돈벌이가 없는 낙오자, 그리고 의식의 변화없이 사회 분위기에 휩쓸리다 길을 잃은 젊은이에게 다가선다. 그러나 그들은 처연한 심정으로 바라봐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지아장커는 그들에게서 분노의 표출과 미래의 폭발을 본다고 했다). 그들
[신작 타이틀] “중국인들이여, 되돌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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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전야> <하얀 전쟁>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 <텔미썸딩> 등의 시나리오를 썼던 공수창 감독이 두 번째 연출작을 완성했다. 시나리오까지만 쓸 줄 알았던 영화 <알포인트>를 연출하면서 캄보디아의 정글에서 전쟁을 치르듯 감독 데뷔했던 그가, 이번에는 촬영 중간에 제작비 문제로 촬영이 4달 동안 중단되는 일을 겪고 각본, 감독에 제작자라는 타이틀까지 덧붙이고는 폭우가 쏟아지는 비무장지대의 경계초소를 헤맸다. ‘군대영화’를 연달아 찍은 사람답게(?) 그의 말투는 굳이 따지자면 삐딱하고 거칠다. ‘굳이 따져야’ 하는 이유는 영화든 대화든 좀 덜 세련되더라도 하고 싶은 말을 명확히 하는 쪽을 택하는 그 진심 때문이다. 군인만 떼지어 나오는 영화에서 그 흔한 적과의 대치 상황 한번 연출하는 법이 없다. 그의 영화에서 두려운 것은 눈에 보이는 외부의 적이 겨눈 총구가 아니라, 언제고 유령처럼 출몰하는 내부의 망상이다. 군대는 그에게 소
[공수창] “죽어가는 병사들의 비명을 보여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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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야의 유령>은 신부에서 혁명가로 변신한 야심가와 종교재판의 광풍에 스러져간 여인의 이야기다. 밀로스 포먼이 탄생시킨 이 허구의 인물들을 지켜보는 관찰자는 바로 프란시스코 데 고야(1746~1828).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 스페인의 궁중화가로 명성을 떨치던 그는 불후의 예술가인 동시에 스페인 사회를 생생한 이미지로 기록한 역사의 증인이었다. 혁명의 열기와 전쟁의 포화가 휘몰아치던 격변의 시대를 고야의 눈을 통해 살펴보자.
1. 무명의 견습생에서 궁중화가로
고야는 스페인 아라곤 지방의 시골 마을 후엔데토도스에서 도금공의 아들로 태어났다. 도금의 대가로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리던 아버지의 뒤를 따라 대성당을 드나들던 그는 고향 선배였던 궁중화가 프란시스코 바예우의 여동생과 결혼하면서 대성당에 프레스코화를 그리는 작업을 시작한다. 사라고사 성당 벽화인 <신의 이름을 찬미하는 천사들>(1772), <순교자들의 성모>(1780∼82) 등
[알고 봅시다] 스페인 격변의 역사를 그림으로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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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0일 폐막한 올해 홍콩국제영화제는 아시안필름어워드(AFA)의 새로운 시상 부문으로, 아시아영화계의 주목할 만한 신예감독에게 수여하는 ‘에드워드 양 신인상’을 신설했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인 1983년생의 젊은 일본 감독 이시이 유야를 만났다. 몇편의 실험단편영화를 연출한 뒤 졸업작품인 장편 <무키다시 닛폰>(2005)으로 피아영화제에서 대상과 음악상을 수상했다. 그외 다른 작품들을 통해서도 사랑, 삶, 죽음에 관한 그만의 독특한 감성을 보여줬고 단숨에 일본영화의 미래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국내에는 전혀 소개된 바가 없기에 부산국제영화제 등과 차별화를 꾀하는 홍콩국제영화제의 선택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동안 한국에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소개를 부탁한다.
=그러게. 불러주지 않으니 한국 영화제에는 갈 일이 없었다. (웃음) 오사카 예술대학을 나왔는데 <마츠가네 난사사건>을 만든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이 나의 선배다. 지금은 니혼대학에서 미술 석사
[스폿 인터뷰]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영화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