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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패션 잡지 에디터 코스케(스즈키 료헤이)는 퍼스널 트레이너 류타(미야자와 히오)와 함께 운동을 시작한다. 신체적 접촉과 플러팅이 오가며 둘은 가까워진다. 어느 날 가격이 부담돼 살 수 없던 스시를 사준 코스케에게 류타는 입맞춤을 건넨다. 그렇게 둘은 연인이 된다. 하지만 계속되는 코스케의 물심양면에 부담을 느낀 류타는 그만 만나자고 말한다.
<에고이스트>는 두 남자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 BL(Boy’s Love) 로맨스영화다. 영화는 제목과 달리 사랑의 이기적인 면모를 전면적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에 코스케의 이타적인 사랑을 통해 그러한 면모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만든다. 어머니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류타를 보며 코스케는 과거 자신의 모습을 반추한다. 류타에게 한없이 베푸는 코스케의 사랑은 자기 연민으로도 비친다. 그의 사랑은 류타와의 갑작스러운 이별을 기점으로 변모한다. 옷을 갑옷이라 말하며 명품으로 온몸을 치장했던 코스케는 류타와의 이별 뒤 자신의 내면을
[리뷰] ‘에고이스트’, 이타적인 사랑을 통해 들여다보는 이기적인 사랑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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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한 의사 개비(로사리오 도슨)는 아들 트래비스(체이스 딜런)와 뉴올리언스의 오래된 저택으로 이사한다. 새 보금자리를 만났다는 기쁨도 잠시, 개비와 트래비스는 저택이 유령으로 들끓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편 유령 입자를 촬영할 수 있는 렌즈를 개발하던 과학자 벤(키스 스탠필드)은 의욕을 상실하고 유령 투어 가이드로 일하던 중 괴짜 신부 켄트(오언 윌슨)에게서 저택의 유령 사진을 찍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우여곡절 끝에 모인 유령 전문가들의 방문으로 저택에 숨겨진 비밀이 서서히 드러난다.
<헌티드 맨션>은 <캐리비안의 해적> 제작진이 참여한 디즈니의 여름 엔터테이닝 무비다. 디즈니 테마파크의 인기 어트랙션 ‘헌티드 맨션’에서 영감을 얻은 대로 자정 이후에 소동을 일으키며 변하는 저택의 공간이 볼거리로 작용한다. 자칫 개연성이 탄탄하지 않은 듯 보이는 가볍고 빠른 전개는 유령과 저택의 거주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으로 무게의 균형을 잡는다. 실제 배
[리뷰] ‘헌티드 맨션’, 사랑, 우정, 가족애를 경쾌하게 엮어내는 디즈니의 여름 엔터테이닝 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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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2월 잿빛 하늘에서 눈 내린 어느 날 결(문혜인)은 헐레벌떡 집으로 뛰어간다.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이삿짐을 현관 앞에 두고 떠났기 때문이다. 결은 땀을 흘리며 혼자 이삿짐을 옮긴다. 그사이 애인 윤(함석영)이 도착한다. 시간은 흐르고 해가 바뀐다. 침대 매트리스 위에서 둘은 싸운다. 떠나면 죽어야 한다고 저주를 퍼부은 결은 밖으로 뛰쳐나간다. 혼자 남은 윤은 매트리스 위에 누워 있다. 그 매트리스에서 곰팡이가 피어난다. 윤은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매트리스를 뒤집어 사용한다. 방치된 매트리스 내부에서 곰팡이는 퍼져나가고 하나의 생명체가 되어간다.
<다섯 번째 흉추>는 침대 매트리스에서 피어난 곰팡이 꽃이 인간의 척추뼈를 탐하며 생명체가 되는 여정을 그린 독특한 영화다. 독특하다는 말로 축약될 수 없는 새로운 재능을 가진 신예 감독의 탄생을 알리는 이 영화는 크리처물과 로드 무비의 형식을 취한다. 매트리스는 서울의 북부 지역을 떠돌며 쓰이고 버려지기를
[리뷰] ‘다섯 번째 흉추’, 척추뼈를 훔쳐 인간이 되는 곰팡이의 기괴한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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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987년. 평범한 외교관인 민준(하정우)은 출세를 원한다. 특별한 연줄이 없어 남들이 기피하는 중동 지역에서만 활동한 지도 벌써 5년이 흘렀다. 그가 원하는 미국 발령은 여전히 가망 없어 보이는 그때, 민준은 레바논에서 걸려온 전화 한통을 받게 된다. 현재 납치 감금당해 있으니 자신을 구해달라는 한 외교관의 절박한 SOS를 수신한 민준은, 그렇게 미국을 향한 흑심을 품은 채 직접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로 향한다. 인질범에게 몸값을 전달하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임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바논의 복잡한 국내 상황은 민준의 ‘비공식 작전’을 공항에서부터 꼬이게 만들고, 한바탕 소란 끝에 민준은 현지에 거주하고 있던 한국인 택시 기사 판수(주지훈)의 도움을 받아 즉흥적인 임무 수행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면서 민준에겐 또 하나의 신경 써야 할 거리가 생기는데, 그건 전직 사기꾼인 판수가 호시탐탐 달러로 가득한 민준의 가방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끝까지 간다>
[리뷰] ‘비공식작전’, 들통났어도 끝까지 진행시키는 익숙한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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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끝까지 간다. 바야흐로 1980년대 한국, 외교부 공무원 민준(하정우)은 레바논으로 떠난다. 2년 전 현지 무장 세력에 납치된 오재석 서기관을 구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민준은 현지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재외교민 택시 운전사 판수(주지훈)를 만난다. 둘은 내전이 한창인 격전지의 중심에서 자국민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달리고, 또 달린다. 1986년 한국에서 일어난 외교관 납치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영화적인 각색이 대부분이다. 이를 통해 김성훈 감독은 전작 <끝까지 간다>나 <터널>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서사 구조, 서스펜스와 유머가 배합된 본인의 스타일을 영리하게 적용해낸다. 영화 만들기에의 진지한 가치관과 농담이 적절히 배합된 그의 입담에선 <비공식작전>의 향취가 물씬 풍긴다.
- 2019년부터 시작한 프로젝트다. 5년 걸려 시사회까지 마친 소감은.
= 제작진에겐 참 미안하지만, 시사 마친 밤에도 편집하느라 바빴다. (웃음) 시사를
[인터뷰] 1초의 지루함도 허락하지 않는다, ‘비공식작전’ 김성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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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의 좋은 점을 세 가지 말해보겠다. 첫째, 로고가 아름답다. 박물관의 외관을 담백하고 기품 있게 표현한 선들이 멋있다. 둘째, 앞마당 전경이 시원스럽다. 이렇게 탁 트인 곳에서는 마음도 얼마간 넓어지게 마련이다. 움직임도 커진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어린이들은 반드시 뛰게 된다. 셋째, 어린이가 많다. 정책이나 실제 상황은 어떤지 몰라도 이 공간이 어린이를 환영한다는 건 확실하다. 어린이만큼 이 문제에 민감한 사람은 없으니까.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상형토기와 토우장식토기>전이 열리는 국립중앙박물관에 갔다가 어린이를 많이 보았다. 식당에서 어린이 일행이 오르르 몰려 다녔다. 동행한 어른들이 키오스크와 씨름하는 동안 어린이들이 자리를 맡아두는 모양이었다. 누구는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누구누구는 티격태격하는 동안, 나란히 앉은 어린이 셋은 말없이 넓은 창 너머 푸르른 정원을 구경했다. 그 눈에 무엇이 담기고 마음에 무엇이 남을까? 어쩌면 전시보다 이
[김소영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박물관 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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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개봉 이후 톰 크루즈가 없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상상도 할 수 없다는 말을 여기저기에서 종종 듣는다. 그 말에 100% 동의하지만 그래도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어리둥절해하며 머리를 긁적일 수밖에 없다. 오리지널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설정은 캐릭터가 몽땅 바뀌어도 이야기 진행에 아무 지장이 없는 종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시리즈의 배우들은 꾸준히 바뀌었고 1988년에 나온 속편 시리즈까지 포함한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고정으로 출연한 배우와 캐릭터는 단 한명도 없다. 피터 그레이브스(영화에서는 존 보이트)가 연기한 팀의 리더 짐 펠프스도 시즌2부터 등장했다(첫 번째 리더인 댄 브릭스는 배우 스티븐 힐이 안식일에 일하는 걸 꺼려하는 정통주의 유대교도라 하차했다). 설정에서 캐릭터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캐릭터들의 역할이었다. 리더, 변장의 명수, 테크 전문가, 근육 그리고 여자의 역할만 확
[비평] ‘여자’는 팀이 될 수 있는가,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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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최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진행한 한국영화 베스트 10편을 꼽는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베스트 목록은 어쩔 수 없이 뻔해지기 마련이지만, 나의 개성을 드러내고 싶었다. 시대를 고루 반영하기 위해 지난 베스트 목록을 살피며 연도별 대표 영화를 꼽아보거나 빼놓을 수 없는 감독의 이름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은 ‘누가 봐도 괜찮은 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와 ‘그럴 수 없다’ 사이에서 나의 한계와 부끄러움을 드러낸 목록을 제출했다. 베스트 목록에 포함하진 못했지만, 1970년대를 생각할 때 떠오른 작품은 김기영의 <이어도>(1977)였다. ‘이어도’라는 환상의 섬에서 벌어진 실종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영화 안에서 누구라도 자신이 체험하지 못한 1970년대를 발견한 듯 느끼게 된다. <이어도>가 가진 에너지는 민자를 연기한 이화시 배우의 존재감으로 능히 환원된다. 이화시가 연기한 민자는 뭍에서 온 남자들의 시선을 끄는 대상이지만, 그 역시
[비평] 류승완이 김기영의 ‘이어도’에서 ‘밀수’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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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카페베네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내가 대학생이던 무렵, 카페베네는 발길이 닿는 모든 곳에 존재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종종 이곳을 ‘바퀴베네’라고 불렀고, ‘베네’가 이탈리아어로 ‘좋아’라는 의미인 것을 상기하며 괴로운 웃음을 지었다. 친하게 지냈던 선배 중 한명은 그곳을 그냥 ‘바퀴’라고 불렀는데, 늘 내가 좋아하던 딸기빙수를 사주는 멋진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가 “바퀴로 와”라고 하면 나는 속으로 ‘베네’ 하며 고민도 없이 달려나갔다.
유적지에 오니 역시 이곳에 얽힌 추억들을 팔게 되는구나…. 하지만 추억할 것은 이름뿐, 이 공간은 내 기억 속 베네와 한 군데도 닮지 않았다. 커다란 벽시계도, 붙박이 화단에 심긴 가짜 식물도, 온갖 목재 무늬가 섞인 각진 가구도, 천장에 투박하게 설치된 레일 조명도 없다. 지독하게 오랫동안 유행한 인테리어였는데 지금은 아무리 외진 곳에 가더라도 이 양식을 보기가 힘들다. 나는 벽에 그려진 카페베네의 새 로고를 한참 동안 쳐다봤다
[복길의 슬픔의 케이팝 파티] 그대 나에게만 잘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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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물의 핵심은 재난 그 자체다. 대지진 후 모든 것이 무너진 도시에서 유일하게 버틴 아파트를 배경으로 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는 재난 이후의 상황이 핵심이다. 이건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일과 같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그려나갈 다채로운 드라마에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는 건 다름 아닌 아파트다.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황궁 아파트는 단순한 이야기 무대를 넘어 또 하나의 인물, 아니 주인공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여기 디스토피아 속에서 빚어낸 영화적 유토피아의 단편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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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세계에서 벌어질 법한 일로 보이게 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는 엄태화 감독의 말처럼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성패는 리얼리티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제작진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공간은 당연히 홀로 무너지지 않은 아파트다. 사실적인 느낌을 전달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사이즈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조화성 미술감독은 “실제 규모의 아파트를 3층
[커버] ‘콘크리트 유토피아’ 세트, CG 비주얼 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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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초월의 대지진이 한반도를, 어쩌면 전세계를 덮쳤는지도 모른다. 시스템은 일시에 마비됐다. 누가, 얼마나,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를 만큼 국가 전체가 초토화된 상황. 그런데 오직 황궁 아파트만 멀쩡하다니. 경악과 안도가 맞물린 얼굴로 각자의 현관문을 열고 나온 주민들이 처음으로 서로의 얼굴을 유심히 뜯어본다. 복도와 로비에서 공모하기 시작한 ‘황궁인’들은 더이상 집값 논의를 빼면 마냥 데면데면하던 어제의 이웃이 아니다. 그들은 이제 어떻게든 함께 생존해야만 하는 운명 공동체가 됐다. 위기 상황엔 리더가 필요한 법. 지진의 여파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한 후 졸지에 영웅이 되어버린 902호 남자 영탁(이병헌)이 주민 대표를 맡아 아파트 사수에 나섰다. 602호의 젊은 부부, 공무원 민성(박서준)과 간호사 명화(박보영)는 유능한 청년 인력으로 일찌감치 주목받고 있다. 1207호의 부녀회장 금애(김선영)는 특유의 수완으로 여론을 주도하고, 말수 적은 영탁의 옆집 소녀 혜원(박지후)은 어딘가
[커버] ‘콘크리트 유토피아’, 보여줄 것과 말하려는 것의 선명한 교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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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지진 이후, 합심해서 생명 연장의 꿈을 꾸게 된 아파트 주민들의 열혈 생존기를 그려나가는 독특한 스릴러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8월9일 개봉한다. 올여름 한국 대작 영화 4편 중 마지막 타자로 극장가에 나설 예정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2014년 레진코믹스 연재 당시부터 김숭늉 작가의 문제작으로 등극하며 K웹툰 흥행의 출발선에 합류했던 <유쾌한 왕따> 2부 <유쾌한 이웃>의 설정을 영화로 새롭게 각색한 결과물로, 메가폰을 잡은 엄태화 감독과 함께 이신지 작가가 각본을 쓰고 조슬예 감독(<디바>)이 각색, 정승오 감독(<이장>)이 윤색에 참여했다. 웹툰의 저력에만 기대지 않고 영화 시나리오 축조에 공들인 흔적이 역력한 크레딧이다. 여기에 일찌감치 장르영화에 뾰족한 관심을 보인 엄태화 감독의 세심하고 설득력 있는 비주얼이 더해졌다. 호러 단편 <숲>으로 미쟝센단편영화제 ‘절대악몽’ 부문 최우수작품상과
[커버] 여름을 강타할 재난 스릴러 ‘콘크리트 유토피아’ 미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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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며 자장면을 먹고, 해가 지면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곳. 정동진독립영화제는 독립영화인들의 단체 바캉스다.2008년에 찍은 이 사진에는 방은진, 정병길, 이종필 감독 등 반가운 얼굴들이 등장한다. 25회를 맞이한 정동진독립영화제가 올해도 어김없이 8월4일부터 6일까지 정동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다.
[ARCHIVE] 정동진독립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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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 제물>을 수식하는 이력은 매우 화려하다. 제23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역대 최다 득표, 2023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 2023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위,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10 2위 등이 그것이다. 1990년생으로 <인간의 얼굴은 먹기 힘들다>로 데뷔한 시라이 도모유키의 <명탐정의 제물>은 1978년 11월18일, 남아메리카 가이아나 공화국에서 신흥종교 신도 1천여명이 집단 사망한 인민사원 자살사건을 둘러싼 추리극을 보여준다. 실제로 같은 날짜에 있었던, 짐 존스가 이끄는 인민사원 자살사건을 연상시키는 설정이지만 “이 소설은 픽션이며 실재 인물 및 단체와는 일절 관계없습니다”로 시작한다.
<명탐정의 제물>의 주인공은 탐정 오토야 다카시. 그에게는 아리모리 리리코라는 뛰어난 조수가 있다. 뛰어나다 못해 오토야를 뛰어넘는 추리를 보이는 인물. 종교 집단 관련 사건을 멋지게 해결한 리리코가 인민사원에 대해 알아보
[리뷰] 명탐정의 제물 – 인민교회 살인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