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편 <폴라로이드 작동법>을 통해 적지 않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김종관이 지금까지 본격적인 장편영화를 찍지 않았는데도 그 바닥에서 어느덧 구력이 붙은 감독이 된 것은 그가 꾸준히 찍어온 단편들의 완성도 덕분이다. 그는 늘 좋은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감독으로 독립영화계에서 대접받았다. 올해 부산영화제에 공개된 그의 장편 <조금만 더 가까이>의 시놉시스를 보니 5개의 에피소드를 묶은 옴니버스였다. 이 사람은 여전히 단편을 찍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 영화매체를 둘러싼 편협한 조건하에 장편영화만이 대접받는 것은 부당하다. 단편영화를 잘 찍고 장편을 못 찍는다고 해서 재능의 우열이 생기는 건 아니다. 그런데도 서둘러 보지 않은 것은 김종관 영화의 분위기, 문단으로 치면 일종의 문학청년 소설과 비슷한 톤의 느낌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청춘이니, 사랑이니, 실연의 열병이니 하는 것들이 걸러지지 않은 채로 다가오는 영화일 것이란 지레짐작이 있었다.
[김영진의 인디라마] 조금 더 현실적이야
-
<빗자루, 금붕어 되다>(이하 <빗자루>)는 근자에 본 몇편의 한국영화 중에서 최상급의 놀라움을 안긴 복병이었다. 예기치 않은 한방을 날리는 이런 돌발적인 문제작을 마주했을 때는 이같은 돌연변이를 창조한 사람이 궁금해진다. 이재용, 변혁 등과 동문 수학한 영화아카데미 7기 출신의 늦깎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 영화를 통해 드러나는 감독 김동주의 창작자적 고집은 완고하고 집요하다. <빗자루>에서 그가 그리는 현실의 풍경화는 사뭇 과격하고 도발적이다. 김호선 감독의 <서울무지개>에서 연출부로, 케이블 다큐멘터리 채널인 Q채널의 다큐멘터리 프로듀서로, 한때나마 영화 비즈니스의 심장부로 불렸던 삼성영상사업단을 거치며 두터운 이력을 쌓았던 김동주의 이 과소평가된 데뷔작은 현재 인천, 부산, 파주 등 지역 극장 몇 군데에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상업적으로 회생할 가망이 없어 보인다. 얼마 전 전화로 이야기를 나눈 그는 천신만고 끝
[전영객잔] 작가적 집요함으로 성취한 세태 묘사의 개가
-
서른이 넘어 유학생으로 살다 보면 눈치가 늘어서 통밥으로 때려 맞히기에는 도사가 된다. 못알아듣는 말이 나오면 우선 대충 들리는 대로 노트 한 귀퉁이에 한글로 적어놓았다가 집에 돌아와 그럴듯한 철자를 조합해 단어를 만들어보는데, 솔직히 그때는 이미 맥락을 놓친 뒤라 별 소용도 없다. 슬프게도 추측이 어려운 영어단어는 왕왕 나타난다. 그래서 옆에 있는 현지인에게 재빨리 물어보는 요령도 터득했다. 그런데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그런 상황에서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은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moonlight'인데, 동사로 활용될 때는 '달빛'이 아니라 '부업', '야간 아르바이트'를 의미한다고. 이토록 낭만적인데다가 귀여운 뉘앙스를 가진 단어라니, 결코 잊을 수 없었다.
구제불능의 귀여운 어른 소년들
최근 미국 TV시리즈 가을 개편과 함께 시즌2를 시작한 <HBO>의 <보어 투 데스>(Bored to Death) 역시 부업으로 사설탐정을 시작한 젊은 작가에 대한
[안현진의 미드앤더시티] 소설쓰기보다 탐정 되기가 더 쉬웠어요
-
10월15일
부산영화제 폐막. 해운대에서 집으로 가기 위해 김해공항으로 향한다. 홀로 여행하는 동안만큼 내 몸과 마음이 진정 그리워하는 존재가 누구인지, 그들이 내게 어떤 종류의 온기와 향기를 주는지, 선연하게 의식하는 시간은 달리 없다. 항상 뒤늦게 도착하는 앎. 이 안타까움을 어찌할 것인가. 그들이 내 곁에 부재할 때만이 나는 내 그리움의 또렷한 형상을 아는 것이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삶에 충족 따위는 없으며 기다림 아니면 회한의 단속적 연쇄일 뿐임을 수긍하고 나면, 덜컹이는 버스에서, 출렁이는 비행기 안에서 응석 피우는 어린애처럼 소망하게 된다. 그냥 이대로, 아무 데도 도착하지 않은 채 영원히 이 여행을 계속하면 안되는 것일까? 우리는 어차피 언제나 이동하고 있을 따름 아닌가? 우리가 말하는 모든 말, 행하는 모든 행위는 약속이거나 사과이거나, 혹은 재차 다짐하는 약속에 불과하다. 예컨대 예쁜 문방구를 사는 행위는 이거라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소망의 피력이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내가 사랑하는 왕가위의 1분
-
-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그전에도 민주노동당은 연평해전이나 북핵문제 등 북한에 불리한 이슈에 관해서는 지금과 똑같은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 하긴 같은 당에 관한 정보를 북에 넘긴 혐의로 기소된 간첩을 제명하느니 차라리 당이 쪼개지는 것을 택했던 이들이 아닌가. 이번 사태가 과거와 한 가지 다른 게 있다면 이번엔 울산 지역의 민노당에서 자신들을 비판한 <경향신문>을 상대로 절독운동을 벌였다는 것. 이 느닷없는 공격적 대응이 외려 민노당 전체로 하여금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는 범국민적 요구를 받는 수세에 몰아넣은 것이다.
양들은 왜 침묵하나
침묵의 옹호론에는 세 종류가 있다. 적극적으로 3대 세습이 옳다고 말하는 원리주의적 입장, 소극적으로 양심에 관해 침묵할 자유가 있다고 주장하는 기회주의적 입장, 그리고 다가올 대선의 야권연대를 위해 문제를 덮자는 실용주의적 입장. 이 세 입장의 문제는, 사회적 비판에 따르는 논리적 일관성과 보편적 호소력을
[진중권의 아이콘] 양들의 침묵
-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할 말이 없는 날. 쓸 글이 없는 주. 익명들에게 발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순간. 이번주가 그렇다. 아니 실은 이미 여러 번 그런 순간이 있었는데 이전에 다른 용도로 써놓은 문단들을 어찌어찌 재활용하거나, 긴요한 마무리가 없이도 지면을 메울 수 있는 잡상들을 별다른 정리없이 ‘요새 사정이 있으니 이 덤핑 패키지라도 받아주세요’ 내밀며 버텼다(그러면 편집을 담당하는 심은하 기자님이 그럴듯한 제목을 달아주면서 나름의 기획상품으로 포장을 잘해주신다, 언제나 고맙고 죄송하다).
그래서 조금 뜬금없이 소개해보는 ‘구상은 해봤지만 실제로 만든 적은 없는, 만들지 않아서 다행인, 그리고 웬만하면 앞으로도 만들지 않을’ 영화 아이템들의 릴레이(이런 날을 위해 비축해온 빨간 보자기 파란 보자기), 나의 가련하고 의젓한 모티브들의 난전. 일련번호는 저 잡념들의 탄생 순서. 혹시라도 구매의사 있는 분은(싸다, 싸!) 댓글이나 메시지로 연락 부탁
[윤성호의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혹시 구매하고 싶어? 연락해!
-
<불량남녀>의 극현은 형사다. 그리고 신용불량자다. 임창정에게 처음 주어진 형사 캐릭터이지만 임창정이기 때문에 방점은 ‘신용불량자’에 찍힌다. <비트> 이후, 바로 전작인 <청담보살>까지, 임창정은 언제나 곤궁에 처한 남자였다. 돈 없고, 직업 없고, 애인 없고, 꿈이 없었다. “날 캐스팅했을 때, 요구하는 건 대부분 정해져 있다. 극현 또한 변변치 않은 남자다. (웃음)” 임창정의 영화는 그 남자가 절박할 때까지 몰아붙인다. 영화에서 그가 뛰는 장면이 많은 이유일 것이다. <불량남녀> 역시 곤궁에 처한 이 남자가 필사적으로 사랑을 찾게 되는 로맨틱코미디다. 이번에도 상당히 많이 달린다.
“내가 아직도 로맨틱코미디에 캐스팅된다는 게 감사하다. (웃음)” 로맨틱코미디에서 임창정의 강점은 분명 그가 진짜 남자를 연기한다는 점이다. 그의 남자들은 다른 배우들의 남자에 비해 본능적이다. 일단 눈에 보인 음식은 무엇이 들었든 가리지 않고(<
[임창정] 점점 단단해지는 얼굴
-
엄지원의 목소리는 마주 보고 속삭일 때 무척 매력적이다. 과장을 하자면, 무쇠도 녹일 것 같은 목소리랄까. 그런데 이 목소리가 신용불량 채무자에게도 통할까? 로맨틱코미디영화 <불량남녀>에서 엄지원은 강력계 형사이자 신용불량자인 방극현(임창정)을 끈질기게 닦달하는 빚 독촉 전문가 김무령을 연기한다. <불량남녀>에서 엄지원은 조곤조곤 속삭이는 대신 카랑카랑한 음색으로 속사포처럼 쏘아붙인다. 그게 참 새삼스럽다. 전에 엄지원은 자신의 독특한 목소리를 활용한 적이 없다.
엄지원은 극을 이끌어가는 화자가 된 적도 거의 없다. “<불량남녀>는 투톱 영화잖아요. 배우가 영화를 이끌어가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제게 필요한 부분인 것 같았어요.” <똥개>의 당돌한 정애, <주홍글씨>의 첼리스트 수현, <그림자살인>의 여류발명가 순덕, <스카우트>의 YMCA 강사 세영, <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영화제
[엄지원] 나는 달린다
-
<스카우트> 이후 두 번째 만남. 임창정과 엄지원이 <불량남녀>로 다시 짝을 이룬다. <스카우트>가 임창정의 영화였다면 <불량남녀>는 임창정과 엄지원의 영화다. 두 사람의 호흡이 딱딱 맞아떨어져야만 하는 로맨틱코미디영화. 2010년 복작복작한 서울 한복판에서 두 사람은 ‘빚’ 때문에 육탄전을 불사한다. 방극현(임창정)은 나름 직업정신 투철한 형사지만 6700만원의 빚 때문에 카드사 채권담당 김무령(엄지원)에게 30분에 한번꼴로 거는 전화에 시달린다. 무령이 깐깐하다 못해 독한 빚 독촉 전문가가 된 데에는 그만한 사연이 있다. 어쨌건 ‘사랑은 빚을 타고’ 뭉게뭉게 피어나기도 하는 법. 고정된 이미지, 익숙한 장르에 갇혀도 그 안에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몸을 던지고 보는 임창정과 여기저기 마음 가는 대로 누비면서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채우고 있는 엄지원을 만났다.
[임창정, 엄지원] 우리가 웃긴가요? 그럼 크게 하.하.하.
-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전속계약 분쟁 중인 동방신기 세 멤버(영웅재중, 믹키유천, 시아준수)가 결성한 그룹 JYJ의 음반 '더 비기닝(The Begining)' 발매 금지 가처분신청을 최근 취하했다고 27일 밝혔다.SM은 "지난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JYJ의 음반 발매 금지 가처분신청을 했으나 이미 음반이 유통돼 가처분의 실익이 없어 지난 주 취하했다"고 말했다.그러나 SM은 전속 계약 관련 소송은 계속 진행한다.SM은 "전속 계약에 대한 본안 소송의 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세 멤버가 씨제스엔터테인먼트와 이중으로 전속 계약을 체결한 것은 지난해 10월 내려진 가처분 결정의 취지에 위반되는 행위"라고 밝힌 바 있다.JYJ는 지난 12일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JYJ 월드와이드 쇼케이스 인 서울' 공연을 열었고 다음달 27-28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콘서트를 개최한다.mimi@yna.co.kr
SM "JYJ 음반 발매금지 가처분신청 취하"
-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는 다음 달 10-28일 서울 종로구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우리 시대의 아시아 영화 특별전'을 연다.영화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다양한 장르의 아시아 영화 21편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이란의 거장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쉬린'(2008), 올해 '엉클분미'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2004년작 '열대병', 일본을 대표하는 여성 감독 가와세 나오미의 '내 아버지'(1992), '내 할머니'(1994) 등 유명 감독들의 영화들을 볼 수 있다.세계적으로 주목을 끌고 있는 아시아 신진 감독의 영화들도 만날 수 있다.필리핀을 넘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라야 마틴 감독의 작품 3편과 소설가이자 시인인 리 홍치 감독의 '국경일'(2008)도 상영된다. 문의 ☎ 02-741-9782buff27@yna.co.kr(끝)<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저작권
<보기 힘든 '아시아 영화' 감상하세요>
-
(런던=연합뉴스) 이성한 특파원 = 영국의 대표적인 한국문화 축제인 런던 한국영화제가 11월 5일부터 23일까지 도심 극장을 비롯해 영국 주요 도시에서 열린다.주영 한국문화원(원장 원용기) 주최로 올해로 5회째인 이번 영화제는 5~14일까지 런던시내 3개 극장에서 33편의 한국영화가 상영되며 이후 케임브리지, 카디프, 벨파스트 등에서 순회 상영된다.영국 관객들에게 익숙한 한국 공포 및 스릴러 영화 뿐 아니라 한국형 코미디의 대표 감독인 `장진 감독 회고전'을 통해 블랙코미디와 같은 다양한 장르의 한국영화가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또한 한국 신인감독의 등용문인 미장센 단편영화제와 연계해 참신한 단편영화들을 소개하는 자리도 마련된다.개막작은 한국에서 전체 박스 오피스 1위를 기록 중인 `아저씨'로 영국 영화산업 1번지이자 세계적인 대작들의 프리미어 상영장소인 레스터스퀘어의 오데온 웨스트엔드에서 5일 관객들과 만난다.상영 뒤에는 이정범 감독이 직접 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영화에 대한
<영화 `아저씨' 런던 상영>
-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류승완 감독의 영화 '부당거래'가 주말 예매 점유율에서 정상에 올랐다.2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날 개봉한 '부당거래'는 40.0%의 점유율로 같은 날 개봉한 3D 애니메이션 '가디언의 전설'(15.6%)을 두 배 이상의 격차로 따돌리고 점유율 1위에 올랐다.지난주 박스오피스 1위였던 유지태ㆍ수애 주연의 스릴러 '심야의 FM'은 10.1%로 3위를 차지했고, 월스트리트의 도덕적 해이를 질타한 올리버 스톤 감독의 '월스트리트:머니 네버 슬립스'는 5.2%로 4위다.아만다 사이프리드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레터스 투 줄리엣'(4.4%)과 이성재 주연의 3D 애로 영화 '나탈리'(4.3%)가 그 뒤를 이었다.'파라노말 액티비티 2'(3.5%), '시라노 연애조작단'(3.1%), '방가?방가!'(2.8%), 제4회 서울국제영상축제 상영작(1.8%)이 10위 안에 들었다.이번 주 개봉작은 '부당거래' '가디언의 전설' '하비의 마지
<주말영화> '부당거래' 예매율 1위
-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브루스 윌리스, 모건 프리먼, 존 말코비치, 헬렌 미렌. 이만한 배우들을 데리고 영화를 만들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할리우드 액션 영화 '레드' 이야기다.마블코믹스와 함께 미국 만화시장을 양분한 DC코믹스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미국 중앙정보국(CIA) 사상 가장 폭력적인 대원이었던 프랭크(브루스 윌리스). 은퇴 후에도 악명이 높아 '은퇴했지만 극히 위험스러운'(RED. Retired Extremely Dangerous)이란 별명이 붙은 요주의 인물이다.평생 사랑에 빠지지 않았던 그는 은퇴 후 우연히 폰팅을 하다가 사라(메리 루이스 파커)라는 여성을 알게 된다.전화를 통해 둘의 사랑이 익어가던 어느 날.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장 괴한에게 습격을 당한 프랭크는 CIA가 자신을 노린다는 황당한 사실을 간파한다.프랭크는 만만찮은 상대와 대적하기 위해 한때 한솥밥을 먹었지만 은퇴한 조마(모건 프리먼), 마빈(존 말코비치), 빅토리아(헬렌 미렌)를 규
<새영화> 명배우들의 총집합 '레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