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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란 불안에 시달리는 자들을 위한 작은 연못이다. 그것 자체로는 지친 이들의 좋은 쉼터일 수 있다. 그러나 믿음의 연못에 공적인 일, 이른바 사회적 절차와 규칙이 필요한 일이 섞여 들어오기 시작하면 이 작은 쉼터는 고약한 악취를 풍기기 시작한다.
<돌이킬 수 없는>은 아동실종사건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쉽게 진실로부터 눈돌릴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조용한 교외의 한 마을, 충식은 7살 난 딸 미진을 끔찍이 아끼며 작은 화원을 운영한다. 어느 날 미진이 갑자기 실종되고 충식은 생업마저 내팽개친 채 딸을 찾아 나선다. 그 와중에 딸의 실종 얼마 전 아동성범죄 전과가 있는 세진이 이사를 온 것을 알게 된 충식은 그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결정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지만 심적으로 유력한 용의자가 된 세진은 가족과 함께 마을 사람들에게 배척당하고, 그럴수록 세진을 향한 충식의 의심은 깊어진다. 하지만 그런 그의 바람과 달리 세진이 무죄방면되면서 갈 곳 잃은 그의 슬픔은 돌이킬
사회적 편견이 낳는 폭력의 황폐함에 대한 중립적 시각 <돌이킬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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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뒤 어린 딸과 함께 고향 어촌으로 돌아온 나오코(간노 미호)는 미용실에서 일하게 된다. 고향에서 그녀는 고교 시절 교사 가시마(에구치 요스케)와 새롭게 사랑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는 함께 있다가도 갑자기 신기루처럼 사라지곤 하면서 그녀를 불안하게 한다. 그 와중에 미용실 단골 할머니들은 그 나이에 잘될 리 없는 섹스와 연애에 대한 수다에 여념이 없고, 소꿉친구 미쓰에(고이케 에이코)와 도모(이케와키 지즈루)는 남자에게 버림받기 일쑤다. 그러나 모두들 왠지 연애를 단념하지 않는다. 연애에 실패할 때면 그들은 미용실 ‘노바라’(들장미)에 와서 ‘퍼머’를 한다. 상처야 어쨌든 그저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
사실 한번은 물어봤어야 한다. 우리의 어머니들이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라면발 같은 이상한 파마를 똑같이 하면서, ‘오래 가게 해달라’고 왜 꼭 부탁하는지. 이상하게 느낀 것이 질문되지 않을 경우, 보통 그 답이 감당하기 힘들 만큼 슬프기 때문이다. 단지 오래 유지하는 것이 목적
새롭게 시작하려는 우직한 다짐 <퍼머넌트 노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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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산기슭, 아버지를 도와 밭을 갈고, 소똥을 치우고, 그러면서도 연신 소를 팔아버리자고 불평을 해대는 시골 청년 선호(김영필). 알고 보면, 그는 대학까지 나왔고 시를 쓰고 있는 인텔리다. 좀 냉정하게 말하자면, 40이 가까운 나이에 장가도 못 가고 부모 밑에 얹혀서 살고 있는 고학력 백수다. 어느 날 그는 아버지 몰래 팔아치우려고 소를 훔치듯 데리고 집을 나선다. 소는 쉽게 팔리지 않고, 도중에 옛 애인(공효진)에게 자기 남편이 사고로 죽었다는 전화까지 받은 선호는, 마음이 어지러워진다(그 옛 애인의 남편은 자신의 친구이기도 하다). 당연히, 그 ‘여행’의 의미와 경로는 복잡해진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의 주인공 선호는, 그간의 임순례 영화 속 인물들(특히, <세 친구>와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그들’)과 이렇게 저렇게 닮아 있는, 전형적인 임순례적 캐릭터로 보인다. 작은 꿈이 있지만, 세상은 그런 소박한 꿈을 꾸며 살아갈 여백의 공
착한 지진아들의 팍팍하고 힘겨운 삶의 행보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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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례 감독의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은 소를 통해 성장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주인공 선호는 고향으로 낙향해 소똥을 치우며 사는 시인이다. 구박하는 부모와 나아지지 않는 처지에 스트레스를 얻은 그는 홧김에 소를 팔러 나서고 이때부터 소와의 여행이 시작된다. 선호를 맡은 배우 김영필은 불만으로 가득한 인생에 놓인 이 남자를 생동감 가득한 연기로 묘사했다. 임순례 감독은 <경숙이, 경숙아버지> 등의 연극을 통해 그를 발견했지만, 알고보니 김영필은 이미 몇몇 영화에서도 인상을 남겼던 전력을 갖고 있었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을 본 선배기자는 당신이 박해일을 닮았다고 했다.
=박해일 덕을 많이 봤다. 현장에 가면 박해일 닮았다고 여자 스텝들이 잘 챙겨준다. (웃음)
-영화는 이번이 처음인가.
=문승욱 감독님의 <로망스>에 출연했었다. 조재현 선배와 일하는 형사 중 한명이었다. 대사가 한마디 있었는데, 잘렸다. 담벼락에 앉아서 아이
[김영필] 먹보가 없었다면 달래도 없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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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서울에 빠져도 단단히 빠졌다. 겨우 일주일 정도 서울에 머물렀을 뿐인데 그는 남산 서울타워에 올라 “대도시 서울의 야경을 감상”하고, 노량진 수산시장에 들러 <올드보이>의 오대수처럼 산낙지를 한입에 집어삼킨다. 또 가회동, 삼청동 한옥마을을 보면서 “왜 이 아름다운 옛 풍경이 자꾸 사라지는가”라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한다. 서울과 사랑에 빠진 이 남자, <포리너> <아웃 포 킬> 등을 연출한 할리우드의 마이클 오브로위치 감독이다. 그는 신작 <보이지 않는 도시>의 로케이션 헌팅차 한국을 찾았다. <보이지 않는 도시>는 서울에 여행 온 한 외국인이 장기밀매 범죄조직과 맞닥뜨리면서, 더 큰 음모에 휘말리는 액션영화다. 그가 서울을 두 번째 오게 된다면, 그때는 영화가 크랭크하는 날일지도 모른다.
-당신의 영화 중 액션배우 스티븐 시걸과 두 차례 호흡을 맞춘 <포리너> <아웃 포 킬>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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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오브로위츠] 21세기형 범죄도시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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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산 배우 헬렌 미렌에게서 여왕의 위엄을 목도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엘리자베스 1세>(2005)에서 대영제국의 영원한 자긍심 엘리자베스 1세를, <더 퀸>(2006)에서 현존하는 여왕 엘리자베스 2세를 모두 연기해서가 아니다. 여왕이든 평민(<고스포드 파크>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이든 신분을 막론하고 그는 항상 꼿꼿한 자세와 또박또박한 발음,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물러섬이 없는 강인한 눈빛을 보여주었다. <레드>에서 헬렌 미렌이 연기한 빅토리아(이름도 무려 빅토리아다!) 역시 손에 총만 쥐어져 있을 뿐 태도는 여왕의 그것과 다름없다. 빅토리아는 “빵 굽고 꽃꽂이하다가 가끔 지루하면 프리랜서 킬러로 뛰는” 은퇴한 암살계의 대모다. 프랭크(브루스 윌리스)의 여자친구에게 “그 친구 아프게 하면 내 손에 죽는 줄 알아”라는 독설을 날리는가 하면, 한때 “사랑했던 스파이의 가슴에 총알 세개를 박아주는” 로
[now & then] 헬렌 미렌 Helen Mir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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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주양 변호사님. 오늘 어쩐 일로 보자고 하셨는지.
=어이쿠 기자님. 갈수록 젊어지시네 그래. 가끔 만나서 밥도 먹고 술도 한잔하고 그래야 하는데 내가 요즘 너무 바빴어. 내가 나쁜 놈이야. (찰싹찰싹) 내가 나를 때려야지. 누가 때리겠어? 내가 죽일 놈이지.
-왜 이렇게 오버를 하고 그러세요. 오늘 다른 약속도 있는데 막무가내로 찾아오셔서 잠깐 시간 낸 거예요.
=이거 왜 이러셔. 일단 여기 앉으시고. (상자를 꺼내며) 아니 이게 뭘까? 큼지막한 게 참 예쁘게 생겼네. 아이구 놀래라. 이거 시계였어? 정말 으리으리하네 그래. 자 이게 누구 손에 맞을까? 내 손에 맞을까? 아이고 이를 어째, 이놈 이거 비싼 값을 한다고 싸구려 내 손목에는 들어가질 않네그려. 그럼 어디 우리 기자님한테는 맞을까? 자 한번 넣어나 볼까. 자자 이리 손 주시고. 이게 뭐야 이게 뭐야, 아악 내 눈! 내 눈! 이거 너무 눈이 부셔서 나 장님 됐어, 기자님! 어떡할 거야, 책임져 책임져.
[주성철의 가상인터뷰] 악! 눈부신 우리 기자님 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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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장편영화 <연>을 들고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던 아누라그 바수 감독이 신작 <침묵>으로, 촬영 전부터 끊임없는 잡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여주인공 캐스팅이 잡음의 근원. 애초 카트리나 카이프가 맡기로 했던 주인공 역할이 아신 토툼칼, 디피카 파두코네를 거쳐 2000년 미스 월드 출신의 프리양카 초프라에 이르면서 또 누구로 바뀔지에 사람들의 관심이 몰리는 기이한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 여주인공 교체의 배경에는 개런티, 잦은 시나리오 변경 등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변이 없는 한 란비르 카푸르와 프리양카 초프라가 귀머거리에 벙어리인 남자와 심리적 장애가 있는 여자 주인공을 맡아 조만간 촬영에 들어갈 이 영화는 주인공 남자를 염두에 두고 <침묵>이라는 제목을 달았다고 한다. <침묵>의 준비과정에서 생겨난 잡음은 어떤 면에서 감독이 처한 상황과 연결돼 있는 느낌이다. 전작 <연>의 참패
[델리] 아누라그 바수 감독님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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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영화제가 조그만 논란을 빚으며 시작됐다. 개막식에서 대만의 감독, 프로듀서와 스타들이 그린 카펫을 걷지 못하게 된 것이다. 대만 영화인들은 5년 만에 처음, 6편의 영화가 소개되는 대만영화 특별섹션에 참석차 도쿄에 왔다. 이 행사는 대만 정부가 후원했으며 출품작 절반을 대만 정부가 직접 선정했다.
연회복을 차려입은 대만 영화인이 게스트룸에서 기다리는 동안, 이미 중국과 대만 관료들은 영화제에서 대만을 어떻게 명명할 것인가를 놓고 열띤 설전을 벌였다. 한 중국 관료가 대만 관료들에게 “당신네 영화를 중국 본토에서 팔고 싶지 않은가? 당신들은 다 중국 사람 아닌가?”라고 윽박지른 것으로 보도됐다.
틀린 말은 아니다. 중국은 그 풍족한 영화시장을 대만 영화계에 열고 있다. 해적판 DVD를 파는 베이징 가게에 밀려드는 다양한 대만영화를 보건대 중국 관객이 대만영화에 관심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대부분의 대만 영화감독들은 타협하고 싶어하지 않지만, 중국 영화시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외신기자클럽] 정부 꼭두각시 노릇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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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1회 청룡영화상이 ‘청룡의 연인’ 김혜수와 이범수의 진행으로 2010년 11월 26일(금)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지난 1년간의 한국영화를 결산하는 청룡영화상은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남녀주연상/남녀조연상/남녀신인상/신인감독상/촬영상/음악상/미술상/기술상/조명상/각본상/한국영화최다관객상/청정원단편영화상/인기스타상 등 총 18개 부문에 걸쳐 영광의 얼굴을 선정한다. 올해도 엄정한 심사를 위해 감독 제작사 투자배급사 평론가 등 영화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후보자(작)을 선정하며 영화 팬들과 네티즌들은 청룡영화상 홈페이지(http://www.blueaward.co.kr)를 통해 후보자(작)을 추천할 수 있다.
MC는 제20회 시상식부터 올해까지 12년 연속으로 청룡영화상 시상식 MC를 맡은 바 있는 김혜수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인 이범수가 맡았다. 김혜수는 "올해도 청룡영화상의 얼굴로 나서게 돼 기쁘며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시상
제 31회 청룡영화상, 11월 26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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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뭐든 발전하려면 기초가 튼튼해야죠. 단편영화는 영화의 근간입니다. 저희는 흔들림 없이 단편영화 발전을 위해 매진할 겁니다."안성기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AISFF) 집행위원장의 말이다.국내 유일의 국제 단편영화제인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가 오는 4일부터 9일까지 6일간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열린다.올해에는 83개국에서 2천262편의 영화가 출품됐다. 출품작 수로만 봤을 때 작년보다 11%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안 위원장은 "규모가 커진 건 큰 의미가 없다"며 "내실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8돌을 맞은 영화제는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우선 한국의 문화, 풍광, 지역색 등을 담은 '트래블링 쇼츠 인 코리아'라는 섹션을 신설했다.프로그램의 변화 외에도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도 시도 중이다.그 첫걸음으로 일본 쇼트쇼츠영화제와 업무제휴
<안성기 "단편영화는 영화의 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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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배우 김하늘과 유승호가 영화 '블라인드'의 주인공으로 나란히 캐스팅됐다고 투자배급사 NEW가 2일 밝혔다.
'블라인드'는 범죄현장의 유일한 목격자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설정의 스릴러 영화로 내년 여름 개봉할 예정이다.
김하늘은 앞을 못 보지만 시각 외의 다른 감각이 놀랍게 뛰어난 경찰대생을 연기하며 유승호는 김하늘을 도와 사건을 해결하는데 활약하는 역을 맡았다.
'아랑'을 연출한 안상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kimy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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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늘ㆍ유승호, 영화 '블라인드'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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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그룹 2PM의 택연이 내년 1월 방송 예정인 KBS 드라마 '드림하이'에 천재적 춤꾼으로 캐스팅됐다.2일 '드림하이' 홍보사에 따르면 배용준의 소속사 키이스트와 JYP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하는 '드림하이'는 출신과 배경이 다른 아이들이 기린예고에 입학해 재능을 발견하고 스타로 발돋움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로 '자이언트'에 출연했던 김수현이 주연 송삼동 역을 맡았다.택연이 연기하는 진국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던 문제아로 기린예고에 입학한 후 자신의 천재적인 재능을 발견하고 세계적인 스타를 꿈꾼다.택연은 연기 데뷔작인 KBS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에서 우직한 일편단심을 보여주는 정우를 무리 없이 소화해 호평받았다.택연은 "새로운 작품을 앞두고 무척 설레고 기대가 된다"며 "멋진 작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okko@yna.co.kr(끝)<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
2PM 택연, KBS '드림하이'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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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문근영, 장근석 주연의 KBS 2TV 새 월화극 '매리는 외박 중'의 제작발표회가 드라마 사상 처음으로 케이블채널에서 생중계된다고 홍보사 와이트리미디어가 2일 밝혔다.3일 오후 2시부터 논현동 임피리얼팰리스호텔에서 열리는 '매리는 외박 중'의 제작발표회는 이날 KBS 드라마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그동안 드라마 제작발표회의 인터넷 생중계나 녹화방송은 있었지만 케이블채널 생중계는 이번이 처음이다.제작발표회에는 문근영, 장근석, 김재욱, 김효진 등 주연 4인방과 인은아 작가, 홍석구 PD 등이 참석하며 드라마 하이라이트 영상 시사와 인터뷰, 포토타임 등이 마련된다.홍보사는 "방송 전 중국과 대만에 선 수출된 '매리는 외박 중'의 제작발표회에는 아시아 각국 취재진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매리는 외박 중'은 어려운 상황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매리가 너무나 다른 캐릭터의 두 남자와 이중 가상 결혼을 하며 일
'매리는 외박중' 제작발표회 케이블 생중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