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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박종환)과 지나(이연)를 중심으로, <절해고도>는 헤맬지언정 결코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김미영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인 <절해고도>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관객들을 만났고, 한국영화감독조합상-메가박스상을 수상했다. 우리는 과연 어떻게 자신을 잃지 않으며 타인과 관계 맺을 수 있을까. <절해고도> 리뷰와 함께 김미영 감독과 나눈 대화를 전한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절해고도> 리뷰와 감독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기획] ‘인간은 섬이며, 섬이 아님을’, 김미영 감독의 <절해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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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가 50주년을 맞아 개최한 기획 공모전에서 <지구 위 블랙박스>가 1등을 해 제작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들었다.
구민정 출발은 공모전을 위한 기획이 아니었다. 전작 <오늘부터 무해하게>를 연출하며 환경에 관한 프로그램을 한번 더 만들고 싶었고, 기후 변화라는 현재 가장 중요한 의제를 다루고 싶었다. 여기에 음악을 활용한다면 시청자들의 마음이 쉽게 동할 것 같았다. 환경 이슈와 음악 퍼포먼스가 결합한 예능성 기획은 없던 터라 내부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듯하다.
- 음악인들이 전 지구적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연합한 경우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해외에선 <We Are the World>나 밴드 에이드의 <Do They Know It’s Christmas?> 같은 프로젝트가 있었고 국내에서도 <내일은 늦으리> 콘서트나 <하나되어> 같은 사례가 있었다. 기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음악을 활용한 이유가 있나.
[인터뷰] 음악으로 기후 변화를 말하다, ‘지구 위 블랙박스’ 김윤아, 구민정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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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창사 50주년을 맞아 10월9일부터 매주 월요일 밤 9시40분 KBS2에서 대기획 <지구 위 블랙박스>를 선보인다. <지구 위 블랙박스>는 기후 위기로 인한 생태 파괴를 겪는 남극, 스페인, 제주도, 서울 등에 윤도현, 김윤아, 최정훈, 호시, 르세라핌 등의 뮤지션이 방문해 노래한 영상을 30년 후의 인류 윤(김신록), 50년 후의 인류 한스(박병은), 100년 후의 인류 니오(김건우)가 거주 불능한 지구의 데이터 보관실 ‘블랙박스’에서 열람한다는, 다큐멘터리와 드라마가 결합한 예능 프로그램이다. <지구 위 블랙박스>의 키를 쥔 총사령관은 2021년 배우 공효진이 출연한 환경 예능 <오늘부터 무해하게>를 시작으로 꾸준히 환경 이슈에 주목하는 프로그램을 만든 구민정 PD다. 그리고 환경 문제에 관해 목소리를 내온 뮤지션 김윤아가 지난 10월 이 사령선에 합류했다. 뮤지션 김윤아와 구민정 PD가 <지구 위 블랙박스>와 기후
[기획] 지구를 고려하는 삶의 방식 어때요?, ‘지구 위 블랙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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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빙>의 매력은 인물들의 초능력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표출되는 방식에 있다. 인물들의 초능력이 아주 일상적이고 평범하고 사소한 행위 속에 슬쩍슬쩍 드러날 때마다 <무빙>은 단순한 스펙터클의 드라마에서 벗어난다. <무빙>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두식(조인성)과 미현(한효주)의 키스 장면에서 두식의 발이 땅에서 떠오른다. 우리가 상투적으로 ‘하늘을 날 만큼’이라고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그 순간 두식의 몸은 실제로 하늘을 난다. 상투적인 언어적 표현이 사랑스러운 이미지로 변환된다. 인물들의 강력한 초능력이 과시적 스펙터클로 소비되는 대신 인물의 감정 속에 녹아들고, 그때마다 <무빙>은 특별해진다. 비 오는 늦은 밤, 홀로 걸어갈 여자 친구의 길동무가 되어주기 위해 서툴게 하늘을 나는 봉석(이정하)의 몸놀림이 그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것처럼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길동무가 되어주고 싶은 바로 그 마음, 그 상투적이고 평범함 속에 깃든 비범한
[기획] 분열의 부모 세대에서 벗어나기, 안시환 평론가의 ‘냉전 드라마로 보는 <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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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랑 애 하나 가지고 사업을 벌여?” “그래봤자 겨우 둘?” <무빙> 15화에서 민용준(문성근)의 수행 비서인 여운규(김신록)는 국가재능육성사업을 시작하자는 조래혁(유승목)의 의견에 반발하며 이런 말을 한다. 아직 여물지 않은 초능력을 지닌 아이 몇명만을 바라보며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프로젝트를 굴리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본 것이다. 결국 국정원이 육성사업을 진행함에 따라 이와 같은 여운규의 판단은 잘못된 것으로 판명된다. 하지만 여운규가 사용한 ‘겨우’와 ‘꼴랑 OO 가지고’라는 표현만큼은 완전히 틀린 말로 느껴지지 않는데, 그건 이 말이 <무빙>이라는 드라마를 이제 막 접한 사람들의 첫 반응과 묘하게 닮아 있기 때문이다. ‘꼴랑 이런 초능력을 가지고 히어로물이라고 한다고?’ ‘겨우 이것밖에 없다고?’
이것이 <무빙>을 본 모든 사람들의 반응인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콘텐츠를 ‘히어로물’이라고 규정했을 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를 비
[기획] <무빙>의 히어로들이 지닌 최고의 능력은…, 김철홍 평론가의 ‘슈퍼히어로물로 보는 <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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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제일 싫어하는 사연팔이?” 다방 사장은 주원/구룡포(류승룡)의 여관방에 다녀온 지희(곽선영)에게 티켓 좀 팔았는지 묻는다. 지희는 그냥 이야기 좀 했다며 슬며시 미소 짓는다. “사연팔이 말고 무협지 이야기, 프로레슬링 이야기.” 그리고 덧붙이는 말. “무협지가 아니래, 멜로 소설이래.” 무협과 멜로. 구룡포와 지희 파트의 핵심 테마는 <무빙> 전체를 관통하는 연결 고리이기도 하다. 좀더 정확한 설명은 구룡포의 입을 빌려야겠다. “무협지는 결국 다 멜로예요.” 무협이 아닌 게 아니다. 무협이면서 멜로일 수 있다. 무협은 장르적으로 동사이고, 멜로는 형용사다.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겠다. 멜로를 전달하고 보니 무협이 되었다고. 무협이 행동의 표출 방식이라면 멜로는 마음의 형태다.
신파는 죄가 없었다.
근래 ‘세상 모든 이야기는 멜로드라마’라는 명제를 <무빙>만큼 성실하고 정확하게 수행하는 작품을 보지 못했다. 멜로드라마는 단순히 말하자면 인력과 척력에
[기획] 유일무이하고 보편적인 마음의 형태, 송경원 기자의 '멜로드라마로 보는 <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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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션, 가족 멜로드라마, 하이틴, 냉전물 등이 골고루 뒤섞인 장르로 완성됐다. 작품 방향과 리듬을 잡아가는 초반에 특히 돋보이는 건 고어한 연출이었다.
= 로버트 로드리게스의 <스파이 키드> 같은 느낌은 피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고어함이 내 취향이니까. 작업량이 훨씬 늘어나는 괴로운 선택이었지만 셀 특수분장팀은 물론 제작진이 다 재밌어했다. 그래서 할 수 있었다. 10대들이 나오는 학교 신이 품은 하이틴스러움이나 멜로드라마쪽은 평소에 취향이 닿는 곳이 아니라 깨끗하게 공부하려고 했다. 콘티 그리기 전에 <러브레터>를 다시 봤을 정도다. 시노다 노보루의 촬영을 좋아해서인데 특히 역광을 쓰는 방식을 참고했다. 10대들이 끌고 가는 부드러운 빛감의 장면을 지나 갑자기 프랭크(류승범)가 나타날 때 충돌의 감각이 느껴졌으면 했다. 색으로 치면 갑자기 붉은 원색이 끼얹어지는 것 같은.
- <특별시민>에서 변종구(최민식)의 선거캠프를 구현할 때 ‘독일 파
[인터뷰] 311개의 퀴즈를 풀었다, ‘무빙’ 박인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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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빙> 마지막 회가 공개됐을 때는 태국으로 가족 휴가를 갔다고 들었다.
= 머리를 비우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태국에서는 디즈니+가 나오지 않아 드라마를 바로 보지는 못했는데, 대신 피날레 시사회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인터넷 반응을 계속 검색했다. 내가 본 것은 몇달 전 CG나 색보정이 완성되지 않은 버전이라 완성본이 궁금했다.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 요즘 만나는 사람들마다 <무빙> 얘기를 하지 않나.
= 추석 연휴에 집에 놀러온 친구들도 자꾸 <무빙> 이야기를 해서 “이제 쉬고 싶은데 그만하면 안되냐”고 했다. (웃음) 내가 웹툰 작가였지만 정작 인터넷과는 친하지 않다. 그런데 최근 몇달 동안 핸드폰을 본 횟수가 1년 동안 본 것보다 더 많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기사를 검색한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무엇인지도 처음 알게 됐다. 나한테는 <무빙> 영상만 잔뜩 뜨는데 그게 다른 사람들도 그런 줄 알았던 거지. (웃음)
[인터뷰] 착한 사람들이 이기는 이야기가 좋다, ‘무빙’ 강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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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정
“17:1 싸움 장면에서 가장 고민한 건 희수에게 재생 능력이 있지만 그렇다고 아픔을 아예 모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어느 정도로 아픔을 표현해야 할지에 대해 강풀 작가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한편 지난해 10월 말에 찍은 거라 날씨도 춥고 바람이 계속 불었다. 몸 곳곳에 묻힌 진흙이 자꾸 굳어버려서 계속 분무기로 물을 뿌려가며 촬영했다. 함께한 배우 분들, 액션팀 모두 고생을 많이 했다.”
류승룡
“조직폭력배 시절의 주원은 의도적으로 사고를 내서 합의 비용을 받는 등 단순히 생계를 위해서만 이를 사용했다. 자기가 자신에게 상처를 주던 조직폭력배 시절의 그는 몸보다 오히려 마음에 상처가 더 많은 인물이었다. 주원을 연기하는 동안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달리 속은 여리고 흉터 많은 인물이라는 괴리에 대해 늘 고민했다.”
한효주
“나의 엄마를 자주 떠올렸다. 엄마가 보여준 헌신을 이미현이라는 캐릭터에 녹여내고 싶었다. 아들인 (이)정하 배우가 맑고 예뻐서
[기획] ‘그 인물 그 대사 이렇게 완성됐다’, 배우들이 돌아보는 <무빙>의 캐릭터, 명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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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0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무빙> 피날레 시사회가 열렸다. 박인제, 박윤서 감독과 배우 류승룡, 한효주, 차태현, 박희순, 유승목, 김다현, 김중희, 박광재, 이정하, 김도훈, 박병은(오른쪽부터)이 참석했다.
<무빙>이 지속적인 구독자 이탈로 위기설에 직면했던 디즈니+의 구원투수가 됐다. 지난해 4분기부터 1여년간 1800만여명의 구독자를 잃은 디즈니+는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줄이는 대신 요금제 인상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행보를 걷고 있었다. 디즈니+의 한국 론칭 초기에 제작이 확정된 <무빙>은 디즈니+가 공격적으로 콘텐츠에 투자하던 시기 프로덕션에 들어간 작품이다. 600억원대가 투입된 한국형 히어로물이 신생 플랫폼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를 반반씩 받으며 <무빙>은 2년 전 촬영에 들어갔다. 지난 8월 첫 공개 이후 <무빙>을 향한 뜨거운 지지는 한국 콘텐츠팀 철수설 등 각종 루머에 시달렸던 디
[기획] <무빙>이 보여주는 이야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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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세월을 사기꾼으로 살아온 지혜(엄정화)는 일에서 손을 떼기로 마음먹는다. 실력도 예전 같지 않고 자신과 같은 길을 가려는 딸 주영(방민아)의 앞날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큰 건 하나를 노리던 중 문화재 밀매꾼인 아버지(손병호)와 함께 사는 완규(송새벽)의 저택 지하실에 다량의 금이 숨겨져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지혜가 완규를 사로잡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주영은 엄마를 쫓는 경찰 현우(김성식)와 가까워진다.
<화사한 그녀>는 모녀 사기꾼을 내세워 차별화를 꾀한다. 집에서는 삐거덕거려도 범죄 현장에서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녀의 반전 활약상이 극적 포인트를 준다. 배우 엄정화의 고유한 매력을 캐릭터 조형에 십분 활용한다. 지혜가 사랑스러움과 강한 의지력을 발휘해 완규 집안 사람들을 휘감고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코미디적 상황이 주요한 재미다. 그러나 케이퍼 무비로서는 허약하다. 관계성이 약한 모녀 서사가 교차 진행되면서 금을 찾는 메인 플롯에
[리뷰] ‘화사한 그녀’, 화사하나 기술력은 약한 사기꾼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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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오신후이(하람두)에게 린한충(채범희)의 목소리가 담긴 카세트테이프가 도착한다. 고등학생 시절, 자오신후이의 집에 잠시 머물게 된 린한충은 자오신후이가 카세트테이프에 엉뚱한 말을 녹음한 일을 시작으로 서로 좋아하게 된다. 생일마저 같은 이들은 대학생이 되어서도 같은 학교에 진학하기를 약속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되지만 린한충이 자오신후이의 집을 떠나면서 다른 길을 가게 된다. 그러나 대학생이 되어서도 연인으로 잘 지내던 두 사람 사이에 자오신후이의 대학교 선배인 천샤오밍(허광한)이 나타나면서 풀기 힘든 오해가 쌓인다. 용기를 내 린한충을 찾아갈 결심을 한 자오신후이는 결국 그날을 마지막으로 이별하게 된다. 린한충의 목소리가 담긴 카세트테이프를 소포로 받은 후, 그를 찾아 떠나는 자오신후이의 여정에는 우연에 우연이 겹친다. <기억해, 우리가 사랑한 시간>은 두 주인공이 고등학생 연인일 때를 떠올리는 자오신후이의 과거 기억과 현재가 교차하며 진행된다. 과거에 숨겨진 단서들이
[리뷰] ‘기억해, 우리가 사랑한 시간’, 풋풋함과 풋내 사이의 청춘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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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중반 메이지 시대의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로 판타지 계열의 작품이다. 이능을 지닌 초능력자들이 나타난다는 설정의 세계관이다. 불, 물, 바람을 다루거나 타인의 정신을 조종하는 등 각종 이능이 존재한다. 주인공 미요(이마다 미오)는 이능 명문가 사이모리 가문의 자제다. 그러나 이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계모와 계자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그러던 미요는 명문가간의 정략결혼을 통해 쿠도 가문의 키요카(메구로 렌)를 만나게 된다. 국가 군부의 핵심 인물로 활동 중인 이능 능력자 키요카는 허물 없이 자신을 대하는 미요에게 빠지고, 둘은 진심으로 사랑을 나누게 된다. 하지만 이능을 사용하여 국가권력을 노리는 집단이 모종의 이유로 키요카와 미요의 신변을 노린다.
<나의 행복한 결혼>은 동명의 라이트노벨을 실사화한 작품이다. 최근엔 동명의 TV애니메이션도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실사판에선 인물들의 초능력을 시각화하는 만화적 표현의 CGI가 먼저 눈에 띈다. 하지만 시대상
[리뷰] ‘나의 행복한 결혼’, 준수한 실사화를 넘는 영화적 만듦새의 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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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 주둔지에서 금나라의 정례 의관이 살해된다. 살인이 있던 날 보초를 선 장대(선텅)는 다른 효용병과 함께 근위 부통령 손균(이양첸시)에게 붙잡혀 심문받는다. 송나라 재상 진회(뇌가음)와 그의 총관 하립(장역)은 장대에게 살해된 자가 지니고 있었으나 사라진 서한의 행방을 찾아오라 명을 내린다. 그러나 재상 진회는 다시 하립에게 장대가 사라진 서한을 찾아도, 찾지 못해도 그를 죽이라 은밀히 지시한다.
밀실 같은 중국식 성 안에서 제한된 시간 안에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 <만강홍: 사라진 밀서>는 후더닛 추리극으로 시작하지만 그 앞은 알 수 없다. 장이머우 감독은 앞서 연출한 바 있는 역사 드라마, 액션, 범죄와 같은 굵직한 장르에서 <만강홍: 사라진 밀서>에 이르러 코미디 풍자극으로 방향을 튼다. 사라진 밀서의 행방을 찾아 목숨을 걸고 추적하는 장대를 따라가다 보면 재상 진회와 그 측근을 둘러싼 온갖 비리와 음모, 또 다른 살인이 고개를 들고 일어난다.
[리뷰] ‘만강홍: 사라진 밀서’, 장이머우의 고풍스러운 중국식 밀실 살인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