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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
지금의 델리 음악을 듣다 멈추고 예전의 델리 음악을 찾아 듣는다. 이들은 과거처럼 매혹적으로 반짝이는 순간을 다시 만들어내지 못하고, 또 자신들이 의도했던 새로운(?) 시도를 제대로 구현해내지도 못한다. 5년이라는 시간은 많은 것을 변하게 한다. 그 시간 동안 음악계는 발전했고, 델리는 제자리에 있었다. 혹은 퇴보했다. ‘슬프지만 진실’이다.
이민희 /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6집까지 밴드 델리스파이스는 솔로 스위트피와 명확하게 분리됐는데, 오늘의 7집은 그 격차가 아주 많이 줄었다. 전보다 조심스러워졌지만 전보다 아름다워진 이 앨범의 비교대상은 6집이 아니라 오래전의 1집이라 생각한다. 세월불변의 <챠우챠우>만큼 진하지는 않지만 그 낭만이 모든 곡에 고루 옅게 스며 있다는 점에서. 노래를 하는 이와 그 노래를 따르는 이 모두 곱게 주름져가고 있다고, 문득 델리스파이스는 따뜻하고 고마운 확신을 준다.
최민우 /
[hottracks] 옛날이 좋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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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리얼 스틸> 자다가도 가끔 '워닝~'하는 소리가 들려
[정훈이 만화] <리얼 스틸> 자다가도 가끔 '워닝~'하는 소리가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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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호는 산악자전거 타는 게 취미라고 했다. “한계령을 넘어보는 게 꿈입니다. 안개가 자욱한 한계령 길을 혼자서 넘어가는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다. 고개를 푹 숙이고 페달을 밟고 있는 그 모습에 반해 그때부터 자전거를 타게 됐습니다.” 이런 상상을 해봤다. 김상호가 자전거를 타고 한계령을 넘어가고 있다. 그가 봤던 그 사람처럼 말이다. 누군가 지나가다가 ‘힘내라’고 말을 건다. 그러면 그는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상황 속에서도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네에~ 고맙습니다” 하고 다시 고개를 숙인다.
이 상상을 그의 연기 인생에 대입해보면 어떨까. 지금 배우 김상호는 묵묵히 페달을 밟고 있다. 극단 청우의 배우로서 <남자충동> <인류 최초의 키스>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김상호는 실질적인 영화 데뷔작인 <범죄의 재구성>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그때 그사람들> <너는 내 운명> <타짜> <연애, 그 참을
[김상호] 자전거 탄 광대, 정상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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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 제임스라는 브랜드가 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 브랜드로 흰색 바탕에 파란 가로 줄무늬를 넣은 티셔츠가 특히 유명하다. 피카소가 이 티셔츠를 그렇게 즐겨 입었다고 하는데 그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드리 헵번도 입었고, 제임스 딘도 입었다는 걸로 보아 요즘으로 치면 그 인기랄까 대중성이 유니클로 히트텍쯤 되지 않았나 싶다. 줄무늬 티셔츠 또한 다른 여느 옷과 마찬가지여서 관심없는 사람 눈에는 죄다 비슷비슷해 보일지 몰라도 조금만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한벌 한벌이 하나같이 다르다. 목선이 옆으로 길게 팬 것, 동그랗게 팬 것, 소재가 도톰한 것, 얇은 것, 소매가 길고 소매통이 꼭 맞는 것, 소매가 7부 정도인 것, 신축성이 있는 것과 없는 것…. 이토록 다양한 줄무늬 티셔츠를 운동장에 세운다면 생 제임스의 자리는 맨 앞줄 가운데다. 오른손 번쩍 들고 “기준!” 하고 외치는 자리. 다시 말해 베이식 중의 베이식. 목선이 옆으로 길게 팬 보트넥 스타일에 소재는
[fashion+] 지나친 호들갑은 촌스러운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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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완득이>에서 ‘욕쟁이 아저씨’(김상호)는 자신의 집 대문 앞에 주차된 완득이 아버지의 차를 대못으로 긁어버립니다.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맞보고 사는 두 사람 중 누구에게 우선주차권이 있을까요?
A.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가는 골목이라니 판단하기가 참 애매하네요. 일단 진정하고, 지난해 인터뷰한 적이 있는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장서연 변호사에게 안부도 물을 겸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는 아직 <완득이>를 못 봤다고 합니다. 영화 속 상황이 이러하다고 설명하니 장서연 변호사는 완득이 아버지뿐만 아니라 집주인도 그 골목에 주차하는 건 불법이라고 합니다. 그는 “노면에 거주자우선주차지역 표시가 없는 한 아무도 그곳에 주차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건물을 지을 때 지하주차장을 함께 설계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랍니다. 영화에서는 거주자우선주차지역 표시가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완득이 아버지고 그곳에 주차할 수 없다는 말이지요. 그러나 장서연 변호사는 “욕쟁
[Cinepedia] <완득이>에서 ‘욕쟁이 아저씨’(김상호)는 자신의 집 대문 앞에 주차된 완득이 아버지의 차를 대못으로 긁어버립니다.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맞보고 사는 두 사람 중 누구에게 우선주차권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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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요즘 학생들 말 안 들어서 많이 힘드시죠?
=얌마 완득이. 뭐야 왜 갑자기 예의 차리고 난리야. 빨리 앉아.
-저 좀 착각하시는 것 같은데 저는 완득이가 아니고 인터뷰하러 온 기자입니다.
=뭐? 니가 완득이가 아니면 뭐 만득이야? 그것도 아니면 뭐 만날 거짓말만 하는 상득이야?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시끄럽고 빨리 햇반이나 좀 가져와. 선생님 오늘 아침밥도 못 먹었어. 이왕이면 흑미밥으로.
-저 신분증이라도 보여드려야 믿으실 거 같은데 저 완득이 아닙니다. 이 얼굴을 고등학생으로 봐주신 거면 대단히 감사하지만요.
=뭐? 정말? 얼굴이 시꺼먼 게 완전히 완득이랑 똑같이 생겼는데 아니라고? 암튼 뭐 알겠습니다. 에이 배고파. 완득이가 햇반 안 주면 나 하루 종일 굶는데.
-암튼 제 옛날 선생님 생각도 나고, 초면이지만 제가 한참 어린 거 같으니 말씀 놓으셔도 됩니다. 자, 그럼 화제를 바꿔서 제가 뒷조사를 좀 해보니까 나름 ‘엄친아’시던데 이렇게 옥탑방에서 청
[주성철의 가상인터뷰] 엄친아 선생은 뭐가 달라도 다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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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50>
감독 조너선 레빈 / 출연 조셉 고든 레빗, 안나 켄드릭, 세스 로건 / 수입 드림웨스트픽쳐스 / 개봉예정 11월 말
조셉 고든 레빗과 세스 로건의 만남만으로도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게다가 <트와일라잇>의 속편인 <뉴 문>에서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친구 제시카 역으로 국내에도 서서히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안나 켄드릭은 현재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신예다. 27살의 라디오 작가 애덤(조셉 고든 레빗)은 복잡하고 긴 이름을 가진, 생존 확률 50%의 희귀 척추암에 걸렸다는 통보를 받는다. 아픈 틈을 타 애인은 금세 바람이 나고, 긍정의 화신인 절친 카일(세스 로건)은 암을 이용해 여자를 꼬여보라는 ‘막장’ 치료법을 권유한다. 그런 답답한 애덤의 인생에 초보 심리치료사 캐서린(안나 켄드릭)이 등장해 서툴지만 기분 좋은 항암치료의 나날들이 시작된다. 세스 로건의 친구이자 시나리오작가인 ‘윌 라이저’의 실화!
세스 로건의 친구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윌 라이저의 실화 <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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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복서에 전과자인 ‘후진’ 남자가 있다.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시력마저 거의 상실한 ‘착한’ 여자도 있다. <오직 그대만>은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다. 생수 배달로 생계를 연명하던 철민(소지섭)은 밤에 주차장 관리 일을 새로 시작한다. 그곳에서 전임자 할아버지와 친하게 지내던 시각장애인 정화(한효주)를 알게 되고 두 사람은 점차 가까워진다. 불행과 위기가 반복되지만 그럴수록 두 사람의 사랑은 더욱 깊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더이상 늦출 수 없는 정화의 수술비를 마련하고자 철민은 위험한 일을 하기로 결심하고 그렇게 헤어짐의 시간은 다가온다.
모든 장면이 그림이다. 한효주와 소지섭인데 왜 그렇지 않겠는가. 두 사람이 화면에 잡히는 매 순간이 반짝인다. 어쩌면 많은 이들의 우려는 여기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운 화면, 혹여 그것뿐인 건 아닐까. 아무리 보석 같은 선남선녀라 해도 심금을 울리는 무언가가 없다면 2시간은커녕 10분도 버티기 힘들 것이다. 요는 장
진부하고 통속적이지만 절제를 갖춘 멜로드라마 <오직 그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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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어느 실험실에서 시작된다. 한 박사가 고무관에 작은 고무풍선을 테이프로 붙이고 있다. 그 뒤로 스무살쯤 되어 보이는 소녀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녀의 이름은 루시(에밀리 브라우닝). 박사가 그녀의 벌어진 입속으로 관을 밀어넣는다. 헛구역질이 올라오지만 관은 계속 목구멍을 타고 내려간다. 초현실적으로 보일 정도의 긴 삽입. 소녀는 어떤 연유에서 이런 실험에 자신을 내맡기게 된 것일까. 역시 돈일까. 겉으로는 집세를 벌기 위함이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에는 고단함이 스며 있지 않다. 오히려 그녀의 몸은 삽입의 쾌락을 갈구한다. 그렇기에 그녀는 기꺼이 자신의 육체를 화폐의 교환물로 내놓는다. 이후 루시는 부유한 노인들에게 ‘슬리핑 뷰티’가 되어준다. 수면제를 먹고 잠든 시간 동안 자신을 만질 수 있도록 허락하는 일이다. 하지만 고용주 클라라는 고객들에게 그녀를 ‘사라’라는 이름의 성녀로 소개시키며 삽입을 금한다. 대신 소녀의 어린 살갗을 파고드는 것은 늙은 죽음이다.
소설만 쓰
차가운 미장센과 프레임 속의 에로스 <슬리핑 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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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판 모르는 남녀가 함께 살면서 ‘쿨’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체인지 어드레스>의 남자 다비드(에마뉘엘 무레)와 여자 안느(프레드릭 벨)는 그게 가능하다고 믿었던 것 같다. 호른 연주자 다비드는 방세를 함께 낼 룸메이트를 구하던 중 우연히 안느를 만난다. 안느 역시 같은 이유로 룸메이트를 구하고 있었다. 서로 마음이 맞다고 믿은 두 사람은 안느의 집에서 함께 살기로 한다. 그러나 그들의 바람처럼 ‘쿨’한 관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아무렴, 피 뜨거운 젊은 청춘들이 아닌가. 어느 날 두 사람은 자신의 짝사랑을 서로에게 하소연하다가 함께 밤을 보내게 된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친구와 연인 사이를 애매하게 오가며 점점 쿨하지 못한 관계를 이어나가기 시작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야기는 ‘두 남녀의 아슬아슬한 동거 라이프’쯤 돼 보인다. 그러나 감독은 또 다른 커플을 등장시켜 다비드와 안느 사이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안느의 제안으로 다비드는 평소 좋아하던 제자인 1
피 뜨거운 청춘들의 4각관계 <체인지 어드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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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굿 윌 헌팅> 혹은 <파인딩 포레스터>쯤 될까. <완득이>는 마치 하나로 화합할 수 없을 것 같은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학교에서는 같은 교실의 담임과 학생, 집에서는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 옥탑방에서 살아가는 애매한 이웃이지만 사사건건 다투기만 한다. 물론 그 관계가 곧 행복하게 봉합될 것이라는 건 누구나 예측 가능하지만 중요한 건 그 과정이다. 거칠기만 한 선생이 알고 보니 ‘개념선생’이고 불량학생처럼 보이는 완득이가 가족의 가치를 깨달아간다. <완득이>는 그 뻔한 과정을 사람 냄새 진득하게 보여준다.
고교생 완득이(유아인)는 등이 굽은 키 작은 아버지(박수영)와 언제부터인가 가족처럼 돼버린 삼촌(김영재)과 함께 살고 있다. 그런 그가 가장 싫어하는 인간이 바로 담임 선생 동주(김윤석)다. 그러던 어느 날, 동주 선생이 그 존재를 전혀 모르고 살던 완득의 엄마(이자스민)가 어딘가에 살고 있음을 얘기해준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뒤늦은 행복한 보고서 <완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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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여도 정말 더럽게 꼬여간다. 한 사망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위도로 파견된 형사 강인철(정찬)이 내뱉는 이 대사가 <위도>의 이야기를 한마디로 정리한다. 조사하던 중 인철은 단순 사고사로 보이는 사건의 뒤에 지저분하게 꼬인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도무지 어디서부터 이 뒤엉킨 실타래를 풀어가야 할지 막막하다. 이후 인철은 이 사건을 둘러싸고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는 광기의 파도에 휩쓸린다.
이질적인 공간에 고립된 주인공의 고군분투를 다루는 영화는 <이끼>나 <극락도 살인사건> 등에서도 익히 봐왔던 익숙한 그림이다. <위도>의 뚝뚝 끊기는 장면과 인물들은 영화의 전체적인 모양새를 얼추 짐작하게 하지만 처음의 그 불균질함은 일정하게 지속되어 영화가 끝나가는 지점까지도 결국 실타래의 매듭이 어떤 모양인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초반부, 낯선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불안함은 <위도>의 미스터리를 끌고
섬에서의 살인사건, 그러나 긴장감은 없는 스릴러 <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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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 스포츠의 불모지 한국에서도 심장을 울리는 엔진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전남 영암에서 F1 코리아 그랑프리가 열린 뒤부터 모터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두 번째로 열리는 코리아 그랑프리에 맞춰 개봉하는 <세나: F1의 신화>(이하 <세나>)는 F1 팬이라면 그 이름을 익히 알고 있는 전설적인 드라이버 아일턴 세나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또 코리아 그랑프리를 계기로 F1에 관심이 생긴 관객에게도 <세나>는 F1의 역사를 알 수 있는 훌륭한 교과서다.
영국식 로맨틱코미디로 유명한 워킹 타이틀이 내놓은 최초의 다큐멘터리인 <세나>는 1994년 이탈리아 산마리노 그랑프리가 열리는 이몰라 서킷에서 34살의 나이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세나의 삶을 연대기순으로 좇는다. ‘레인마스터’라는 별명을 얻게 된 모나코 그랑프리부터 숙명의 라이벌인 알랭 프로스트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 일본 그랑프리, 기어가 고장나면서 6단 기
세나의 삶과 F1의 역사를 알 수 있는 훌륭한 교과서 <세나: F1의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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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한 지 20년이 된 아들 게이브릴(루 테일러 푸치)을 찾았다는 소식이 어느 날 헨리(J. K. 시몬스) 부부에게 전해진다. 재회의 기쁨도 잠시, 오랜 노숙자 생활을 했던 게이브릴은 뇌종양 수술로 기억이 15년 전에 멈춰 있다. 뇌기능 손상 환자에게 음악이 좋은 치료가 된다는 기사를 읽은 헨리는 게이브릴에게 어린 시절 함께 들었던 음악을 들려준다. 하지만 게이브릴은 아버지가 들려주는 음악에는 관심이 없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록음악에만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 끝을 붙잡고 미궁을 헤매는 테세우스처럼 게이브릴은 그토록 사랑해 마지않던 음악의 전주를 따라 기억을 되짚어간다. 게이브릴의 암전된 기억엔 순간만 있을 뿐 연속성이 없다. 현재의 시간에서도 수시로 뚝뚝 끊기는 게이브릴의 사고(思考)는 어쩌면, 미궁 안쪽에 도사리고 있는 ‘엄격한 아버지’라는 이름의 미노타우로스에게서 멀어지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의지와 무관하게 지워져가는 기억은 고통이다. 기억에 연속성이 없으
그때 그 시절의 명곡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뮤직 네버 스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