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의 춤> DVD를 가방에 싸가지고 다니면서라도 보여주고 싶다. 잘 만들어서가 아니라 이런 이야기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알리고 싶다.” 인터뷰 도중 송일곤 감독은 그간 자신이, 아니 저예산영화가 외면받아왔고 설 자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오직 그대만>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관객,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정체를 찾기 위한 그의 시도이자 선택이다. 눈이 멀어가는 여자와 그 여자를 위해 헌신하는 한 남자. 운명적인 사고로 엮인 이 둘의 이야기는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열광했던 홍콩영화와 <러브 어페어> 같은 할리우드 멜로드라마, 그리고 한국적 신파드라마를 떠오르게 한다. 만남과 헤어짐, 역경과 슬픔 등 이 영화의 모든 것이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지만 그게 <꽃섬>과 <깃> <마법사들>을 만든 송일곤 감독의 것이라면, 그건 어디까지나 의외다. 의외로 그는 다른 시도를 하지 않는 정공법으로 정공법의 영화에 다가선다.
[송일곤] “영화제보다 많은 사람들이 감동받는 영화를 하고 싶다”
-
아직도 할리우드는 애타게 줄리아 로버츠를 찾고 있는가. 지금 할리우드에 부족한 게 하나 있다면 웃음 하나로 세상을 평정할 줄 아는 여배우다. 오드리 헵번으로부터 시작해 90년대 줄리아 로버츠와 멕 라이언이 완성한 ‘아메리칸 스위트하트’(American Sweetheart)의 계보를 이어줄 여배우 말이다. 니콜 키드먼과 샤를리즈 테론이 얼굴에 보형물을 붙이고 오스카를 휩쓸자 모든 할리우드 여배우들은 어떻게 하면 외모를 망가뜨려가며 성격파 배우가 되어 오스카를 받을 것인가에만 정신이 팔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배우에게 꼭 오스카가 필요한가? 그냥 활짝 웃는 것만으로도 허술한 영화를 고전으로 만들 여배우는 대체 어디로 사라져버린 걸까.
그렇다면 지금 현재 아메리칸 스위트하트의 가장 강력한 후보는? 5년 전이었다면 린제이 로한이 가장 강력한 후보였겠지만 그녀는 이미 매컬리 컬킨과 같은 카테고리에 묶인 지 오래고, 지금으로서 딱 떠오르는 이름은 아만다 시프리드다. 아이러니하게도 린제이
[아만다 시프리드] 미국의 새로운 ‘국민 연인’
-
팝스타가 배우로 변신하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질문은 이제 좀 구식이다. 성공한 가수 출신 배우들의 리스트를 늘어놔보면 알 수 있다. <황금 팔을 가진 사나이>로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프랭크 시내트라는 너무 고전적인 대답이라고? 그렇다면 디바이자 오스카를 수상한 여배우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셰어는 어떤가. 그것 또한 너무 고전적인 답변이라면 힙합 뮤지션에서 할리우드 거물이 된 윌 스미스를 한번 떠올려보시라. 팝스타 출신 배우들에 대한 편견은 이제 좀 거둘 때가 됐다. 제발 마돈나의 경우는 잊어버리자는 소리다.
지금 할리우드에서 윌 스미스의 뒤를 이을 만한 가수 출신 배우를 단 한명만 꼽는다면 그건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는 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 사이 인기의 절정을 누렸던 보이밴드 엔싱크(Nsync) 출신이다. 메인 보컬이자 얼굴마담이었던 팀버레이크는 10대 초반 엔싱크의 노래를 줄줄 외우던 소녀팬들이 대
[저스틴 팀버레이크] 21세기의 프랭크 시내트라?
-
영원한 젊음을 누리고 싶은가. <가타카>의 앤드루 니콜이 감독한 SF스릴러 <인 타임>은 25살부터 노화를 멈추고 시간을 거래하는 게 가능해진 미래가 배경이다. 주인공 윌 살라스는 100년의 시간을 강탈하고 살인을 저질렀다는 죄로 도망길에 오르고, 부잣집 여자 실비아가 그의 인질로 붙잡혀 LA 시내를 함께 질주한다. 주연배우가 누구인지를 묻기 전에 먼저 이 질문부터 해보자. 만약 당신의 육체적 나이를 25살에 멈춰 세워 살아갈 수 있다면 누구의 모습으로 살고 싶은가? 할리우드의 대답은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아만다 시프리드다.
[저스틴 팀버레이크, 아만다 시프리드] American Sweetheart
-
-
이 독특한 외관을 가진 제품은 스피커다. 그런데 그냥 스피커가 아니라 태블릿PC, 스마트폰 등 모든 블루투스(Bluetooth) 장치와 연동되는 스마트한 스피커다. 휴대용 기기에 담겨 있는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건 물론, 음악을 듣다가 전화가 오면 스피커폰 기능을 통해 통화도 가능하다. 내장 배터리까지 장착해 지저분한 선 정리가 필요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지간한 독(Dock) 스피커보다 음질이 좋고, 예쁘기까지 하다. 가로 15cm, 높이 4cm의 앙증맞은 크기는 고시원 책상에서도 사용 가능할 정도. 소비자 가격이 고시원 한달 방값인 25만원대여서 문제지만.
[gadget] 스피커도 디자인 시대
-
사양
크기: 120(W)x37(H)x62(D)mm
무게: 80g
특징
1. 클릭, 스크롤, 창 전환 등의 모든 동작이 만지는 것만으로 가능한 ‘터치 마우스’.
2. 애플 매직하우스의 아름다운 라인이 부러웠던 사람들이라면.
애플 유저들만 사용할 수 있는 매직마우스라는 제품이 있다. 매직이라는 단어가 붙은 이 마우스는 일반적인 마우스와는 다르게 버튼이 없다. 상단 표면 전체가 멀티 터치의 영역이어서다. 한 손가락을 얹은 채 어느 방향으로든 움직이면 가로건 세로건 그 방향으로 스크롤이 되고, 두 손가락을 같이 움직이면 브라우저상에서 뒤로 가기나 앞으로 가기가 가능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술을 부린 것처럼 예뻤다. 기능의 혁신이 디자인의 진보를 이끌어낸 셈이다. 사실 주위의 디자이너 선후배들이 매직마우스를 쓰는 걸 보고 티는 안 냈지만 은근히 부러웠었다. 좀더 솔직히 말하면 굳이 매직마우스뿐만 아니라 맥용으로 나오는 거의 모든 제품이 부러웠다. 기능이고 나발이고 일단 갖고 싶게 만
[gadget] 윈도 유저들을 위한 매직마우스
-
<믹의 지름길> Meek’s Cutoff(2010)
감독 켈리 리처드
상영시간 103분
화면포맷 1.37:1 스탠더드 / 음성포맷 DTS-HD 5.1, PCM 2.0
자막 영어 / 출시사 오실로스코프(미국, 2장)
화질 ★★★★☆ / 음질 ★★★★☆ / 부록 ★☆
얼마 전 두 감독에게 그들이 택한 화면 사이즈에 대해 물었다. 그들은 공히 ‘영화적’ 선택이라고 답했다. 10년 내에 만들어진 작품 중 화면 사이즈가 각별한 기억으로 남은 건 딱 두편이며 둘 다 ‘아카데미 비율’로 찍혔다. 하나는 칸 영화제에서 본 <엘리펀트>다. 거대한 스크린에 박힌 4:3 사이즈의 영상이 에메랄드빛 하늘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HBO> 방영용으로 제작된 영화라서 4:3 사이즈라고 알려져 있지만 믿긴 힘들다. 이전부터 <HBO>가 1.78:1 비율의 영화를 제작했거니와 구스 반 산트가 단지 TV 방영용이란 이유로 그 비율을 선택했을 리 없다는 생각에서다.
[DVD] 여성주의 웨스턴의 탄생
-
대문은 굳게 닫혀 있다. 성곽처럼 쌓아올린 축대가 담장의 역할을 대신하고, 울창한 수목이 꾸부정한 자세로 집 앞 골목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바깥 세계에 대해서는 도통 관심이 없어 보이지만 대문 벽의 문패만큼은 이 요새의 주인이 누군지 알려준다.
누군가 문패 아래 놓인 초인종을 누르면 일련의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가정부가 인터폰을 받을 것이고, 통성명을 한 뒤 출입을 허가하면 “띠이” 하는 소리와 함께 대문의 잠금 장치가 찰깍 풀릴 것이다. 사자 모양의 손잡이를 밀면 대문은 녹슨 몸을 비틀며 거친 금속성의 마찰음을 토해낼 것이다. “끼이익.” 그다음에는 가파른 돌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정원을 마주 대하는 것은 그 계단을 오르고 난 뒤다. 정원의 잔디밭 위에는 디딤돌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고, 그 길 끝에는 경사지붕의 이층양옥이 우두커니 서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1930년대 후반생 건설업자 박동원 집사의 집이다.
한때 이런 고급주택이 도시 중산층의 꿈이었던 적이 있다.
[design+] 연쇄살인마의 과거로 향하는 출입구
-
김학선 / 웹진 ‘보다’ 편집장 ★★★☆
4년 만의 새 앨범이라는 사실이 이 앨범을 새롭거나 특별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여기에는 그저 우리가 알고 있는 비욕의 음악이 있다. 결코 친절하지만은 않은 사운드와 꿈꾸듯 노래하는 비욕의 보컬. 잘게 쪼갠 비트가 갑작스레 등장하는 'Crystalline'을 첫 싱글로 내세운 것 역시 비욕다운 선택이다. 그래서, 결론은 간단하다. 계속 비욕을 좋아하든지, 관심을 두지 않든지.
이민희 / 웹진 ‘백비트’ 편집인 ★★★☆
지난 앨범에선 이례적으로 팀발랜드가 참여했지만 차트를 평정하는 프로듀서가 힘을 보탰다 한들 음악적 본질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새 앨범에 첨부한 이벤트는 일부 작업을 아이패드로 했다는 것인데, 그렇게 추세를 반영한다 해도 비욕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다. 실험적인 편곡 위에 띄운 이질적인 목소리. 사운드의 요소들은 따로따로 움직이고, 그 불협화음이 여전히 추종자들을 만족하게 한다.
최민우 / 웹진 ‘웨이브’ 편집장 ★★★☆
[hottracks] 그러니까 비욕이다
-
일정: 11월3~22일 / 장소: 금천예술공장 전시실 P.S.333 및 창고동 / 문의: 02-807-4800
서울시창작공간 금천예술공장이 2011 다빈치 아이디어 전시로 <임의적 접근이 가능한 블랙박스>를 선보인다. ‘다빈치 아이디어’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 가까이에 자리한 금천예술공장이 첨단 산업도시라는 지역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으로, 예술적 상상력과 실험적인 아이디어를 뉴테크놀로지로 실현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에는 총 10팀이 참가해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사운드와 라이팅 매체를 통한 다중 감각적 체험이 가능한 작품 등을 전시한다. 댄 플래빈의 1960년대 형광 튜브소재 작업을 디지털 기술을 이용, 동시대 감각으로 재조명한 하이브의 <인터랙티브 댄 플래빈>, 화면에 입김을 불어넣으면 디지털 공간의 빛들이 흩어졌다 다시 모이는 인터랙션을 보여주는 최인경의 <숨>, 4면이 거울로 부착된 공간에서 관
[아트인서울] 예술은 진화 중
-
일정: 12월4일까지
장소: 토탈미술관
문의: 02-379-3994
‘쥐벽서’라는 사건이 있었다. G20 정상회담 포스터의 청사초롱 그림 위에 쥐를 그려넣은 남자가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일이다. 재밌는 점은 비슷한 일을 본업으로 삼은 영국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작가가 그 사건으로 거액의 돈을 벌었다는 거다. 그 작가의 이름은 뱅크시였고, 그의 작품을 구입한 사람은 대영박물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안젤리나 졸리…. 이 정도면 더 언급할 필요도 없겠다. 왜 ‘뱅크시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한국인은 벌금을 물고, 뱅크시 자신은 영국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잘 먹고 잘 사는지 불만을 제기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창조력과 상상력, 인재가 필요하다며 말로만 외치기 전에 어쩌면 발칙하게 느껴질지도 모를 ‘새로움’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질문을 던져보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든다.
드로잉 작가 댄 퍼잡스키는 ‘사회적 의식의 변화가 천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명제의
[전시] 촌철살인의 드로잉
-
요 몇년간 이십대의 자기소개서라는 걸 읽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인생 다 살아봤고, 다 경험해서 알겠는데… 라면서 적은 ‘내 인생’은 학교와 부모 돈으로 한 여행과 스펙 쌓기를 위한 인턴십이 전부다. 똑같아서 슬픈 자기소개서들.
제발 더 생각하고 경험하세요. 그외에 뭐가 더 필요한가. 자기소개서에서 중요한 건 매끈한 문장이 아니라 그 안의 ‘나’다.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과 <내가 걸은 만큼만 내 인생이다>가 하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은 그 유명한, 안철수와 박경철의 ‘청춘 콘서트’ 안팎에서 만난 10대, 20대와 그들의 학부모와의 대화를 기반으로 쓰인 책이다. 혁명이라는 단어 그대로의 책이다. 지금처럼 살지 마라. 인생을 바꿔라, 그건 너만이 할 수 있다. 그런 책이다. 박경철의 강연이나 글을 이전에 읽고 감동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행복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이유’에서, 원칙을 세웠다 무너뜨리기를 반복하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읽으니까 청춘이다
-
표4라고 부른다. 책의 뒷표지 말이다. 추천사가 책의 매출에 기여함을 의심하지는 않으나 그 표4는 대개의 경우 저자의 인간관계를 알게 해줄 뿐이고 책 자체에 대해서는 거의 알게 해주는 바가 없다(그러니 책 구입할 때 참고하면 낭패). 무슨 말인지 궁금하시면 패션지 에디터나 연예계 관계자가 낸 책의 표4를 보시라. 반면 소설가 김중혁의 에세이집 <뭐라도 되겠지>의 표4는 그의 인간관계뿐 아니라 책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일러준다. 정말이다. 그의 절친이자 그보다 더 유명한 소설가로 추정되는 김연수는 “김중혁의 글은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잔치가 됐다. 말하자면 소문난 잔치. (중략) 건지겠지, 뭐라도 건지겠지. 마음이 착잡하다.” 글 잘 쓰고 요리는 더 잘하는 ‘라꼼마’의 셰프 박찬일은 “독자들이 ‘으하하, 이자는 소설보다 산문이 훨씬 재밌는걸’ 하고 바닥을 데굴데굴 구를 게 뻔하”다고 썼다. 미모의 뮤지션 오지은은 “인생의 비밀을 쓸데없는 것과 농담에 있다고 생각하기
[도서] 뭐라도 된다니까요
-
“이제 진짜 기대하셔도 좋아요.” 이윤지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여유와 자신감이 넘쳤다. 그동안 자기를 수식했던 말들이 ‘성실한’ 혹은 ‘똑똑한’이었다면 지금까지의 이윤지를 깨는 모습이 두렵지 않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이윤지가 사극을 포함해 수많은 드라마를 거치며 보여줬던 밝고 건강한 ‘엄친딸’ 이미지는 <드림하이>의 매서운 무용선생 시경진 역할을 통해 큰 껍질을 벗었다. 그사이 연극 <프루프>를 통해 광기의 천재수학자 역할에도 도전했고, 엠넷의 페이크 다큐 프로그램 <UV신드롬>에도 출연해 능청스런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커플즈>에서는 옛 남자친구가 선물한 다이아 반지가 사실은 큐빅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되는 애처로운 여자이기도 하다. 물론 예능인으로서 특수대학원이 아닌 일반대학원에 다니는 부지런한 학생의 모습도 거기에 겹쳐진다. 그렇게 이윤지는 계속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조바심이 났다. 물론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윤지] 허술하지만 귀엽게, 딱 나 자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