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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미국 남부의 미시시피 잭슨, 영화는 흑인 가정부 에이블린(비올라 데이비스)의 인터뷰로 시작한다. 그녀는 자신이 가정부가 될 줄 알았냐는 질문에 엄마도 가정부였고 자신도 가정부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음을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영화는 이러한 운명론에 필적할 만한 당시의 사회상을 보여준다. 흑인은 백인과 마주앉아 식사할 수 없으며 만질 수도 없다. 백인과 흑인이 쓰는 식기는 따로 분리되어 있으며 화장실도 같이 쓸 수 없다. 미니(옥타비아 스펜서)가 가정부로 일하는 집의 주인은 미니가 화장실을 쓸까봐 휴지 길이까지 확인한다. 화장실을 쓴 미니는 결국 쫓겨나고 주인은 흑인이 세균을 옮긴다며 흑인용 옥외 화장실을 따로 만들자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흑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영화는 KKK단의 흑인 학살이나 마틴 루터 킹의 연설 등 당시의 시대적 흐름을 짚고 넘어간다. 영화 속 그들은 KKK단의 만행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거나 루터 킹의
이야기의 힘이 돋보이는 약자의 당당한 저항 <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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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추앙받는 마술사였으나 불의의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이튼(리틱 로샨)은 14년째 병상에 누워 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자신의 상처를 가린 채 남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뿐이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인도 전역의 전신마비 환자들에게 용기를 심어주는 영웅으로 살던 어느 날, 이튼은 현재의 삶이 곧 상처를 잊으려는 몸부림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킬 수 없는 그의 삶은 사실상 관 속의 삶과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한 이튼은 인도 정부에 안락사를 청원한다. 하지만 그를 통해 희망을 얻던 수많은 사람들, 친구들, 그리고 14년간 모든 걸 포기하고 이튼의 곁을 지켰던 소피아(아이쉬와라 라이)는 슬픔과 분노에 젖는다.
<청원>을 연출한 산자이 릴라 반살리는 <블랙>의 그 감독이다.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를 모두 안고 태어난 <블랙>의 미셸과 전신마비인 이튼의 운명은 상당히 닮아 보인다. 하지
인도의 춤과 노래가 없어도 미적 우아함이 압도적인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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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반쪽을 찾는 것은 세상에 숨겨진 마지막 퍼즐 조각을 찾아내는 일과 비슷하다. <커플즈>는 다섯 싱글 남녀의 퍼즐 맞추기다. 영화는 사라진 여자친구 나리를 찾는 남자 유석(김주혁), 약혼남에게 버림받은 교통경찰 애연(이윤지), 돈 많은 남자가 최고라 믿는 꽃뱀 나리(이시영), 친구의 여자친구인 나리를 사랑하는 흥신소 직원 복남(오정세), 어두운 세계에 몸담고 있지만 나리에게만은 따뜻한 병찬(공형진)이 한날한시 한 사건에 얽히면서 시작된다. 교통사고, 은행강도, 소매치기 등 우연한 사건으로 시작된 인연은 악연으로 혹은 필연으로 연결되고, 덕분에 서로를 알게 된 다섯 싱글 남녀는 진정한 자신의 짝을 찾아간다. 여기에 주인공들이 벌이는 사건에 엮인 다른 이들도 서로의 짝을 만나게 되면서 기적 같은 인연이 계속된다. 마치 나비효과와도 같은 이러한 인연의 연쇄고리는 <커플즈>의 이야기를 지탱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자 핵심적인 재미다.
일본 감독 우치다 겐지의 &l
나비효과와도 같은 인연의 연쇄고리 <커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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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자는 말을 마친 여자가 남자의 집을 나선다. 굳게 닫힌 현관문을 사이에 두고 여자와 남자가 울음을 터뜨린다. 이별은 돌이킬 수 없는 과거가 됐다. 그때다. 여자가 기대서 있던 문을 스르륵 통과해 문 안쪽으로 넘어진다. 남자가 달려간다. “문을 뚫고 들어왔…, 어떻게?” 놀람과 기쁨에 찬 남자는 여자를 부둥켜안는다. 이별은 되감아지고 사랑도 되찾아진다. 그런데 실은 이 여자, 첫 등장 때부터 벽을 통과해보겠다고 연습 중이었다. “세상의 99%는 빈 공간이에요. 빈 공간이 모인 시간에 정확히 벽을 친다면 통과할 수 있어요.”
언뜻 <초(민망한)능력자들>이 떠오르는 <투명인간 그리프>는 슈퍼히어로물의 컨벤션을 비틀어 만든 로맨틱코미디다. 우선 주인공 그리프(라이언 콴튼)는 초능력자보다 무능력자에 가깝다. 낮에는 만년지각생 왕따 회사원으로 살고, 밤에는 짝퉁 배트맨 슈트를 입고 달리기 연습이나 한다. 슈퍼히어로가 되고 싶지만 되기엔 한참 모자란 그다. 그래서인
슈퍼히어로물의 컨벤션을 비틀어 만든 로맨틱코미디 <투명인간 그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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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가 의미있는 것은 쌓아온 시간과 기억들이 그만큼의 신뢰를 더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명실상부 본격 국제단편영화제로 자리매김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가 아홉 번째 비행을 시작한다. 세계 최초의 기내영화제에서 출발하여 모든 장르와 소재를 아우르는 본격 국제영화제로 거듭난 이번 영화제는 단편영화의 대중화와 대안적 배급에 기여한 그동안의 내실을 바탕으로 더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국내 최초, 최대 규모라는 명성에 걸맞게 총 90개국에서 역대 최다인 2137편이 출품되었으며 그중 엄선된 35개국 54편의 작품을 본선 경쟁에서 만날 수 있다. 그 밖에도 단편영화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숨겨진 모습을 만날 수 있는 ‘트래블링 쇼츠 인 코리아’와 ‘트래블링 쇼츠 인 재팬’, 전세계 유명 감독들의 초기 단편과 최신작을 함께 만날 수 있는 ‘감독 열전: 올드 앤 뉴’는 물론, 3·11 일본 지진참사를 기리는 옴니버스영화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지면관계상 미처 싣지 못한 나
영화에서 공감이 싹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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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어머니 그리고 아내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산악인 허영호 그리고 그의 아들 허재석이 에베레스트 등정 길에 올랐다. 전세계적으로 험악하기로 소문난 산을 오르고 탐험하느라 집을 비운 아버지 대신 가정을 지켰던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부자는 “온 가족이 다 같이 손을 잡고 에베레스트에 오르자”는 오래된 약속을 지키기로 한 것이다.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등정. 그러나 정상을 향해 힘차게 내딛는 발자국마다 삶에 대한 본능 그리고 뜨거운 가족애가 오롯이 떠오른다. 7대륙 최고봉과 3대륙 극점의 고지에 깃발을 꽂은 허영호 대장과 아들 허재석의 에베레스트 등정 다큐멘터리 <20년 전의 약속>이 극장판으로 재편집해 10월26일 개봉했다. 부자의 모험이자 가족애를 재확인하는 산행을 끝낸 지금, 그들은 새로운 모험을 꿈꾸며 삶의 목표를 다시금 정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 다큐멘터리를 찍게 되었나.
허재석_원래는 아버지 혼자 떠날 계획이었다. 지난해 1월 어머니가 돌아가신
[Cinetalk] 소중한 가족앨범이 생긴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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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액션배우다.
=너무 좋다. 촬영 내내 푹 빠져 있었다. 10년 넘게 태권도를 해왔지만 드디어 카메라 안에서 펼치는 액션의 매력을 알게 됐다.
-태권도를 다양하게 응용했다.
=태권도와 춤을 결합한 액션에 자부심을 느낀다. 1년 동안 춤을 배운 보람이 있었다. 두 번째 오디션에서 춘 춤은 태권도에 무에타이까지 섞어 만든 거였다.
-태권도와 무에타이, 직접 몸으로 부딪혀보니 어떻게 다르던가.
=현지 스턴트맨들이 전?현직 무에타이 선수들이라 직접 가르쳐줬는데 뼈가 단단해야 한다며 두꺼운 나무로 정강이를 밀어주고 그랬다. 진짜 아팠다. (웃음) 그에 비하면 태권도는 좀더 부드럽다.
-오랜 운동으로 통증에 내성이 생겼다고 해도 부상에 대한 두려움은 어쩔 수 없었을 것 같다.
=워낙 겁이 없다. 앰뷸런스가 항상 대기 중이어서 안심되기도 했고.
-태양과 비슷한 성격인가.
=태양은 처음부터 내 실제 성격을 반영해 만든 캐릭터다. 한 가지, 아버지와의 관계는 실제와 다르다. 근데
[who are you] 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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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싸늘하다. 바람 또한 매서워 다시 옷깃을 여며야만 했다.
마음 또한 춥기만 했다. 모든 것이 얼어붙을 만큼 춥기만 했다.
손만 닿으면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참 멀기도 하구나.
움직이자. 움직여보자. 내가 바라는 세상을 위해 움직여보자.
이제 저 밝은 빛으로 물들여보자꾸나. 구석구석 밝은 빛으로….
[Cineview] 그곳에 빛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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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트위터는 온통 선거 이야기뿐이었습니다. 유아인씨는 정치 얘기를 좀 했다는 이유로 지인들에게 조심하라는 소리를 들었답니다. “참정의 책임과 의무조차 겁을 먹고 이뤄지는 이상한 민주주의 사회다. 국민들에게서 나온 권력을 어째서 국민들이 두려워해야 하나. 참정권을 가진 20대가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게 왜 건방진 일인가.… (중략) 내가 나의 세대에 속함에 감사하고 자랑스럽다.” @seeksik
<종로의 기적>의 이혁상 감독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열혈 지지자는 아니었지만 출구조사를 본 순간 울컥했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가 성소수자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그만큼 진보한 사회’라고 이야기할 줄 아는 시장은 우리에게 처음이지 않나. 그것만으로도 다음이 기다려진다.” @hyuksangs
외국인도 투표가 가능하다는 사실, 몰랐죠? 영화평론가 달시 파켓은 “나도 투표했어요”라는 투표 인증 멘션을 트위터에 남기면서 “외국인도 영주권을 얻은 뒤 3년 이상 한국에서 거
[트위터 뉴스] "참정권을 가진 20대가 정치 이야기를 하는게 왜 건방진 일인가"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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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인 타임> 세공이 안되면 말짱 꽝
[헌즈 다이어리] <인 타임> 세공이 안되면 말짱 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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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 시즌에 맞춰(?) <할로윈>의 감독 존 카펜터의 첫 작품 발굴
=USC 아카이브에서 1969년 당시 학생이었던 호러감독 존 카펜터가 처음 만든 영화 <캡틴 보이어>(Captain Voyeur)가 발견됐다. 네거티브 필름 복원은 미국필름보존재단의 지원금을 받아 이루어진다.
-실베스터 스탤론의 <익스펜더블>, 표절 소송에 휘말려
=마커스 웹이란 작가가 <익스펜더블>이 자신의 <코르도바 케이퍼>(Cordoba Caper)와 거의 똑같다며 소송을 냈다. 소송 상대는 스탤론을 포함해 각본의 데이비드 콜러햄, 제작사 밀레니엄/누이미지 필름스와 라이온스게이트 전체다.
-그레이스 켈리, 스크린 위에서 환생한다
=마릴린 먼로에 이어 이번엔 그레이스 켈리다. 제작에는 <콜롬비아나>를 만든 피에르 앙즈 르 포감이, 각본에는 아라쉬 아멜이 참여해 준비 중이며, 켈리가 1962년 모나코 왕세비로서 쿠데타를 막으려 노력했던 6개
[댓글뉴스] 그레이스 켈리, 스크린 위에서 환생한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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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블랙> The Women in Black
감독 제임스 왓킨스 / 출연 대니얼 래드클리프, 시아란 힌즈, 자넷 맥티어 / 미국 개봉 2012년 2월3일
우리의 영원한 해리 포터 대니얼 래드클리프가 젊은 변호사로 변신한다. 수잔 힐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고스트 스릴러로 이미 TV시리즈, 연극으로 각색된 바 있다. 죽은 의뢰인의 서류를 정리하려 외진 마을로 향한 변호사 아서 킵스가 검은 드레스의 여귀신과 맞닥뜨리는 이야기다. 참고로 <맨 인 블랙>과는 전혀 상관없다.
[Poster it] <우먼 인 블랙> The Women in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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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의 온라인 DVD 대여회사 넷플릭스가 드디어 영국과 아일랜드까지 손을 뻗었다. 2012년부터는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도 넷플릭스의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손쉽게 영화나 TV쇼를 볼 수 있게 됐다. 6년 전부터 영국과 아일랜드를 제2의 시장으로 보고 있었던 넷플릭스는 내년 초부터 한달에 5파운드 정도에 고객이 자사의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제공할 예정이다.
넷플릭스는 국내시장인 미국 그리고 캐나다,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선호하는 온라인 스트리밍 및 DVD 대여 회사다. 1997년, DVD를 우편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큰 사랑을 받았고 가정 내 인터넷 보급률이 높아진 뒤부터는 온라인 스트리밍으로도 원하는 영상을 볼 수 있도록 제공해왔다. 하지만 명실상부한 업계 1위의 자리도 구글의 유튜브, 아마존닷컴의 러브필름이 등장하고서부터는 위험한 상태다. 넷플릭스는 이번 영국과 아일랜드 진출로 정상의 자리를 유지해보려 노력하고 있지만 업계의 분위기는 비관적이다. 이런 비관적인
[해외뉴스] 위기를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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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의 승부는 짜릿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말이다. 예상보다 저조한 투표율 때문에 마음 졸이고 있었는데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는 순간 탄성이 절로 튀어나왔다. 마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도 자리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축하주를 주고받았던 것도 그 흥분을 붙잡아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이번만큼 투표결과를 놓고 긴장한 적도 없는 것 같다. 그건 절박했다는 얘기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처한 상황이 절박했고 우리의 삶이 절박했으며, 그래서 변화에 대한 욕구가 절박했다는. 물론 지난 몇년 동안 극도로 악화된 정치, 경제, 사회 등을 생각해보면 우린 여전히 절박한 상황이다.
부산영화제에서 <돼지의 왕>을 보면서도 그 절박함을 느꼈다. 중학생 시절 경민과 종석, 그리고 철이는 모두 돼지였다. 그 돼지들은 좋은 집안 출신에 힘깨나 쓰는 강민이나 송석응 같은 개들의 먹잇감 노릇을 한다. 그 어린 개들 위에는 상급생들과 학생회라는 큰 개들이 있다. 시스템을 장악한 개들은 폭력을 매개로
[에디토리얼] 강추! <돼지의 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