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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들의 밑그림을 훔쳐보는 건 언제나 흥미진진한 일이다. 말이라는 제한된 도구로 감독들의 상상력 사전을 모조리 훑을 순 없겠지만 그들이 일러준 몇 가지 단서들을 바탕으로 완성될 영화를 요리조리 조립해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 파일>, 김대승 감독의 <후궁: 제왕의 첩>, 신정원 감독의 <점쟁이들>, 이용주 감독의 <건축학개론>, 정병길 감독의 <내가 살인범이다>, 박정우 감독의 <연가시>, 김조광수 감독의 <두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박찬경 감독의 <신은 번개처럼 내린다>(가제) 등 2012년 주목해야만 하는 한국영화 10편의 밑그림을 모았다.
봉준호·박찬욱·류승완·김대승…그들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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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표현방식 가운데 알레고리라는 게 있다. 표면에 드러난 것을 통해 내면의 숨은 뜻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솝 우화>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인데, 동물들 이야기를 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사람들의 삶을 비유하는 식이다. 은유 또는 상징과는 약간 다르다. 이들이 비교적 단일한 의미를 지칭하는 것이라면, 알레고리의 의미는 주관성이 개입되기 때문에 다층적이고 모호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합의된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지만, 의미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에서 풍부한 해석을 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탈리아의 신예 미켈란젤로 프람마르티노의 <네 번>(2010)은 전형적인 알레고리 영화다. 표면만 보자면 이탈리아 남부의 어느 시골에서의 일상이라는 대단히 간단해 보이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 심층에는 삶과 관련된 사뭇 본질적인 테마를 담고 있다. 그 테마를 전달하는 방식이 알레고리이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의 형식적 특징이 이 영화의 장점이다. 사뭇
[영화읽기] 초월적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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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 브래드 피트는 이렇게 불렸다.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푸른 눈, 거친 수염, 휘날리는 금발, 그리고 탐스러운 엉덩이? 1990년대의 브래드 피트는 지금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하다는 로버트 패틴슨과 테일러 로트너 따위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절대적인 존재였다. 카우보이 모자를 벗으며 긴 금발 머리를 손으로 쓸어넘기던 <가을의 전설>(1995)의 반항아 트리스탄을 우리는 아직도 기억한다. 그러나 그도 흐르는 세월을 붙잡을 수는 없다. 이제 브래드 피트도 완연한 아저씨다. 1963년생이니 이제 곧 쉰살을 앞두고 있다. 중년의 브래드 피트는 <트리 오브 라이프>와 <머니볼>에서 당연하게도 아버지로 등장한다. 그는 더이상 <피플>에서 선정한 섹시남이 아니다. <스내치>(2000), <파이트 클럽>(1999)에서 보여줬던 탄탄한 근육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대신 그가 관객에게 보여주는 건 중
[브래드 피트] 모든 관습에 맞서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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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외장하드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는 일이 잦아졌다. ‘더 얇게’를 외치는 노트북들이 크기와 무게를 줄이기 위해 하드디스크 대신 값비싼 SD 메모리를 사용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물론 용량이 큰 데이터를 상시 휴대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말도 된다. 문제는 노트북의 외관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반면, 외장하드는 여전히 투박하고 못생긴 제품이 많다. 외장하드는 액세서리처럼 책상 위에 두고 쓰는 제품인 만큼 기왕이면 다홍치마. 하드디스크 제조사로 유명한 새로텍은 팝아트의 스타였던 키스 해링 재단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키스 해링 외장하드’를 출시했다. 키스 해링은 단순한 낙서 정도로 치부되던 그래피티를 예술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전설적인 인물이다. 심플한 디자인 위에 자리잡은 키스 해링의 간결한 터치는 여전히 예쁘고, 사랑스럽다. 1TB의 대용량과 USB 3.0을 지원하면서도 별도의 전원 없이 USB로만 작동 가능한 것도 장점. 16만원대. 별매되는 케이스는 4만원대.
[gadget] 키스 해링 하나 붙였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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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크기: 64x45x20mm(WxHxD)
무게: 약 84g
특징
1. 못생긴 블랙박스는 그만. 예쁘고 작은 초소형 블랙박스의 등장
2. 선택 가능한 8가지 색상
3. 차량의 전원이 차단된 뒤에도 15초 동안 영상저장 가능
뉴스에는 매일 끔찍한 사건들이 지치지도 않고 등장한다. 그 비극 중 가장 빈도가 높은 건 역시 교통사고다. 교통사고 현황 자료를 보면 지금 이 시간에도 매일 4천명 이상이 교통사고를 당하고, 매일 16명 이상이 사망한다. 누구라도 교통사고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말. 가벼운 접촉사고 정도라면 다행이지만, 이럴 때도 귀찮은 일은 생긴다. 서로 잘잘못의 비중을 따지는 과정은 생각보다 귀찮고 어렵다. 한국적인 특수성, 그러니까 ‘목소리 큰 놈이 장땡’ 같은 말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바로 이 교통사고 현장이다(게다가 목격자도 없다면 모든 게 굉장히 난감해진다). 이런 다툼에 익숙지 않은 여자 운전자들은 목에 핏대를 세우며 달려드는 이들의 호통에 뭔가
[gadget] 나뿐 아니라 차도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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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Bebe(s)
감독 토마 발메스
상영시간 79분
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 / 음성포맷 DD 5.1 다국어
자막 한국어 / 출시사 유이케이
화질 ★★★☆ / 음질 ★★★ / 부록 ★★
<베이비>를 보면 페터 한트케와 빔 벤더스가 쓴 <베를린 천사의 시>의 도입부 구절이 떠오른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세상에 대한 주관이나 습관은 없었다. 책상다리를 하고 뛰어다니고 머리는 엉망이었고 사진 찍을 때도 억지 표정을 짓지 않았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는 천사를 보지 못한다. 나는 간혹 아기 적 사진을 보곤 한다. 사진 속 나는 예쁘게 차려입고 함박웃음을 짓거나 장난감을 옆에 둔 채 먹을 걸 손에 쥐고 있다. 그 머릿속에서 무슨 생각이 오갔는지 혹은 행복했는지,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영원히 그럴 것이다. 아기를 몇 시간만 떠맡아보라. 아기는 어느샌가 작은 악마로 변한다. 제 성에 차 웃다가도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고, 한번
[DVD] 천사의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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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글쎄 한 45등 정도 하지 않을까.” 카메라 앞에서 어색함을 떨치려고 무진장 애쓰는 김우택 대표에게 물었다. 올해 ‘한국영화산업 파워50’을 뽑는다면 몇등이나 할 것 같냐고. 돌아온 답변은 ‘45’. 쇼박스와 메가박스 대표를 지냈던 그는 매년 다섯 손가락 안에 뽑힌 파워맨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막강한 파워를 가진 대기업 임원이 아니라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중소기업 사장님이다. 그런데 왜 이리 웃고 있느냐고. 산업 내에서의 영향력은 줄었지만 보고 싶은 영화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여지는 더 많아져서다. 올해부터 투자배급사 NEW 대표를 맡은 그의 입가에선 웃음이 끊임없이 새어나왔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엘리트 느낌을 물씬 풍겼는데. 인상이 변한 것 같다. 얼굴선도 동글동글해졌고.
=그때는 눈빛도 또렷하고 그랬는데. 나이 먹어서 그런가. 요즘엔 자꾸 눈이 처지고 눈 아래 그늘도 지고 그런다.
-감독들과 자주 만난다고 들었다. 대기업에 있
[김우택] 영화가 갖는 소통의 즐거움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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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 음악웹진 ‘보다’ 편집장 ★★★☆
음악적 성취를 잣대로 하지 않는다면 ‘이 시대 최고의 록밴드’란 수식어에 거부감을 가질 이유는 없다. 이들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록밴드는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니까. 개인적으론 비록 데뷔 앨범 ≪Parachutes≫를 처음 들었을 때만큼 감흥은 더이상 얻지 못하고 있지만 점점 더 화려해지고 있는 사운드의 매력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커진 스케일 안에서도 콜드플레이만의 세심함을 품고 있는 건 여전한 이들의 장점이다.
이민희 / 음악웹진 ‘백비트’ 편집인 ★★★★
대표곡을 빼고 전반적으로 무거웠던 지난 앨범에 비해 귀에 감기는 노래들이 많다. 먼저 공개했던 <Every Teardrop Is a Waterfall>만 해도 변화에 대한 고민이 치열하게 느껴지고, 그런 와중에 리아나와 함게 부른 노래도 우려와 달리 유기적이다. 앨범 자체가 가진 응집력 때문이다. 저마다 트랙의 성격은 다르지만 찬란하게 사운드가 쏟아지는, 보기
[hottracks] 찬란한 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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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연극투어 & 공연사랑한DAY>
일정: 11월27일(대학로연극투어), 11월12~13일(공연사랑한DAY)
장소: 서울연극센터
문의: 02-743-9333, www.daehangno.or.kr
공연을 즐기기 위해 대학로를 찾았다면 잊지 말고 꼭 방문해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옛 혜화동사무소를 리모델링해 2007년 개관한 서울연극센터. 대학로 연극인들과 연극 마니아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으로, 공연문화 정보를 소개하고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위한 홍보마케팅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한달에 한번 연극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특별한 체험 기회도 제공하는데, ‘대학로연극투어’라 이름 붙은 프로그램이 그것. 2008년 처음 시작된 대학로연극투어는 ‘일일사색’(一日四色)의 만남으로 꾸며진다. 배우 길해연, 전현아의 가이드로 대학로의 로비 서울연극센터를 방문하는 것을 시작으로 무대를 움직이는 또 다른 예술가인 조명·음향·무대감독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아트인서울] 11월에는 대학로로 고고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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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필하모닉 내한공연> -11월1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 11월1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내한공연> -11월8∼9일 오후 8시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시드니 심포니 내한공연> -11월16∼17일 오후 8시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1월, 오케스트라의 계절이 왔다. 그중 국내 팬들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것은 단연 <베를린 필하모닉 내한공연>. 129년 역사의 베를린 필하모닉은 세계 최정상의 실력을 지닌 오케스트라다. 세계적인 지휘자 사이먼 래틀(사진)이 역시 함께한다. 사이먼 래틀은 이번에도 ‘3년의 약속’을 지켰다. 공연은 11월15일과 16일 양일간 열린다. 그들의 장기인 말러와 브루크너 9번 교항곡을 들려준다.
러시아 교향악단도 온다.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유리 테미르카노프다. 러시아풍의 비장하고 낭만적인 선율이 장기인 오케스트라다. 11월8일과 9일 이틀간 리아도프
[공연] 11월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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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앙리전: 참을 수 없는 화려함>
일정: 11월13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V-갤러리
문의: 02-723-6577
자연을 가까이서 경험한 사람이 자연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일까? 다소 억지스러운 질문이지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수백 가지 사례를 알고 있다. 워즈워스, 셸리, 키츠…. 리스트를 읊는 건 영국 낭만주의 시인에서 그치자. 도심에서 오래 살아본 사람이 소음의 정체를 구분짓고 겹겹이 늘어선 작은 간판의 글씨를 읽는 데 유리하듯, 바람의 부피와 꽃의 향기, 이름 모를 풀들의 감촉을 표현하는 감각은 자연과 직접 살을 맞대고 살아온 사람이 더 활성화되었으리라 짐작한다.
꽃을 주요 테마로 작업해온 프랑스 구상회화의 거장 미셸 앙리 또한 프랑스 랑그르에서 태어나 인근 농촌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틈틈이 손자에게 “생명을 보고, 느끼며, 들판의 나뭇가지와 꽃이 바람에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듣는 법”을 가르쳐준 할아버지 덕에 미셸 앙리는 자연을 해석하는
[전시] 색채의 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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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인 타임> 남기남은 박물관 알바 중
[정훈이 만화] <인 타임> 남기남은 박물관 알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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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페임'은 에너지가 넘치는 춤과, 다양한 장르의 음악, 젊은이들의 희망과 꿈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으로 오는 11월 25일부터 2012년 1월 29일까지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공연된다.
[티파니] "매일 12시간 연습, 소녀시대보다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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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반칙인데.
기리노 나쓰오의 책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손톱을 물어뜯으며 난감한 표정을 짓게 된다. 한국에서는 <아웃>으로 유명하고 <아임 소리 마마>로 잘 팔린 작가 기리노 나쓰오의 ‘무라노 미로’ 시리즈를 읽으면 매번 그렇게 되어버린다. 시리즈의 순서와 무관하게 <다크>가 가장 먼저 나왔고 가장 최근에는 프리퀄인 <로즈 가든>이 출간되었는데, 순서를 맞춰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가장 마음이 가는 제목의 책을 먼저 읽어보라, 아마 (뻥 좀 보태)약쟁이가 주사기를 찾듯 시리즈의 다른 책으로 손을 뻗게 될 것이다. 나부터가 그랬고. ‘무라노 미로’ 시리즈의 프리퀄인 <로즈 가든>의 표제작은 미로의 소녀 시절을 그린다. 미로와 후일 자살한 전남편 히로오가 처음 만나 섹스하고 결혼을 결심하기까지의 과정이, 히로오의 관점에서 회상을 통해 되살아난다. 교복, 약간 지저분한 양말, 유일한 동거인인 의붓아버지를 가진 여고생 미로는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에스. 이. 엑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