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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티끌모아 로맨스'는 돈 없어 연애 못하는 마성의 청년 백수 천지우(송중기)과 돈 아까워 연애 안 하는 짠순이 구홍실(한예슬)이 벌이는 로맨틱코미디로 오는 11월 10일 개봉한다.
[송중기] "다신 연기생활 못할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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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작의 감독 테렌스 맬릭의 다섯 번째 장편 <트리 오브 라이프>가 무성한 소문 속에 베일을 벗었다. 칸영화제는 황금종려상을 안겨주었고, 개봉을 앞두고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시적인 영상과 음악, 삶과 죽음, 인간과 신에 대한 맬릭 특유의 통찰이 장엄하게 확장되었다는 견해들이다. 조금의 불평이라면, 이 영화의 초시공간적인 맥락이 이해하기 다소 어렵다는 반응 정도다. 지금까지 읽어본 평 중에서는 정한석만이 이 영화를 맬릭의 변증법이 “적극적이고 복잡하게 제시되고 시도되었으나 결과적으로 조직되고 활동하는 데까지 이르지 못한” 실패작이라고 보았다(<씨네21> 826호, “우린 아직 ‘생명의 나무’의 실체를 보지 못했다”). 일단 나는 이 영화가 맬릭의 실패작이라는 그의 결론에 동의한다. 이 영화에 매혹된 많은 이들이 <트리 오브 라이프>를 무언가 심오한 철학의 영화로 여길 때, 그건 철학적으로 보이는 인상을 철학적 궤적으
[전영객잔] 다시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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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카다피의 시신은 정육점의 냉동 창고에서 대중에게 공개됐다. 사실 그보다 더 끔찍한 최후를 맞이한 독재자도 있었다. 바로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무솔리니다. 그는 연합군이 진주하자 도주하던 중 항독 빨치산들에게 체포되어 부인과 더불어 처형된 뒤, 둘이 함께 건물에 거꾸로 매달렸다. 히틀러가 자살한 뒤 자신의 사체를 소각해 달라고 부탁한 것은 무솔리니의 끔찍한 최후를 목격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냉장고 속의 독재자
카다피의 죽음은 물론 무솔리니의 그것에 비하면 점잖은 편이다. 하지만 무솔리니가 죽은 것은 60여년 전의 일이다. 게다가 지금은 ‘디지털 시대’가 아닌가. 노인에게 린치를 가하고, 사체를 바닥에 끌고 다니는 행위가 SNS, 스마트폰, 페이스북 같은 낱말과 공존한다고 생각해보라. 우리가 그 끔찍한 장면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던 것은 휴대폰이라는 디지털 테크놀로지 덕이었다. 이 얼마나 초현실주의적 상황인가.
한때는 완전히 벌거벗겨지기도 했으나 냉동 창고 속에 안
[진중권의 아이콘] 시체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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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의 <뿌리 깊은 나무>는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어질고 고뇌하는, 한시도 백성을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는 임금과 그를 죽도록 증오하는 인물의 나선형 구도에서 캐릭터는 살아 숨쉬고 서스펜스는 촘촘하다. 장혁과 조진웅은 <추노>를 환기시키고 현우와 김기범은 <성균관 스캔들>을 연상시킨다. 무엇보다 한석규가 툭툭 내뱉는 능청맞은 ‘저잣거리의 말’이 좋다. 옛날 생각도 나고….
한석규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주제곡을 불렀다. 조성우가 영화음악을 맡았지만 이 곡은 홍성규가 작곡했다. 박효신과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작·편곡자로 잘 알려졌는데 이문세나 한영애부터 신화와 쿨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아우른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98년의 곡임에도 80년대 가요 발라드처럼 건반과 관현악기가 감정을 건드린다. 피아노와 기타로 시작해 현악기가 보강하는 구조는 감정의 결을 복작하게 만들고, 플루트와 오보에로 찍은 포인트는 이문세와 이영훈을 소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한석규, 너의 목소리가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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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페이지 주세요. 그럼 쓸게.” 또 내뱉고 말았다. 말은 쉽고 수습의 과정은 지난한 것을.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주는 편집장님 덕분에 디자인팀 최초 기사 마감까지 맡게 되었다(두 페이지가 아닌 것을 감사한다).
그때도 그랬다. 육아휴직을 내고 설렁설렁 유모차 밀면서 백화점을 백 바퀴쯤 돌던 시절에 명품 브랜드 키즈매장에 들렀다 가격을 들춰보고 기함을 했다. 두뼘이나 될 만한 아기 원피스가 20만원이 넘었다. “이거 만들기도 쉽겠구먼. 나도 만들겠다,”
15년 전 막내이모의 신혼집 홈패션을 담당하다 이제는 베란다에서 자고 있는 재봉틀을 빌려다가 한 시간 남짓의 재봉틀 사용 설명과 직선박기를 배웠다. 재봉틀의 세계는 놀라웠다. 태교삼아 손바느질로 배냇저고리를 만들었을 때는 며칠이 걸렸는데 재봉틀은 ‘드르르륵’ 불과 몇초면 끝이었다.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모가 연습삼아 만들어보라며 준 원단과 유행이 지나 이제는 입지 않는 블라우스에서 레이스를 떼어다가 만든 아기 원피스는
[타인의 취향]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옷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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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리 오브 라이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0월16일
유치원에서 말굽자석이라도 삼킨 건지, <엑스맨>에 나오는 매그니토의 피가 흐르는지 내 수중에 들어온 전자기기들은 죄다 골골댄다. 평생 주말의 1/3을 가전제품 수리로 소일하는 게 아닌가 싶을 지경이다. 지난달에는 배전반이 타버렸고, 지난주에는 세탁기 문이 잠겼으며 이번주에는 냉장고가 운명을 달리했다. 일요일 아침 찾아온 A/S 기사님은 땀을 뻘뻘 뺀 다음, 미안스러워하는 나의 치하에 이렇게 대답했다. “괜찮아요. 저는 일요일에 일하는 게 제일 좋아요. 원하는 만큼만 할 수도 있고.” 어쩐지 그 기분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무실이 즐비한 시내 한복판 8차선 도로변에 사는 내겐 주말이 가장 일하고 싶어지는 시간이다. 주말의 서울 중심가는 흡사 촬영이 끝난 오픈 세트다. 그 ‘유령도시’ 복판에 혼자 있다고 느낄 때 비로소 컴퓨터 자판 앞에 앉는 일이 평화롭다. 근면한 시민들이 열심히 일하는 시간에는 도저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완벽한 퇴행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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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파일>의 작가이자 프로듀서, 연출자 빈스 길리건이 만든 <브레이킹 배드>(Breaking Bad)는 대중성과 작품성을 공히 인정받고 있는 드라마다. 평생 담배라고는 피워본 적 없는 고등학교 화학교사 월터 화이트(브라이언 크랜스턴)가 어느 날 폐암 말기 진단을 받는다. 장애가 있는 10대 아들과 임신한 아내와 함께 사는 화이트는 자신이 죽은 뒤 가족이 살아갈 방도를 마련하기 위해 묘책을 생각해낸다. 화학과목 F를 받았지만 마약제조자로 경찰의 주목을 받고 있는 졸업한 제자 제시 핑크먼(아론 폴)과 손잡고 메탐페타민 제조와 판매를 시작하는 것이 그 묘책인데, 이야기는 이 기발한 설정에 기폭장치라도 단 듯 상상 가능한 모든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무대가 되는 지역은 뉴멕시코주의 앨버커키. 마약 제조에서 출발해 판매까지 가담하게 된 화이트와 핑크먼은 곧 지역 조직폭력배들과 얽히게 되고 앨버커키 경찰 마약전담반의 추격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루하고 볼품없던
[안현진의 미드 앤 더 피플] 악마와 거래한 평범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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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밤 늦은 시간에 채널을 돌리다 초현실적인 장면과 마주쳤다. 2002년 세상을 떠난 코미디언 고 이주일의 공연 포스터가 광화문 광장과 덕수궁 돌담길을 뒤덮었다. 선술집 TV에서 흘러나오는 영상을 바라보며 “(이주일은) 대한민국 최고 바보요. 거기에 인기가 있는 거요”라 읊조리던 노인의 얼굴에서는 그에 대한 그리움이 짙게 배어나왔다.
하지만 MBC 다큐멘터리 <웃으면 복이 와요>는 이주일과 또 한명의 코미디언 고 김형곤을 그리워하되 그 시절을 추억하지는 않았다. 전두환과 은근히 닮은 이주일이 “혐오감을 주는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방송에서 퇴출당했던 코미디 같은 시대, 그의 유행어이자 히트곡 <못생겨서 죄송합니다>가 흐르는 위로 72만명의 서민이 강제퇴거당하던 5공 정권의 야만이 되새겨졌다. “큰 도적 노태우 구속하는 날 냉면과 소주 무료 제공합니다”라는, 울분과 유머가 뒤섞인 식당 벽보가 나붙던 90년대에는 김형곤이 있었다. “저희 전투포졸이 도둑놈은
[최지은의 TVIEW] 우리의 말이 우리의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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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행한 남자를 보라. 헨리 카빌은 할리우드에서 가장 운 나쁜 배우였다. 심지어 영국 영화지 <엠파이어>가 “할리우드에서 가장 불운한 배우”라고 명명했을 정도다. 그가 얼마나 운이 나쁜가 하면… 잠깐. 그가 운이 좋건 나쁘건 간에 대체 헨리 카빌이라는 배우가 어떤 작자냐고? 그는 11월10일 개봉하는 타셈 싱 감독의 그리스 신화 블록버스터 <신들의 전쟁>의 주연이자, 잭 스나이더가 촬영 중인 새로운 ‘슈퍼맨’ 영화 <맨 오브 스틸>에서 슈퍼맨 역할을 맡은 배우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더럽게 운이 좋은 신인배우 아니냐고? 물론 그렇다. 헨리 카빌은 지금 할리우드의 가장 뜨거운 햇감자다. 하지만 그가 얼마나 운이 좋은지 알기 위해서는 그가 얼마나 불운한 배우였는지를 먼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만약 헨리 카빌의 팬이라면 손수건을 준비하시라.
영국 출신인 헨리 카빌은 케빈 레이놀스가 연출한 2002년작 <몬테 크리스토>로 데뷔했다. 에드몽
[헨리 카빌] 불운을 극복한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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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커다란 화면의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면?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로 가능한 일이다.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란 눈에 가까이 영상이 조사되어 커다란 화면으로 보이게 만드는 머리 착용 디스플레이를 말한다. HMZ-T1은 소니에서 출시한 3D 지원의 최신형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 무려 750인치의 엄청난 크기의 화면을 20m 거리에서 보는 것과 같은 환경을 제공하며 가상 5.1 채널을 통해 극장 부럽지 않은 사운드 재생이 가능하다. 특수하게 제작된 렌즈로 눈에 피로감을 덜어주면서도 눈앞에 꽉 차는 스크린을 헤드마운트 하나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제일 큰 장점. 볼륨 크게 틀어놓고 영화를 보고 있자니 아파트 경비실에서 연락오는 소음에 민감한 지역에 살고 있는 유저, 고시원이나 원룸 같은 공간적 제약 때문에 커다란 화면 재생이 힘든 유저들에게 최적의 제품이다.
[gadget] 극장 부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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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in/outdoor FM radio
Drip-proof ABS casing
2.5in-ch full-range speaker
특징:
게르만의 엔지니어링과 디자인이 만들어낸 특별한 라디오
독일이 자동차만 유명한 것은 아니다. 그들 특유의 엔지니어링 테크닉을 기반으로 하는 오디오 분야에서의 지명도도 세계적이다. 헤드폰, 프로오디오 분야에서 유명한 젠하이저나 엘락, MBL 같은 하이엔드 오디오들은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는 브랜드. 이 브랜드들은 같은 오디오라는 카테고리 내에서도 헤드폰, 앰프, 스피커라는 각 분야에서 인지도가 있는 것들이다. 여기에 컨슈머를 대상으로 하는 브랜드가 하나 추가될 것 같다. Sonoro라는 브랜드가 그것이다.
Sonoro는 아이팟 도킹과 블루투스 사운드 시스템과 같은 대중지향적인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독특한 아이템이 바로 ‘Cubogo’라디오. 마치 군용 무전기의 세련된 모습 같지만 엄연히 라디오의 정체성을 가진 제품이다. 세로
[gadget] 믿겨? 이게 라디오란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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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세가 또 한번 큰 웃음을 안겨준다. <커플즈>의 흥신소 직원 ‘복남’은 ‘친구의 친구를 사랑한’ 운명의 장난에 빠진 남자다. 흥신소 직원의 역할에 충실하면 할수록 그 여자의 비밀을 더 많이 알게 되니 그 또한 괴로운 노릇. 어쨌건 그는 <부당거래>에서 주양 변호사(류승범)를 ‘쌍스러운’ 사람으로 만든 기자, <쩨쩨한 로맨스>에서 친구의 창작의 비밀을 캐내려는 안 풀리는 만화가, 그리고 <퀵>의 퀵서비스 메신저 등으로 출연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물론 이미 양익준과 함께 독립영화계의 오랜 스타배우 중 하나다. 그런 존재감은 장편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에 목소리 연기로 참여한 것으로 이어진다. <돼지의 왕>에서 한참 세월이 흘러 오랜 비밀을 터트리고야 마는 남자 ‘경민’도 매력적인 캐릭터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는 같은 날 개봉이다. 살다보니 이런 날도 생겼다. 그렇게 오정세는 우리에게 한발 더 가까이 다가왔
[오정세] ‘배우 오정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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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새로 등장한 명물인 영화의 전당은 조만간 세계 최대 캔틸레버(외팔보) 건축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미 세계 최대 백화점으로 등재되었다는 인근 신세계백화점과 더불어 해운대 센텀시티 일대는 바야흐로 기네스 타운이 되려나 보다. 이 건물 완공을 계기로 부산영화제가 더욱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나라고 예외가 아니다. 그러면서도 마음속 한구석은 별로 개운치 않다. 그 이유는 이렇다.
이 건물은 2005년 국제지명현상설계를 통해 건축가를 선정하였다. 그런데 당시 초대된 건축가들의 면면을 보면 국내 건축가들이 하나도 없다. 국내 건축가들이 당선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원천적으로 참여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이리하여 영화의 전당은 용산국제업무지구, 청계천 재개발, 그리고 이화여대지하캠퍼스 등과 더불어 처음부터 국내 건축계를 완전히 배제하고 진행된 대표적 건축 프로젝트의 하나가 되었다. 언젠가부터 건축계에서 ‘국제’는 ‘한국은 빼고’와 동의어가 되었다. 이런 일이 다
[architecture+] 왜 한국 건축계를 소외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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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나 열흘을 목표로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 <어쨌든, 잇태리>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당신이 이 책과 궁합이 맞는 독자일지 가늠해보고 싶다면, 이 책 291쪽에 실린 ‘진짜 이태리를 만나는 박찬일의 버킷 리스트’를 읽어보면 된다. 난이도가 낮은 것은 ‘로마 스페인 광장에서 젤라토 먹기’와 ‘새벽 7시, 피렌체 중앙시장에서 현지인들 틈에 껴 카푸치노 사먹기’. 난이도가 높은 것은 ‘제노바에서 바질 페스토 스파게티 먹기’, ‘안개 낀 11월에 피에몬테 알바의 구릉 드라이브하기’, ‘A1 고속도로에서 페라리 타고 200km 밟기’. 한편 완전히 틀린 정보도 실려 있다. ‘시스티나 성당에 누워서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보기’. <최후의 심판>은 누워서는 볼 수 없다. 천장화와 <최후의 심판>을 구분 못하는 이유가 있다.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면서 로마와 밀라노, 피렌체를 중
[도서] 하드코어 이탈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