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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두편의 <밀레니엄> 영화를 보았다. 스티그 라르손의 원작 소설은 읽지 않았다. 저명한 원작 소설에 기댄 영화들이 숙명처럼 겪게 되는 원작과의 비교는 한 영화의 가치를 논하는 데 그다지 득이 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 소설은 소설이고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영화가 소설에 미치지 못한다거나 창조적으로 그것을 재해석했다는 말들은 죄 무익한데, 그러한 평가들이 소설이나 영화의 가치를 어떤 식으로든 변경시키지 않는 까닭이다. 데이비드 핀처가 연출한 미국 버전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하 <밀레니엄>)이 내게는 스웨덴 버전보다 훨씬 흥미로웠다. 이 영화에는 핀처의 저작이라는 흔적이 곳곳에 있을뿐더러 무엇보다 시네마틱한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성서적 해석과 연관된 연쇄살인을 소재로 삼은 것이나 저널리스트의 직업윤리(<조디악>에 이어 기자가 탐사의 주체가 된다)에 따른 미제사건에 대한 탐사라는 점에서 영화는 <쎄
[전영객잔] 시네마의 본성에 말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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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80년대를 거쳐 1990년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되던 시기에 이르기까지 취재나 자료 조사는 어떻게 했나.
=범죄와의 전쟁 당시 검사였던 분이 취재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 70, 80년대 악명을 떨쳤던 범서방파의 김태촌, 양은이파의 조양은, OB파의 이동재 등 3대 깡패의 전성기에 대한 얘기도 재밌게 들었다. 그때는 우리나라가 히로뽕의 아시아 제1수출국이었다고 하더라. 그리고 한 깡패 두목이 있었는데 스폰서라 불리는 사람과 친인척 관계였다는 얘기를 들어 거기서 영화의 모티브를 얻었다.
-그렇다면 실화에 바탕했다는 자막을 넣을 생각은 하지 않았나. 당신이 좋아한다는 <좋은 친구들>이나 <카지노>의 도입부는 그렇게 시작한다.
=그렇긴 한데 그런 식으로 자막을 넣는 게 나한테는 좀 불편했다. 실화를 영화화한다는 게 최근 한국영화의 경향 같기도 한데 그런 설정이 너무 마케팅적으로 쓰인다는 느낌도 있어서 뺐다. 아무튼 <좋은 친구들>은 거의 100번
나쁜 아버지들에 관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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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혹스의 <스카페이스>(1932)는 다음과 같은 자막으로 시작한다. “이 영화는 미국을 지배하는 세력인 갱단에 대한 고발이자, 국민의 안전과 자유에 대한 위협이 날로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무관심한 정부에 대한 고발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사건은 실제 사건을 영화화한 것으로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정부는 바로 당신의 정부다.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화됐다는 자막과 함께 갱스터 무비에 사실감을 불어넣는 방식은 <스카페이스> 이래로 (윤종빈 감독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들이라고 밝힌) 마틴 스코시즈의 <좋은 친구들>(1990)과 <카지노>(1995), 그리고 마이크 뉴웰의 <도니 브래스코>(1997) 등 여러 영화들이 따라 보여준 방법이다.
그런데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는 그와 반대로 실화와의 연관성
윤종빈 감독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남성의 증명 3부작’의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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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깡패 아입니다. 저도 공무원 출신입니다. 공무원.”(최익현) “건달은 싸워야 될 때 싸워야 건달입니다.”(최형배) 뒷돈을 서슴없이 받고 밀수품을 꼬불치는 데는 선수였던 비리 세관원 최익현이 ‘먼 친척’이자 부산 최대 조직 보스인 최형배를 만나 건달이 된다. 건달도 일반인도 아닌 일명 ‘반달’로 불리지만 허세와 자존심, 그리고 권력욕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살기 위해 나쁜 놈과 손을 잡고, 그러다가 자기도 나쁜 놈이 되고 결국에는 누가 더 나쁜지 경쟁하던 세상.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는 바로 그 80년대 부산 암흑가로 들어가 질긴 욕망의 지도를 펼쳐 보인다. 그리고 <용서받지 못한 자>(2005)와 <비스티 보이즈>(2008)에 이어 다시 한번 남자들의 세계를 탐색한 윤종빈 감독을 만났다.
'좋은 친척들' 혹은 '갱스 오브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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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은 말하자면 영화계의 ‘셉템버 이슈’쯤에 해당한다. 오스카 특수를 노린 작품 덕에 화제작은 넘쳐나고 어느 작품을 골라도 실패할 확률은 적다. 덕분에 안 그래도 짧은 달이 더 바쁠 예정. 먼저 오스카 최다부문 후보작 마틴 스코시즈의 <휴고>(개봉 3월 예정)와 <아티스트>(개봉 2월16일)의 위용부터 살펴본다. 각각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등 11개,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화제의 작품. <휴고>는 1930년대 파리의 기차역에서 시계 관리를 하며 살아가는 고아 소년 휴고를 그린 판타지물. 프랑스 감독 미셸 아자나비시우스 감독의 <아티스트>는 무성영화의 종말의 시대, 무성영화 최고의 스타에게 닥친 좌절과 사랑찾기로 연말 시상식의 최대 수혜자다. <휴고>가 스코시즈에게 “앞으로 3D만 찍겠다”고 선언하게 만든 3D 결정판이라면, <아티스트>는 무성 흑백영화를 새롭게 변주한 향수 유발작이다.
무소불위 스티븐 스필버
그 무엇을 고르더라도 실패하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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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예술영화관들은 기성작가들과 신진작가들의 쟁쟁한 신작들로 풍성하게 꾸려질 전망이다. 우선 거장들의 신작이 영화 팬심을 자극하고 있다. 벨라 타르의 마지막 영화가 될 것이라는 <토리노의 말>은 그가 이전에 만든 어떤 작품보다 엄격하고 간결해진 스타일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영화다. 혹자는 무성영화에 가까운 아름다움을 경험했다고도 한다. 올해 오스카가 외면했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J. 에드가> 역시 노장의 저력을 예감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가 전기영화의 틀 안에서 도덕극과 정치극을 어떤 리듬으로 교차시켰을지 기대하고 있는 영화팬들이 많을 것이다. 한편 <퍼니 게임>의 다리우스 콘지 촬영감독과 다시 뭉친 미카엘 하네케의 차기작은 음악가 부부의 쓸쓸한 노년을 그린 <사랑>이다. 이번에는 폭력이 아닌 시간의 삼투작용이 서늘하게 다가오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스티븐 소더버그 역시 다작의 속도를 줄이지 않고있다. 국내에서는 <헤이와이어>
클린트 이스트우드, 미카엘 하네케의 영화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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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 게임: 판엠의 불꽃>
감독 게리 로스 / 출연 제니퍼 로렌스, 조시 허처슨, 리암 헴스워스, 우디 해럴슨 / 개봉예정 4월11일
UP 꽃소년소녀의 살인게임. 키워드만으로도 끌린다.
DOWN 서바이벌 장르와 하이틴 로맨스 사이의 균형 잡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등장 인물도 너무 많다.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남긴 교훈이 있다면, 그건 10대 소녀들의 지갑을 우습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흥행 수익을 올린 이 시리즈는 올해 말 개봉하는 <브레이킹 던 part2>(미국 개봉 11월16일)로 막을 내린다. 뱀파이어 에드워드의 퇴장과 함께 소녀들의 지갑은 닫힐 것인가? 답은 ‘아니오’다. 매력적인 10대 소년소녀 캐릭터로 무장한 <헝거 게임: 판엠의 불꽃>(이하 <헝거 게임>)이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헝거 게임>은 전세계적으로 1600만부가 판매된
<배틀 로얄>과 <트와일라잇>이 보여 / 거만한 난쟁이들과 다시 모험을 / 동화를 원작으로 하는 신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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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섀도우즈>
감독 팀 버튼 / 출연 조니 뎁, 크로 모레츠, 헬레나 본햄 카터, 에바 그린, 미셸 파이퍼
개봉예정 5월10일
UP 로버트 패틴슨의 젊음보다는 조니 뎁의 중후미가 한수 위길 기대.
DOWN 원작 탓하며 산만해지거나 길어질까봐 걱정.
팀 버튼마저 뱀파이어영화를? 놀랄 일은 아니다. <프랑켄슈타인>을 패러디해 만든 단편 <프랑켄위니>부터 <비틀쥬스> <슬리피 할로우> <스위니 토드: 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 <유령신부>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유령, 좀비, 마녀가 활개치는 세계를 그려왔던 그다. 그러므로 그가 광팬임을 자처했던 미국 최초의 고딕 연속극 <다크 섀도>의 영화화를 책임지게 됐다면 팀 버튼의 팬으로서야 두손 들고 환영할 일일 것이다.
1966년부터 1971년까지 방영됐던 <다크 섀도>는 아직까지 두터운 컬트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TV시리즈다.
팀 버튼의 세계로 들어간 뱀파이어 / 링컨과 뱀파이어의 결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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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 민즈 워>
감독 맥지 / 출연 크리스 파인, 톰 하디, 리즈 위더스푼 / 개봉예정 2월29일
UP 사랑의 과정과 액션을 영리하게 연결한다면.
DOWN 이건 맥지의 영화는 대개 이야기가 허술했는데….
남자 둘에 여자 하나. 로맨틱코미디 장르에서 이건 ‘전쟁’을 의미한다. <디스 민즈 워>는 한발 더 나아간다. 남자 둘(크리스 파인, 톰 하디)은 고도로 훈련된 CIA 스파이 요원이다. 여차하면 폭탄을 설치하고 상대방의 가슴에 칼을 꽂아넣을 수 있는 이들은 한 여자(리즈 위더스푼)의 마음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쟁한다. 이처럼 로맨틱코미디이자 액션 장르의 재미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건, <디즈 민즈 워>의 가장 큰 매력이다.
감독의 이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9년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이후 필모그래피를 비워놓은 맥지가 이 영화의 연출을 맡았다. 말랑말랑한 이야기, 특수효과를 버무린 현란한
사랑과 전쟁이로구나 / 보드게임의 스펙터클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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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 출연 크리스천 베일, 앤 해서웨이, 톰 하디, 게리 올드먼, 조셉 고든 레빗
개봉예정 7월19일
UP 톰 하디뿐 아니라 조셉 고든 레빗도 가세한다. <다크 나이트>와 <인셉션>을 합쳐놓은 듯한 황홀경 예상.
DOWN 이건 어디까지나 이 한편의 문제가 아니라 조커와의 싸움. 베인이 그걸 감당할 수 있을까.
할리우드 속편들이 ‘더 크고 더 강하게’라는 물질론적 고민에 빠져 있을 때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자가당착에 빠진다. 도대체 무슨 수로 히스 레저의 빈자리를 떨쳐낼 것인가. 솔직히 이건 4년, 아니 40년이 지난다 한들 힘든 도전처럼 보인다. 관객이 그러니 프리퀄에서 보게 될 진짜 대결은 배트맨 vs 악당이라는 1차원적 대결에 그치지 않는다(게다가 이젠 브루스 웨인의 생물학적 나이도 생각해야 한다). 이 시도에 대해선 감히 죽은 조커에 필적할 악당과의 싸움을 건 대범한 속편이라고 할밖에.
<다크 나이트 라
조커의 빈자리를 채울 그 무엇을 고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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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앤드루 스탠튼 / 출연 테일러 키치, 릴 콜린스, 윌렘 데포, 사만사 모튼
개봉예정 3월8일
UP 앤드루 스탠튼이다. 결코 브래드 버드에게 뒤질 리가 없다.
DOWN 그런데 한국에서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가 잘된 적이 있던가.
픽사 감독들의 실사 시대가 개막했다. 성공적인 스타트를 끊은 건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의 브래드 버드다. 그렇다면 픽사의 실세로 인정받는 <월·E>와 <니모를 찾아서>의 앤드루 스탠튼이 그냥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의 첫 실사영화는 무려 2억5천달러의 자본을 아낌없이 쏟아부은 <존 카터: 바숨전쟁의 서막>이다. 어쩐지 익숙한 제목이라고? 맞다. 이 영화는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의 고전 <화성의 공주>가 원작이다.
어쩌면 원작이야말로 이 영화의 가장 큰 난관일지도 모른다.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의 원작은 1912년에 출간됐다. 정통 SF소설이라기보다는 과학적 고증 따위 돌아보지
역사적으로 적확한 화성영화란? / 애니메이션 신작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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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조스 웨던 /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에반스, 크리스 헴스워스, 마크 러팔로, 스칼렛 요한슨, 제레미 레너, 새뮤얼 잭슨
개봉예정 4월26일
UP 마블의 대표 캐릭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영화를 봐야할 또 다른 이유가 필요할까?
DOWN 능력자들이 너무 많다. 톱스타들도 너무 많다. 영화가 산으로 갈 위험이 다분하다.
2012년은 마블에, 아니 전세계 코믹스 팬들에게 기념비적인 한해다. 마블을 대표하는 메이저 슈퍼히어로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 토르, 닉 퓨리, 호크아이, 블랙 위도우- 이 ‘어벤저스’라는 이름 아래 한팀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드디어 스크린에서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벤져스>는 마블의 또 다른 신작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 DC의 야심작 <다크 나이트 라이즈>와는 다른 차원에서 얘기해야 할 작품이다. 모든 슈퍼히어로들에겐 제각각의 능력만큼이나 차별화되는 거대한 세계관이 있다. 코믹스 작가
궁극의 슈퍼히어로 군단을 보게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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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마크 웹 / 출연 앤드루 가필드, 에마 스톤, 이판 리스
개봉예정 7월3일
UP 본격 와이어 액션 스파이더맨이라니! 게다가 3D라니!
DOWN 아무리 새로운 영화임을 부르짖지만 또 스파이더맨이라고?
이미 우리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2012년 개봉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게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리부트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물론 샘 레이미가 마지막으로 꿈꿨던 4편이 여러 가지 이유로 좌초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 때문에 샘 레이미의 몇몇 열성팬들이 아직도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안다. 그러니까 모두가 던졌던 질문. 대체 잘나가던 시리즈를 접고 왜 갑자기 리부트를 한단 말인가? 게다가 마크 웹은 <500일의 썸머>의 성공으로 갑자기 스타덤에 오른 감독이며, 대자본 블록버스터를 찍어본 경력도 없다. 혹시 우리는 피터 파커가 그웬 스테이시와 사랑에 빠지면서 갑자기 뮤지컬 한 곡조를 뽑는 <어메이징
육체적 리얼리티를 살려라! / 개봉예정 속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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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메테우스>
감독 리들리 스콧 / 출연 마이클 파스빈더, 샤를리즈 테론, 노미 라파스
개봉예정 6월7일
UP 거장이 자신의 궁극적인 장르로 돌아왔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DOWN 리들리 스콧은 PG13과 R등급으로 모두 편집한 뒤 개봉 버전을 결정할 거란다. PG13 등급은 절대 안된다!
엄청나게 거대하고 믿을 수 없게 광활한 영화. <프로메테우스>를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은 그것뿐이다. <에이리언> <블레이드 러너> 이후 30여년 만에 SF 장르로 돌아온 리들리 스콧의 신작은 제목부터 거대하기 짝이 없다.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로부터 불을 훔쳐다가 인간에게 전해준 타이탄족이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문명의 호사만을 안겨준 건 아니다.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로부터 불을 건네받은 인간에게 형벌을 내리기 위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혔고, 결국 인간은 문명의 환희와 고통을 동시에 짊어지고 살게 됐다. 대체 어떤 이야기기에 이토록
군말 필요없는 리들리 스콧의 SF / 20년 만의 리메이크…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