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니얼 크레이그가 본드로 출연하기 시작한 이후, 시리즈의 프로듀서들은 007 시리즈를 리부트하길 원했다. 007은 올해로 50주년을 맞는,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성공적으로 장기 제작되고 있는 프랜차이즈이지만 시리즈의 계승을 위해서는 새로운 세대, 새로운 이미지의 본드가 절실했을 거다. 21세기 본드 제작진의 해답은 과거 007 시리즈의 전형적인 포맷을 따르기보다 이안 플레밍의 원작에 가깝게 본드를 묘사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정형화된 007 시리즈의 이미지에 익숙했던 팬들은 대니얼 크레이그의 007 시리즈를 두고 “007 영화가 아니라 단순한 액션 복수극처럼 느껴진다”며 혹평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10월12일 뉴욕 AMC 로스 극장에서 언론에 최초 공개된 <스카이폴>은 크레이그의 전작 <카지노 로얄>과 <퀀텀 오브 솔러스>를 뛰어넘어 007 시리즈의 진정한 리부트를 알리는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본드, M, 악당 실바의 삼각관계
<스카
본드, 제임스 본드 The New Beginning
-
본드, 제임스 본드. 1962년 10월 <007 살인번호>를 통해 제임스 본드가 처음으로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냈다. 해리 솔츠먼과 알버트 브로콜리는 의기투합해 비밀요원의 활약상을 그린 이안 플레밍의 소설을 스크린에 옮기기로 하고 수많은 감독들을 만났지만 다 거절하자 결국 스스로 제임스 본드라 여기는 테렌스 영 감독을 낙점했다. 본드 역할 역시 캐리 그랜트부터 나중에 3대 본드가 되는 로저 무어까지 다 물망에 올랐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 같은 숀 코너리가 월터 PPK를 들었다. 그렇게 반신반의하며 시작했던 이 시리즈는 이제 모두가 우러르는 당대 대중영화의 살아 있는 역사가 됐다. 본드는 원하는 때와 장소에서 원하는 사람을 처치할 수 있었다. 이후 세계는 완전히 달라졌다. 냉전시대의 악당들과 싸우던 본드는 이제 베일에 가려진 테러리스트들과 다국적 기업의 분열증적인 자본가들과도 싸운다. 말하자면 시리즈의 변천 속에 시대의 변천이 있다. 지난 50년의 역사를 기념하는 신작 &l
제임스 본드, 50년을 산 남자
-
정서경 시나리오작가의 ‘스크린라이팅 워크숍’ 지상중계
캠퍼스는 북적거려야 다니는 재미가 있는 법인데 학교를 다시 찾은 10월17일은 어째 좀 한산하다. 하늘이 청명한 걸 보니 모두 가을 나들이라도 떠난 건가 싶었다. 설마 그런 낭만적인 일이 있을 리가. 중간고사 기간이란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다녀온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 역시 중간고사에 돌입했다. 이날 들어야 할 수업은 정서경 시나리오작가가 진행하는 ‘스크린라이팅 워크숍’이라는 스크린라이팅 트랙의 수업이었다.
<친절한 금자씨>(2005),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박쥐>(2009) 등 박찬욱 감독의 대표작 세편의 공통점은? 모두 정서경 작가가 각본을 썼다. 세간에는 ‘박찬욱 전속작가’라 불릴 정도로 박찬욱 감독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유지해온 그다. 박찬욱 감독과 함께 작업하면서 ‘고민하는 동안 한줄이라도 더 쓰는 게 낫다’, ‘막히면 1신부터 다시 쓰면 된다’ 같은 실전 작법을 깨우친 일화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을 가다 2
-
소년원을 드나들던 범죄소년이 13년 만에 찾아온 엄마와 재회하면서 감춰져 있던 냉혹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영화 '범죄소년'은 오는 11월 말 개봉 예정이다.
[이정현]‘스크린 컴백’,"미혼모 역 부담 심했다"
-
-
스무살 무렵, 소설이나 영화의 주인공은 죄다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 어른이 된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까지 어떤 죽음도 겪지 못한 나로선 뭐랄까, 십대가 끝장났는데도 어른이 아니라니(젠장!)란 생각을 했다. 벌 받을 소리지만,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주는 게 과연 누구의 죽음일지 꼽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한참 뒤, 이미 여러 번의 죽음을 경험했을 때엔 정작 어른 같은 게 되었는지 어떤지도 모르겠고, 아아 맙소사, 별로 달라진 것도 없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저 불안하고 미심쩍은 채로, 아무튼.
<19곰 테드>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패밀리 가이>의 세스 맥팔레인(당신 정말 웃기는 놈이야!)답게 능글거리는 아저씨 농담으로 가득하다. 귀여운 곰돌이가 주정뱅이 같고, 근육질의 아저씨가 애 같은 이 이야기는, ‘동화’가 으레 그렇듯 슬쩍 삶의 음영을 새긴다. 그러니까 우리는 하여간 이런저런 뭔가를 잃어버리고, 또 모자란 채로 남겨지면서 멍청한 어른이 되는 게 아닐까.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그렇게 멍청한 어른이 되는 거지 뭐
-
“여성들이 육아 때문에 일을 못한다고들 하는데 (중략) 애 젖 먹이면서 주방에 앉아서 ‘웰빙 진생쿠키를 만들었다’고 구글에 올리면 전세계에서 주문을 받을 수 있는데, 이런 어마어마한 가상 세계를 두고 왜 젊은이들은 수동적으로 대응하느냐.”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이자 성공한 여성 기업가의 열정적인 메시지에 애 들쳐업고 기미 잔뜩 낀 얼굴로 설거지 쌓여 있는 부엌서 필사적으로 ‘웰빙 진생쿠키’를 만들고 있는 우울한 풍경을 상상한다. 접점이 없는 사람의 훈계나 조언이 불러오는 이런 식의 ‘온도차’는 혜민 스님이 맞벌이 엄마에게 “엄마가 어린애들 일어나는 새벽 6시부터 45분 정도 같이 놀아주”라 조언했던 것도 마찬가지. 인심을 얻고 싶은 자들은 공감과 힐링의 기술을 연마하는 이때, KBS2 <울랄라 부부>는 ‘주부 힐링 드라마’를 표방하고 나섰다.
바람난 남편 고수남(신현준)과 그 현장을 두눈으로 목격한 아내 나여옥(김정은)이 이혼한 뒤 영혼 체인지로 인한 소동극을 그린 &
[유선주의 TVIEW] 어떤 측은지심
-
마이크 올드필드의 <투 프랑스>는 기억의 패러독스에 관한 노래다. 프랑스인지 어딘지 모를 공간에 대한 아련한 기억들이 불려 나오지만, 화자는 당신이 결코 프랑스에 도착하지 못한다고 노래한다. <투 프랑스>는 기억을 판타지 혹은 꿈이라고 정의한다. 가보지 못한 곳, 그러나 머릿속에 남아 있는 기억의 정체는 무엇일까. <루퍼>의 주인공 조는 프랑스에 가고 싶어 프랑스어를 배운다. 올드필드의 노래처럼 그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프랑스에 가지 못한다. 그는 왜 프랑스에 가고 싶었을까, 나는 몹시 궁금하다. 혹시 그런 건 아닐까. 젊은 조는, 미래에서 온 조로 분한 브루스 윌리스가 17년 전에 타임슬립 실험에 투입된 인물로 나온 <12 몽키즈>를 경유해, 다시 <12 몽키즈>가 영감을 얻은 크리스 마르케의 <환송대>의 화자와 랑데부하려는 게 아닐까. <12 몽키즈>의 콜이나 <환송대>의 화자가 그러하듯, 미래
[이용철의 아주 사적인 클래식] 시간과 기억의 패러독스
-
칸트는 예술가를 ‘천재’(genie)로 규정했다. 이는 ‘장인’(meister)이라는 고전주의의 예술가상과 확연히 구별된다. 장인은 오랜 학습을 통해 습득한 예술의 기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이다. 천재는 다르다. 그는 “규칙을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 규칙을 제정하는 사람이다”. 낭만주의의 예술가는 이렇게 타고난 재능에 따라 예술의 규칙을 제정하는 입법자다. 흔히 “타고난 예술가가 있듯이 타고난 비평가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입법자로서 비평가도 존재하지 않을까?
당연히 그런 비평가가 있었다. 가령 17세기 프랑스 아카데미에 ‘바로크’ 취향을 관철시킨 로제 드 필. 그는 ‘회화의 본령은 윤곽이 아니라 색채에 있다’는 새로운 미의 규칙을 수립했다. 한 세기 뒤 또 다른 비평가가 등장하여 로제 드 필의 입법을 거꾸로 뒤집어놓는다. 18세기 말 유럽은 바로크 양식의 절정에 있었다. 독일의 비평가 빙켈만은 이 색채의 소란함을 잠재우고 윤곽을 중시하던 고대의 양식으로 되돌아가라고 외침
[진중권의 미학 에세이] 비평가는 누구인가
-
요즘 어떤 이유로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하 <참없존가>)을 다시 읽고 있는데, 세상에, 이 소설이 이렇게 야한 소설이었나, 새삼 놀라고 있다. 보호색을 내뿜는 숲속의 짐승들처럼, 철학적인 문장 사이사이에 ‘야릇하고 므흣한’ 문장들이 빼곡하게 숨어 있다. 소설을 처음 읽었던 것은 1992년이었고 그 시절 나는 철원의 한 부대에서 군인으로 활약하고 있었는데, 이런 소설을 읽게 내버려둔 부대장의 안일한 관리체계에 깊은 우려를 표하는 바다. 책의 속표지에는 의젓하고 번듯하게 포대장이 확인 사인을- 지금도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그때는 부대로 반입되는 모든 책에 부대장의 사인을 받아야 했고, 나는 포병이었으므로 포대장이 사인을- 해두었는데, 분명 <참없존가>가 얼마나 군의 전투력을 저하시키는 책인지 몰랐을 것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전투력 자체가 없었던 군인이었으니 책을 읽으나 읽지 않으나 별 상관은 없었겠지만.
군대에서 이 책
[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 그 숨소리
-
대선 후보 얘길 하다 보면 사람들이 후보의 생김새나 말투, 음성, 옷차림 등에도 적잖이 좌우됨을 깨닫게 된다. 한 설문 결과를 보니 대통령을 뽑을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보십니까, 라는 물음에 능력과 경력, 정책 등이 높은 순위였고, 그 상식적인 덕목을 바로 뒤따르는 게 인물과 이미지였다.
사정은 국경을 넘어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킹메이커>에서 스티븐(라이언 고슬링)은 대선 후보 경선에서 모리스(조지 클루니)의 승리를 위해 갖은 전략을 짠다. 상대 진영에서 탐낼 만큼 똑똑한 홍보관인 그는 후보의 외모가 국민에게 멋지게 보여야 한다는 것을 안다. 합동연설 때도 자신의 후보가 상대 후보보다 키가 크다는 걸 놓치지 않고 돋보이게 한다.
나름의 경험과 직관에 따라 외모 중심으로 뽑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선택 방식을 무시할 수 없다. 오히려 그걸로 머리가 비었다며 수준 운운하고 매도하는 이들이 하나는 알고 둘은 생각하지 못한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도 그저 마음에
[fashion+] 때로는 얼굴이 대통령도 만든다
-
최근에 한 창작 뮤지컬의 극작과 연출을 맡게 되었다. 무대에 대한 관심은 예전부터 있었다. 고등학생 때도 음악극을 해본 적이 있고 대학 시절에도 전공은 내팽개치고 4년 내내 연극반에서 굴러다녔다. 무엇보다 영화 데뷔작이었던 포복절도 호러판타지 ‘뮤지컬’ <삼거리극장>으로 이 영화를 본 소수의 관객의 뇌리에 적지 않은 흠집을 낸 바 있다. 이듬해 ‘뮤지컬 어워즈’ 심사위원으로 50편에 가까운 뮤지컬을 보러다니던 해도 있었다. 따라서 이번 뮤지컬 연출 의뢰는 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던 내게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_-;;;
아이러니한 것은 <삼거리극장>을 무대 버전으로 각색한 대본을 가지고 뮤지컬을 만들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애쓰던 때는 그렇게 오지않던 기회가 무대에 대한 혼자만의 일방적인 관심을 접고 영화에만 순정을 바쳐야지 하고 마음먹으니 덜컥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 들어와버린 것이다. 다음 영화 시나리오를 기다리는 영화사 대표에게는 죄송했지만 무대를
[SO WHAT] 영화와 공연 사이?
-
오멸 감독은 내가 지난 몇년간 만나본 사람 중 가장 인상적인 사람이었다. 전주국제영화제 CGV 무비꼴라쥬상을 받은 그의 신화적인 저예산 코미디 <뽕똘>이 지난해 8월 조용히 극장 개봉하고 사라질 때 나는 ‘감독과의 대화’(GV) 사회를 맡으면서 그를 처음 봤다. 어떻게 찍어냈는지 신기할 만큼 <뽕똘>은 홈무비 수준의 예산으로 만든 최저 수준의 만듦새를 감추지 못한 영화였는데 그 지역의 아우라가 짙게 서려 적당히 낄낄대며 난센스 코미디 같은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에는 슬픔만 남게 되는 기묘한 영화였다. 연극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오멸 감독은 경쾌한 외피를 두른 영화의 인상과 달리 진중한 사람이었다. 그와 나눈 대화 중에 내가 <뽕똘>을 “내부자의 시선으로 제주도를 담은 영화라 좋았다”고 한 대목에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이 ‘내부자’의 정체성을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제주도 사람의 처지를 슬퍼하고 있었다. 올레길 개발로 관광객이 물밀듯이 밀려오
[신 전영객잔] 응시하라, 패배하지 마라
-
-벌써 세 번째 연출작이다. 감독이라는 자리가 이제 좀 편해졌나.
=처음에는 정말 불안했다. 영화 연출은 해본 적 없는 일에 대한 도전이었고, 내 능력에 대해서도 확신하지 못했었다. 그러면서 첫 영화를 완성했고, 두 번째는 아주 조금 더 편해졌었고, 세 번째는 그보다 조금 더 편안해졌다. 하지만 내 생각에 건강한 의미에서의 두려움을 유지하는 건 중요한 것 같다. 하지만 그 두려움에 갇혀 있을 수만은 없다. 그걸 깨고 나와서 앞으로 계속 전진할 수 있고, 그로인해 다른 사람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감독으로서 스스로의 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스스로에게 비판적이라서 내가 만족할 때까지 몇번이고 테이크를 간다. 내가 싫어하는 단 한 조각이라도 영화에 들어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나중에 편집실에 혼자 남아서 편집하는 순간이 되면 내게 정말 필요한 조각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때가 가장 기다려진다.
-다른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에 출연할 의사가 있나
[벤 애플렉] “연출은 배우들에게 필요한 경험”
-
감독을 꿈꾸는 할리우드 배우들에게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교과서다. 조지 클루니는 또 어떤가? 지금의 그라면 쉽게 넘보기 힘든 산인 건 분명하다. 여기에 또 한명의 이름을 추가해도 될 것 같다. 연출 데뷔작 <곤 베이비 곤>(2007)을 시작으로 <타운>(2010)을 거쳐 곧 개봉을 앞둔 <아르고>를 만든 ‘감독’ 벤 애플렉 말이다. 1979년 이란 정세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르고>를 보고 나면, 취미나 호기심 정도로 감독을 하려는 배우들은 메가폰 잡는 걸 포기해야 할 것이며, 진지하게 연출에 대한 꿈을 꾸는 배우들도 진로를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할지도. 괜한 호들갑을 떠는 게 아니다. “다시 커리어의 정점으로 올라왔다”는 맷 데이먼의 확신처럼 <아르고>는 벤 애플렉이 배우에서 감독으로 자리매김한 작품이라 정의할 만하다.
단 세편만으로 감독으로 인정받는 동안 배우로서 벤 애플렉이 오랫동안
[벤 애플렉] 당당하게! 감독 벤 애플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