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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나 영화를 보고 운 기억은 단 두번, 1986년 명화극장에서 방영한 <엘리펀트 맨>과 2006년작 <우리개 이야기>를 보며 정신없이 울었던 게 전부다. 메마른 감정을 염려하거나 냉정을 자랑할 생각은 없다. 소설이나 만화처럼 스스로 페이지를 멈추고 곱씹을 시간이 없는 영상매체에 한해서 울지 않는 거니까. 혹은 감정을 견줄 만한 생의 경험치가 낮기 때문인지도 모르지. 아무튼 눈물이 박한 줄 알았는데 의외로 시트콤을 보다 울고 말았다. KBS <선녀가 필요해>는 목욕하러 내려왔다가 영화 촬영장에서 날개옷을 도둑맞은 선녀 모녀가 마포구에 사는 기획사 대표 차세주(차인표)의 집에 눌러앉아 서울살이하는 이야기다. 2005년 한남동에 자리잡은 뱀파이어들이 그랬듯이.
MBC에서 <안녕, 프란체스카> 시즌1, 2를 집필했던 신정구 작가는 <선녀가 필요해>의 기틀을 잡고 안타깝게도 먼저 세상을 떠났다. 매정한 목소리로 신랄한 대사를 내뱉는
[유선주의 TVIEW] 가족의 맨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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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영화의 끝은 항상 비슷했다. 등장인물의 대부분이 죽거나, 모두 죽거나, 살아남은 한 사람이 석양을 등지고 걸어간다. 그 뒤에 더 많은 이야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TV시리즈 <워킹데드>의 원작 코믹스 작가인 로버트 커크먼은 좀비의 출현 뒤 폐허가 된 미국에서 펼쳐지는 묵시록의 시작을 이렇게 설명한다. 그의 말처럼 <워킹데드>는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 <새벽의 저주> <좀비랜드> 등 할리우드에서 만든 좀비영화들이 엔딩크레딧으로 대신해온, 생존자들의 처절한 후기에 집중한다. 한차례 죽음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감수할 것인가?
<워킹데드>의 생존자들이 놓인 극한 상황은 시즌1의 첫 장면에서 충분히 설명된다. 차에 넣을 기름을 찾으려고 도로에 정지한 빈 차들을 뒤지던 보안관 복장을 한 남자의 눈에 곰인형을 안고 걷는 소녀의 뒷모습이 들어온다. 한데 뒤를 돌아본 소녀는 얼
[안현진의 미드 앤 더 피플] 젠틀남보다는 괴물이 매력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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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지를 만드는 일은 발행 주기가 다른 매체보다 지구력과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고 다른 발행 주기의 매체들에 지구력이나 집중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일간지와 월간지를 모두 경험한 나로선 그렇게 느낀다는 것이다. 주간지를 만드는 것은 마치 돌아서면 또 있고 돌아서면 또 있는 오묘한 매력(?), 아니 마력의 신기루를 마주한 느낌이랄까. 그렇게 신기루처럼 마감을 해야 하는 날이 강제적으로 정해져 있지만 마감에 임박해서 사진을 마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촬영한 사진을 미리 보면서 사진을 고르는 시간이 있어야 하고 몇 배수로 고른 사진 중에서 또 마지막 한컷을 골라야 하는 집중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결정된 사진의 색감이나 흠집 등을 수정하는 후반작업 시간이 또 필요하다. 이렇게 주간지를 만드는 일이 몸에 붙어 이름처럼 되는 날들이 이어지면 그 표지가 그 표지 같고 그 기사가 그 기사 같은, 감정이 메말라가는 날이 많아진다. 몸에선 그 상태들의 부
[타인의 취향] 남산, 지나간 그 길에 밑줄 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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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하다. 원작 소설도, 79년의 TV시리즈도 모른 채 2시간을 버티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여운이 상당하다. 일단 배우들. 게리 올드먼과 콜린 퍼스, <셜록>의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디스 민즈 워>의 톰 하디, <킥애스: 영웅의 탄생>의 마크 스트롱까지 이 영화는 그들의 필모그래피를 훑게 만든다. 또한 미장센. 영국식 정원과 톤다운 컬러의 슈트, 수동식 타자기와 줄담배와 날렵한 시트로엔 D 스페셜까지. 그리고 음악. 알모도바르 감독 작품에 어김없이 흐르던 알베르토 이글레시아스의 스코어를 여기서 들을 줄이야.
컨트롤과 스마일리의 은퇴를 뒤쫓는 카메라가 주요 인물들을 스칠 때 흐르는 곡은 <George Smiley>, 관조적이고 우아한 트럼펫 솔로다. 이 선율은 스마일리의 숙적, 칼라의 테마와도 겹치며 둘의 남다른 인연을 환기한다. 한편 엔딩의 크리스마스 파티 곡은 훌리오 이글레시아스의 <La Mer>다. 76년 올랭피아 극장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자꾸자꾸 보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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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의 아날로그적 사랑과 2012년 디지털적 사랑- 두 세대의 아름다운 인연을 동시에 다루며 따뜻하고 아름다운 감성 러브 스토리를 그려낼 새 월화드라마 '사랑비'는 3월 26일 오후 9시 55분 첫 방송 된다.
[장근석] "시청률 40% 넘으면 명동서 셔플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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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는 옥빈이다.” <시체가 돌아왔다>의 반항기 가득한 소녀 동화를 두고, 제작사 씨네2000의 이춘연 대표는 곧장 김옥빈을 떠올렸다고 한다. 데뷔작 <여고괴담> 때부터 김옥빈과 작업했던 그의 말을 듣노라면 정말 동화는 옥빈이 되는 공식이 명쾌해진다. 이른바 ‘뼛속까지 다크’하다는 이 소녀는 떼인 아르바이트비 78만7천원을 받아내기 위해 편의점 사장의 결혼식장을 찾아가 주례 옆에 선 채 압박을 가하는 행동파이자, 잘해주는 남자에겐 대뜸 “아저씨, 나 좋아해요?”라고 물어 상대를 당황하게 만드는 저돌적 캐릭터다. 동화에 김옥빈을 포개본다. 합기도와 태권도 연마자, IQ 141로 대본을 단숨에 암기하고, 컴퓨터 같은 테크쪽에 능통하다는 예의 그 믿기지 않는 ‘초’능력들. 이 비범한 능력으로 인기를 유지하기는커녕 자유자재의 발언으로 일시에 비호감이 되기 일쑤인 그녀다.
“동화의 모습에 되레 애착이 가고 정이 느껴졌어요. 제가 원래 가지고 있던 모습이기도 하고.
[김옥빈] 사람이 그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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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건축학개론>은 최근 들어 가장 감성적인 영화였다. 보는 내내 완전몰입 상태였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한참 동안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기자시사회 때 영화를 보고 나온 남자 기자들이 ‘이 기분 그대로 술 마시고 싶다’라고 했다는데 난 좀 더했다. 극장을 나오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주책맞게 울음을 빵 터뜨릴 뻔했으니까. 남자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눈물이 많아진다는데, 그런 차원도 있겠지만 생각해보니 좀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내 감정의 방아쇠를 당긴 건 영화음악이었다. 그러니까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말이다. 1990년대 중반의 이제훈과 수지가 개포동을 내려다보는 장면에서 이 노래가 처음 흘러나오는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저릿했다. 어떤 영상이 전개되도 좋으니 전곡을 듣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아마도 그 장면 이후 나는 이제훈이 되어 영화 안으로 입장한 듯하다.
따지고 보면 내가 이제훈에게 ‘빙의’되는 건 말이 안된다. 영화 속 설정상 그
[에디토리얼] 음악과 영화, 그 행복한 만남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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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지섭의 파트너로 이연희가 낙점됐다. 두 배우는 5월에 첫 방송되는 SBS 드라마 <유령>에서 호흡을 맞춘다. 2008년 OCN 드라마 <유턴> 이후 4년 만의 만남이다. 드라마 <싸인>의 제작진이 뭉쳐 만드는 <유령>에서 소지섭과 이연희는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요원으로 등장한다.
*제이크 질렌홀이 <그을린 사랑>의 드니 빌뇌브 감독의 신작 <에너미>에 출연하기 위해 협상 중이다. <에너미>는 주제 사라마구의 <도플갱어>를 원작으로 한다. 원작은 한 중학교 교사가 우연히 빌려본 비디오에서 자신의 도플갱어 같은 배우를 보고 그의 정체를 추적한다는 내용이다.
*미국 <ABC>에서 다시 김윤진을 보게 됐다. 김윤진이 미드 <미스트리스>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동명의 영국 시리즈를 리메이크한 <미스트리스>는 30대에 접어든 네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다. 김
[캐스팅] 이연희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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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은 이렇게 해야 한다. 모노드라마와 같은 이영호 청와대 전 고용노사비서관의 기자회견은 레전드로 남을 것이다.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다. 갑자기 목소리를 크게하며 내뱉은 “맞습니다!!”와 잠시 숨을 고르는 센스를 발휘한 “제가 바로 몸통입니다. 몸통!” 마이크에 입을 갖다대고 또박또박 “한,명,숙.”이라고 말하는 순간까지. 기자회견 풀영상을 본 사람들의 뇌리를 파고든 그의 스피치 기술은 실로 놀랍다. 아, 그런데 왜 기자회견한 거죠? 아~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이 청와대와 관련이 없다고 굳이 나오셨지.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출마를 강행하기로 했다. 유권자의 심판을 받겠다는 거다. 이정희 대표는 민주통합당 김희철 의원과의 경선 과정에서 생긴 여론조사 조작 의혹으로 사퇴 압력을 받고 있었다. 재경선을 할 수는 있지만 사퇴는 할 수 없다는 이 대표의 발언은 ‘시험 커닝하다 걸리니 재시험을 요구한다’며 트위터 유저들에게 조롱당했다. 한편, 김희철 의원은 민주통합당을 탈퇴하
[신두영의 보라카이!] 맞습니다!! 제가 몸통이고 컴‘푸’터입니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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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저질체력자에게는 “이제 머리가 아닌 몸을 쓰고 살래요”라는 말처럼 비현실적이고 부러운 게 없다. 머리도 몸에 달렸거든. 몸이 돌아가야 머리도 돌아간다. 결국 몸통이 문제인 거다. 흑.
국무총리실에서 일반인을 불법사찰하고 증거자료를 파기했다. 인터넷에 정권 비판적인 글을 쓴 그 일반인을 ‘공기업 임원’으로 착각해 벌어진 일이란다. 그랬다면 굳이 증거인멸죄까지 감수하며 자료를 없앨 이유가 없다. 수사중인 검찰의 자료 확보 절차를 ‘국정 혼란을 야기할 외부유출의 위험’으로 볼 이유도 없다.
“내가 몸통”이라며 온몸으로 웅변한 이영호 청와대 전 고용노사비서관의 주장이 하루도 못 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속속 드러났다(몸통은 기자회견 열어 그것도 화를 내며 자신이 몸통이라고 하질 않아. 게다가 벌써 몇 번째 몸통이니). 정·관계, 언론계, 노동계 인사들에 대한 사찰 내용이 빼곡히 기록된 총리실 조사관의 수첩도 진작에 있고, 청와대 인사들이 증거를 인멸한 실무자의 형량을 조율하
[김소희의 오마이이슈] 뇌 없는 몸통의 헌정유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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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름만 들어도 보고 싶은
김환기, 김종학, 박수근, 이대원, 이우환, 이중섭, 장욱진, 천경자, 이상범 등 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이름하여 <변화의 시대, 불멸의 화가전>. 위작 논란이 있었던 박수근의 <빨래터>도 만날 수 있다. 롯데갤러리 잠실점에서 4월16일까지.
2. 일상이 날리는 펀치
제5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와일드 펀치>가 출간되었다. 블랙코미디 같은 사건 전개, 영화적인 장면 전환이 인상적인, 새로운 재능의 발견.
3. 당신들이 나의 이상형
언제 돌아오나 했다. <슈퍼스타K> 시즌3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밴드 버스커버스커가 귀여운 웹툰과 함께 1집 앨범을 들고 컴백(?)했다. 3월22일 자정 공개된 <이상형>을 들으며, 보컬 장범준이 네이버에 연재하는 4화 분량의 웹툰을 읽는 건 어떨까.
4. 축제도 보고 영화도 보고
온양온천, 도고온천,
[must10] 이름만 들어도 보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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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투자배급사 NEW, 한국영화팀 신입/경력(4년 이하)사원 채용. 3월30일까지 이력서, 자기소개서, 졸업증명서, 경력증명서(경력자에 한함)를 newinsa@its-new.co.kr로 제출. 홈페이지(www.its-new.co.kr) 참조.
◆ 천안시, 천안문화재단 출범을 위한 경력직 및 전문직 직원 공개 채용. 채용 분야는 사무국장, 경영지원팀, 문화사업팀의 팀장급 및 팀원이며 만 20살 이상 60살 미만인 자에 한함. 영어 능통자 및 사무자동화 관련 자격증 소지자 우대. 3월31일까지.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cheonan.trns.co.kr) 참조(02-2286-3984~5).
◆ 제9회 서울환경영화제, 관객심사단 모집. 우수작을 선정하여 상금 200만원 시상. 홈페이지(www.gffis.org)에서 신청서를 다운로드해 4월10일까지 program3@greenfund.org로 접수(02-2011-4378).
◆ 제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단기 스탭과
[소식] 서울환경영화제, 관객심사단 모집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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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 감독의 <달팽이의 별>이 ‘핫독스’(HOTDOCS)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북미 최대 규모의 다큐멘터리영화제다. 총 31편이 상영되는 경쟁부문에 오른 유일한 한국영화라고. 영화제는 4월26일부터 5월6일까지 열린다.
-‘씨네큐브의 선택: 2012 한국영화 기대작’이 3월22일부터 29일까지 씨네큐브에서 열린다
=<끝과 시작> <나 나 나: 여배우 민낯 프로젝트> <바비> <어머니> <하나안> <U.F.O.> 등 총 6편이 상영된다. 자세한 사항은 씨네큐브 홈페이지(www.icinecube.com)를 참조할 것.
-한국영상자료원이 3월27일부터 4월1일까지 프랑스영화 특별전 ‘마르그리트 뒤라스전’을 연다
=<인디아송> <파괴하라, 그녀는 말한다> <대서양의 남자> <박스터, 베라 박스터> <아가타와 끝없는 독서> 등 총 5편이 상영된다.
[댓글뉴스] 이승준 감독의 <달팽이의 별>이 ‘핫독스’(HOTDOCS)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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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Olleh스마트폰영화제 수상작이 결정됐다. “심사위원장 박찬욱, 심사위원 조용규 촬영감독의 강추작”이었다고도 한다. 제목은 <작전시티>.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채여준(30). 영화과 출신의 학생이거나 절치부심 혼자 영화를 준비해온 독립파라고 예상했는데 의외로 원래 직업은 힙합 음악가다. 일단 궁금한 것, 무슨 영화일까. “멤버가 셋이다. 음악 활동은 10년 정도 했고. 일단 유명하지가 않다. (웃음) 제목은 인천 작전동이라는 곳에 작업실이 있어서 그렇게 지은 거다. 현 시대는 아이돌 음악이 돈이 되니 그게 아무래도 주류 아닌가. 하지만 우리 영화 <작전시티>에서는 힙합이 돈이 되어서 모두가 힙합만 하는 시대다. 우리의 힙합 주인공이 발라드나 아이돌 음악도 존재할 수 있도록 힘을 쓴다. 하지만 결국 그가 꾸는 꿈이다. (웃음)”
‘니오 크루세이더스’의 멤버 중 한명인 채여준씨는 멤버들과 함께 CCM 힙합을 한다.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한 힙합이라….
[ 이 사람] 지금은 힙합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