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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느 시네아스트의 마지막 전언
<토리노의 말>을 끝으로 벨라 타르는 더이상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 말이 과장은 아닌 듯 이 영화는 깊은 침묵 속으로 우리를 끌고 들어간다. 그 숭고한 정적을 극장에서 경험하지 못했다면, 아니 극장에서 경험했더라도, 소장하면 좋을 DVD다. 9월 출시 예정으로 예약 중이다.
2. 한국형 킨들이 왔다
이런 전자책 리더기,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9월10일 발매 예정인 ‘한국형 킨들’ 크레마 터치가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총 3천권을 기기에 담을 수 있으며, 온라인 서점 반디앤루니스, 예스24, 알라딘의 전자책 콘텐츠를 모두 다운받을 수 있다. 이 정도면 12만9천원이 아깝지 않다.
3. 판타지 미스터리에의 초대
키스를 통해 타인의 정기를 흡수하며 살아갈 수 있는 존재, 서큐버스를 주인공으로 한 미스터리 판타지 시리즈 <로스트 걸>이 방영된다. <슈퍼내추럴>과 <트루 블러드>를 합한 듯한
[must 10] 어느 시네아스트의 마지막 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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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기세가 대단하다. <도둑들>이 1200만 관객을 그러모으는 와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420만명을 동원했다(8월30일 기준). <이웃사람>도 개봉 일주일 만에 140만명을 극장으로 끌어들였다. 영화진흥위원회의 통계를 보면 한국영화의 상승세는 더욱 뚜렷해진다. 지난해의 경우 1월부터 7월까지 한국영화가 동원한 관객 수는 3800만명인데 올해는 같은 기간 동안 5400만명이다. 대충 계산해봐도… 세상에, 40%나 높아진 수치다.
한국영화가 관객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그것도 별안간 받고 있는 데 대해서는 이미 많은 분석이 나왔다. <씨네21>도 지난 6월에 상반기 한국영화 상승세의 원인을 따져본 적이 있다(858호 ‘기세당당, 한국영화’). 그 기사에서 강병진 기자는 청소년 시절부터 한국영화를 즐겼던 30대가 확고한 시장 기반이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여기에 (투자가 부진했던 탓이긴 하지만) 오랜 시간 기
[에디토리얼] 한국영화, 이제는 정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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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영화는 오랜만이다.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놀라거나 당황한 일은 없었나.
=가장 놀랐던 건, 내가 포함된 액션장면이 많았다는 거다. 스크립트를 받았을 때, 대사 위주로 읽었지 장면 설명에 대해서 자세히 읽지 않았다. 액션장면은 읽기에 재미가 없지 않나? 그래서 추격 신은 건너뛰고 대사만 읽었던 거다. 나중에 영화를 촬영하러 갔더니 달리는 장면, 바이크를 타는 장면에 다 내가 있었다. (웃음)
-영화에서 당신이 맡은 캐릭터는 과학자다. 영화가 다루는 과학에 대해서는 어떻게 준비했나.
=이 영화 속의 과학은 SF영화를 말할 때 흔히 생각하는 과학이 아니라 현실의 과학이었다. 바이러스를 통해서 DNA를 변형시킬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과학 말이다. 지금은 많은 것이 가능한 세상이다.
-액션 신은 어떻게 준비했나.
=글쎄, 달리고 뛰어내리고 도망가는 장면에는 캐릭터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달려야 할 때는 달렸고 뛰어내려야 할 때는 뛰어내렸다. 과학자처럼 점프하는 방법은 알지 못한
현실에 뿌리 둔 액션이 매혹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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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둘러싼 보안이야말로 첩보작전에 버금간다고 들었다. 스크립트를 받기 전에 어떤 영화의 어떤 역할인 지 알고 있었나.
=나는 토니(길로이)한테 스크립트를 받았는데, 그때부터 이 영화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보안이라고 할 만한 게 있었다면, PDF 파일을 열기 위해서 암호를 넣었다는 것 정도다. 물론 다 읽고 나면 컴퓨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웃음)
-영화에서 당신이 맡은 인물의 과거가 자세히 보여지는 건 아니다. 이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지는 않았나.
=그렇지는 않았다. 스크립트를 읽었을 때 영리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중에서도 내 역할과 관련해서 마음에 든 부분은 에릭 바이어가 자신이 짓는 죄를 대의를 위한다며 합리화하는 과정이었다. 물론 스크립트를 읽은 뒤에 영화와 나의 캐릭터에 대해서 토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거의 한달 이상을 이야기한 것 같다.
-대의를 위한 죄의 합리화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나.
=나는 배우다. 철학가도 아니고, 정치적인 코멘터
대답하는 영화보다 질문하는 영화가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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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렸나.
=처음에 든 생각은, 만약 더 큰 음모가 있었는데 <본 얼티메이텀>에서 일어난사건으로 인해서 그 거대한 음모가 위협을 받는다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본 얼티메이텀>의 결말은 상당히 대중적인 이벤트로 마무리되지 않나? 새로 만들어지는 영화는 그 폭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했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반응할 사람은 누구인지 상상했고, 그러자 이전의 이야기들이 정리됐다. 마치 다른 영화에서 걸려온 전화를 이 영화에서 받는 듯한 독특한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제레미 레너는 어떻게 캐스팅했나.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많은 배우가 물망에 올랐었고, 그들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제레미는 처음에는 출연이 어렵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잊고 있었다. 이런저런 가능성을 타진하던 중에, 갑자기 제레미가 출연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 관객이 보기에 제레미가 아직은 준비되지 않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어떤
토니 길로이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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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본이 없는 ‘본’ 시리즈라니, 가당치 않다고 생각하겠지만 유니버설스튜디오의 입장에서 4편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더그 라이먼 감독이 연출한 <본 아이덴티티>로부터 폴 그린그래스의 손을 거친 <본 슈프리머시>와 <본 얼티메이텀>까지, 이 시리즈가 전세계 시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무려 9억4400만달러였다. 게다가 속편이 나올 때마다 전편들의 DVD 판매량까지 늘어나는 효자였으니, 감독과 주연배우가 떠났다는 이유로 손을 떼기에는 ‘본’ 프랜차이즈가 가진 수익성이 아까웠을 것이다. 한데, <본 얼티메이텀>을 마지막으로 시리즈에서 떠난 폴 그린그래스와 맷 데이먼은 서로 상대방 없이는 ‘본’ 시리즈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하더니, 둘이서 <그린존>을 촬영했다(흥행은 참패였다). 데이먼과 그린그래스가 떠난 ‘본’ 시리즈는 한동안 할리우드 작가들의 손을 전전했다. 처음에는 맷 데이먼과 <컨트롤러>를 만든 조지 놀피 감
여전히 힘이 세군, 액션과 스릴러의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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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이들을 빼놓을쏘냐. 2013년을 기다리며 맹렬히 촬영 중이거나 혹은 시나리오의 날을 벼리고 있는 영화들이 있다. 강우석을 비롯해 김성수와 윤종찬, 그리고 김태용과 장준환, 강형철 감독 등 늘 차기작이 궁금했던 그들이 자신의 이전 작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영화로 돌아오기에 궁금증은 증폭된다. 꼭 기억해두고 ‘팔로잉’해야 할 작품들을 모두 모았다.
강우석의 <전설의 주먹> 제작 시네마서비스, 배급 CJ E&M은 주먹이 전부라 믿었던 전설들의 현재를 그리는 이야기다. 원작인 동명의 웹툰에 따르면, 그들은 이혼 위기에 처해 있거나, 직장에서 억눌려 있고, 인생 막장에 몰려 있다. 더이상 주먹으로 세상을 가질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이들이 매회 상금을 놓고 대결하는 격투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의형제>의 장민석 작가가 쓴 시나리오를 본 강우석 감독이 “마지막 장을 덮고 그 자리에서 연출을 결정”했다는 게 의아하지 않을 법한 이야기다. <공공의 적&g
타짜의 귀환, 제2의 <연가시>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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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잡고 싶었다.’ 10여년 전, <살인의 추억>의 카피는 스릴러라는 장르를 한마디로 압축했다. 한국형 스릴러의 르네상스 시대라 할 만한 지금, 저 구호에 가장 자주 호출당하는 것은 ‘유괴영화’라는 기괴한 신생 장르다. <까> 연출부, <달마야 놀자> 조감독 출신인 정근섭 감독의 입봉작 <몽타주>도 그 무리에 속한다. 하지만 시간의 무게가 남다르다. 15년. 공소시효가 만료될 만큼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이를 잃은 엄마 하경과 오청호 형사의 마음은 여전히 지옥이다. 그런 그들 앞에 범인이 과거의 사건현장에 놓고 간 국화꽃 한 송이가 발견된다. 15년간 꿈속에서 범인의 뒤통수만 바라보며 살아온 두 사람에게 보상의 시간은 도래할까. <몽타주>의 시계는 그 요원한 결말을 향해 달린다.
-<몽타주>의 출발점은. 단편으로 찍으려던 것을 확장했다.
=용산역에서 벌어지는 추격 신이 있었는데 단편 예산으로는 감당이 안될 것
유괴영화? 심리스릴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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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 노, 애, 락. 인간의 네 가지 대표 감정 중 어떤 감정이 가장 상위 감정일까. <분노의 윤리학>은 ‘노’를 으뜸으로 꼽는 영화다. 시나리오의 한 대목을 빌리자면 기쁘거나 슬프거나 즐거운 상황에선 언제든 분노의 감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화가 나면 그 화가 풀리기 전까지 다른 감정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한 여대생의 죽음을 둘러싸고 살인범(김태훈), 스토커(이제훈), 포주(조진웅), 내연남(곽도원)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숨가쁘게 움직이는 이 영화는 이글거리는 분노의 에너지로 가득하다. 김지운 감독의 <메모리즈> 연출부를 거쳐 <분노의 윤리학>으로 장편영화 입봉을 앞둔 박명랑 감독은, ‘명랑’한 이름과는 정반대의 세계를 그리고 싶어 한다.
-이 영화의 출발 지점이 궁금하다.
=어머니, 아버지가 말다툼하는 걸 봤다. 다음날 어머니에게 왜 싸웠냐고 물어봤는데, 들어보니 어머니 말씀이 맞구나 싶은 거다. 그런데 아버지랑 얘기해보면 또
내가 본 세상의 윤리학을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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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메트리(psychometry). 투시력의 일종인 사이코메트리는 어떤 인물이나 사물에 접촉하는 것만으로 그 사람(사물)의 과거를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권호영 감독의 <미라클>(가제)은 살인사건에 뛰어든 형사와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지닌 한 청년의 이야기다. 권호영 감독의 전작이 <평행이론>이었던 걸 생각하면, 그가 초현실적인 소재에 유난히 집착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정작 그는 소재의 파장이 큰 이야기를 연이어 다루게 된 걸 “의도치 않은 일”이라 했다. 영화사로부터 <미라클>의 시나리오를 건네받은 그는 소재보다 제목이 우선 자신의 마음을 붙잡았다고 했다.
권호영 감독은 당시 ‘기적’을 바라고 있었다. “<평행이론>을 끝낸 뒤 느낀 바가 있었다. 내가 자꾸 누굴 속이려 했구나, 겉멋을 부리려 했구나, 반성을 많이 했다. (웃음)” 그러한 성찰을 토대로 제작 중인 <미라클>은 담백한 스릴러영화가 될 것 같다.
초능력자와 형사가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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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거지악 따윈 안중에도 없다. <조선미녀삼총사>의 여자들은 밥 짓기보다 폭탄 제조에 능하다. 저고리 고름 입에 물고 텀블링은 기본이다. 그녀들의 속치마 속엔 은장도가 아니라 살상용 표창이 숨겨져 있다. <내 남자의 로맨스>(2004) 이후 오랜만에 돌아온 박제현 감독의 신작은 ‘조선시대 여성 현상금 사냥꾼들’에 관한 이야기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기발한 상상으로 버무린 코믹액션사극이다.
-지난 8년 동안 몇편의 시나리오를 썼다고 들었다. 준비 중이던 작품 가운데 사극도 있었나.
=<내 남자의 로맨스> 끝나고 준비하던 작품이 사극이었다. 캐스팅까지 끝냈는데 결국 잘 안됐다. <미스터&미세스 스미스> 같은 설정의 사극이었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았는데 나중에 <7급 공무원>이 나오는 걸 보니까 ‘아, 끝났구나’ 싶더라. (웃음)
-<조선미녀삼총사>는 직접 쓴 시나리오인가.
=여러 명이 썼는데 내가 마무리를 하
여자 셋이 모이면 현상수배범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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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너무 ‘센’ 데뷔작이 다양한 장르로 뻗어나가려는 신인감독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이는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이후 2년 동안 장철수 감독이 겪어야 했던 편견과도 맞닿아 있다. “<김복남…> 이후로 장철수는 잔인한 영화를 만들 거라는 편견이 많더라. 코믹한 영화도 좋아하고 멜로도 되게 좋아하는데. 가능성이 훨씬 더 넓은 사람이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 보다 많은 관객과 소통하고 싶은 그의 고민은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연재돼 많은 사랑을 받았던 훈(Hun) 작가의 웹툰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영화화로 이어졌다. 북에서 남파된 세명의 꽃미남 간첩이 달동네에 위장 잠입해 살아가며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이야기. 게다가 이미 캐스팅을 확정지은 두명의 ‘간첩’은 꽃다운 외모의 청춘배우, 김수현과 이현우다. 이미지 변신을 꿈꿔온 감독에게 이보다 더 나은 선택이 있을까.
원작 웹툰을 읽으며 장철수 감독의 머릿속에 떠올랐던 건 최인훈의 소설 <
세명의 꽃미남 간첩이 달동네에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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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혼은 이야기를 타고 온다.” 영화의 카피로도 무방할 이 요약문은, 김용균 감독의 네 번째 장편이자 두 번째 공포스릴러물이 될 <이야기>(가제)에 등장하는 웹툰 제목이다. <전설의 고향>을 연상케 하는 제목처럼, 이 음산하기 짝이 없는 웹툰은 구천을 떠도는 목소리들을 실어 나른다. <분홍신>에 분홍신이 있었다면 <이야기>에는 웹툰이 있는 셈이다. 분홍신이 시기에 빠진 여인들을 징벌하기를 멈추지 않았듯, 웹툰은 진실을 기만한 자들에 대한 재판을 계속한다. 피에 물든 과거를 묻어두려 했던 이들은 웹툰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읽게 되고, 그림이 현실로 둔갑하는 순간 어김없이 죗값을 지불해야 한다. “귀신이 무서운 건 나를 찌르는 게 있어서다. 영적인 존재 앞에서 떳떳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거다. 웹툰에 나오는 서로 다른 네 사람에 관한 네개의 이야기는 공통적으로 그 점을 건드린다.” “착한 척하지 않는 시나리오에 끌렸다”는 감독의 말대로 <이
12세 관람가 공포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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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악몽을 꿨다.” 지난 6월 말 독일 베를린과 라트비아에서의 촬영을 마치고 돌아온 류승완 감독은 마치 ‘멘붕’ 상태처럼 느껴졌다. 대화 속에서 영화의 소재가 지닌 특별한 무거움, 그리고 오랜 해외 로케이션 촬영의 압박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유럽 현지 프로덕션 서비스를 비롯해 현지 배우, 스탭들과 한데 섞여 만들어나가는 작업이 생각보다 만만찮았다. “어느 날은 잠꼬대로 ‘분량을 다 못 찍었어!’라고 소리 지르며 벌떡 깨기도 했다. 현장에서 거의 반 미친 상태로 하루 종일 악만 쓰다 온 것 같다”고도 했고 “외국 생활 함부로 할 게 못되더라”라는 농담도 건넸다. 이런저런 스트레스로 몸무게가 50kg대로 뚝 떨어졌다고 하니, 말장난을 좀 하자면 영화 속 ‘버림받은 첩보원’의 처지가 그대로 전이됐다고나 할까. 나중에 완성된 영화가 가져다줄 쾌감을 미리 떠올리기엔 여전히 긴 작업이 남았다.
음습한 베를린 + 남북한 관계
1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인 <베를린>은 베를
추운 나라로 간 남북한 요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