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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삶에서 웃은 기억이 얼마나 될까. 수협에서 일하면서 병상에 누워 있는 아버지의 수발을 드는 것도 모자라 아버지의 악성 채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 호정(한혜진)은 삶의 막다른 골목에 내몰렸다. 감당해본 적 없는 삶의 무게에 짓눌린 그가 의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채무 문제가 아니면 평소 만날 일이 없는 사채업자 태일(황정민)이 그 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한혜진이 <남자가 사랑할 때>의 시나리오를 처음 읽으면서 만났던 호정은 “자신 앞에 놓인 상황 외에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 여자”였다. “식사하셨어? 얘기 좀 하게”라는 태일의 끈질긴 구애가 호정의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하는 이유도 “나 아니면 다른 것에 요만큼도 관심 없는 호정의 상황” 때문이다. 사랑할 여유가 없는 여자가 자기 좋다고 쫓아다니는 남자에게 어떻게 마음을 열까. “그걸 영화적인 장치의 도움을 받지 않고 오로지 배우의 감정만 가지고 설득력 있게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 호정은 한혜진에게 새로운
[한혜진] 벌거벗은 사랑의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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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진아, 나 심장 터질 것 같아.” <남자가 사랑할 때>의 언론 시사회장에서, 황정민은 옆 좌석에 앉은 한혜진에게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완성된 영화를 극장에서 처음으로 보는 배우의 심정이야 짐작가지 않는 바가 아니지만, 영화 수십편의 개봉을 경험한 ‘베테랑’ 배우 황정민이 이토록 긴장한 모습을 보인다면, 거기에는 필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멜로를 안 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내가 누아르나 ‘남자영화’를 하는 동안 새롭게 유입된 관객이 있을 거다. 그분들은 멜로영화 속 황정민의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렇게 진득한 감성의 멜로영화가 2014년 관객에겐 어떻게 와닿을까. 그런 점들이 궁금하다.”
<남자가 사랑할 때>는 2014년의 <파이란> 같은 영화다. 화려하고 세련된 기교보다는 투박한 진심을 지향하는 작품이라는 뜻이다. 주연을 맡은 황정민의 승부수 역시 그가 연기하는 태일의 사랑을 얼마나 “진짜”처럼 보이게 할 것인지에 있었다. “
[황정민] 멜로 신(神)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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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 처음으로 사랑을 경험하게 된 거리의 남자와 빚에 허덕이지만 자존심만은 지키고 싶은 도시의 여자. 그들의 첫 만남이 순조로웠을 리 없다. 그 어떤 현장보다 가족적인 분위기였다는 <남자가 사랑할 때>의 촬영장은 “액션” 사인과 함께 남녀의 치열한 감정이 오가는 전쟁터로 바뀌었다. 그 현장의 한복판에 배우 황정민과 한혜진이 있었다. <부당거래> <신세계> 등의 영화에 출연하며 거칠고 비정한 남자들의 세계에 머물렀던 황정민은 40대의 첫 멜로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를 통해 연륜과 관록이 묻어 있는 좋은 연기를 선보이고, 첫 멜로영화의 여주인공이 된 한혜진은 열한살 터울의 선배 배우로부터 최상의 컷을 얻기 위해 물러서지 않는 법을 배웠다. “참 신기하다. 시나리오만 봤을 때는 머릿속에 몽글몽글하게 맺혀 있던 게, 혜진이랑 얼굴 맞대고 고민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뚫리더라니까.”(황정민) “에이, 선배님은 완벽하셨어요!”(한혜진) 주거니 받거니 하
[남자가 사랑할 때] 그건, 사랑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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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X-Men: Days of Future Past
감독 브라이언 싱어 / 출연 휴 잭맨, 마이클 파스빈더, 제임스 맥어보이, 제니퍼 로렌스
<엑스맨> 시리즈를 탄생시킨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다시 돌아왔다. 돌연변이들이 위기에 처하게 되자 울버린이 과거로 돌아가 과거의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는 설정이며 그동안 <엑스맨> 시리즈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북미에서 5월 개봉예정.
[WHAT'S UP]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X-Men: Days of Future P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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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수상한 그녀> 할매는 '영원한 싱글'
[정훈이 만화] <수상한 그녀> 할매는 '영원한 싱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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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빴어(한숨). 달리 말하기 참 힘들다. 사연은 이렇다.
미스터리 소설 팬이라면 누구라도, 애거사 크리스티 소설을 ‘최소한’ 열댓권 정도는 갖고 있을 것이다. 나로 말하면 중학생 때였던가, 용돈을 모아 해문출판사에서 나온 애거사 크리스티 전집을 한권씩 사모았던 게 처음이었는데, 이사를 하면서 전집을 버린 뒤 사고 읽고 이사 때 버리고를 반복해 모르긴 해도 지금까지 총 150권 정도는 샀을 것이다. 이 시리즈는 애거사 크리스티 재단과 정식 계약한 출판사 황금가지가 총 77권으로 지난여름 완역판으로 완간시켰다. 77권이나 되니까 사람마다 다 다른 책을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당신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읽은 적이 없거나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일 거다. 데니스 루헤인의 <살인자들의 섬>(영화판 제목은 <셔터 아일랜드>)을 비롯해 지금까지도 수많은 소설들이 트릭의 구조를 응용해 사용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믿을 수 없는 화자’ 트릭의 전설 <애크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물욕을 자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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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홍구 교수가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 시절을 집중 조명한 <유신>을 펴냈다. <한겨레> 토요판에 연재되었던 내용을 묶고 재구성했다. 1970년대 초반 유신독재가 시작된 배경을 필두로, 독재의 그늘과 병영국가화, 베트남전 파병, 새마을운동, 강남 개발, 중학교 입시 폐지와 고교 평준화 등 1970년대의 사회사를 펼쳐낸다. 나아가 이후 ‘박정희 없는 박정희 체제’의 기틀을 마련한 전두환의 내란과 1980년 5월 광주까지를 읽어낸다.
[도서] 1970년대의 사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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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크> <티핑 포인트> <아웃라이어>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의 신작. ‘어떻게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가?’라는 주제로, 차별과 장애를 겪거나 부모를 잃거나 좋지 않은 학교에 진학하거나 차별을 겪는 등 인생의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어려움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지혜를 찾고자 한다.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이 실제 상황에서 낳을 수 있는 안 좋은 결과들에 대해서 보다 폭넓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
[도서] ‘어떻게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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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뜻의 제주말 ‘폭삭 속았수다’를 제목으로 한 이 책은 159번째로 제주 올레길을 완주한 저자의 제주 여행기. <시사저널> 창간 멤버로 13년간 문화부 등에서 기자로 일한 성우제는, 캐나다에 살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트레일 가운데 하나인 브루스트레일을 여러 차례 걸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제주 올레길을 걷고 살피고 사람들을 만난다. 제주의 문화와 역사를 총망라한 ‘제주 올레 전문서’.
[도서] ‘제주 올레 전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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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지는 모르겠지만 약간 불쾌하면서도 무서운, 그러면서도 몹시 궁금한 어떤 것. 교고쿠 나쓰히코의 책을 읽는 이유는 바로 ‘그것’에 대한 호기심이다. 공포 소설이라고 부르기에 적합하지만 사건이 해결되는 결정적인 대목에서는 미스터리물인데 퍼즐을 다 맞춘 뒤에 이상하게도 우수리가 남는다.
이번에 출간된 책은 교고쿠도 시리즈 중 단편집 <백귀야행 양>이다. 일본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진 <우부메의 여름> <망량의 상자>를 비롯한 교고쿠도 시리즈는 일본에서 전승되는 요괴담을 주요 모티브로 하고 있다. 시대배경은 전후 일본이고, 어수선한 사회에서 전쟁의 망령과 싸우고 국가를 재건하는 시대 말이다. 전통사회가 현대 물질문명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치이는 동안 구시대의 요괴들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한다. 요괴의 소행이라고만 보이는 이상한 사건이 벌어진 뒤 유약한 소설가 세키구치, 이상한 것을 보는 탐정 에노키즈, 모르는 것이 없고 못하
[도서] 오싹한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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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인가. 한강? 남산? 아니면 광화문? 지난해 8월20일부터 11월25일까지 약 100일 동안 시민들과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서울의 풍경을 찍은 영상 1만1천여편을 <우리의 영화, 서울> 프로젝트 홈페이지(http://www.seoulourmovie.com/ko/)에 올렸다. ‘Working in Seoul, Made in Seoul, and Seoul’이라는 컨셉에 맞게 박찬욱, 박찬경 두 감독은 200여편을 엄선해 새로운 작품으로 편집했다. 그렇게 탄생한 영화가 <고진감래>다. 상영시간이 약 1시간 정도가 될 <고진감래>는 2월11일 오후 3시 서울극장에서 열리는 언론시사회와 온라인에서 첫 공개된 뒤 온라인에서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우리의 영화, 서울>은 서울 시민이 참여한 프로젝트다.
=박원순_서울 시민과 서울에 거주하거나 관광 온 외국인들이 함께 서울을 알리면 의미가 있을 것 같
[flash on] 서울의 활력을 ‘유머러스하게’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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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의 가족은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다. 아내와 단둘이 살아가고 있는 장남 인철(정의갑)은 갑작스럽게 실직했다. 남편과 이혼한 뒤 자폐증 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는 딸 경진(이은주)은 지병인 심장병으로 고생하고 있다. 그리고 막내아들 인호(전광진)는 취업을 하지 못한 채 대리운전 일을 한다. 어느 날, 막내 인호에게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서 이 가족의 균열이 드러난다. 전작 <처음 만난 사람들>(2007) 이후 거의 6년 만에 내놓은 김동현 감독의 신작 <만찬>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이다.
-오랜만의 신작이다. 개봉을 앞두고 부담스럽진 않나.
=나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는데 개봉 전날 떨린다거나 그런 건 없다. 영화를 만드는 작업은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 내놓아도 어제 만들었던 작업 같다.
-<만찬>의 가족 구성원들은 위기에 처했다. 장남은 실직 문제, 딸은 싱글맘, 막내는 청년실업문제를 겪고 있다.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를 각각
[flash on] 그래도 행복한 순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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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본 세 영화는 국적이 다 달랐다. 양우석 감독의 <변호인>을 필두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그리고 이란 출신의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이 만든 프랑스어영화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이 세 영화 모두 아버지가 등장한다. <변호인>의 아버지는 낯익다. 상고 출신의 가난한 고시생 송우석은 변호사로 성공한 뒤 정치적으로 각성된 인권 변호사가 된다. 아버지로서의 송우석의 모습은 잘 드러나 있지 않지만 그의 인생 행로는 해방 이후 변천해온 전형적 아버지상을 보여주고 있다. 가난을 극복하는 것이 지상 명제였던 전후의 아버지들은 고도성장의 과실을 향유하는 개발독재 시대의 아버지들로 대체되었다가 80년대를 지나면서 윤리적 각성을 경험한 새로운 아버지들로 모습을 바꾼다.
식당 밥값이나 떼어먹던 가난뱅이가 유능한 아버지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은 아파트의 매입이다. 그 시절의 이상적인 아버지란 아파트
[영하의 날씨] 아버지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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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시리즈가 낭만을 앞세운 첩보물이라면, 잭 라이언 시리즈는 두뇌와 이성을 앞세운 첩보물이다. <붉은 10월> <패트리어트 게임> <긴급명령> <썸 오브 올 피어스>를 잇는 다섯 번째 잭 라이언 시리즈인 <잭 라이언: 코드네임 쉐도우>가 1월16일 한국 개봉을 앞두고 LA에서 기자회견과 인터뷰를 가졌다.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잭 라이언 역의 크리스 파인, 윌리엄 하퍼 역의 케빈 코스트너, 영화의 감독이자 악역인 빅터 슈레이븐을 연기한 케네스 브래너 등이 참석했는데, 그중 가장 많은 질문과 관심을 받은 사람은 잭 라이언을 CIA 요원으로 발탁하는 멘토 윌리엄을 연기한 케빈 코스트너였다. 톰 클랜시가 창조한 잭 라이언 캐릭터와 할리우드 첩보물 장르의 진화, 할리우드 스파이 스릴러에 단골 악역으로 등장하는 러시아에 대해 주고받은 인터뷰를 정리했다.
영화는 순간이다
<잭 라이언: 코드네임 쉐도우> 케네스 브
[현지보고] 스파이 스릴러의 진화를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