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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향적일 것, 언제나 화제를 마련해 다닐 것, 유머러스할 것을 요구받는 세상에서 내성적인 성격대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나는 내성적인 사람입니다>는 혼자 시간을 보내기가 타인과 어울리기보다 편하고 즐거운 이들을 위한 처방전인데, 불편한 파티를 거절하지 못해 괴로웠다거나, 잡담을 하고 나면 되레 피곤해져서 어쩔 줄 모른 적이 있다거나, 외향적인 척하려고 술을 계속 마신 적이 있다거나 하는 이들에 게 도움이 될 조언들이 있다.
[도서] 혼자가 편한 이들을 위한 처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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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눈> 첫장의 주인공은 시력 검사판 맨 아래줄의 깨알 같은 글자 하나하나까지 알아보는 데도 악보를 읽을 수 없게 되어버린 피아니스트 릴리언이다. 시각실인증이다. 컬럼비아대 신경정신과 임상교수로 재직 중인 올리버 색스의 책을 읽는 일은 종종 편견을 깨는 과정이다. 그의 환자들은 가끔은 ‘꾀병’이라고 불리는 상태다. 색스의 유명한 저서 중 하나인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P선생은 릴리언보다 증세가 더 심하다. 처음 증상이 나타난 뒤 3년도 되지 않아 시각장애뿐 아니라 촉각인지장애까지 나타났고, 급기야 모자인 줄 알고 아내의 머리를 잡는 일까지 생겼다. 색스는 이런 특이병으로 고생한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수집하고 나아가 그들의 삶의 스토리를 완성해주는 의사이자 작가다. 그가 전에 쓴 책을 읽고 그에게 편지를 보낸 사람이 그의 새로운 환자가 되어 다음 책의 주인공이 되는 식이다. 소식을 하면 몇년을 더 살 수 있다거나, 긍정적 사고방식이 암 치료에 도움이
[도서] 디어 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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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중 문병곤 감독의 스마트폰은 수시로 울었다. 여러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 전화였다. 갑작스러운 관심이 부담이 될 법도 한데 이 젊은 감독은 그런 상황이 아주 싫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그가 만든 단편 <세이프>가 얼마 전 폐막한 제66회 칸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문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세이프>는 학비를 벌기 위해 지하 주차장에 마련된 불법 오락실 환전소에서 일하는 여대생(이민지)이 도박 중독자(강태영)의 돈을 가로채다가 금고에 갇히는 내용의 이야기다. 13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동안 금융 거래의 어두운 이면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수상은 예상했나.
=전혀 못했다. 예상했더라면 자연스럽게 무대에 올라갔을 텐데. 사전에 수상에 대한 아무런 언질도 없었다.
-심사위원단은 영화의 어떤 점을 잘 봤다고 하던가.
=이번 단편경쟁부문에서 돈을 소재로 한 영화는 <세이프>밖에 없었다. 에티오피아 출신의 한 심사위원은 “우리나라도 불
[flash on] “돈의 풍경을 일관되게 보여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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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야, 연애하자>(감독 정하린, 개봉 6월6일)는 류현경이 2년 전 출연했던 장편영화다. 그가 맡은 28살 앵두는 신춘문예에 번번이 낙방하는 작가 지망생이다. 앵두가 남자친구와 이별하던 날, 부모는 로또 1등에 담청되면서 세계 일주를 떠난다. 앵두는 친구 소영(하시은), 윤진(강기화), 나은(한송희)과 함께 살기로 한다. 영화는 30대를 코앞에 둔 네 여성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성장담이다. 당시 20대였던 류현경은 “20대와 30대 사이에서 연애, 진로 등 많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앵두에게 공감해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류현경은 서른이 넘었다. 2년 전 자신의 모습을 다시 보며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니, 지난 2년 동안 배우 류현경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얼마 전, 류현경은 <앵두야, 연애하자>를 남몰래 다시 봤다. “지금의 얼굴과 너무 달라 깜짝 놀랐”다. “그때는 제 모습을 너무 많이 보여
[류현경] 현경아, 나랑 연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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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랖을 직업으로 만든 사람이 있다. 건축가이자 시인(<56억 7천만년의 고독> <너무 아름다운 병>), 만화광이자 아티스트인 함성호가 그다. 몸담고 있는 분야가 워낙 다양하다보니 스스로를 뭐라고 소개해야 할지 난감해 ‘오지래퍼’라는 명칭을 따로 만들었다는 그가 산문집을 냈다. 이름하여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 함 작가의 첫 카툰 에세이집인 이 작품은 글과 그림, 문화와 역사, 건물과 사람 사이를 거닐며 포착한 삶의 희로애락으로 충만하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관심사를 자랑하는 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즐거움에 대해 말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함성호 작가와의 만남은 이러한 궁금증으로부터 시작됐다.
-최근 미얀마에 다녀왔다고 들었다.
=건축주가 동남아 세공품으로 인테리어를 하고 싶다고 해서, 그걸 봐주러 간 거였다. 일주일 동안은 일하고, 나머지 기간에는 여행을 좀 했다.
-이번 산문집을 보면 다양한 장소에 대한 경험담이 많은데, 이번
[trans x cross] 내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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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왕가위 감독이 양조위, 장쯔이와 함께 <일대종사>로 한국을 찾는다. 오는 6월16일부터 20일까지 서울 CGV여의도와 부산 CGV 센텀시티에서 열리는 2013 중국영화제(주관 CJ CGV, CJ E&M)의 올해 개막작이 바로 <일대종사>다. 지난 2006년 첫 출범한 중국영화제는 그 동안 국내에서 중화권의 화제작들은 물론 미개봉 신작들까지 최신 중국영화들을 소개하는 중요한 역할을 소화해왔다. 특히 올해는 베니스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일대종사>를 비롯해 첸카이거 감독의 ‘젊은 변신’이라는 평가를 들었던 <수색>, 이연걸의 정극 아버지 연기로 화제를 모았던 설효로 감독의 <해양천국>, 펑샤오강 감독의 역사 블록버스터물의 계보를 잇는 <1942> 등 미개봉 화제작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이처럼 올해 영화제는 ‘중국영화를 대표하는 최고의 얼굴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거장의 얼굴’, ‘배우의 얼굴’,
[영화제] 대륙의 역사, 중국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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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자들>
제작 영화사 집 / 제공 유나이티드픽처스, NEW / 감독 조의석, 김병서 / 출연 설경구, 정우성, 한효주, 진경, 이준호 / 배급 NEW / 개봉 7월4일
<감시자들>은 감시 전문가라는 스페셜리스트를 소재로 한 본격 범죄스릴러다. 동물적인 직감의 감시 전문가 황 반장(설경구)과 탁월한 기억력을 지닌 신참 하윤주(한효주)로 구성된 경찰 내 특수조직 감시반. 그러나 단 3분 만에 벌어진 무장강도 사건이 이들의 수사력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얼굴도, 단서도 남기지 않은 범죄 조직 리더 제임스(정우성)의 정체는? 감시반과 실체 없는 범죄자 제임스의 쫓고 쫓기는 심리전이 관건이다. <일단 뛰어> <조용한 세상>의 조의석 감독과 <태풍태양> <위험한 관계>의 촬영감독인 김병서 감독이 공동연출했다. 강남, 이태원, 청계천, 종로를 배경으로 한 도심 카체이싱 장면,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
[Coming Soon] 실체 없는 범죄자와의 쫓고 쫓기는 심리전 <감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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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러시아 북부 우랄산맥을 등반하던 9명의 탐사대원들이 시신으로 발견된다. 러시아 정부는 이들의 사망을 평범한 조난 사고로 처리했지만, 시신에서 방사능이 검출되고 텐트가 내부에서 찢겨져 나온 사실이 포착되는 등 정황이 하나둘씩 밝혀지면서 이 사건은 결국 미제로 남게 된다. <디아틀로프>는 이 실제 사건에 대한 추적 과정을 파운드 푸티지 형식으로 담아낸 영화로, 기본 설정은 해당 장르를 각인시킨 <블레어 윗치>와 많이 닮아 있다. 홀리(홀리 고스)는 사건의 경위를 취재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과제로 제출하기로 하고 다섯명으로 구성된 등반팀을 꾸린다. 이들은 먼저 사건과 연관된 생존 인물들을 인터뷰하는데, 그 과정에서 불운한 전조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지만 이를 호기롭게 넘겨버린다. 유쾌한 산행 가운데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텐트 주변에 거대한 발자국이 발견되면서부터다. 그리고 예정보다 일찍 도착한 장소에서 눈사태까지 맞게 됨으로써 이들의 공포는 극대화되
거대한 발자국 <디아틀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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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의 이라크, 사담 후세인의 아들 우다이 후세인(도미닉 쿠퍼)은 자신과 똑 닮은 고등학교 동창 라티프 야히아(도미닉 쿠퍼)를 궁으로 불러들인다. 자신을 암살 위험에서 구제해줄 대역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라티프는 가족의 목숨까지 들먹이며 협박하는 우다이의 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가짜 우다이로서의 삶을 살게 된다. 우다이는 잔악한 기질을 가진 방탕아로, 무고한 시민을 납치해 강간하고 폭력을 휘두르기를 일삼는다. 그의 곁에서 환멸을 느끼던 라티프는 우다이의 애인 사랍(뤼디빈 사니에르)과 가까워지고, 얼마 뒤 이라크군은 쿠웨이트 침공을 시작한다.
라티프 야히아는 실존 인물이다. 그는 수년간 우다이의 대역을 감당하며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고, 그 경험을 토대로 자전적인 소설을 남겼다. <데블스 더블>은 이 소설에서 힌트를 얻어 완성된 작품이다. 영화의 설정상 우다이와 라티프가 한 프레임에 놓이는 장면이 많기 때문에, 외모가 같은 두 캐릭터를 얼마나 다르게 표현해내는지가
권력자의 대역 <데블스 더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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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소리>는 2차대전 당시 일본의 침략에 맞서 활동했던 스파이들의 활약을 그린 영화다. 때는 일본의 중국 침략이 한창인 1942년, 중국 내의 비밀항일단체는 일본의 주요 인사들을 잇따라 암살하며 일본군을 위협한다. 정보가 내부 스파이를 통해 빠져나갔다는 증거를 잡은 일본군 장교 다케다(황효명)는 의심이 가는 부서원들을 모조리 외딴집에 감금한 채 잔인한 심문을 시작한다. 한편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최고 스파이 ‘유령’은 엄중한 감시를 뚫고 어떻게든 이 정보를 외부에 알리려 한다.
일단 흥미로운 설정이 돋보인다. 한정된 공간과 한정된 인원, 그리고 정해진 시간 속에서 한쪽은 스파이를 찾아야 하고 한쪽은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가혹한 고문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나가지만 영화는 마지막까지 스파이의 정체를 밝히지 않은 채 팽팽한 긴장을 유지한다. 다양한 인물의 특징과 상황을 설명하느라 본격적인 두뇌 싸움이 비교적 늦게 시작하는 것과 잔인한 고문
2차대전 스파이들의 활약 <바람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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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활동했던 덴마크 출신의 화가 마리 크뢰이어(비르기트 요르트 소렌슨)의 삶을 그린 영화 <마리 크뢰이어>는 그녀의 남편인 세버린 크뢰이어(쇠렌 세터-라센)와의 갈등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미 유명한 화가였던 세버린은 예술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가정에서는 망상증 때문에 제대로 된 남편, 아버지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지 못해 수시로 마리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딸에게까지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결국 마리는 남편을 두고 스웨덴으로 잠시 여행을 떠나고, 이곳에서 작곡가인 휴고(스베리르 구드나슨)를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정복자 펠레>(1987) 등으로 익숙한 덴마크 감독 빌 어거스트의 최신작 <마리 크뢰이어>는 ‘여성화가’로서의 마리의 모습보다 그녀의 내밀한 개인사에 초점을 맞춘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자유롭지 못하던 당시, 그녀는 남편에게 헌신적인 아내이자 사랑스러운 딸의 어머니였으며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한 여성화가’ <마리 크뢰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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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윈터보텀의 영화들은 그의 영화적 이력이 다큐멘터리에서 시작된 까닭인지 다큐멘터리와 피처 필름의 경계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극적으로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서사적 요소들을 가지고 있지만 장르적 관습 안에 갇히기를 거부하고 인물의 감정이나 외모를 가공하는 정제된 화면을 지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명 가공의 인물들이지만 그들의 실제 삶을 훔쳐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실제 배우들의 정사 여부로 논란이 된 <나인 송즈>나 관타나모 수용소의 비인간적 실태를 고발한 <관타나모로 가는 길>, 아프간 난민 수용소를 탈출하는 소년의 모험을 그린 <인 디스 월드> 등이 그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에브리데이> 역시 픽션이지만 실제 인물들의 삶을 훔쳐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영화는 네 남매가 동트기 전부터 일어나 부지런히 시리얼을 먹고 세수를 하고 옷을 입고 집을 나설 준비를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직 어린아이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에브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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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남북 정예요원들의 숨막히는 대결!
[정훈이 만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남북 정예요원들의 숨막히는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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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The Family
감독 뤽 베송 / 출연 로버트 드 니로, 미셸 파이퍼, 토미 리 존스
마피아 생활을 청산하고 프랑스로 이주해온 만초니 가족. 하지만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옛말처럼 왕년에 지하세계를 호령했던 가족들이 성질 죽이고 조용히 살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다. 마틴 스코시즈가 제작, 뤽 베송이 연출을 맡은 <패밀리>는 로버트 드 니로, 미셸 파이퍼, 토미 리 존스 등이 출연하여 더욱 기대되는 코믹 갱스터 무비다.
[WHAT'S UP] <패밀리> The Fami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