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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상영가 영화가 늘어난 데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서 허용하는 표현의 범위가 최근 들어 넓어진 것과 관련이 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 박선이 위원장의 말이다(55쪽). 박 위원장은 5기 영등위 들어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 편수가 대폭 늘었다는 지적에 대해 “이 정도면 청소년 관람불가가 되더라, 하니까 그보다 더 센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진다”고 답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기준을 완화해서 적용했더니 제한상영가 영화들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청소년 관람불가 이상 등급 판정을 받은 영화는 29.2%, 2011년부터 2012년까지는 42.5%였다(53쪽). 그렇다면 박 위원장은 이 수치 변화를 어떻게 설명할까. 청소년 관람불가 이상 등급의 영화가 늘어난 데는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에서 허용하는 표현의 범위가 최근 들어 넓어진 것과 관련이 있어서일까. 이 정도면 15세 관람가가 되더라, 하니까 그보다 더 센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지는 것일까
[에디토리얼] 우리가 싫어하는 생각을 위한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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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맨 오브 스틸> 지구 두 번 구했다가는...
[헌즈 다이어리] <맨 오브 스틸> 지구 두 번 구했다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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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브 스틸>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워너브러더스 회장 제프 로비노프는 말했다. 그 말을 입증하듯, 독자적인 세계관을 가진 DC 코믹스의 영웅들이 메이저 스튜디오 워너와 손잡고 출격을 준비 중이다. 할리우드 관계자들의 전언을 통해 영화화가 가시화되었거나 유력한 프로젝트 네편을 먼저 소개한다.
현실세계로 온 동화 속 캐릭터들 <페이블즈>
DC의 수많은 선배 코믹스 시리즈들을 제치고 영화화 기회를 얻은 빌 윌링험의 <페이블즈>는 2002년 처음 출간돼 평단의 찬사를 받은 (비교적) 신생 코믹스다. 이 작품에선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화 속 캐릭터들인 백설공주, 신데렐라, 피노키오, 아기돼지 삼형제와 늑대 등이 주인공이다. 말하자면 현대 슈퍼히어로영화에 알게 모르게 도움을 줬을, 원형적인 영웅들이라고 할까. DC의 성인만화 임프린트인 버티고의 작품인 만큼 귀엽고 순수한 모습을 기대하지 말 것. 원작 <페이블즈>는 강력한 적이 나타나 동화세계를
DC 올스타 히어로팀 출격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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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의 마지막 날,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는 세계 각국의 기자들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에 자리한 스튜디오로 초대했다. 기자회견을 위해 마련된 세트장에는 <맨 오브 스틸>의 코스튬과 칼엘을 싣고 지구에 착륙한 우주선, 크립토니안 언어로 ‘희망’을 상징한다는 ‘S’가 새겨진 도장 등 영화에서 실제로 사용된 프로덕션 디자인과 소품들이 가득 차 있었다. 잭 스나이더 감독, 주연배우 헨리 카빌, 에이미 애덤스 등 한데 모인 제작진, 출연진과의 인터뷰를 정리했다.
시각적으로 조금은 불편하기를 원했다
감독 잭 스나이더
-영화 속 슈퍼맨과 조드가 벌이는 전쟁을 보고 있으면 그 정도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쟁의 규모와 강도와 스피드를 그토록 세게 설정한 데에 특별한 이유가 있나.
=슈퍼맨과 조드는 신화 속의 신이나 마찬가지다. 둘 중 하나만 살아남는 전쟁에서 인간들의 세계를 신경쓸 여유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엉망진창이 되는 건 불가피했다. 스피드에 대해서는, 나
슈퍼맨은 우리 모두의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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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유니버스를 대표하는 영웅이 돌아왔다. 6월13일 개봉한 잭 스나이더의 <맨 오브 스틸>은 대단원의 막을 내린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3부작과 DC의 슈퍼히어로들이 총출동할 <저스티스 리그>(2015)의 중간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그 책임감이 막중한 작품이다. 새로운 <슈퍼맨> 프랜차이즈의 문을 열어젖힌 이 영화의 실체를 공개한다. 더불어 <맨 오브 스틸> 이후 개봉을 기대해볼 만한 DC 코믹스 원작의 영화화 프로젝트도 함께 소개한다.
<맨 오브 스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잠깐. DC의 세계에 잠시 몸담았던 한 불운한 남자의 이야기를 꺼내볼까 한다. 그의 이름은 조스 웨던. <어벤져스>로 마블의 영웅들을 성공적으로 대동단결시켰던 그 남자다. 웨던은 2005년 DC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 <원더우먼>의 시나리오작가로 고용되었다. 그리고 2년 뒤인 2007년, 한통의 전화도 받지 못한 채
SUPERMAN? MAN OF STE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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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면, 나도 하루키
울트라마라톤대회
무라카미 하루키는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사로마 호수 100km 울트라마라톤대회에 참가했을 당시의 경험을 이렇게 표현했다. “다리는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55킬로 휴식 지점에서 75킬로 지점까지는 엄청나게 고통스러웠다. 느슨하게 돌아가는 육류 다지는 기계 속을 빠져 넘어가는 쇠고기와 같은 기분이었다.” 정식 마라톤 경기의 풀코스인 42.195㎞보다 긴 거리를 달리는 마라톤을 울트라마라톤이라고 한다. 장거리 러너라면 누구나 한번쯤 울트라마라톤대회 출전을 꿈꾼다. 자신의 몸을 혹사하면서까지 이렇게 달리려는 이유는 뭘까. 다시 하루키의 말을 빌려보자. 그는 울트라마라톤을 통해 “인생의 광경이 그 색깔과 형상을 바꾸어나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울트라마라톤대회가 8월에 부산과 강화도에서 각각 열린다. 8월17일 시작하는 제9회 부산썸머비치 울트라마라톤대회는 50km와 100km로 나뉘어져 있어 참가자가 거리
달리고 날리고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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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것이 팥빙수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든, 미스터리 소설이든 다 마찬가지다. 가장 뜨거운 계절에 인기의 정점을 찍는 바로 그것들. 미스터리/스릴러의 계절을 맞아, 최근 몇달간 출간된 해외 작품 중 읽을 만한 것들을 추리고 탐험지도를 곁들였다. 표를 읽는 법은 다음과 같다. 세로축의 classical은 말 그대로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들의 영역이다. 시간을 버텨낸 작품들이라는 ‘인증’된 재미는 있지만 때로 고풍스럽고 낡은 느낌이 들 수도 있다. contemporary는 요즘의 세상을 거울처럼 비추어내는 작품들이다. 다만, 최근에 쓰인 소설 중 10년이 지나도 읽힐 것이라고 판단되는 책들은 classical에 보다 가깝게 두었다. 가로축의 heavy는 어둠의 정도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 사건의 잔혹함이든 인간에 대한 냉소든 혹은 사회에 대한 날선 시선이든. light에는 때로 웃으면서, 혹은 분량 걱정에 시달리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소설들이 분포해 있다.
난 당신이 읽을 책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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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차니즘’이 엄습할 때, 극장보다 손쉽고 매력적인 피서지가 있다. VOD 영화관이다. 따끈따끈한 미개봉작부터 고전영화까지, 열 극장 안 부러운 선택지를 자랑한다. 다만 최신 VOD 직행 타이틀은 <씨네21> 883호 특집과 905호 기획 기사에서 모두 다룬 바 있어, 여기서는 재발견의 묘미가 있는 클래식들을 소개한다.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지고 있거나 곧 만들어질 리메이크영화들의 원작 5편이다. 이가 시리고 등골이 서늘해질 작품도 여럿 있다.
<캐리> 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 / 출연 시시 스페이섹, 파이퍼 로리 / 제작연도 1976년
히치콕의 망령에 사로잡힌 미국 작가 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가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그는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생리를 시작한 왕따 소녀 캐리의 내면 세계를 끔찍하도록 순결한 하얀색과 끈적끈적한 빨간색으로 그려냈다. 생리에 덤으로 염력까지 얻은 그녀가 억압적인 어머니와 또래 친구들을 불사르는 마지막까지,
데이비드 핀처가 반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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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지상파 드라마의 가장 큰 수확이자 발견은 SBS의 <추적자 THE CHASER>(이하 <추적자>)였다. 이 작품으로 SBS 연기대상을 받은 손현주는 수상소감에서 <추적자>는 “없는 게 많은” 드라마였다고 말했다. 스타도, 아이돌도 없었고, 방영 초반 주목을 받지도 못했다. 하지만 좋은 제작진과 좋은 배우가 있다면 좋은 드라마는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추적자>는 증명해냈다. <황금의 제국>은 바로 그 <추적자>의 제작진과 배우들이 다시 뭉친 드라마다. 1990년대 초반부터 20년간의 한국 경제 격동기를 배경으로, ‘제왕’의 자리를 놓고 갈등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는다. 단 한편으로 ‘믿고 보는’ 수준에 오른 박경수 작가의 대본과 손현주, 박근형 연기의 합 위에서 고수와 이요원이 어떤 연기를 보여줄 것인가가 <황금의 제국>이 <추적자>를 이어갈 작품이 될지 아닐지를 확인할 수 있는 열쇠다
방콕 바캉스의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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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은 페스티벌의 정점이라고 해도 좋을 해다. 올해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은 10개가 넘고, 그중 다수가 7∼8월에 집중되어 있다. 어디로 갈까, 즐거운 고민에 빠진다. 혹자는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비롯해 해외에서 선전한 아이돌의 K-POP 등을 언급하며 한국의 인지도와 시장성이 이전에 비해 더없이 높아진 결과라며 감격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른 관점도 가능하다. 이렇게 페스티벌이 늘어난 맥락에는 2007년 이후로 미국의 음악시장 구조가 음원 중심으로 재편되며 대부분의 수익을 공연으로 충당하게 된 배경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저들 입장에서 아시아는 그나마 미개척지이고, 한국이야말로 선택 가능한 지역이라는 것. 여기에 내한공연에 대한 박탈감을 가진 국내 정서와 왜곡된 내한공연 경쟁, 대기업의 관여 등이 더해져 페스티벌이 급속도로 늘어난 셈이다. 그러니까 2013년의 페스티벌 붐은 오히려 관점을 크고 넓게 가지기를 요구한다. 한국 밖은 도대체 어떤 상황인가. 음악산업 전
소리질러! 목이 터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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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특급 심사위원, 초특급 신인발굴!
제12회 미쟝센단편영화제 기간
6월27일~7월4일 / 장소 아트나인 / 홈페이지 www.msff.or.kr
해마다 여름 초입이 되면 대한민국 대표감독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저력의 영화제. ‘신인감독 등용문’이라는 정체성을 공고히 다져온 미쟝센단편영화제가 올해로 12회를 맞이한다. 감독들이 ‘어디 나보다 더 뛰어난 신인이 있나 보자’라는 마음으로 심사했다가, 깜짝 놀랄 인재를 만나는 곳. 가령 2009년 <남매의 집>으로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조성희 감독 같은 초특급 인재 말이다. 게다가 올해 신임 집행위원장으로 위촉됐으니, 그야말로 금의환향이다. 출품작보다 더 궁금한 심사위원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심사위원장으로는 권혁재 감독. ‘비정성시’ 부문은 장훈/윤성현 감독,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은 민규동/박정범 감독, ‘희극지왕’은 이용주/봉준호 감독, ‘절대악몽’은 이경미/조성희 감독, ‘4만번의 구타’는 권혁재/장철수
달력 옆에 놓고 날짜 체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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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개봉하는 블록버스터를 보고 있노라니 현기증이 일 지경이다. 대재앙에 처한 지구의 연이은 아우성을 들으며 여름을 보낼 자신이 없다면 다음 방법을 추천한다. 일단,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독특한 영화제와 록 페스티벌 라인업을 꼼꼼히 체크하자. 휴가와 결합하면 단 며칠 만으로도 극강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록 페스티벌에 관한 상세 가이드는 차우진 음악평론가가 제시해준다. 머리가 아닌 몸 쓰는 페스티벌도 다양하다. 전국에서 열리는 마라톤, 비치볼, 서핑대회도 눈여겨봐야 한다. 움직이는 건 딱 질색이라고? 미안하다. 그 심정, 그 마음 <씨네21>도 공감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씨네21>이 선정한 VOD 걸작선 추천과 장르소설 신작 삼매경, 윤이나 TV 비평가의 여름 신작 프로그램은 가만히 누워서도 즐길 수 있는 손쉬운 여름나기다. 지구평화는 슈퍼맨에게 맡기고, 치맥페스티벌이 열리는 대구에 가봐도 좋겠다.
더위에 쫄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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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볼만했습니다. 맥줏집이 떠나가라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생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켜는 모습이 참으로 볼만했습니다. 안주로 나온 골뱅이를 다른 사람이 한두점 집어먹을까 말까 할 때 입안으로 마치 쓸어담듯이 집어넣더군요. 더욱 가관인 것은 그 태도였습니다. 자신이 옳은 일을 했다고 으스대는 태도. 그는 그날 오후 분명 ‘착한 일’을 했습니다. 소아암 환우들을 위한 이벤트에 무료로 참가했으니까요. 예전처럼 공중파에 고정 출연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케이블TV와 라디오에 종종 얼굴을 내밀며 바빠죽겠다고 페이스북에 엄살과 자랑 반 섞인 포스팅을 하는 그에게 황금 같은 주말에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미국 담배회사는 자선활동에 10만달러를 쓰고 ‘자선활동을 했다는 걸 홍보하는’ 데에 200만달러를 쓴다고 합니다. 200여 가지 독극물로 구성된 자신들의 제품을 잘 포장된 선의로 감추려는 것이지요. 맥줏집 구석 자리에서 벽을 기대앉
[김남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이 남자를 고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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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포켓몬스터: 뮤츠의 역습> 시사회장에 들어간 기자들은 겁에 질렸다. 꼬마들 수백명(…은 아니었겠지만 내 눈엔 그렇게 보였다)이 빽빽 소리를 지르며 극장을 뛰어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정체는 관객 시사단으로, 영화사가 관객 반응을 보겠다며 초대한 전문가 집단이었지만 기자들이 보기에는 그냥 몬스터다. 나는 입구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던 40대 독신 남성인 L선배를 옆구리에 끼고 평소 무릎 관절에 좋지 않다며 멀리했던 2층으로 도피했다. 꼬마들이 힘을 모아 “피카 피카 피카츄”를 외치던 그날, 영화가 시작하기도 전에 혼이 나간 기자들은 모두 바람보다 먼저 누워 깊이 잠들었다.
아이들은 무섭다. 앞일 따위 생각하지 않고 체력을 불사른다. 괴성을 지르며 진격할 때면 어미, 아비도 못 알아본다. 어찌나 무서운지 TV애니메이션 <아따맘마> 속 젊은 부모는 아이들이 난동을 부릴 때마다 거대한 우주 괴물이 지구를 때려 부수러 강림했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광선총을
[김정원의 피카추] 으악 몬스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