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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4일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가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에 대해 제한상영가 등급을 내림에 따라 다시 한번 예술표현의 자유와 기관의 검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영상의 내용 및 표현기법, 주제와 폭력성, 공포, 모방위험 부분에 있어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게 영등위의 등급 판결 내용이었지만 구체적으로는 “직계간 성관계를 묘사하는 등 비윤리적, 반사회적인 표현”이 직접적인 문제였다고 적시했다. 이에 대해 김기덕 감독쪽은 “영화의 전체 드라마를 보면 그 의미가 확실히 다르고 그것이 이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중요한 장치이며 연출자로서는 불가피한 표현”이라고 항변했다. 이미 올해 칸국제영화제 마켓에서 각국에 선판매를 순조롭게 마친 뒤 내려진 판정이라 더욱 답답했을 것이다. 오죽하면 칸에서 박선이 영등위 위원장에게 “제가 무엇이 부족해서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장면을 묘사했겠냐”는 편지까지 보내며 하소연했을까. 영화의 특정 장면이 청소년에게
철폐하라! 철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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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영화가 있다. 권위있는 국제 영화제의 마켓에서 각국 마케터들의 호평 속에 선판매된 이 영화는 국내에 들어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국내 영화상영등급을 결정하는 기관에서 몇몇 장면을 문제 삼아 개봉이 곤란한 처지에 놓인 것이다. 영화감독들은 관객이 영화를 볼 권리를 박탈해서는 안된다며 등급 결정 기관을 성토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렵게 잡은 메이저 배급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그 영화는 문제된 장면을 자진 삭제해서 다시 심사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기시감이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공공연하게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던 군사독재 시절의 이야기가 아니다. 타이처럼 사전검열로 악명 높은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의 사례도 아니다. 이 모든 게 2 01 3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버젓이 상영될 한국영화를 국내 관객만 정상적으로 만날 수 없는 웃기고도 슬픈 사연,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를 통해 드러난 국내 제한상영가 제도의 위선
2013년 대한민국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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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인디포럼영화제에 출품된 독립영화는 800여편. 역대 가장 많은 작품 수다. 다큐멘터리를 제외한다면 극영화가 700여편이다. 일단 상업영화를 셈에서 빼면 이 작은 땅덩어리에서 한해 동안 700편 안팎의 극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시대상을 기민하게 반영하는 독립영화답게 요즘의 화두는 단연 탈북, 조선족, 왕따, 편의점이다. 어떤 이는 왕따문제를 다룬 <파수꾼>과 탈북자영화 <무산일기>의 성취에서 비롯된 모방 열풍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미 그 사안들이 언론의 단골 메뉴가 된 지 꽤 오래됐다.
오히려 공통된 어떤 지반을 찾으라 한다면 바로 벨기에의 다르덴 형제다. 뜬금없는가? 아니다, 현재 한국 독립 극영화들이 줄기차게 영향을 받고 모방하는 영화적 아이콘은 다르덴 형제다. 10여년 전 국내에 다르덴 형제의 <아들>이 소개된 이후, 독립-예술영화 연출자들은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다. 다르덴이 로제타의 뒷모습을 원테이크로 쫓아가듯, 현재 독립
[이송희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지루한 모방, 위험한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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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람회와 넥스트, 패닉의 팬이었다.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거침없이 무대를 장악하던 신해철이나, 대학만 가면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선배처럼 수수하면서도 섬세해 보이던 서동욱에 비해 동글동글한 사촌오빠를 닮은 이적을 더 좋아한 건 아니었지만, 고등학교 1학년 때 발매된 패닉의 2집은 특별히 거금을 들여 CD로 샀다. 괴기스런 일러스트와 ‘냄새’, ‘혀’, ‘어릿광대의 세 아들들에 대하여’ 등 끔찍한 환상소설 같은 가사로 빼곡한 부클릿을 뜻도 모른 채 수없이 읽노라면 가슴이 뛰었다. 열일곱살이 느끼기에도 병들어 썩어 있던 세상, 아니 열일곱살이어서 더 추악하고 답답하게 느껴지던 세상을 향한 이 강렬하고도 문학적인 은유라니, 그야말로 멋이 폭발했다!
그 뒤 십수년이 지난 뒤 대기업의 카드 광고 모델이 되어 “실용의 길을 배웁니다”라며 미소 짓는 이적은 내가 동경했던 그 사람이 아닌 것처럼 낯설었지만, 타인의 삶과 선택에 대해 함부로 해석하고 실망하는 것도 일종의 폭력일 거라는 생각이
[최지은의 TVIEW] 오빠와 아저씨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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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그리드 버그먼에게는 성녀의 이미지가 있다. <잔 다르크>(1949) 같은 영화의 역할 때문만은 아니다. 흥행작인 <카사블랑카>(1942) 혹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1943)에서 보여준 청순한 이미지의 영향이 컸다. 상대방이 험프리 보가트 같은 터프가이이든 또는 게리 쿠퍼 같은 신사이든 영화 속 버그먼의 순결성은 절대 보호받아야 할 남성 판타지의 대상이다. 말하자면 남성들은 대개 보가트의 자리에서, 여성들은 버그먼의 자리에서 나르시시즘에 빠진다. 스타는 이 관계를 유지하는 허상이고, 그래서 배우들은 그런 허상을 만들려고 애쓴다. 그런데 버그먼은 신화의 자리, 곧 많은 배우들의 꿈인 나르시시즘의 초상이 됐을 때, 그 자리를 스스로 깬다. 바로 로베르토 로셀리니에게 보낸 연서(戀書)가 발단이다.
히치콕의 배우에서 로셀리니의 동반자로
“로셀리니씨, 당신의 영화 <무방비 도시>와 <전화의 저편>을 봤습니다. 대단한 작품이
[한창호의 오! 마돈나] 두개의 별 할리우드 그리고 네오리얼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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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11일치 일기에 <월드워Z>, 6월12일치에 <버니>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맨 오브 스틸>에는 켄트씨네 외동아들이 붉은 천을 망토처럼 두르고 강아지와 뛰어노는 회상장면이 있다. 아련해지는 대목이다. 동생과 나도 꼬마였을 때… 하고 추억에 젖다 어리둥절해진다. 가만, 우리는 슈퍼맨 흉내를 낸 건데 슈퍼맨이 아직 오지 않은 우주에 속하는 어린 클라크는 어디서 영감을 얻은 걸까? 모태 기억?
6/10
영화 상영 10분 전. 극장에 입장하기도 커피를 마시러 가기도 애매한 시간이다. 요행히 로비에 빈자리가 보여 걸터앉았다. 같은 처지로 추정되는 옆 커플은 벌써 팝콘을 절반 이상 동내고 있었다. 콜라 한 모금과 팝콘 한 움큼 사이의 짧은 침묵을 깨고 여자가 문득 말했다. “지난번에 이 극장에 혼자 왔었거든. 근데 영화 끝나고 앞줄에서 누가 일어나는데, 우리 엄마인 거야. 엄마도 영화를 혼자 보러 왔더라고. 나, 그날 아침에 엄마랑 싸우고 나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남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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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것이 왔다. 나와 딸이 한 남자를 두고 다투게 될 줄이야.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상대의 눈을 보면 생각을 읽는 능력자로 나오는 수하(이종석)를 본 뒤로 내 딸은 “몇살쯤 그 오빠와 사귈 수 있을까” 헤아리고, 나는 “내가 딱 열(댓)살만 젊었다면 쩜쩜쩜” 한다. ‘15살 시청가’를 엄격히 적용해 종석군과 딸의 만남을 방해할 작정이다.
드라마가 주는 재미의 으뜸은 인물이나 사연에 감정이입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초능력’이 등장해도 억지스럽지 않은 것은 이 드라마의 장점이지만, 문득 우리 사회가 초능력이 아니고는 더이상 어찌할 도리가 없는 지경에 이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의 선의나 집념만으로는 부당한 권력이나 고착된 체제에 저항할 방법이 없으니 범상한 능력만으로는 ‘이야기’ 만들어내기 참으로 어려울 것 같다. 초능력이라도 등장해야 방어도 되고 응징도 되고 정화도 되는, 그야말로 ‘퐝톼쥐스런’ 지경.
국정원 댓글공작으로 ‘국기문란’
[김소희의 오마이 이슈] 너의 목소리가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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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로치의 <앤젤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이하 <앤젤스 셰어>)를 본 뒤 남다은 평론가가 얼마 전 <씨네21> ‘신전영객잔’에 쓴, 최근 독립영화의 경향에 관한 편지 형식의 글이 생각났다. 나는 그 글이 명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글에 감동받아 필자가 가르치는 대학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프린트해 나눠주려다 말았다. 대신 몇몇 학생들과의 면담에서 그의 글을 언급하며 지적질을 했는데 효과가 있었다. <앤젤스 셰어>를 보고 다시 남다은의 그 글이 떠오른 것은 관객과의 대화 도중 영화청년으로 보이는 한 패기있는 젊은이와 나눈 대화 때문이었다. 그는 종래의 켄 로치 영화와는 결이 좀 다른 이 영화가 나름 재미있고 연륜을 증명해준다고 한 내 말을 반박하고 그저 능숙함만 보이는 게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한국의 독립장편영화를 본 최근의 경험을 말하면서 남다은의 글을 인용했다. 역시 효과가 있었다.
무식하고 더럽고 게으른 쓰레기들…
[신 전영객잔] 이 루저들의 무심한 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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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서독 리덕스> 상영차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지 어느덧 5년. 제작지연을 둘러싼 무수한 소문이 무색하게 <일대종사>는 우리가 그에게 기대했던 바로 그 영화였고, 왕가위는 역시 왕가위였다. 이전 영화들을 떠올리게 하는 명장면도 군데군데 숨어 있고, 그의 새로운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지점들도 있었다. 그렇게 그는 지난 공백이 무색하게 그만의 시각과 품격을 담은 영화를 만들었다. 변함없는 선글라스의 카리스마를 유지한 채 왕가위는 인터뷰 내내 담배를 피우며 느긋하게 대답했다. 그와의 만남을 한줄로 정리하자면, 엽문은 바로 왕가위였다.
-양조위와 장쯔이의 만남에서 자연스레 <2046>이 떠오른다.
=<2046>은 내 영화들 중 시대적이고 현실적인 감각이 가장 희미한 영화였다. 반면 <일대종사>는 내 영화들 중 실존인물이 등장하는 유일한 영화이기도 하고, 명확한 시대적 배경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영화다. 그래서 양조위와 장쯔
[왕가위] ‘권’(拳)에는, 영화에는 남과 북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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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 중국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일대종사>는 왕가위 고유의 색깔과 새로운 변화 모두를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크리스토퍼 도일은 없지만 영원한 페르소나 양조위가 남아 엽문을 연기했다. 양조위가 무술에 능하지 않은 배우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그는 마치 원래부터 한몸이었던 것처럼 엽문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이미 대작 블록버스터들을 위시해 무수한 무협영화들이 활개를 치는 중국 영화계에서, 왕가위와 원화평 무술감독이 만들어낸 적재적소의 액션 신들도 감흥을 더한다.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와 <동사서독 리덕스>를 거치며 영원히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왕가위가 그렇게 돌아왔다. 지난 2008년 <동사서독 리덕스> 상영차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지 5년 만에 방한한 왕가위 감독을 만났다. 함께 한국을 찾은 양조위, 장쯔이와의 만남은 무비꼴라쥬를 통해 정식 개봉하는 8월경 독자들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일대종사>가 시작하
[왕가위] 王家衛(왕가위) 그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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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서자마자 이사한 집 특유의 어수선함이 흠씬 묻어났다. 복도 좌우로 이어 붙은 방들은 아직도 뭔가 정리의 손길이 필요한 모양새다.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가 홍대 인근으로 옮겨 새 출발을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취재진이 찾은 날은 11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기념식이 있던 날. 미디어센터 그거 뭔가요, 하던 시절에 선구적 모델을 제시하고 8년간 광화문에 터를 잡아 시민과 함께해온 미디액트다. 2010년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빚어낸 비상식적인 공모 과정으로 인해 광화문에서 쫓겨났지만 그 뒤에도 이들은 좌절하지 않고 자력으로 상암동 시대를 열었고 새로운 모색을 하며 3년을 보냈다. 그 3년 동안 생존이야 꾸준히 위협받아왔지만 공동체 미디어 교육, 창작 활동 지원, 미디어 정책 연구 등 제 할 일을 게을리한 적이 없다. 보금자리도 옮기고, 11번째 생일도 맞고. 미디액트의 김명준(사진 왼쪽) 소장과 이주훈 부소장을 만나고 싶어졌다.
-행사가 있는 날이라 바쁘겠다.
=이주훈_개
[김명준, 이주훈] 이사왔어요 놀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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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상업영화를 준비 중이던 이병헌 감독은 자신이 겪은 제작 분투기를 독립영화로 만들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제작지원을 받은 것만으론 모자라 자비까지 털어넣었다. 페이크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들어진 <힘내세요, 병헌씨>에는 ‘감독 이병헌’이 한편의 영화를 만들면서 겪는 고충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힘내세요!’라고 외치는 제목의 긍정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영화 <과속스캔들>과 <써니>를 각색한 이병헌 감독은 시종일관 이 ‘비극적’ 상황을 비틀고 희화화한다. 정신없이 웃다보면 왠지 내 모습 같아 씁쓸한 영화. 공감백배의 영화를 연출한 이병헌 감독을 만났다.
-입봉하지 못한 많은 감독들이 겪을 법한 이야기다. 그래서 다들 영화로 만들 생각은 안 하는데, 허를 찔렀다.
=2009년에 상업영화를 준비했는데, 계속 지연되더라. 이런 경우에 허송세월하는 감독들을 주변에서 많이 봤다. 놀기도 뭣해서 시나리오를 썼다. 그런데 쓰다 보니 재밌더라.
-영화
[flash on] 웃긴데 눈물 나는 게 내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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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후대에 로버트 패틴슨의 일대기를 서술하는 평자는 이런 말을 남길지도 모를 일이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코스모폴리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통해 할리우드 10대 소녀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뱀파이어는 6월27일 개봉예정인 <코스모폴리스>에서 작가 감독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와의 협업을 통해 배우 인생의 제2막을 열어젖히려 한다. 이 글은 새로운 잠재력의 배우를 발견하는 마음으로 쓴, 로버트 패틴슨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는 <코스모폴리스>가 영화로 제작된다는 사실에 기뻐해야겠지만, (데이비드 크로넨버그가) 로버트 패틴슨을 캐스팅한 건 완전히(totally), 완전히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독립영화전문지 <인디와이어>의 2011년 기사다. 그저 캐스팅 소식만 들려왔을 뿐인데, 아직 영화현장에 얼굴도 들이밀지 않은 배우를 이토록 직설적으로 반대하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을 것
[로버트 패틴슨] 낯설고 차가운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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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대 최초 1년 4학기 도입, 학생맞춤 학기제 시행
교육부 종합평가 최우수 사이버대학(2007년), 서울사이버대학교(www.iscu.ac.kr 총장 강인)는 올해 상반기 입학전형부터 국내 사이버대 최초로 1년 4학기제를 도입, 실시했다. 지난해 '선취업 후진학 특성화 대학'으로 선정된 서울사이버대학이 전국의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 및 기업의 고졸 사원들의 효과적인 학업 지원을 위해 내린 결정이다.
*서울사이버대만의 차세대 이러닝 시스템
서울사이버대학교에서 개발한 차세대 이러닝 시스템 ‘SCU Learning WAVE(이하WAVE)’는 이러닝 콘텐츠와 학습 도구간의 자유로운 이용은 물론, 외부 웹 어플리케이션이나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서비스까지 학습도구로 끌어와 수업에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등 보다 쉽고 효율적인 학습을 지원한다.
*과감한 교육 콘텐츠 투자를 통한 최첨단 멀티미디어 학습기법 도입
다양하고 차별화된 강의 방식과 내실 있는 콘텐츠 개발에 힘쓰고
서울사이버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