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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고 등장할 것 같았던 이하늬가 흰색 단화를 신고 사뿐사뿐 걸어왔다. “하이힐은 불편해서 못 신어요.” 그렇게 말하는 이하늬의 왼쪽 뺨에 보조개가 팼다. 굳이 힐에 의존할 필요 없는 173cm의 키. “어릴 적부터 한번도 작아본 적이 없어서” 되레 아담한 것들에 끌린다는 이하늬는 섹시하다는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 지 오래되지 않았다고 했다. <타짜>가 개봉한 2006년에 미스코리아 왕관을 쓴 이하늬는 호피무늬 수영복을 입고 화려한 미소를 지으며 강렬하게 등장했다. 20대 초•중반의 나이엔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성적인 시선”이 힘들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그것조차도 긍정적으로 바꾸어 받아들일 수 있는 내공이 쌓였다. “가만히 있어도 야하니까 붙는 옷 입지 말라던 어머니가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섹시하다는 말은 건강하다는 말의 다른 표현인 것 같다고. 이젠, 꽃이 가장 붉게 물들었을 때, 석류가 가장 잘 익었을 때를 표현하는 말이 섹시하다는
꽃보다 멋진 들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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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하면 듣는 사람뿐 아니라 말하는 사람도 지치는 법이다. 언론시사회가 끝난 뒤 신세경은 이틀 동안 기자들과 마주 앉아 영화 얘기를 해야 했다. 그 두 번째 날의 늦은 오후 신세경을 만났다. 비축해둔 힘이 바닥나진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애정이 큰 캐릭터에 대한 얘기를 하니까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아요. 안 그래도 오늘 밝아 보인다는 얘기 엄청 들었는데, 이제 그만 가라앉혀야 되나? (웃음)” 2년 전 <알투비: 리턴 투 베이스> 때 보았던 신세경의 두눈은 ‘휴식이 필요해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사이 그녀에게 어떤 일들이 일어난 걸까. “그때가 정신적으로 많이 힘든 시기였어요. 나를 지탱해주는 받침대가 점점 사라져서 서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요만큼밖에 남지 않은 기분이었달까. 지금은 다시 지반을 단단하게 다져놨어요. 그리고 다시는 그 지반을 뺏기고 싶지 않아요.” 조그만 입술을 야무지게 달싹이며 지금의 행복을 지키고 싶다고 말하는 신세
첫사랑 혹은 영원한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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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높아진 기대는 어느새 다음 이야기의 등장을 가로막는 벽이 되었다. 최동훈 감독의 <타짜> 이후 무려 8년, <타짜-신의 손>으로 돌아온 <타짜> 속편은 좋든 싫든 전작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새롭게 메가폰을 잡은 강형철 감독은 전작의 눈치를 보느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경쾌하게 자신의 길을 가며 또 다른 방식의 <타짜>를 선보인다. 제작과정에 있었던 자잘한 에피소드부터 궁금한 장면까지 강형철 감독에게 물었다. 꽃의 전쟁의 주역인 신세경, 이하늬 두 여배우의 솔직한 심경도 함께 전한다. 타짜 vs 타짜, 누가 더 낫냐는 비교가 무의미한 또 다른 재미를 만끽하시라.
앞서 간 이의 흔적이 길잡이가 될 것인지 장벽이 될 것인지는 전적으로 뒤따르는 사람의 태도에 달렸다. <타짜-신의 손>(이하 <타짜2>)의 제작 소식이 들려왔을 때 기대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당연한 일이다. 뛰어난 전작은 관객의
새 판은 새 감독이, 오락영화 타짜들의 바통 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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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몬스터> <표적> <사도> <기술자들>
2013 <은밀하게 위대하게> <소원>
2012 <이웃사람> <공모자들> <간첩> <타워>
2011 <써니>
2010 <파괴된 사나이>
연희동 주택가에 자리잡은 특수분장업체 ‘제페토’는 분주하다. 맞다, 회사 이름 제페토는 동화 속 피노키오를 만든 바로 그 아저씨 이름이다. 공교롭게도 추석 시즌에 맞붙게 된 <두근두근 내 인생>과 <타짜-신의 손> 모두 윤황직 실장의 작품들이다. 그는 <두근두근 내 인생>을 진행하면서 할리우드의 그렉 캐놈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았다. <드라큘라>(1992), <미세스 다웃파이어>(1993, 이상 공동수상)를 비롯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로 아카데미 분장상을 수상한 그렉 캐놈은 ‘얼굴’
[STAFF 37.5] 기술보다 캐릭터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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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황금마차>는 유쾌한 인권영화이자 흥겨운 음악영화다. 치매에 걸린 큰형과 함께 네 형제가 여행을 한다. 서울서 온 스카밴드 킹스턴 루디스카가 합류하자 흥이 더해진다. <하늘의 황금마차>는 영화 속 설정처럼 감독, 스탭, 배우들도 함께 여행하며 찍은 영화다. 노인의 인권 문제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며 음악과 판타지를 뒤섞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멸 감독은 해외와 국내 평단에서 고평을 받았던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이하 <지슬>)가 독이었다면 <하늘의 황금마차>는 득이었다고 말한다. 영화를 만든다는 것, 작가로서 뜻을 공유하는 스탭들과 현장을 꾸리는 것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었다는 말이다. 무인도에서 차기작을 촬영하다 상경한 검게 탄 얼굴의 오멸 감독을 만났다.
-예전 인터뷰를 보니 트렁크 인생이라고 들었다. 지금도 그러한가.
=이제는 배낭으로 바뀌었다. 보증금을 빼서 영화를 만든 <지슬> 당시가
[오멸] <지슬>의 성과보다 값진 것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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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늙은 아들과 가장 어린 부모. 김애란 작가의 동명 원작을 영화화한 <두근두근 내 인생>은 남들보다 빨리 늙는 선천성 조로증에 걸린 아름(조성목)의 이야기다. 한때 태권도 유망주였던 대수(강동원)와 가수를 꿈꾸던 당찬 성격의 미라(송혜교)는 17살에 아이를 가져 불과 34살에 16살, 하지만 신체 나이는 80살인 아들 아름의 부모가 되어 있다. 그렇게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 나아가던 아름의 사연이 세상에 알려지고 이런저런 두근거리는 일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성석제 작가는 원작 <두근두근 내 인생>에 대해 “인생이 알 수 없는 신비로 가득하다는 것을 알아버린 나이든 어린 영혼이 건네는 이야기를 읽는 동안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는다”며 “비극에서 낙천의 보석을 골라내는 타고난 재능, 희극에서 통찰에 이르는 길을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정묘한 내비게이터의 면모를 본다”고 썼다. 이재용 감독이 가 닿고자 했던 지점도 그 말 속에 녹아 있다. 최근 <여배우들&
[이재용] ‘산다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나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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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전설>은 데이비드 밴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하나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여러 편의 소설을 모은 한권의 책이기도 한 <자살의 전설>은 십대에 아버지를 잃은 데이비드 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자살한 아버지, 가족 문제가 심각했던 새어머니, 어머니의 가족들, 아버지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차례로 쓴 작가는 지금 이혼에 대한 소설을 쓰고 있다. 무의식이야말로 소설의 가장 큰 자양분이라는 그는, 가장 가까운 이들의 삶으로부터 무의식의 자양분을 얻은 것이 분명해 보인다.
-오전에는 집필 때문에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나는 미리 계획을 짜거나 아우트라인을 완성하고 소설을 쓰지 않는다. 그냥 정해진 시간에 글을 쓰면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본다. 매일 아침 2시간씩 쓴다.
-2시간씩만 쓰나.
=2시간만 쓰고 남은 일과 중에는 소설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구성에 대해서든 뭐든. 매일 아침 자연스럽게 글을 써내려갈 뿐이다.
[trans x cross] 무의식의 흐름 붙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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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타짜-신의 손>(이하 <타짜2>)의 함대길이 되는 순간, 원작 만화와 전편 <타짜>와의 비교는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타짜2>에 합류한다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큰 산”이라는 생각을 안 해본 것도 아니다. 잘해야 본전, 얻는다 해도 많지 않은 득일 게 훤했다. 하지만 그 엄청난 리스크가 최승현을 <타짜2>의 세계로 끌어당겼다. 초짜에서 타짜를 거쳐 마침내 신의 손에까지 이르는 함대길의 험난한 여정에 최승현은 겁없이 올라탔다. 자신의 세 번째 영화 <타짜2>의 개봉(9월3일)을 딱 일주일 앞둔 시점에 그와 마주 앉았다. 함대길이라는 “도박 같은” 인물에 기꺼이 자신을 올인한 최승현의 한수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보자마자 최승현이 자세를 낮춰 인사를 건넨다. 낯을 가리는 수줍음 많은 소년 같다고 느껴질 만큼 정중했다. 사진 촬영 내내 별말이 없어 강형철 감독이 말한 “엉뚱하고 허술한” 최
[최승현] 대담하고 화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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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뜻 사람이 살아가는 데 지켜야 할 바른 도리가 있음
속뜻 도리가 없음
주석 가히 의리 열풍이라 할 만하다. <투캅스> 시리즈(1993~98)에 등장했던 김보성이 그때 그 선글라스를 끼고 예의 가죽 잠바를 입고 등장해서는 온갖 곳에서 의리를 외친다. 20년 만에 재등장한 의리남을 국민들은 수많은 패러디물로 환영했다. 그는 부활한 스타가 되어 CF계를 접수했다. 그가 의리를 외치는 방법은 모든 “리” 자 앞에 “으” 자를 삽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는 한 식혜 광고에서 이렇게 외친다. 이것이 우리 몸에 대한 으리, 신토부으리, 회오으리, 아메으리카노, 에네으리기음료, 으리집 으리음료, 마무으리. 그러니까 여기에는 오래된 노래 하나가 겹쳐 있는 셈이다. 리리리자로 끝나는 말은? 코끼으리, 잠자으리, 개구으리, 봉우으리, 유으리 항아으리. 이로써 세상에 온갖 의리가 넘쳐나게 되었다.
이런 음운 바꿔치기의 선구자는 조용기 목사다. 그는 ‘ㅅ’을 ‘시’로 발음하는 특이한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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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영웅을 좋아한다. 이게 본질적인 민족성인지 외세와의 밀당 속에서 형성된 역사적 산물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한민족의 핏줄엔 리더십 타령이 이미 흐르고 있다(심지어 신자유주의 무한경쟁 슬로건이 나오기 전부터 그랬다).
그렇다면 영화는? 사실 영화와 민족성은 언제나 데칼코마니로 딱 떨어지지는 않는다. 분명히 대중문화는 정치의식의 반영이나 정치의식 자체는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리더십과 영웅은, 삐딱한 시선 속에서, 그러니깐 은유와 풍자로 왜곡된 형태로서만 영화에 출현한다. 이것은 마치, 왜곡된 형태로만 무의식을 증명하는 꿈과 같은 것이다. 꿈은 무의식에 대해서 말하지만, 언제나 빙빙 돌려서, 심지어 언제나 거짓말로만 말하지 않는가. 1970~80년대 한국영화, 즉 소위 “한국 뉴웨이브”에게 영웅들은 “바보”였다. <바보들의 행진>(감독 하길종)의 대학생 무리가 그러했고, <바보선언>(감독 이장호)의 절름발이, 택시 운전사, 창녀 무리가 그러했고, <고
[곡사의 아수라장] 우리 시대 진짜 영웅은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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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감았는지 모를 만큼 헝클어진 머리카락, 볼 위까지 듬성듬성 난 수염, 기름으로 반질거리는 얼굴 등 범상치 않은 외모 때문일까. 멀리서 봐도 그가 노숙자 대포 역을 맡았다는 사실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최민수가 돌아왔다. <조폭 마누라3> 이후 8년 만의 영화 출연이다. 촬영장 근처의 한 식당에서 그와 함께 늦점심을 먹었다.
-배가 많이 고프셨을 것 같아요.
=12시에 밥을 안 주고. 농담이고. 밥 먹고 합시다 얘기 안 나오는 현장이 제일 좋아요.
-그만큼 일에 집중한다는 뜻이니까요.
=네. 예전에는 현장에서 밥 찾아먹는 게 굉장히 힘들었어요. 밥차도 없었고. 경험상 밥때를 챙기는 작품은 대체로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것 같아요. 현장에 도착했을 때 모든 스탭이 잠시 멈추는 순간이 있어요. 배우가 도착했구나 같은 설렘이 느껴지는 현장이 좋은 것 같아요.
-<조폭 마누라3>(2008) 이후 8년 만의 영화 출연입니다. 새로울 것 같습니다.
=그런 건
[씨네스코프] 나 까탈스러운 사람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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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최민수)가 지소(이레), 지석(홍은택), 채랑(이지원) 등 꼬마 셋(사진 왼쪽부터)을 리어카에 태운 채 수영의 자동차를 뒤쫓고 있다. 최민수가 탄 낡은 오토바이는 중고를 구입해 미술팀의 ‘간지’ 작업을 거쳤다고.
노부인(김혜자)의 조카 수영 역을 맡은 이천희. 그는 “이야기 안에서는 악역 같은 면모도 있지만 나름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친구”라며 “김혜자 선생님과 붙는 장면이 많은데 이야기 안에서 수영을 거의 사람 취급하지 않으신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진짜 남매처럼 서로를 챙겨줬던 지소 역의 이레와 지석 역의 홍은택. 둘은 “촬영이 힘들지 않냐고? 전혀 힘들지 않다”고 씩씩하게 외쳤다.
월리 역을 연기한 개 ‘개리’. “개 전문 에이전시를 통해 개인기를 비롯해 여러 능력을 본 뒤 캐스팅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
김성호(왼쪽) 감독은 “주로 최민수 선배님으로부터 얘길 들었다.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고마워했다. 그는 “선배님이 연기하신 대포뿐만 아니라 이야
[씨네스코프] 김성호 감독 신작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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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모든 것> The Theory of Everything
감독 제임스 마시 / 출연 펠리시티 존스, 에디 레드메인, 에밀리 왓슨, 찰리 콕스
세계적인 이론물리학자로 잘 알려진 스티븐 호킹은 미술학도인 제인 와일드를 보는 순간 첫눈에 반한다. 결혼에까지 이른 그들의 행복도 잠시, 호킹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운동신경계 질환으로 전신이 마비된다. 에디 레드메인이 고난을 이겨내는 호킹으로, 펠리시티 존스가 그의 사랑스러운 아내로 출연한다. 워킹 타이틀의 전기영화로 11월7일 북미 개봉예정이다.
[WHAT'S UP] <사랑에 대한 모든 것> The Theory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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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더 기버: 기억전달자> 진정한 단일 민족 국가
[정훈이 만화] <더 기버: 기억전달자> 진정한 단일 민족 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