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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무시한 우주 폭풍이 한국에 당도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가 11월6일 개봉한다. 놀란의 첫 우주영화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물리학자 킵 손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은 이 영화는, 놀란의 전작들이 그랬듯 수많은 상징과 미스터리로 가득하다. 언론시사회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 <인터스텔라>의 면모를 짚어보고, 다각도로 읽어보는 특집을 준비했다. 영화를 보기 전 알아두면 좋을 과학적 정보와 LA에서 열린 <인터스텔라> 제작진과의 만남도 함께 전한다.
놀란호에 탑승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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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
무한궤도 <그대에게> MBC대학가요제 대상 수상 / 무한궤도 1집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발표
1990
1집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발표
1991
2집 ≪Myself≫ 발표
1992
N.EX.T 결성 / N.EX.T 1집 ≪Home≫ 발표
1993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O.S.T 발표
1994
N.EX.T 2집 ≪The Return of N.EX.T Part1: The Being≫ 발표
1995
N.EX.T 3집 ≪The Return of N.EX.T Part2: World≫ 발표
1996
라디오 <FM 음악도시> 진행 / <정글스토리> O.S.T 발표 / 윤상과 노땐스 (NODANCE) 결성 / ≪골든힛트≫ 발표
1997
N.EX.T 4집 ≪Lazenca-A Space Rock Opera≫ 발표
1998
3집 ≪Crom’s Techno Works≫ 발표
1999
신해철이 걸어온 음악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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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기억하니?
믿어지지 않겠지만 갑자기 네가 생각났다. 기적 같은 시간의 도약이 단숨에 일어났어. 19년 전, 흐린 겨울날이었어. 코가 빨개지도록 몹시 추운 날이었지. 나는 너를 따라 잠실 어딘가에서 열린 N.EX.T 콘서트에 갔어. 1995년 송년 콘서트였지. 아마 네가 표를 샀을 거야. 콘서트가 시작하기 한참 전부터 줄 서서 기다리는데, 하마터면 동상에 걸릴 뻔했지. 발을 동동 구르면서 나는 너를 약간 원망하기까지 했어. 이런 고생을 하면서 신해철의 콘서트에 날 데려온 이유는 뭘까? 그러나 내색하진 않았어. 그냥, 너하고 콘서트 보러 갔다는 사실이 즐거웠으니까.
드디어 관객이 입장하기 시작하고, 객석에는 기대와 설렘이 넘실댔어. 깜깜했어. 녹색의 팔찌들이 내는 반딧불 같은 빛이 춤을 추었어. 그 흔들림 때문에 약간의 현기증을 느꼈지. 신해철이 등장하자 너를 포함한 여자아이들의 비명이 소름 끼치게 귀를 찔렀어. 나는 깜짝 놀랐어. 그 함성과 열망의 중심에 신해철이 있었고,
우리의 어느 시절에 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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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아려보니 고인을 만난 것은 열일곱해 전의 일이다. 내가 몸담았던 회사에서 김덕수 선생의 음악생활 40주년을 기념하는 ≪김덕수와 친구들≫이라는 앨범을 기획 중이었다. 여러 훌륭한 뮤지션들이 이 앨범에 참여했다. 신해철은 <난장부기>라는 곡을 헌정했다.
스튜디오에 그가 처음 오기로 한 날, 스탭과 엔지니어들은 살짝 긴장해 있었다. 레코딩 스튜디오는 유명인들이 허름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슬리퍼를 끌며 돌아다니는 것이 일상적인 공간이기는 하나, 신해철은 당대의 슈퍼스타였을 뿐 아니라 음악하는 사람들에게도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때 우리의 마음은 뮤지션을 기다리는 스탭의 것이라기보다는, 록스타를 맞이하는 팬들의 마음에 더 가까웠을 것 같다. 이윽고 그가 모습을 드러냈고, 간단한 소개가 끝난 후 편한 모습으로 소파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지금은 널리 알려진 그 ‘입담’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가 사석에서 얼마나 격의 없이 따뜻한 사람인지, ‘거침없는 독설가’라는 이미지 뒤의 진짜
늘 한발 앞서 전력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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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더이상 함께할 수 없는 사람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이 이리 답답한 일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우리네 문화에서 고인에 대한 소소한 추억을 여러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며 서로의 마음을 도닥이는 경우는 사실 많지 않다. 하지만 특별한 사람에겐 그를 기억하는 팬들과 지인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이런 시간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사실 난 그가 위중하다는 말을 듣고 힘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릴까 했다. 남들도 알지만 자세히는 모르는 그 시작의 순간에 대해. 바로 <고스트스테이션>이란 라디오 프로그램에 대해서 말이다.
2001년 3월 SBS 라디오 봄 개편을 앞두고 신해철과 나는 여의도 모 빌딩 1층 커피숍에서 만났다.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DJ와 PD라고는 믿을 수 없는, 가벼움과 허무맹랑함으로 키득거리며 구성을 짜봤다. 큰 틀은 이랬다. 우선 반말로 하자. 그리고 욕도 하자. 비방용 멘트, 브랜드명도 마음대로 말하자. 물론 전략은 필요했다. 공중파인 SBS 라디오는 비
어떤 사심도 없는 당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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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7일, 음악인 신해철이 세상을 떠났다. 마흔여섯의 생. 그를 사랑했고 그의 음악을 아꼈던 이들에겐 너무 갑작스럽고 이른 죽음이었다. 1988년 대학가요제에서 <그대에게>를 부르며 음악이라는 궤도에 올라선 신해철은 솔로 활동과 밴드 N.EX.T 활동을 오가며 음악적 실험을 쉼 없이 해왔다. 마성의 저음과 자유로운 세계관, 거침없는 직설화법의 소유자로서 라디오 DJ로도 크게 사랑받았던 신해철. 그런 슬픈 표정 하지 말라던 그대에게, 내 마음 깊은 곳의 그대에게 세명의 필자가 추모의 글을 보내왔다. 나에게 쓰는 편지이자 그대에게 쓰는 편지. 라디오 <고스트스테이션>을 함께했던 고민석 전 PD, 김홍집 영화음악감독, 음악가이기도 한 성기완 시인의 글을 여기 띄운다.
편히 잠드소서 우리의 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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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모그래피
2014 <나의 독재자> 미술감독
2014 <신촌좀비만화> 미술감독
2013 <변호인> 미술팀장
2013 <설국열차> 세트 디자이너
2011 <고지전> 미술팀
2010 <악마를 보았다> 컨셉 디자인
2010 <이끼> 소품팀
2009 <마더> 세트 드레서
2007 <눈부신 날에> 촬영팀
2005 <새드무비> 촬영부
“시대극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어요.” <나의 독재자>는 김병한 미술감독의 입봉작이다. 하지만 ‘얼음’ 대신 ‘어름’이 적힌 간판이 즐비한 70년대 거리는 그에게 낯선 공간이 아니다. 류성희 미술감독팀에서 <고지전>과 <변호인> 등을 제작하며 시대극만의 독특한 공기와 방법론을 익혔기 때문. 미술팀 식구들도 시대극에 정통한 팀원들로 꾸렸다. 옛날 풍경이 사실적이라는 칭찬에 차분하게 답하던 그가 미술팀에 고마움을 표한다. “70
[STAFF 37.5] “시간에 대한 섬세한 감각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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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나를 찾아줘>의 결말 부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나를 찾아줘>의 부부 닉(벤 애플렉)과 에이미(로저먼드 파이크)의 애증으로 얼룩진 결혼 생활사에 관한 설명이 간략하게나마 필요한 것 같다. 결혼 5주년이 되던 날 에이미가 홀연히 사라진다. 영화는 닉과 에이미의 황홀했던 첫 만남에서부터 결혼 뒤 관계가 서서히 악화되어간 과정까지를 주요하게 술회하는 한편, 속속 드러나는 정황에 따라 닉이 에이미 실종 사건의 주범이자 피의자로 지목받는 과정을 전개해간다. 여기까지를 이 영화의 1부라고 부를 수 있다. 2부에서는 시작과 함께 버젓이 살아 있는 에이미가 돌연 등장한다. 그녀는 실종되지 않았고 죽지도 않았다. 이것은 그녀 스스로 꾸민 일이고 일종의 남편 체벌 프로그램이다. 에이미는 남편이 자신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사형당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에이미에게도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계획은 수정된다. 결국 에이미는 자신을 짝사랑해온 갑부 콜링스가 자신을
[신 전영객잔] 그 (여)자는 무엇을 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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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는 부지영 감독의 첫 번째 상업영화이자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이후 두 번째 장편영화다. 이랜드 홈에버 파업, 홍익대 청소노동자 파업 등을 모티브 삼은 <카트>는 마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이 회사의 부당해고에 맞서 제 목소리를 내는 과정을 담는다. 인터뷰 중 부지영 감독이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를 더 또랑또랑하게 만들어 답한 순간이 있었다. 정규직으로서 어떻게든 자기 자리만 보전하려는 최 과장(이승준)이나 자신들의 불편함이 먼저인 마트의 고객이 참 나쁜 사람들이라고 얘기했을 때였다. 부지영 감독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잘 몰라서 그렇다. 그들은 내 돈으로 마트에서 소비하는 거니 응당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돈을 중심으로 사고하면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마트 직원들이 왜 파업을 하는지까지는 생각하지 못하는 거다.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조금만 마음을 열고 눈을 뜨면 그들에게 공감
[부지영] 마음을 열고 눈을 뜨면 들리는 내 주변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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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반듯한 청년. 스튜디오에 들어선 도경수를 보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었다.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한 피부와 큼지막한 눈이 만들어내는 묘한 신뢰감.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촬영 내내 별말 없이 차분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모습이 왠지 듬직해 보인달까. 그건 반듯함과는 또 다른 신중함처럼 보였다. 그러면서도 도경수는 예의 해사한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건 또 제 주변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데울 줄 아는 능력 같아 보였다. 그런 도경수가 자신의 첫 번째 영화 <카트>에서 불만 가득한 얼굴로 엄마를 대하는 아들, 여동생에게 살가운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 쌀쌀맞은 오빠로 변했다. 차분하고 예의 바른 도경수가 보여주는 방황 혹은 반항이란 어떤 걸까. 지켜보고 싶었다.
<카트>에서 도경수가 연기한 고등학생 태영은 시종일관 까칠하고 무뚝뚝하다. 이유는 있다. 마트 일로 만날 바쁜 엄마(염정아)가 깜빡 잊고 급식비를 미납해 속상해서이기도 하고 친구들과 달리 자신만 구
[도경수] 마음속 어둠을 열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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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쭉하고 가냘픈 몸의 곡선을 그대로 살려 도도하고 까칠하며 새침한 캐릭터를 두루 걸쳐온 여배우. 염정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그런 염정아에게 <카트>의 한선희는 지금까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던 분위기의 캐릭터다. 이번만큼은 염정아의 큰 키가 더없이 껑충해 보이고, 호리호리한 몸은 있던 특징도 없애버린다는 유니폼 속에 흔적도 없이 파묻혀버린다. 그녀가 구부정한 어깨로 주변의 눈치를 보며 이리 뛰고 저리 뛸 때면 금방이라도 고꾸라질 것 같아 위태롭다. “모니터 보면서 알았다. 내 큰 키, 그게 되게 안쓰러워 보이더라.” 그렇게 염정아와 마주앉아 염정아와 한선희를 견줘보다가 문득 염정아는 한선희를 온몸으로 받아들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더 마트’의 비정규직 사원 한선희는 정규직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5년 동안 단 1점의 벌점도 받지 않았고 갖은 연장 근무도 군소리 없이 해왔으니 이번만큼은 희망을 걸어본다. “선희는 우리 엄마처럼 희생적이고
[염정아] 소박함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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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거 있니?” 사진 촬영이 시작되자 선배 염정아가 후배 도경수를 살뜰히 챙긴다. <카트>에서 엄마 선희와 아들 태영으로 호흡을 맞출 때도 그랬을까. “선배 앞에서 눈치 보고 연기하면 절대 안 된다”, “떨지 말고 너 하던 대로 편하게 해라”. 염정아는 엄마 같은 마음으로 연기를 처음 하는 도경수를 편안한 분위기로 이끌었다. 그렇게 엄마와 아들로 만난 두 사람은 <카트>를 통해 각자의 도전을 시도했다. 도도할 것만 같던 염정아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선희가 됐고 큰소리 한번 내지 않고 살아왔다는 도경수는 반항기 가득한 소년 태영이 되었다. 영화 개봉(11월13일)에 앞서 두 사람을 만났다. <카트>가 두 사람에게 남긴 진한 흔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카트] 노동자 엄마 반항아 아들의 세상을 향한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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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뜻 아이의 사랑을 확인하는 질문
속뜻 이혼하겠다는 부모의 통보
주석 이 질문이야말로 아이에게 닥친 최초의 시련이자 시험이다. 이것은 성인이 될 때까지 무수히 치르게 될 수학능력시험의 전조이며, 아무리 풀어도 또 풀어야 하는 무한루프다. 사실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당연히 엄마가 좋다. 나를 품고 기르고 먹이고 입히는 이가 엄마니까. 구글 번역기로 ‘엄마’를 검색하면 이런 소리가 난다. 마(영어, 아이슬란드어, 힌디어, 스와힐리어), 마마(독일어, 러시아, 네덜란드어 등등), 머마(그리스어), 모므(라틴어), 모음(스웨덴어), 모뮈(아랍어), 마르(카탈로니아어), 맘마(타밀어), 마마(일본어), 안야(헝가리어), 마마(중국어), 매(타이어)… 어디나 비슷하다. 아기가 입을 떼고 발음하는 최초의 소리, 아이의 발성기관이 낼 수 있는 맨 처음 소리는 어디나 비슷하다. 처음 아기의 말을 듣고 그 말이 자신을 부르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엄마이기 때문에, 저 소리는 엄마
[권혁웅의 일상어 사전]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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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감독 인터뷰의 고전이 된 <히치콕과의 대화>에서 저자인 프랑수아 트뤼포는 여성의 성적 매력을 놓고 앨프리드 히치콕과 말다툼 같은 실랑이를 벌인다. 서스펜스 드라마의 거장답게 히치콕은 성적 매력에도 ‘서스펜스’가 있어야 한다며, 요조숙녀처럼 보이는 여성이 더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반면 마릴린 먼로나 소피아 로렌처럼 성적 매력이 너무 직접적이면,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자 트뤼포는 먼로나 로렌이 관객으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는 육감적인 스타일 덕분이라며 히치콕의 의견에 반박한다. 히치콕도 가만있지 않는다. “마치 학교 선생처럼 보이는 여성이 함께 택시를 탔을 때, 놀랍게도 당신 바지의 지퍼를 여는 것”이 성적 매력의 서스펜스라고 대꾸한다. 대사의 앞뒤 문맥을 보면 그 여성이 그레이스 켈리다. 두 감독은 <이창>(1954)에 대해 한참 이야기하던 중이었다.
히치콕이 말한 ‘성적 매력의 서스펜스’
히치콕 감독이 금발 미녀를 좋아한다는 건 잘 알려
[한창호의 오! 마돈나] 히치콕 ‘금발 계보’의 정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