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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 열렸던 ‘상하이 세계 엑스포’의 지원을 받아 만든 지아장커의 <상해전기>는 ‘상하이’라는 키워드로 현재 중국 사회를 구성하는 의미망을 짚어보려고 시도한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는 상하이에 대한 특별한 기억을 가진 17명의 출연자가 들려주는 옛이야기들, 국공내전이나 문화대혁명 당시 겪었던 사적인 경험담들이다. 두 번째는 출연자들의 인터뷰 사이에 삽입된 영화들이다. 페이무의 <작은 마을의 봄>, 허우샤오시엔의 <해상화>,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중국>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영화 장면들과 함께 상하이가 영화에서 어떤 무드로 그려졌는지 보여준다. 마지막 세 번째는 지아장커의 페르소나인 자오타오가 상하이의 거리를 떠도는 짧은 장면들이다.
<상해전기>는 워낙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고, 그 맥락을 교묘히 배치했기에 출연자들의 짧은 인터뷰와 인용한 영화만으로는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파악하기
‘상하이’ 다큐멘터리 <상해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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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餘技)로 보는 영화가 있다면 심호흡하고 보아야 할 영화도 있다. <거인>은 그런 영화다. 씁쓸하고 아련하다. 미디어와 상업영화를 통해서는 드러나지 않는 우리 사회의 기층을 훑는 저인망 같은 작품이다. 영화는 외롭고 쓸쓸히 살아가는 10대가 외치는 영혼의 절규에 귀를 기울인다. 가정이 성장의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하기에 열일곱 영재(최우식)는 그룹홈인 이삭의 집에서 살고 있다. 법적 성인이 되면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그곳에서의 생활은 끔찍하다. 술주정뱅이에 무능력한 아빠, 병약하고 무책임한 엄마, 아직 어린 남동생으로 구성된 그의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살아간다. 신학교에 진학하여 신부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까닭은 그곳 이외에 영재가 시설의 도움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살아야 했던 영재는 영악한 생존의 논리를 너무 일찍 깨우쳐버렸다.
주목해야 할 신인감독과 배우의 출현이다. 20대 후반의 젊은 감독 김태용은 자전적 성장담을 첫 장편영화에
10대가 외치는 영혼의 절규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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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의 외도로 이별을 겪은 월레스(대니얼 래드클리프)는 실연의 상처에서 빠져나올 즈음, 우연히 파티에서 샨트리(조 카잔)를 만난다. 두 사람은 말도 잘 통하고 취향도 잘 맞아 월레스는 이내 그녀에게 반한다. 그날 밤 헤어질 무렵, 월레스는 샨트리에게 오래된 남자친구 벤(라프 스팰)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때문에 그는 그녀를 잊으려고 한다. 그렇지만 공교롭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다시 만난다. 샨트리는 월레스에게 친구가 될 것을 제안하고, 둘은 솔메이트가 된다. 친구인 듯 친구 이상인 그들의 관계는 위태로워 보인다. 월레스의 친구 알렌(애덤 드라이버)은 그녀에게 진심을 고백하라고 재촉하지만 월레스는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어린 시절 부모의 관계도 그렇고, 얼마 전 애인과 결별한 사건 등 과거의 상처가 그를 붙잡기 때문이다.
‘친구로 남을 것인가, 혹은 위험을 무릅쓰고 고백할 것인가’ , 영화 <왓 이프>의 고민은 고전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을 따른
친구인 듯 친구 이상인 관계 <왓 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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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인 ‘더 마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부당해고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 <카트>는 배우들의 호연과 깔끔한 연출이 어우러진 담백한 작품이다. 노동쟁의를 다룬 영화라면 지나치게 무겁거나 관객의 감동을 쥐어짜는 스토리가 되기 쉬운데 <카트>는 현명하게 그런 함정을 피하면서 자기 길을 갔다. <카트>의 영화적 완성도를 평가하기 전에, 노동쟁의라는 소재가 상업영화로 진입했다는 의미부터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다큐멘터리나 독립영화에서는 오래전부터 노동쟁의를 다루어왔지만, <카트>가 상업영화 진출의 신호탄을 올린 셈이다. 대형마트 이름이 ‘더 마트’인 까닭도 고유명사로서의 의미보다 한국 대형마트의 현실을 폭로한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카트>의 서두는 육체노동은 물론이고 감정노동까지 견뎌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충을 객관적 위치에서 묘사한다.
5년째 모범사원으로 인정받아 곧 정규직 전환을 앞둔 선희(염정아)는 회사의 이익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충 <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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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없다. 이번 생은 망했다. 존재감 없는 성격 탓에 빵셔틀로 낙인 찍힌 기명(주원)은 강원도에서 서울 고교로 전학을 가게 된다. 실생활에서도 패션에서도 짝퉁 인생이었던 그는 우연히 유명 간지남 남정(김성오)을 통해 멋의 세계에 눈떠간다. 남정의 쇼핑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멋의 신공을 익히게 된 기명은 신학기가 되자 학교에서 화려한 패션니스타로 데뷔하지만, 그를 견제하는 원호(안재현) 패거리에 의해 또다시 학교폭력의 희생자가 된다. 시간이 흐른 후 패션 오디션에 지원한 기명, 과연 그는 이번 생에서 잃어버린 꿈을 찾을 수 있을까. 기안84의 동명 웹툰의 영화화로 유명세를 탄 <패션왕>이 찾아온다. 관전 포인트는 얼마나 똑같이 만들었나가 아니라 얼마나 영리하게 각색했느냐다. 영화와 원작의 싱크로율은 매우 낮은데, 오히려 이 점이 영화의 장점으로 빛을 발한다. 무기력하던 주인공에게 활력을 불어 넣었고 ‘기승전병’ 방식이던 웹툰의 불균질한 서사도 가다듬었다. 오리지널 병맛
스타일의 승리를 외치다 <패션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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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드 인디고> L'ecume des jours
감독 미셸 공드리 / 출연 로맹 뒤리스, 오드리 토투, 게드 엘마레, 오마 사이 / 수입 (주)더블앤조이픽쳐스 / 공동제공•배급 (주)프레인글로벌 / 개봉 12월 예정
미셸 공드리 감독이 보리스 비앙의 <세월의 거품>을 각색해 영화로 만들었다. 원작 소설의 초현실적 이미지는 미셸 공드리라는 비주얼리스트에 의해 새 생명을 얻게 되었다. 주인공은 네명의 남녀. 칵테일을 제조하는 피아노를 발명해 부자가 된 콜랭(로맹 뒤리스)은 클로에(오드리 토투)와 운명과도 같은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그러나 클로에는 폐에 수련이 자라는 불치병에 걸리고, 콜랭은 클로에의 병을 고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다. 한편 콜랭의 친구 시크(게드 엘마레)는 자신의 연인 알리즈(에이사 마이가)가 아닌 당대 최고의 철학자 파르트르에게 병적으로 집착해 파르트르의 관련 상품을 수집하는 데 돈과 정성을 쏟는다. <이터널 선샤인> 이후
[Coming Soon] 미셸 공드리표 로맨스영화 <무드 인디고> L'ecume des j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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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3학년 때다. 학교가 일제시대 때 지은 목조건물이라 찬바람 드는 계절이면 그 선연한 냉기에 잔뜩 몸을 움츠려야 했다. 교실에 있는 온기라곤 석탄난로 딱 하나. 담임은 우리를 성적순으로 그 난로 옆에 앉혔다. 성적이 안 좋을수록 난로에서 멀어졌고, 급기야 꼴찌는 뒷문쪽에 앉아 젖은 새처럼 몸을 떨어야 했다. 담임의 말을 기억한다. “공부 못하면 불을 쬘 자격이 없어.”
어찌나 끔찍한 기억인지 다른 담임들 이름은 죄 까먹었는데, 3학년 담임 이름은 평생 흉터마냥 마음자락에 각인되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엊그제, 경북 칠곡초등학교의 급식 뉴스를 접하자마자 단번에 그 기억들이 악몽처럼 되살아난다.
초딩들이 성적순으로 점심 급식을 받는단다. 항상 꼴찌한다는 아이 말이 눈을 찌른다. “전 성적이 안 올라서 1년 내내 꼴찌로 밥을 먹었어요.”
세상은 그렇게 변한 게 없다. 30년 전 난로에서 가장 멀리 앉은 채 불을 쬘 자격을 얻지 못했던 꼴찌와 1년 내내 배고픈 위장을 틀어
[이송희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급식은 성적순이(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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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집에서 나가 살 날이 가까워지자 김치볶음밥과 떡볶이밖에 할 줄 모르는 자식이 걱정된 엄마는 식탁에서 자꾸 ‘오늘의 레시피’를 주입하려 애쓰신다. 시금치는 끓는 물에 너무 오래 데치지 말고 잠깐만 넣었다가 꺼낸 다음 꼭 짜서 깨소금과 참기름을 적당히 넣어 무쳐야 하고, 물김치를 담글 땐 칼로 배추 잎을 길쭉하게 슥슥 쳐낸 다음 살짝 절였다가 고춧가루와 매실 엑기스에 찹쌀 풀을 쑤어서… 네? 풀을 쑤어서? 마치 주기율표만 간신히 외운 학생에게 유기화학 응용문제를 제시하는 듯한 고난도 가르침에 점점 요리가 두려워지던 차, 구미 당기는 레시피를 들었다. “신동엽이랑 성시경 나오는 요리 프로에서 그러는데, 김치찌개 끓일 때 새우젓이랑 깨를 갈아서 돼지고기를 재우면 맛있대.”
40년 가까이 김치찌개를 끓여온 주부가 참고하는 요리 프로그램이라니, 뭔가 엄청난 비법을 가르쳐주는 건가? 그래서 올리브TV의 <오늘 뭐 먹지?>를 보기 시작했는데, 그런 건 아니었다. <오늘
[최지은의 TVIEW] 일단 완성하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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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모모세, 여기를 봐>
2011 <시민 폴리스 69>
2010 <흰자위>
TV
2014 <우레로 미체험소녀> <어게인!!> <맛상> <모든 것이 F가 된다>
2013 <사이토씨2>
2012 <우레로 미완성소녀>
2011 <우레로 미확인소녀>
잡지 모델
<소엔> <JILLE> <린넬> <With>
<모모세, 여기를 봐>의 ‘모모세’라는 이름은 어쩐지 작지만 몸집이 단단한 새를 떠올리게 한다. 이름의 이미지처럼 씩씩하고 가끔 엉뚱하며 때때로 외로움을 타는 소녀, 모모세를 연기한 배우는 바로 하야미 아카리다. “모모세의 활발하고 소년 같은 성격”이 자신과 “닮았다”는 하야미 아카리는 캐릭터의 천진한 면을 살리기 위해 그동안 길러온 긴 생머리를 단숨에 잘랐다. 단발머리 덕분에 선이 굵고 이목구비가 선명한 얼
[who are you] 하야미 아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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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집을 나와 보호시설인 그룹홈에서 지내는 열일곱 영재(최우식)는 어느덧 시설을 나가야 할 나이가 됐지만, 무책임한 아버지(김수현) 집으로는 결코 돌아가고 싶지 않아 초조하다. 당장의 삶도 팍팍하다. 성당 안에서는 밝은 웃음을 띠며 언젠가 신부가 될 모범생처럼 지내지만, 한편으로는 후원품인 운동화를 훔쳐 학교에서 파는 이중적인 삶을 살고 있다. 게다가 꿈에 그리는 신학교에 가기에는, 실업계 학생으로서 성적이 영 시원찮다. 점점 진짜 독립해야 할 날이 다가오고 있지만 그 무엇도 속 시원히 풀려가는 일이 없는 것. 그처럼 하루하루가 조마조마한데, 자신에게 동생 민재(장유상)마저 떠맡기려는 아버지로 인해 절망과 분노는 극에 달한다. 모든 게 그대로인데 몸집만 커져버린 ‘거인’의 무게가 그 위태로운 영혼을 짓누른다.
스스로 고아가 된 <거인>의 영재를 연기한 최우식은 단연 올해의 발견이라 부를 만하다. 2011년 TV드라마 <짝패>에서
[최우식]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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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31일, 영국을 대표하는 풍경 화가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의 말년을 그린 마이크 리 감독의 신작 <미스터 터너>가 영국에서 개봉했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았을 뿐 아니라 터너를 연기한 연기파 배우 티모시 스펄이 남우주연상까지 거머쥐면서, 이 작품에 대한 영국 영화팬들의 기대는 매우 뜨거웠다. <미스터 터너>는 아버지를 여의고 병마와 싸우면서도 빛을 캔버스에 담아내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했던 터너의 삶을 담담하게 조망하는 작품.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티모시 스펄에 대해 “열정과 사교성을 갖춘 천재 화가에서 내면에는 고독함과 냉정함을 동시에 가진 터너로 완벽하게 변신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미스터 터너>는 첫 개봉임을 감안하더라도, 영국 전역에서 129개라는, 매우 제한된 극장에서만 상영되었는데도 개봉 첫주 90만파운드가량을 벌어들였다. 덕분에 이 영화는 영국 내 11월 첫주 박스오피스
[런던] 낭만주의 화가 터너의 빛이 영화를 비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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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교육문화센터 11월 강좌. ‘한겨레 영화제작 학교 45기’, ‘한국영화 투자 실무: 백발백중 투자제안서 작성하기’, ‘영화 홍보마케팅 실무 59기’, ‘윤광준의 잘 찍은 사진 한장 25기’, ‘포토숍 사진보정: 상상 그 이상의 완성’, ‘글쓰기 입문 50기: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 ‘김종일의 장르소설 창작 기초 11기’, ‘독서클럽 6기: 행복한 책읽기와 글쓰기’ 등. 자세한 강좌소개와 수강신청은 www.hanter21.co.kr(신촌: 02-3279-0900), www.hanedu21.co.kr(분당: 031-8018-0900).
*<티끌 모아 로맨스> <사랑해! 진영아>를 제작하고, <워낭소리> <혜화,동> <60만번의 트라이> 등을 배급한 (주)인디스토리에서 제작운영팀 신입사원을 모집한다. 11월16일(일)까지 자기소개서가 포함된 이력서(양식 자유)를 amenic99@naver.com으로 제출(전화문의 및
[소식] 제35회 청룡영화상에서 ‘청정원 단편영화상’ 출품작을 공모한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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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동 준비는 어반 자카파
참으로 따뜻한 위로. 어반 자카파의 4집 선공개곡 <위로>를 들은 첫 느낌이다. 1년에 한장씩 꼬박꼬박 정규앨범을 내왔던 어반 자카파가 이번에도 1년 만에 4집을 발표했다. 11월7일 발매된 이번 앨범엔 <위로> <미운 나> 등 총 9곡이 담겼다. 미니멀한 사운드는 어반 자카파만의 감성을 더 도드라지게 만든다. 11월22일 인천을 시작으로 전국 콘서트도 연다. 이들의 음악에 위로받으며 이번 겨울을 나도 좋을 것 같다.
린다 매카트니의 시선이 포착한 팝의 거장들
서촌에 린다 매카트니가 왔다! 11월6일부터 대림미술관에서 린다 매카트니의 사진전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의 기록>을 만날 수 있다. 폴 매카트니의 첫 번째 부인이었던 린다는 비틀스, 지미 헨드릭스, 롤링 스톤스 등 당대 최고의 아이콘을 카메라에 담았던 사진작가다. 매카트니 가족의 일상을 담은 사진들과 세기의 뮤지션들을 촬영한 다큐멘터리 등이 전시된다.
[culture highway] 월동 준비는 어반 자카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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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다큐멘터리 포트 강석필 프로그래머 방송사쪽에서는 박경근 감독의 <군대놀이>에 관심이 없으신가요.
한 방송사 관계자 사실 저희가 국방부나 교육부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방송보다는 극장 개봉이 맞는 작품인 것 같아요. (좌중 폭소)
아트나인 정상진 대표 영화 속 군인 초상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국방부가 소송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건지 고민이 필요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부산영화제 아시아다큐멘터리네트워크(AND) 홍효숙 프로그래머 감독님이 군복 입는 것을 신경쓰기보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을 좀더 고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박경근 감독 조언 감사합니다.
패널들의 돌직구는 예상대로 묵직했다. 군대를 소재로 한 작품인 까닭에 군복까지 입고 피칭한 박경근 감독도 당황하지 않고 돌직구를 받아냈다. 덕분에 투자사, 국내외 방송사와 배급사, 극장 등 영화와 방송 산업 관계자들이 ‘ㄷ’ 형태로 둘러앉은 피칭 무대가 확 달아올랐다.
지난 11월4일 오전 파
[포커스] 미팅 한번 하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