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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길용(김윤석)은 투철한 사명감을 갖고 사는 인물도 아니요, 자기 관할 사건이 아니면 별로 관여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 평범한 형사다. 그런 그에게 별안간 초등학생 유괴 사건을 해결하라는 명이 떨어진다. 얼떨결에 사건을 맡았지만 그는 맡은 이상 잘 해결해보자는 심정이다. 공길용은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는 수사를 극비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 속이 타던 아이의 가족들은 무속인들을 찾아가보지만 돌아오는 답은 하나같이 절망적이다. 그중 김중산 도사(유해진)만이 유일하게 희망적인 답변을 내놓는다. 게다가 그는 공길용 형사의 사주여야만 아이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공길용과 김중산은 뜻하지 않게 공조하며 아이를 찾아나서기 시작한다.
<극비수사>는 1978년 부산에서 벌어진 실제 유괴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사건이 벌어진 직후부터 순차적으로 공길용 형사가 아이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여기에 겉으로 보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형사와 도사가 만나 수사의
진심이 통하는 사람 중심의 휴먼드라마 <극비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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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 아일랜드, 귀족 딸인 ‘미스 줄리’(제시카 채스테인)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은 뒤 넓은 저택에서 혼자 외롭게 자랐다. 자기보다 낮은 계급의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그녀를 두고 마을 사람들은 물론 하인들마저 수군거리기 일쑤지만 정작 그녀는 개의치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미스 줄리는 아버지의 하인인 존(콜린 파렐)과 작은 문제로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이를 시작으로 밤새 긴 시간을 같이 보낸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는 어느새 충동적인 감정이 발생한다.
<미스 줄리>는 스웨덴 극작가인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의 동명 작품을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우리에게는 잉마르 베리만의 <페르소나> <외침과 속삭임> 등의 주인공으로 익숙한 리브 울만이 연출을 맡았으며, <미스 줄리>는 그녀가 감독으로서 14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일단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저택이라는 한정된 공간과 약 24시간에 걸친 한정된 시간, 그리고
긴장의 떨림 속에서 터져나오는 격렬한 감정 <미스 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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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유준상)는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 위를 질주한다. 화가 곁에는 그에게 심적으로 많은 부분을 의지하는 택시 드라이버(문종원)가 있다. 이 두사람은 지금 막 한 남자의 장기를 적출하려 한다. 화가와 드라이버 앞에서 죽음을 맞게 된 남자는 길 가던 여자를 납치한 죄를 저질렀다. 납치범은 자신이 납치한 여자 앞에서, 생전 처음 보는 화가와 드라이버에게 죽음을 맞는다. 두 남자가 처리해야 할 사내 중에는 그들의 이웃집 남자도 있다. 마약에 절어 있으면서 하는 짓이라고는 생계를 위해 클럽에서 스트리퍼로 일하는 아내를 윽박지르고 손찌검까지 하는 사내다. 마약 밀매를 하며 이주노동자들을 사고파는, 게다가 여성에게 성폭력을 가하는 남자도 화가와 드라이버의 처리 대상이다. 드라이버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는 에스토니아 출신의 이주노동자이자 스트리퍼인 엘베(나탈리아 불니아) 역시 그런 우악스러운 남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성난 화가>는 화가와 드라이버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세상의 악
세상의 악행과 맞서는 누군가의 방식 <성난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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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소녀, 기숙사 미스터리. 세 가지 키워드로 어떤 상상을 하든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이하<경성학교>)은 그 예상을 비껴간다. 1938년. 산속에 자리한 요양학교에 폐병을 앓는 주란(박보영)이 전학을 온다. 엄격한 교칙과 동급생들의 냉대에 주눅들어 있던 주란은 급장 연덕(박소담)과 가깝게 지내게 된다. 학교에 적응해가던 주란은 어느 날부터 기이한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한편, 도쿄 유학을 꿈꾸며 학생들은 우수 학생이 되기 위해 애쓴다. 뜻밖에도 전학생 주란이 우등생인 연덕과 유카(공예지)를 제치고 우수 학생으로 선발된다. 소녀를 중심에 놓은 호러영화로서의 무드를 착실히 쌓아오던 <경성학교>는 이때부터 기이한 탈주를 시작한다.
<행잉록에서의 소풍>(1975), <캐리>(1976), <서스페리아>(1977) 등 1970년대의 대표적인 고전 호러영화들,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신카이 마코토 유의 장르물이나
익숙한 상징 위에 피워낸 이해영 감독만의 오리지널리티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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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더쉽> Shaun the Sheep Movie
제작 아드만 스튜디오 / 감독 마크 버튼, 리처드 스타잭 / 목소리 출연 저스틴 플레처, 존 스파크스, 오미드 다릴리 / 수입 (주)드림웨스트픽쳐스 / 배급 BoXoo 엔터테인먼트 / 개봉예정 7월
평화로운 양떼목장의 목장 주인은 양 숀과 친구들의 실수로 기억을 잃는 사고를 당한다. 숀의 꾐으로 잠이 든 목장 주인이 타고 있던 캠핑카가 하필 목장을 떠나 대도시 한복판까지 달려가 사고를 당하고 만 것. 영화는 양떼를 기억 못하는 목장 주인을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숀의 노력과 더불어, 시골 출신 양떼들이 대도시에서 겪는 온갖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를 영국식 유머와 함께 쉴 새 없이 쏟아낸다. <치킨 런> <월레스와 그로밋> 등을 만들며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우뚝 선 영국의 아드만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숀더쉽>은 국내에서도 40부작 TV시리즈로 방영됐던 <못말리는 어린 양 숀
[Coming Soon] 윌레스와 그로밋를 만든 아드만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숀더쉽> Shaun the Sheep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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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죠, 아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요. 우리 안에 큰 참사가 벌어질 때마다 우리 밖에 사는 지인들로부터 아픈 편지들이 속속 도착하곤 합니다. 떠나 있는 만큼의 객관적인 ‘거리’가 절망과 한탄으로 가슴을 치게도 하지만 무엇보다 멀리 있음에서 오는 증폭된 그리움이 호주로 이민 간 친구의 안방에 매일같이 태극기를 걸게 하는 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세월호가 바다에 가라앉은 지도 1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이제 그만 좀 하라고 지겨워 죽겠다고 날을 세우는 이들도 있다지만 대꾸할 일말의 가치도 실은 못 느낍니다. 그 배 안에 내가 있었고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내 가족이 있다 했을 때 이를 ‘가정’해볼 줄도 모르는 인정머리로 대체 누군들 제대로 사랑할 수 있겠나 싶으니까요. 내가 탄 배가 아니라서 지금의 나는 송구하게도 거리 위를 또각또각 소리내며 걸을 수 있다지만 보도블록 틈새로 하이힐의 굽이 끼는 낭패를 겪어야만 내 시선을 앞이 아닌 아래로 떨구니 고개를 숙여 나를 들여다보는
[김민정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잊음’을 ‘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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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시청하다 보면 거리의 인파에 무심하게 섞여드는 연기자를 원경으로 잡은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극중 평범한 사람을 연기하던 배우와 진짜 갑남을녀들이 한 화면에 잡힐 때의 이질감은 단지 양쪽의 외모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무방비한 표정이 카메라에 노출되거나 카메라가 자신을 찍고 있음을 깨닫고 흘끗거리는 일반인과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연기 중인 배우가 충돌할 때, 드라마 화면을 통해 자유자재로 시점이동을 하던 내쪽에선 불현듯 카메라의 존재를 의식하게 만드는 일반인쪽이 더 이질적으로 느껴지더라. 그럼 반대는 어떨까? 다큐나 예능 프로그램의 카메라 속 진짜 시민 인터뷰와 일반인을 연기하는 배우가 카메라를 맞닥뜨렸을 때를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어색해 보일까? 누가 더 카메라를 의식하게 할까?
궁금증에 대한 답은 KBS 예능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신입 PD 백승찬 역을 맡은 김수현이 내놓는다. 입사 첫날부터 그를 따라다니는 <다큐 3일> 카
[유선주의 TVIEW] 김수현이 살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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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성난 화가>
2012 <모피를 입은 비너스>
뮤지컬
2014 <블러드 브라더스>
2013 <노트르담 드 파리>
2012 <레미제라블>
2011 <조로> <올 댓 재즈>
2010 <아이다> 외
연극
2014 <맨 프럼 어스>
2013 <스테디레인>
2012 <백야>
또렷한 쌍꺼풀, 검디검은 눈썹, 푸르스름한 기운이 도는 턱수염까지. 문종원의 얼굴선은 진하고 또 강하다. 단 한번을 봐도 쉽게 잊히지 않을 얼굴이다. 이런 그의 인상이 <성난 화가>에서 더없이 도드라져 보인다. 그가 맡은 이름도 알 수 없는 ‘드라이버’라는 인물은 ‘진하다’는 단어가 미처 품지 못하는 찐득함까지 표현해내는 남자다. 낮에는 택시 기사로 도로 위를 거침없이 질주하고, 밤에는 그가 절대적으로 믿고 의지하는 화가(유준상)와 함께 여성들을 괴롭히는 세상의 악마들을
[who are you] 문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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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히스토리 X>(1998)와 <디스 이즈 잉글랜드>(2006)가 일찌감치 미국, 영국의 극우파 청년들의 삶을 다루었다면, 프랑스영화에서 이들은 단 한번도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한 적이 없었다. 디아스템(본명 패트릭 아스테) 감독은 <프랑스인>(2015)으로, 소외된(?) 이들의 삶을 본격적으로 다루었다. 영화는 30년에 걸쳐 극우파 정치 모임에서 서서히 멀어져가는 주인공 마르코(알방 르누아르)의 여정을 따라가는데, 이 속에는 80년대 펑크족과 스킨헤드 사이의 격한 충돌에서부터 최근에 있었던 우파 진영 연대체인 ‘모두를 위한 시위’(LMPT)까지 프랑스 극우파 시위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이 고스란히 보인다.
원래 <프랑스인>은 6월10일 전국 100여개관에서 개봉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감독은 지난 5월25일 공동 프로듀서인 마리엘 뒤구에게서 6월2일로 예정됐던 50여개의 시사회가 취소됐고 상영관도 50개가 채 안 되게 줄어들었으며,
[파리] 프렌치 스킨헤드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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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하고 일상적인 것에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거창한 이야기는 잘 안 쓰게 되던가.
=<회오리 바람> <잠 못 드는 밤> <한여름의 판타지아>를 준비하기 전에 늘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드라마의 힘도 있고, 장르적인 요소도 강한 작품들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준비하던 영화들이 잘 진행되지 않으면서 ‘미완의 프로젝트’ 폴더에 들어 있던 작품들이 먼저 세상에 나오게 됐다. <한여름의 판타지아>도 나라국제영화제로부터 갑자기 제안받아 시작한 프로젝트다. 준비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무리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만들려고 했다. 그게 지금까지 만든 세 영화들의 공통된 작업 목표이기도 했다.
-원래 준비하던 것은 어떤 작품들이었나.
=박민규 작가의 팬인데, <회오리 바람> 전엔 박민규의 소설 <핑퐁>을 영화화하려 했다. 언제가 됐건 <핑퐁>은 무조건 내가 영화로 만들 생각이다. 영화로 만들기엔
“이 땅의 삶, 질감을 영화에 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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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나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이었고,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이었던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길 위에서 피어나는 로맨스란 점에서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비포 선라이즈>(1995)와 비교되곤 한다. <비포 선라이즈>만큼 주인공들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신비롭고 로맨틱한 순간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한여름의 판타지아>를 로맨스영화로 한정짓고 보지 말자. 이 영화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니까. 장건재 감독은 전작 <회오리 바람>(2009), <잠 못 드는 밤>(2012)보다 더욱 간결하고 아름다운 영화를 완성했다. 장건재라는 이름은 <한여름의 판타지아>를 통해 확실히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이 되었다.
장건재 감독은 일상의 언어로 일상의 공기를 담아내는 감독이다. 그의 영화엔 거창한 담론, 굴곡진 서사, 스펙터클한 연출, 스타배우가 없다. 화려하지 않은 고백처럼 그의 영화는 꾸밈이 없어서 사람의 마음을 오래 붙잡는다
8월의 밤, 우연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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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2일 동안 매일 세편 가까운 영화를 봤다. 눈이 피로한 나머지 영화제 후반부에는 안구건조증에 걸려 슬픈 장면이 아닌데도 눈물을 흘렸고, 옆좌석의 할배 기자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칸에서 본 영화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작품 다섯편과 가장 실망스러웠던 작품 한편을 각각 꼽았다.
장영엽
BEST
<섭은낭> 범상치 않은 무협영화를 보게 되리라고 생각했고, 역시 그랬다. 허우샤오시엔의 무협영화에서는 액션이 아니라 인물이 먼저다. 대만 배우 서기의 과묵함과 초연함을 닮은 <섭은낭>의 여주인공은, 21세기 무협영화의 새로운 고전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몇번이고 다시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아름다운 작품.
<사울의 아들> 헝가리 출신의 이 신예감독은, 개인이 체감하는 경험이 시각적인 요소로부터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올해 칸에서 본 그 어떤 영화보다 사운드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작품. 전체가 아닌
경탄과 실망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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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과 슬픔은 누구에게든 다르게 적히는 법이다. 노르웨이 출신의 신인감독 요아킴 트리에의 <라우더 댄 밤즈>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가슴속에서 고요하게, 그러나 강렬하게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복합적인 내러티브와 감각적인 영상으로 옮긴 영화다. 종군 사진작가였던 이자벨(이자벨 위페르)이 차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그의 남편(가브리엘 번)과 두 아들(제시 아이젠버그, 데빈 드루이드)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아파하고, 추억하며, 함께 인생의 다음 페이지를 향한 발걸음을 내디디려 애쓴다. 노르웨이 출신의 감독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건 36년 만의 일이다. 전작 <리프라이즈> <오슬로, 8월31일>을 통해 등장인물의 감정과 드라마를 흔치 않은 방식으로 직조하는 데 장기가 있음을 보여준 요아킴 트리에에게, 그의 첫 영어영화 연출작인 이 작품은 더 넓은 무대로 나아가기 위한 도약의 한 걸음이다.
-제목에 대한 질문을 해보자. <라우더 댄 밤즈&g
누군가에게 슬픔은 폭탄보다 거대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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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출신의 저스틴 커젤 감독이 연출한 <맥베스>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서사의 골격과 내용은 원작에 충실하다. 맥베스와 레이디 맥베스가 겪는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을 최대한 집중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차이라면 카메라가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스코틀랜드의 황량한 자연 풍광과 날씨를 담아냄으로써 인물의 날선 감정과 모순된 처지를 풍성하게 표현했다는 점이다. 그게 오슨 웰스, 벨라 타르, 로만 폴란스키 등 거장들이 여러 차례 만들었던 수많은 <맥베스>와의 차이점이다. 경쟁부문 마지막 날에 공개돼 마이클 파스빈더와 마리옹 코티야르, 두 주연배우가 잠깐 주춤거렸던 영화제에 열기를 다시 불어넣었다. 지난 2011년 <스노타운>으로 장편 데뷔한 뒤 두 번째 영화 <맥베스>로 칸 경쟁부문에 초청받은 저스틴 커젤 감독을 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맥베스>의 어떤 점 때문에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
<맥베스>의 캐릭터와 주제는 언제나 동시대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