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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택 감독의 12번째 장편영화 <극비수사>는 감독의 전작들과 여러모로 다르다. 그가 형사영화라는 장르에 도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장동건(<친구>), 정우성(<똥개>), 주진모(<사랑>), 권상우(<통증>), 김우빈(<친구2>) 같은 스타성을 앞세운 남자배우들을 조련해왔다면 김윤석, 유해진, 장영남, 송영창, 이정은 등 이른바 연기 선수들로 출연진을 꾸린 것도 새롭다. 기자시사회에서 첫 공개된 뒤 반응이 좋았던 까닭일까.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곽경택 감독은 인터뷰 내내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이 인터뷰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기자시사회에서 첫 공개됐다. 반응이 좋다.
=내 식으로 표현하자면 착한 영화 한편 만들려고 출발한 작품이다. 요즘 나오는 영화들은 유괴다, 뭐다 하면 뭘 자르고, 부수고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이 영화에는 잔인한 장면이 없어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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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점으로 되돌아가 정공법으로 출발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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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택 감독의 신작 <극비수사>(6월18일 개봉)는 1978년 부산에서 실제로 있었던 초등학생 유괴사건을 소재로 했다. 형사 공길용(김윤석)과 도사 김중산(유해진)이 힘을 합쳐 아이를 33일 만에 되찾은 사건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두 사람이 사건을 해결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고, 곽경택 감독이 두 사람의 숨겨진 사연을 듣고 영화로 만들었다. 이 영화는 자극적이거나 잔인한 장면 하나 없이 긴장감을 부지런히 쌓아올리는 형사영화이면서도 범인을 잡는 데서 오는 장르적 쾌감이 없는 독특한 형사영화다. <친구2>(2013)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뒤, 형사영화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곽경택 감독과의 인터뷰도 덧붙였다.
“깊은 산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새벽에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
전축에서 흘러나오는 낭랑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부산 사는 초등학생 2학년 성은주양이다. 불량식품 쫄쫄이를 좋아하는 예쁘장한
1970년대를 제대로 재현해낸 어느 형사영화의 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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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적인 여성 캐릭터로 손꼽히는 <에이리언>의 리플리, <터미네이터2>의 사라 코너와 <양들의 침묵>의 클라리스는 너무 많이 봐온 과거의 이름이다. 지금의 관객에게 보다 친숙할, 2000년대의 외국영화가 선보인, 가장 주목할 만한 여성 캐릭터 20선을 소개한다.
<판타스틱 소녀백서>(2000) 이니드
‘세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세상을 바꿔라’라는 표어는 <판타스틱 소녀백서>의 이니드(도라 버치)와 가장 멀리 떨어진 말처럼 느껴진다. 세상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관심 가지는 것들이 영 하찮고 의미없게 느껴지는 소녀 이니드는, 기꺼이 세상의 규칙을 거부함으로써 의미를 가지는 인물이다. 세상에 대한 수많은 불평과 저항으로 가득한 이 10대 소녀의 일대기는 미국 주류 문화에 대한 귀엽고도 의미심장한 저항이라 할 만하다. 자동차와 치어리더로 대변되던 미국 하이틴 청춘에 대한 묘사에 ‘빅엿’을 날리는 작품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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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리, 사라 코너는 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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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슨 버틀러에 의하면, 여성은 늘 영화 제작에 참여해왔다. 하지만 여성영화에 대한 사유는 영화가 발명된 지 70여년이 지난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에 와서야 이루어졌다. 이때는 페미니즘이 영화를 비롯한 문화 전반과 여성이 처한 삶의 조건 전면에 영향을 끼친 시기였다. 존 버거는 <이미지, 시각과 미디어>(1972)에서 보고 보이는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남자는 행동하고 여자는 출현한다. 남자는 여자를 바라본다. 여자는 보이는 자신을 바라본다. 그러나 이것은 남자와 여자 사이의 관계뿐만 아니라 여자와 여자 자신 사이의 관계까지 결정한다. 그녀 자신에게도 여성의 감찰관은 남성이다. 즉 여성은 감시 당한다. 이런 식으로 그녀는 자신을 대상으로, 특히 시선의 대상으로 바꾼다”라고 말이다. 초기의 페미니즘 영화이론은 바로 이러한 문제에 바탕을 두고 있다. 즉 그들의 목표는 남성적 시각으로 구성된 영상을 분석함으로써 영화 속에서 작동하고 있는 성차별
페미니즘영화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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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에서 가장 불편한 순간은 이 영화의 마지막 세 장면이다. 일영(김고은)이 우희(김혜수)를 찌르는 마지막 장면은 보스 자리를 이어받아 새로운 ‘엄마’로 거듭나는 일종의 계승 의식이다. 이 장면은 피 칠갑을 하고 일영의 목에 칼을 들이대던 첫 장면과 정확히 조우한다. 한데 그렇게 끝날 줄 알았던 영화가 친절하게 뒤에 세 장면을 덧붙인다. 하나, 밀입국한 중국 여자로부터 ‘워 하이즈’라는 말이 ‘내 아이입니다’라는 뜻이라는 걸 알게 된다. 이어서 우희가 남긴 코인로커에서 입양 서류를 확인하다. 마지막으로 우희를 찔러 죽인 그 자리에서 향을 피우며 망자를 애도한다.
<차이나타운>은 ‘엄마’라는 단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데서 출발하는 영화다. “모성애는 생각지 않고 연기했다”는 김혜수의 말처럼 이 영화는 기존 누아르영화의 공식과 뼈대를 답습하되 두 여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익숙한 모성과 여성성을 역전시키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클라이맥
여성은 증발하고 환상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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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은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이란 단어가 가장 자주, 널리 쓰인 한해로 기록될 것이다. 일례로 올봄 SNS를 강타했던 주요 해시태그 중 하나는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라는 문장이었다. 지난 1월 이슬람국가(IS•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에 가입하겠다며 터키로 떠난 것으로 알려진 김모군이 실종되기 전 트위터에 남긴 글, “나는 페미니스트가 싫다. 그래서 IS가 좋다”라는 말은 인터넷상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논쟁의 불씨를 지폈고, 한 패션지에 기고한 ‘IS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즘이 더 위험해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현재의 페미니즘에 대해 “무뇌아적인 남성들보다 더 무뇌아적”이라고 일갈한 칼럼니스트 김태훈의 글은 SNS상에서 페미니스트 선언 운동을 촉발했다. 초여름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페미니즘 담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여전하다. 6월10일 현재 352만 관객을 동원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페미니즘영화인가에 대한 토론이 인터넷상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지난 6월
혐오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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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페미니스트입니다’는 올해 상반기 SNS상에서 가장 뜨거웠던 해시태그 중 하나였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를 둘러싼 페미니즘 논쟁은 별다른 ‘사건’이 없었던 상반기 영화계에서 오가고 있는 가장 흥미로운 이슈 중 하나다. 사회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올해만큼이나 한국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된 적은 없었다. 궁금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페미니즘이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또 한국영화는 페미니즘에 대한 사회적 관심에 얼마나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을까. 이어질 글은 페미니즘과 관련된 질문들에 대한 완벽한 대답이라기보다는 질문의 방향에 대한 길잡이에 가까울 거다. ‘페미니즘’에 대한 수많은 논의들은 지금 막,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영화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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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장사 마돈나>(2006), <페스티발>(2010)에 이어 이해영 감독은 세 번째 영화에도 소녀들을 데려다놓았다.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이하 <경성학교>)은 고전적인 호러물처럼 시작해 SF로의 기묘한 변신을 거듭하며 예상치 못한 지점까지 내달리는 영화다. 1938년. 엄격한 교장 가토 사나에(엄지원)가 지휘하는 요양학교에 폐병을 앓는 주란(박보영)이 전학을 온다. 우등생 유카(공예지)를 비롯한 소녀들은 얼마 전까지 이 학교에 다니던 시즈코(고원희)와 같은 일본식 이름을 가진 주란을 냉대한다. 주란은 자신에게 유일하게 잘해주는 급장 연덕(박소담)과 가깝게 지낸다. 연덕과의 우정도 쌓고, 건강도 되찾아가던 주란은 어느 날부터 기이한 현상들을 목격한다. 전작과 완전히 다른 형식과 이야기를 갖췄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경성학교> 역시 이해영 감독의 일관된 무드 아래 있다는 점이 확연해진다. 이해영 감독으로부터 미처 다 드러나지
[이해영] 반전이 없게 만드는 게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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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주유소에서 혼자 살며 맨발로 레커차를 모는 여자. 악당에게 쫓겨도 절대 기죽지 않는 여자. <나의 절친 악당들>에서 고준희가 맡은 나미는 당당하고 멋진 여자다. 교통사고 현장에 출동했다가 거액의 돈가방을 발견하고, 그 일로 정체불명의 조직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누구라도 겁먹을 만한 상황인데 초조해하기는커녕 가방에 든 돈을 함께 나누기로 한 지누와 사랑에 빠지질 않나,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괴롭힌 악당들에게 “진짜 미친년이 뭔지 보여주겠다”며 큰소리 뻥뻥 치질 않나. 감정 표현이 직설적이고(<꼭 껴안고 눈물 핑>(2011)), 사랑과 섹스에 개방적인 데다가(tvN 드라마 <일년에 열두남자>(2012)), 사랑 앞에서 순정적이었던(<레드카펫>(2013)) 전작이 고준희의 당당하고 톡톡 튀는 이미지를 단면적으로만 골라 활용했다면, 나미는 그녀의 매력을 최대한 끌어내 합친 캐릭터로 보인다.
고준희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시나
[고준희] 유연한 서른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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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에 들어온 류승범은 한시도 가만히 있질 않았다. 표지 촬영 때 입을 옷도 큰 가방에 직접 챙겨왔고, “헤어, 메이크업을 다 하고 왔으니 인터뷰부터 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거”라며 진행도 신경 썼으며, 촬영할 때 들을 음악도 선곡해 틀었다. 전작 <베를린>(2012)을 끝낸 뒤 <씨네21>과 가진 인터뷰에서 “좀 쉬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지쳐 보였던 그를 떠올려보면 아주 가볍고, 자유로워 보였다. “그렇게 보이나? <베를린>을 끝낸 뒤 3년 가까이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면서 과거의 나와 아주 다른 사람이 됐다. 세계관도, 삶을 대하는 태도와 철학도 달라졌다. 리셋, 다시 태어났다.” 데뷔한 뒤 지금까지 한번도 제대로 쉬어본 적 없는 그에게 3여년의 휴식은 삶의 방향을 바꿀 만큼 “아주 좋은 시간”이었다. “여행도 많이 했고, 기타도 그때 시작해 손에서 놓지 않았다.”
<나의 절친 악당들>에서 류승범이 연기한 지누 역시 무척 자
[류승범] 자극으로부터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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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잘하는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면 영향을 많이 받는다. (류)승범 오빠로부터 많은 자극을 받았다.” (고준희) “전작에서 주로 남자배우들과 함께 작업하지 않았나. 그래서 여배우와 작업을 하고 싶었는데 이번 파트너가 고준희씨라서 좋았다. 여자를 좀더 알아가고 싶다는 점에서 좋은 시간이었다.”(류승범) 긴 말 필요 없이 호흡이 척척 맞았다. 촬영현장에서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는 고준희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6월25일 극장 개봉하는 임상수 감독의 신작 <나의 절친 악당들>에서 류승범과 고준희는 각각 지누와 나미를 연기했다. 돈과 권력을 갖춘 기업 회장(김주혁)을 감시하는, 정체불명의 조직에서 일하는 말단 직원 지누(류승범)는 회장 저택에서 나온 차를 쫓는다. 그 차가 사고를 당하면서 그곳에 출동한 레커차 운전사 나미(고준희)를 만나 거액이 든 가방을 손에 넣는다. 돈을 절반씩 나누기로 한 둘은 돈가방을 찾으려는 정체불명의 조직으로부터 쫓기는 신세가 된다. 류승범이 직
[류승범, 고준희] 나의 절친 같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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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시작된 새로운 영화 경향, 곧 누벨바그는 전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영화청년들은 너도나도 장 뤽 고다르처럼 ‘작가’가 되고 싶어 했다. 독일의 ‘뉴저먼 시네마’, 영국의 ‘브리티시 뉴웨이브’, 브라질의 ‘시네마 노부’ 등의 흐름이 그것이다. ‘새로움’을 갈망하는 이런 변화는 영화제작이 고도로 시스템화돼 있는 할리우드에도 영향을 미친다. 청년들은 고비용의 스튜디오보다는 ‘독립영화’라는 소규모의 제작 시스템을 선호했다. 연출에서 상대적인 자유를 확보하여, 전통적인 할리우드 스타일과는 다른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였다. 그 상징적인 작품이 아서 펜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1967)이다. 바야흐로 ‘뉴할리우드’의 모험이 시작됐는데, <초원의 빛>(1961)으로 이미 스타가 된 워런 비티와 신인 페이 더너웨이가 주연으로 나왔다. 말하자면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로 ‘뉴할리우드’의 새로운 스타에 등극한 배우는 페이 더너웨이였다.
건달과 웨이트리스
[한창호의 오! 마돈나] ‘뉴할리우드’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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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The Martian
감독 리들리 스콧 / 출연 맷 데이먼, 제시카 채스테인
<프로메테우스>(2012) 이후 3년 만에 만나는 리들리 스콧의 새 SF영화. 우주비행사 마크(맷 데이먼)는 화성 탐사 도중 폭풍을 만나 고립되고 만다. 달과 지구에 있는 미 항공우주국 나사 동료들은 그를 구출해내기 위해 애쓴다. 앤디 위어의 동명 소설을 토대로 드라마 <로스트>와 영화 <월드워Z>(2013)의 작가 드루 고다르가 각본을 썼다. 11월25일 국내 개봉예정.
[WHAT'S UP] 리들리 스콧의 새 SF영화 <마션> The Mart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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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차일드 44> 오즈의 맙소사
[정훈이 만화] <차일드 44> 오즈의 맙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