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수의견>은 김성제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2013년 6월에 촬영을 마쳤으니 개봉(6월24일)까지는 꼬박 2년이 걸렸다. 그간 영화를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들이 떠돌았다. 그중 가장 크게 회자된 건 대략 이렇다. 영화 속 철거민 투쟁이 마치 2009년 용산참사를 떠올리게 하고 이에 부담을 느낀 당시의 배급사가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개봉을 차일피일 미루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다. 영화의 운명은 알 길 없고, 풍문만 무성했던 <소수의견>은 얼마 전 시네마서비스로 배급사를 옮기며 개봉까지 급물살을 탔다. 개봉 전부터 혹독한 감독 데뷔전을 치르며 속이 새까맣게 탔을 김성제 감독을 만났다. 그의 말을 통해 <소수의견>이 어떤 영화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개봉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축하한다.
=도시 재개발을 다룬 이 영화가 꼭 재개발의 기나긴 투쟁사를 닮은 것 같다고 농담처럼 말한다. (웃음) 무엇보다도 관객이 재밌게 봐주면 좋겠다.
“‘염치란 무엇인가’를 묻고 싶었다”
-
김성제 감독의 데뷔작 <소수의견>(2015)이 촬영을 끝낸 지 2년 만에 정식 개봉(6월24일)한다. 손아람 작가의 동명 소설 <소수의견>을 원작으로 하는 법정 드라마다. 영화는 철거민과 경찰이 대치하던 서울 북아현동 재개발 현장에서 두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에서부터 시작한다. 이후, 사건을 둘러싼 진실을 밝히려는 변호사들의 진득한 법정 공방이 이어진다. 우여곡절 끝에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는 <소수의견>을 미리 살펴봤다. 그리고 김성제 감독을 직접 만나 개봉을 앞둔 심정과 영화의 안팎을 둘러싼 이야기에 대해 들어봤다.
<소수의견>은 픽션이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를 두고 굳이 픽션이라고 재차 말하는 건, <소수의견>에 대한 보다 열린 해석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다. <소수의견>은 개봉 전부터 2009년 1월에 실제로 벌어진 ‘용산참사’에 바탕한 영화, 보다 나아가서는 실화에 근거한 영화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시감을 느낀다면 당신도 이 구조의 일부이기 때문에
-
영 바이닐스(Young Vinyls)는 러브 존스(Luv Jones) 레코드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3인조 힙합팀이다. 눈치 빠른 이라면 팀 이름에서 이미 이들의 음악을 예상했을 것이다. ‘젊은’과 ‘LP’라는 얼핏 어울리지 않는 이 조합은 일단 이들이 젊다는 사실, 하지만 전통을 중시하는 음악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넌지시 알려준다. 실제로 이 앨범은 요즘 주류 힙합과는 다른 사운드로 가득 차 있다. 자극적인 미디 사운드 대신에 느릿하고 둔탁한 드럼 비트가 연이어지고 리리컬 스크래치가 작렬한다. 미국 힙합을 오랫동안 좇아오지 않았다면 알아들을 수 없는 이름이나 인용구도 대거 등장한다. 이 위에서 영 바이닐스가 내내 드러내는 건 ‘90년대 황금기 힙합’에 대한 존경심이다. 그리고 다행히도, 의욕과 패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랩은 요즘의 수많은 래퍼-워너비가 간과하고 있는 ‘리듬’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으며, 간간이 구사하는 ‘팀플레이’는 흡사 ATCQ나 주라식 파이브(Jurassic
[마감인간의 music] 힙합에 대한 질문들
-
친구와의 우정 그리고 배신. 돈과 성공에 대한 열망. 그리고 모든 것을 구원해줄 것 같은 한 아름다운 여성.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보면, 장면마다 조롱과 구역질을 동시에 유발하는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를 그토록 좋아하는 걸 보면 확실히 나는 구제불능의 남성주의자인 게 분명하다. 맨 처음 국내에서 개봉했던 1985년 명보극장 상영에서부터 VHS, DVD를 거쳐 연말이면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있었던 상영에 이르기까지, 양질의 새 영화들을 제쳐두고 이 영화를 계속 챙겨보는 것은 확실히 건강한 영화감상은 아닐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약간의 변명의 여지가 있긴 하다. 1984년 개봉 이후 이 영화에는 수많은 판본들이 지금껏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디렉터스 컷’으로 알려진 지난 2012년 판본에 이어서 최근에는 손실됐던 나머지 5분여의 러닝타임마저 복원됐는데(상영시간 251분) 이쯤 되면 이제 이걸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가 완결
[황덕호의 시네마 애드리브] 상상 속의 소리
-
-
밀양 주민들의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밀양 아리랑>이 개봉지원을 위한 소셜 펀딩을 시작했다. 메르스 피해로 인해 개봉은 7월16일로 미뤄졌지만 모금은 예정대로 7월2일까지만 진행한다.
주민들은 2008년 7월 이후부터 송전탑 건설에 반대해 농성했지만 결국 2014년 6월11일 밀양엔 765kV 송전탑이 세워졌다. 주민 26명 기소, 2억여원의 벌금 등 10년간의 싸움은 밀양 주민들의 패배로 일단락되었으나 이들은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박배일 감독은 밀양 주민들의 외침을 카메라에 담아 <밀양 아리랑>을 만들었다.
텀블벅과 7월2일까지 765시간 동안, 765명의 후원인과 후원단체를 모아 <밀양 아리랑>의 개봉지원금으로 사용한다. 후원에 대한 감사 표시로 후원인들의 이름을 적은 대형 배너를 <밀양 아리랑>이 상영될 인디스페이스에 걸고, 3만원 이상 후 원인들은 개봉 첫주에 진행할 ‘땡큐 상영회’에 초청할 예정이다.
[인디나우] 765의 악몽, 765의 기적
-
“모든 것은 지나간다. 80마일의 속도로 스쳐 지나가는 저 모래 풍경들과 같이 다 지나갈 것이다. 첫사랑의 여자가 지나갔듯이, 청춘이 멍에 같은 가난한 고향을 둔 죄로 동생을 뒷바라지하는 사이 지나갔듯이, 그 멍에를 지나서 고생했던 3년이 고국의 불타오른 부동산 바람에 공허히 지나갔듯이, 앞날도 그렇게 지나가리라, 고 생각하니 못 견딜 일이 없었다”고 신경숙은 <풍금이 있던 자리>에서 썼다. 그의 심경이 딱 저러할 것이다. 지금의 논란도 적당히 다 지나갈 것이라 생각하면, 창비가 지금보다 더한 변명을 둘러대건, 미시마 유키오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건, 결코 못 견딜 일이 없을 것이다. 같은 대목에서 이렇게도 덧붙였다. “다가와서 지나가는 것들에 대해 침묵하기로 했으므로….” 어쩌면 신경숙 작가야말로 ‘아몰랑’ 화법의 원조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헤밍웨이, 포크너, 샐린저 등 18인의 유명 작가들의 작법을 분석해 쓴 <거장처럼 써라>에서 저자 윌리엄 케인은 ‘모
[에디토리얼] 거장처럼 베껴라?
-
영화
2015 <성난 화가> <뷰티 인사이드>
뮤직비디오
2015 박재범 <몸매>
2012 BAP <POWER>
2009 아이비 <터치미> 외
걸어다니는 타투 도감이랄까. 손등에는 음영감이 돋보이는 여인의 얼굴이, 양팔에는 꿈틀대는 용의 문양이. 보이는 곳은 죄다 타투다. “내 몸에 타투 하나 없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몸에 타투를 그릴 수 있겠나. 샤워할 때마다 타투를 보며 아쉬운 부분을 찾고 다음 작업에 반영한다.”(에르난) “내게 직접 타투를 그려넣으면서 타투이스트라는 직업에 관심이 생겼다. 타투를 받을 때는 정말 아픈데 끝나고 나면 묘한 쾌감이! (웃음)”(모글리)
에르난과 모글리. 두 사람은 2003년부터 ‘타투이즘’이라는 팀으로 활동 중인 전문 타투이스트다. 한국타투인협회 회장인 에르난과 그의 제자이자 동료인 모글리는 타투 숍을 운영하며 이효리, 아이비, 박재범 등의 뮤직비디오와 화보 작업 때 페이크 타투(fa
[STAFF 37.5] “타투는 이야기”
-
배우 유준상의 매니저로 일주일쯤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공란을 찾을 수 없는 스케줄 관리 수첩에 빼곡히 일정을 기록하다가 아마 배우보다 먼저 피곤함을 토로하게 되진 않을까. 워낙에 대단한 열정의 소유자로 유명하지만, 사실 유준상의 대단함은 열정의 강도가 아니라 열정의 꾸준함에 있다.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를 찍는 동안에도 뮤지컬 <로빈훗>과 <그날들>의 무대에 올랐고, ‘J N Joy 20’(유준상이 20살 어린 기타리스트 이준화와 결성한 밴드)의 세 번째 앨범을 발매했다. 드라마가 끝나자 영화 <성난 화가>의 홍보에 돌입했다. 강우석 감독의 신작 <고산자, 대동여지도>에도 캐스팅돼 일찌감치 차기작을 결정했다. 올해로 배우로 데뷔한 지 20년. 언제나 젊음, 유준상의 최근을 들여다봤다.
-영화, 드라마, 뮤지컬을 병행하며 일한 지 5년이 넘었다. 가끔은 ‘내가 너무 무리하고 있는 거 아닌가’ 싶진 않나.
[유준상] 꾸준한 열정
-
-거대한 프랜차이즈에 승선했다. 소감은.
=이 영화를 보고 자랐다. 11학년 아니면 12학년이었을 거다. 나에게는 <스타워즈>보다도 <터미네이터>가 위대한 SF영화였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서 존 코너와 터미네이터를 동시에 연기한다.
=각본가들이 정말 훌륭했다. 그들은 각본뿐 아니라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백과사전을 만들어냈다. 캐릭터의 백스토리도 만들었고, <터미네이터>라는 세계에 대해 자세히 분석했다. ‘존 코너는 그냥 나쁜 사람인가?’ ‘다음은 무엇인가?’ 등에 대한 답이 모두 그 안에 있었다. 8분 길이의 트레일러만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내용이 영화에 담길 거다.
-아놀드 슈워제네거와의 호흡은 어땠나.
=그는 모든 것을 이룬 사람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언제나 같은 질문을 한다. 어떻게 여행 가방을 꾸리냐는 질문이다. 그리고 그는 정말 단출한 가방을 꾸리는 사람이라서 놀랐다. 갈아입을 옷 몇벌과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스타워즈>보다 <터미네이터>!
-
-사라 코너는 아이콘이나 다름없는 캐릭터다.
=맞다. 린다 해밀턴이 만들어놓은 캐릭터를 그대로 연기하라면 자신 없었을 거다. 물론 새 영화의 캐릭터도 <터미네이터2>의 사라 코너에서 만들어지기는 했다. 하지만 앨런(테일러 감독)은 내게 새로운 사라 코너의 전사를 충분히 이야기해주었고, 완전히 다른 캐릭터라는 것을 알았다.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함께 연기하는 장면이 많다. 그는 어떤 사람인가.
=그는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즐거운 사람이다. 그토록 유명한, 우상이나 다름없는 사람에게 에고가 없다는 것 또한 놀라운 일이다. 그래서 그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지게 만든다.
-아직 어린 당신이 어머니를 연기하는 것이 어렵진 않았나.
=내게는 아주 좋은 엄마가 있다. 그래서 괜찮았다. 실제로 힘든 건 체력적인 거다. 다음날 지치지 않기 위해서 매일 운동을 해야 했다.
-1984년에 첫 번째 <터미네이터>가 개봉했을 때, 당신은 태어나지도 않았다. 이 프랜차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완벽한 ‘팬보이 스페셜’
-
-30년이 지났다. 다시 터미네이터가 되어 돌아온다. 왜인가.
=각본이 좋았다. 다시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재미있었다. 이 영화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았다. 좋은 각본, 훌륭한 각본가, 놀라운 감독, 열정, 팬, 이 모든 것이 모여 만들어진 영화다.
-좋은 배우가 빠졌다.
=맞다. 모두가 놀라울 만큼 훌륭했다. 그중에서도 제일 놀라운 건 J. K. 시먼스다. 전편에서는 분명히 다른 배우가 그의 역할을 연기했다. 하지만 J. K. 시먼스가 연기한 것은 완전히 같은 캐릭터였다. 촬영장에서 본 가장 이상한 장면인 동시에, 그가 얼마나 훌륭한 배우인지 알게된 순간이기도 했다.
-제임스 카메론에게 이 영화에 출연한다고 이야기했나.
=물론이다. 우리는 언제나 연락하고 지낸다.
-사라 코너에게 터미네이터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다. 어떻게 캐릭터에 접근했나.
=두딸을 둔 아버지로서 사람이 아닌 로봇이 사라 코너를 딸처럼 대한다는 것은 어색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관계가 보여지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기계라서 좋다
-
2015년의 할리우드에 ‘프랜차이즈 부활의 해’라는 부제를 달아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이 흐름의 문을 열었고, <쥬라기 월드>는 전미 박스오피스 개봉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 7월과 12월에 각각 개봉하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와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프랜차이즈를 부활시키는 동시에, 새롭게 시작될 3부작들의 첫편들이기도 하다. 이들은 단순한 리메이크나 속편이 아니라 프랜차이즈를 현대에 되살리는 사명을 띤 전사들이다. 오리지널로부터 평균 25년이 지난 뒤에 만들어지는 만큼, 과거의 팬들과 새로운 세대의 관객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오리지널에 충실하되 새로워야 하며, 정교한 스토리와 화려한 영상, 흠잡을 데 없는 컴퓨터그래픽은 필수적이다. 이렇게 까다롭게 만들어진 영화들이다 보니, 기대는 크고 소문은 많다.
여기에 풀어놓는 7개의 키워드는, 7월2일 개봉을 앞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T-800 IS BACK !!!
-
[정훈이 만화] <쥬라기 월드> 잡아야 한다
[정훈이 만화] <쥬라기 월드> 잡아야 한다
-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쥘 베른의 소설 <카르파티아 성> 서두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있을 법하지 않으니 진실이 아닐 거라고 단정 짓는 것은 이르다. 지금은 불가능이 없는 시대이며, 온갖 과학적 수단을 통해 불가능해 보였던 일들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로 바뀔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이 짧은 문구를 통해 어쩌면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이하 <경성학교>)의 판타지적 성향을 간파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만일 쥘 베른의 말처럼 과학에 의해 현실화될 수 있는 이야기라면, 우리는 그때의 서사를 판타지라고 단언하기 어려울 것이다. 차라리 이 경우엔 ‘그로테스크하다’거나 ‘있음직하지 않다’라는 식으로 감상을 정리하는 편이 더 적합해 보인다. 실현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비현실적 이야기를 이렇듯 흔히 판타지라 부른다는 점을 떠올리며 영화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세트와 의상의 화려함에 비례한 불안
[이지현의 영화비평] 판타지의 파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