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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니 윌리스가 실은 두명이라서 한명은 ‘웃기는 이야기’를 쓰고, 다른 한명은 ‘슬픈 이야기’를 쓴다.” SF소설상을 받은 중•단편집인 <화재감시원>에 코니 윌리스 자신이 인용한 자신에 대한 루머다. 사랑스럽고도 유머러스한 <리알토에서>와 우스운데 무섭기도 한 <나일강의 죽음>, 폐허 앞에서 머릿속에 울리는 말러 교향곡 9번을 듣는 듯한 <화재감시원>을 읽는다는 것은 그런 일이다.
할리우드, 리알토 호텔. 양자역학에 대한 학회에 참석한 주인공이 모델/배우/호텔직원에게 “예약했다”고 몇번이고 반복해 말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예약은 했는데 예약이 되지 않았단다. 분위기를 봐서는 이 호텔을 찾는 학회 참석자 모두가 이 호텔 아니면 저 호텔에서 퇴짜를 맞는 불확정성 아수라에 빠져 있다. 그리고 시종일관 주인공을 보는 사람마다 ‘데이비드’에 대해 묻는다. 그녀는 그를 피하는 중이고, 주변에서는 둘이 한 세트인 줄 안다. 그는 그녀와 “격렬함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코니 윌리스를 둘러싼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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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그의 현란한 기교에 매료됐다. 의심은 <바벨> 때부터 싹텄고, <버드맨>을 보고 불안해졌다. 그리고 <레버넌트>를 통해 확신했다. 이제 다음이 궁금하지 않다.
1.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무덤에서 일어난 순간 헛된 기대인걸 알면서도 그의 걸음이 복수를 향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피츠제럴드(톰 하디)에게 살해당하는 아들 호크의 참상을 목격한 장면부터 이미 내정된 걸음이었지만 그럼에도, 글래스의 처절한 걸음이 종국에는 복수 이외의 다른 곳에 안착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것 같다. 복수극이 끔찍하다거나 식상해서가 아니다. 영화 중간 어떤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니면 어느 지점부터 주의가 흩어졌다고 해도 좋겠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한 줄로 정리한다면 죽음에서 돌아온 자가 복수에 도달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서사를 추동하는 게 정말 복수심일까. 그 계기가 되는 사건, 아들의 죽
[송경원의 영화비평] 서사를 잃고 헛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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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글로리데이>
2012 단편 <도시의 밤>
2012 단편 <동거>
2012 단편 <도깨비의 숲>
드라마
2016 <치즈 인 더 트랩>
2015 <두 번째 스무살>
2015 <프로듀사>
차기 국민 남동생의 탄생일까. 드라마 <프로듀사>에서 탁예진(공효진)에게 능청맞게 굴다가도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던 남동생 탁예준, 배우 김희찬이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의 홍설(김고은)의 철딱서니 없는 동생 홍준으로 돌아왔다. 제멋대로 유학을 때려치우고 돌아와 성가시게 엉겨붙지만, 사랑받고 자란 인물 특유의 애교에는 도통 당할 도리가 없는 그런 남동생으로 말이다. 풋풋한 외모와 발랄한 연기, 어떤 누나든 남동생으로 두고 싶어 할 법한 김희찬은 사실 여동생을 둔 장남이다. “항상 누나를 갖고 싶었는데 작품들에서 소원풀이했다. 공효진, 김고은 선배님 모두 누나처럼 잘 챙겨주시더라. 실제
최초의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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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해어화>
2015 <그놈이다> <더 폰> <사돈의 팔촌>
2014 <메이드 인 차이나> <우는 남자>
2013 <끝까지 간다>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드라마
2015 <부탁해요, 엄마> <미세스 캅> <후아유-학교 2015> 외
“젊은 시절의 한석규, 2PM의 준호, 그리고 조승우!” (박흥식 감독)
장인섭과 닮은 사람을 떠올리다가 나온 인물들의 리스트. 또 다른 누군가는 장인섭의 얼굴에서 배우 온주완, 가수 김종국이 보인다고도 말한다.
래퍼가 되는 줄 알았다.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에 들어간 것도 음악을 하고 싶어서다. 친구들끼리 랩 배틀을 하는가 하면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에 출연해 타이거 JK, 윤미래 심사위원 앞에서 당당히 1등을 하기도 했다. <아메리칸 허슬>(2013)식으로 말해보자면 그는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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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우리 손자 베스트>
2016 <예술의 목적>
2015 <바라던 바다>
2015 <최고의 감독>
2015 <간신>
전여빈은…
“씩씩하고, 감독의 말을 잘 알아듣고, 자신이 남들에게 어떻게 비쳐질지 신경쓰지 않는 배우다.” <최고의 감독>을 연출한 문소리는 전여빈을 아침에 카페에서 만나 대화를 나눈 뒤 그 자리에서 캐스팅을 결정했다면서.
“열정이 진실된 친구.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스스로 맹렬하게 움직이는 배우. 찍은 사진을 보면 바라보는 것 자체가 좋은 배우.” 필름있수다의 수장인 장진 감독이 전여빈을 두고 한 이 말은 단순히 소속 배우를 알리려고 한 얘기가 아니다. 누구보다 연기에 까다롭고 엄격한 그가 아닌가. “회사 입장에서 트렌드를 떠나… 2, 3년 안에 배우로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찬스를 함께하고 싶다”는 게 장진 감독의 속내다.
문소리 감독이 연출한 단편영화 <최고의 감독&g
연기의 희열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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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울보>
2014 <소셜포비아>
“기운이나 느낌이 정말 강한 배우다.” (홍석재 감독)
민하영(레나)이 <소셜포비아> 마지막에 웹캠으로 보여주는 얼굴을 두고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표정인데, (하)윤경씨의 얼굴이 잘 살렸다”면서.
매니저와 스타일리스트를 대동하는 보통 배우들과 달리 하윤경은 혼자였다. 인터뷰 일정도 알아서 결정하고, 사진 찍을 때 입을 옷도 직접 골라왔다. <소셜포비아>를 인상적으로 본 매니지먼트사 몇 군데로부터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받았으나, 그는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아직은 자신에게 회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행복해지고 싶어서 연기를 시작했는데 하고 싶지 않은 작품까지 할 수 있는 마음이 아직은 없는 것 같다. 연극과 영화 모두 하고 싶은 가치관을 존중해주는 회사가 있다면 긍정적인 마음을 열 수 있지만 말이다.” 신인답지 않게 곧은 심지와 유연한 생각을 두루 갖췄다.
포털 사이트
끝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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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여교사>
드라마
2015 <발칙하게 고고> <하이드 지킬, 나>
2014 <12년만의 재회: 달래된, 장국> <그리다, 봄> <드라마 페스티벌-형영당 일기>
2013 <일말의 순정> <열애>
2012 <해를 품은 달>
“배우 같지 않은 친구다. 예뻐 보이려 하고, 잘 보이려 하고, 잔머리 쓰고, 그런 게 전혀 없다. 인간적 매력은… 술 잘 마시는 거? (웃음)” (김태용 감독)
“작품이 끝났는데도 계속해서 호기심이 생기는 친구”라며, 인간적이고 꾸밈없는 이원근에 대한 애정을 담뿍 쏟아냈다.
한파주의보도 물리칠 기세의 눈웃음과 그에 따라 새침하게 올라가는 입꼬리. 거기에 187cm의 훤칠한 키와 피아노를 쳤을 것 같은 길고 섬세한 손가락. 상대의 마음을 단번에 저격하기에 충분한 외모지만 이원근의 진짜 매력은 다른 데 있다. 쉽게 훼손될 것 같지 않은 순수함,
노력이라는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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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모기지’, ‘CDO’, ‘신용부도스와프’… 머리 아프다. <빅 쇼트>를 봤는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면? 경제 공부를 해야 할까? 물론 그게 정답이다. 지금 당장 서점으로 가서 관련 서적을 구입하는 게 좋겠다. 아니면 다음 3편의 영화가 참고가 될 수 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를 다룬 <빅 쇼트>를 보기로 마음먹은 당신은 아마 이미 이 영화들을 봤을 가능성이 높겠지만. 혹시나 보지 못했다면 반드시 챙겨봐야 할 영화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과 정부가 어떻게 세계 경제를 말아먹었는지 더 알고 싶다면 말이다.
1. 인사이드 잡 (2010)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앨런 그린스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래리 서머스,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벤 버냉키, 하버드대학과 컬럼비아대학 총장 등. 누구냐고? 당시 <인사이드 잡>의 인터뷰를 거절한 사람들과 기업이다. 대충 봐
<빅 쇼트>를 본 당신에게 추천하는 영화 3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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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 풍경 위로 20년간 갓즈 포켓에 관한 칼럼을 써온 칼럼니스트 리차드 쉘번(리처드 젠킨스)의 글이 내레이션으로 흐른다. “갓즈 포켓의 사람들이 못 견디는 것은 이곳 사람이 아닌 사람들이다.” 갓즈 포켓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미키(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와 그녀의 매력적인 아내 지니(크리스티나 헨드릭스)는 공사장에 일하러 간 아들 리온이 사고사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친구 아서(존 터투로)와 함께 훔친 고기를 팔며 생활비를 조달하던 미키는 아들의 시신을 최고급 관에 안치하기 바라는 아내를 위해 시급히 돈을 마련해야 할 처지. 철없는 아내는 급기야 아들의 죽음이 단순 사고사가 아닐 거라고 의심한다. 한편 알코올중독에 허우적대며 제대로 된 글을 내놓지 못한 지 꽤 된 칼럼니스트 리차드는 마지 못해 리온의 죽음을 취재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지니에게 첫눈에 반해버린다.
<갓즈 포켓>은 폐쇄적인 동네 갓즈 포켓 사람들의 무기력과 우울을 위선과 위악의 제스처로 쌓아올린
폐쇄적인 동네 갓즈 포켓의 사람들 <갓즈 포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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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우리 집에 가 있어.” 쥬세페는 아마도 여자친구 잔(루 드 라주)에게 이렇게 말했나보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대저택으로 그녀가 찾아오게 된 경위다. 쥬세페의 엄마 안나(줄리엣 비노쉬)는 그런 아들의 애인을 기꺼이 맞이한다. 하지만 저택에는 적막이 깃들어 있고, 잔은 이 무거운 침묵의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얼마 전에 남동생이 죽었어”라는 안나의 설명과 함께 가까스로 상황을 받아들인 그녀는, 감감무소식인 쥬세페를 기다리기로 한다.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의 원제는 이탈리아어로 ‘L’attesa’(기다림)이다. 저택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두 여자는 ‘기다림’의 시간을 갖는다. 하지만 부활절에 온다는 남자친구를 맞이하려는 잔의 기다림과 ‘아들의 죽음’이라는 비밀을 간직한 엄마의 기다림은 다르다. 잔에게 하루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그 기다림의 시간은, 안나에게는 영원히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시간이다. 죽은 아들과 달리 여전히 욕망에 가득 찬 육체를 가진 젊은 잔
각기 다른 기다림의 시간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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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란 일종의 환상에 불과하다. 다큐멘터리 감독 피에르(스타니슬라 메하르)는 부인 마농(클로틸드 쿠로)과 함께 작업 중이다. 더딘 작업에 지쳐갈 무렵 그의 앞에 지적인 대학원생 엘리자베스(레나 포감)가 나타나고 그는 어느새 그녀의 젊음에 빠져든다. 자책감에 시달리면서도 엘리자베스와의 관계를 끊지 못하던 피에르는 어느 날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다. 엘리자베스가 우연히 마농의 외도 현장을 목격하고 피에르를 떠보기 위해 알린 것이다. 피에르는 자신의 불륜도 잊고 아내의 외도 앞에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
포스트 누벨바그의 거장이란 명성에 겁먹지 않아도 좋다. <인 더 섀도우 오브 우먼>은 필립 가렐의 영화 중에서도 유난히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로 채워져 있다. 필립 가렐 영화 중 프랑스에서 가장 흥행 성적이 좋았고, 그만큼 대중적인 화법으로 읽기에 충분하다. 동시에 필립 가렐의 인장이랄 수 있는 장면들, 특유의 스타일들이 녹아 있어 그의 팬으로서 파고들 여지도 충분하다. 이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분위기의 필립 가렐 영화 <인 더 섀도우 오브 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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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콥(예론 반 코닝스부르헤)은 부와 명예, 모든 걸 가졌지만 뜨거운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다. 늘 세계와의 유리감을 느껴온 그가 원하는 것은 죽음뿐. 그는 우연히 인생에 단 한번뿐인 여행을 보내주는 비밀스러운 여행사 엘리시움을 찾아가 죽음 여행을 계약하지만, 그곳에서 마주친 고객 안나(조지나 벨바안)와 만나며 새로운 감정을 깨닫고 죽음을 보류하려 한다. 그러나 엘리시움은 한번 한 계약은 파기할 수 없음을 통보하고, 그들은 죽음을 피해 도주한다.
죽음을 경량의 로맨틱 코미디로 풀어낸 팬시한 영화다. 죽음 여행 업체라는 설정은 기발하고, 사랑에 빠져 죽지 않고 싶어지는 순간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흥미로운 극적 장치다. 죽음과 사랑이 한끗 차이로 비껴가고 마주하는 상황을 비탈리의 <샤콘느>와 비발디의 <사계> 등 중후한 음악들에 맞춰 연출한 장면들도 아름답다. 문제는 영화가 죽음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것이다. 전반부
죽음을 경량의 로맨틱 코미디로 풀어낸 영화 <킬 미 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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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울지 않는다고 누가 말했던가. <울보>의 이섭(장유상)은 툭하면 운다. 예기치 못한 사태에 직면했을 때,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을 때 이섭은 어린애처럼 뚝뚝 눈물을 흘린다. 하윤(하윤경)과 길수(이서준)는 그 반대다. 하윤은 병든 어머니의 병구완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해서 제 몸은 못 챙기는 상황이 와도 울지 않는다.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의 큰형처럼 군림하며 동생들을 책임지고 있는 길수도 힘들다고 내색하지 않는다. 이섭은 자신에게 결핍된 무엇을 하윤과 길수에게서 발견하고 이들과 가까워지려 한다. 버려야 할 것, 잃게 되는 것이 많지만 그 둘과 함께라면 이섭은 편안할 것 같다.
우는 아이들을 달래주기에 세상과 어른들은 너무 무정하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에게 그냥 나가 있으라고 말하는 교사, 아무런 죄의식 없이 청소년과 섹스하려는 남자, 무력한 엄마, 소통이 되지 않는 아버지들 아래서 아이들은 알아서 제 살길을 모색하기 바쁘다. 저희들끼리는 나름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특별언급상 수상작 <울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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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관(이성민)은 10년째 실종된 딸 유주(채수빈)를 찾아 전국을 헤맨다. 그런 그 앞에 정체 모를 로봇이 나타난다. 소리를 듣고 소리의 위치, 소리의 원인, 소리에 얽힌 온갖 정보를 읊는 신통방통한 로봇이다. 해관은 어쩌면 이 로봇이 딸을 찾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로봇과 동행한다. 그러면서 해관은 자신이 알고 있던 딸이 유주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뒤늦게 자신을 돌아본다. 그사이 영화는 유주의 실종이 단순 가출이 아니라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로 목숨을 잃은 것임을 숨기지 않는다. 로봇의 정체도 밝혀진다. 그 로봇은 미국 나사(NASA)가 만들었고 위치 추적과 감청까지 가능한 인공지능이다. 한국 서해에 떨어지면서 한•미 양국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지며 민감해진다.
로봇이 나오지만 <로봇, 소리>는 거창한 SF물을 지향하지 않는다. 2003년 실제 있었던 대구 지하철 참사라는 한국형 참사를 배경으로 지극히 보수적인 아버지와 뜻이 다른 자
귀엽고 엉뚱한 매력을 지닌 로봇과의 동행 <로봇,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