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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레스와 그로밋>(1992), <치킨 런>(2000)의 아드만 스튜디오가 내놓은 신작 <숀더쉽>은 귀여운 양떼들의 슬랩스틱 코미디가 두눈을 즐겁게 하는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이다. 농장 생활에 지루함을 느낀 숀과 양떼 친구들이 빅시티에서 기억을 상실한 주인을 찾기 위해 도시로 향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무성영화처럼 그려냈다. 말이 생략된 자리를 채우는 것은 슬랩스틱 코미디와 음악이다. 인기 TV시리즈를 영화로 멋지게 재탄생시킨 주역은 <치킨 런> <월레스와 그로밋: 거대 토끼의 저주>의 각본가인 마크 버튼 감독과 <숀더쉽>의 TV시리즈를 연출한 리처드 스타잭 감독이다. 두 감독에게 서면으로 영화에 관한 궁금증을 전했다. 두 감독은 영화처럼 재기 넘치는 답변을 보내주었다.
-2007년 시작된 TV시리즈 <숀더쉽>을 장편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누구였나.
=리처드 스타잭_나였다! 에피소드라
[people] “애니메이션은 끝이 없다 그저 개봉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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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밀양에서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이 벌어졌다. 한국전력공사가 밀양에 765kV의 송전탑 69기의 공사 계획을 확정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조상 대대로 터를 잡고 살던 땅이 강제 수용되는 걸 지켜볼 수 없었던 주민들은 온몸을 던져 반대에 나섰다. 박배일 감독의 <밀양 아리랑>(2014)은 그 투쟁의 기록이다. 영화는 밀양 투쟁의 중심에 섰던 할머니들, 여성들을 주목하며 그들의 역사로 밀양 투쟁을 전한다. 비록 송전탑은 세워졌지만 밀양 주민들의 투쟁은, 삶은 계속된다.
-<밀양 아리랑>이 드디어 7월16일 전국 19개 스크린에서 개봉한다.
=찍을 때부터 이 영화가 세상에 나올 때면 밀양 운동이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났을 테고 사람들의 관심에서도 벗어나 있을 거라 예상했다. 그럴 때 영화로 밀양 주민들이 여전히 그곳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지난해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상영했는데 30여명의 관객이 들었다. 밀양에 경찰 병력이 투입돼
[people] 국가와 한국전력공사가 이들의 밥상을 엎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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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피스>(2015)
<손님>(2015)
<분신사바3>(2014)
<이별계약>(2013)
<소녀>(2013)
<5백만불의 사나이>(2012)
<써니>(2011)
<커플즈>(2011)
피리를 불어 쥐떼를 모는 남자의 이미지는 영화 <손님>의 출발점이었다. 이야기는 한국적 정서와 시대상에 맞게 각색됐지만 쥐떼의 이미지는 반드시 시각적으로 구현해야 하는 <손님>의 숙제였다. 이를 총괄한 ‘디지털 스튜디오 2L’의 김병래 CG 슈퍼바이저는 수백 마리의 쥐떼가 화면을 가득 메우는 무시무시한 진풍경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수개월 동안 쥐만 바라보며 살았다. “한국 토종 들쥐와 실험용 쥐를 바탕으로” 리얼리티를 잃지 않는 쥐의 모습을 구현해야 했다. 혹여 관객이 혐오스럽게 바라볼 거라는 부담감도 있었다. “참고할 내용이 극히 적었다. 쥐가 등장하는 거의 모든 유튜브 영상과 <윌러
[STAFF 37.5] 이런 쥐떼 본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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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에는 <손님>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김광태 감독은 한양대에서 연극영화를 전공했다. <질주>(1999)의 소품팀 참여가 첫 영화 현장 경험. 이후 <로드무비>(2002),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2003)의 연출부와 <청춘만화>(2006)의 조감독을 거쳐 2007년부터 장편 작업에 착수했다. <손님>은 그간 준비하던 두편의 작품이 모두 불발된 후 그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도전한 작품이다. 1950년대, 촌장(이성민)의 철저한 통제와 관리 아래 완벽하게 외부와 차단된 산골 마을. 우연히 아들과 함께 이곳에 들어선 떠돌이 악사 우룡(류승룡)으로 인해 드러난 공포의 실체를 통해 대한민국의 현재를 반추하고 있다. 원작인 독일의 구전동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를 한국적 시대극과 잘 접목한 수작. 후반부 쥐떼가 출몰하는 액션 시퀀스에서는 대중영화에서 보여주기 힘든 도전을 감행해 새로운 면모
[김광태] 이 영화를 통해 지금 우리의 삶을 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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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워치는 보이지 않는 요괴의 존재를 보여주는 신통한 물건이다. 요괴워치의 주인은 평범한 초등학생 민호다. 어느 날 민호가 잠든 사이에 요괴워치가 사라진다. 같은 날, 진달래 마을에서는 채소와 꽃 등 사물과 생물이 갑자기 커다랗게 변하는 기현상이 일어난다. 그것은 풍선처럼 부푼 고양이의 형체를 한 요괴 거대냥의 짓이었다. 거대냥은 민호에게 위기에 빠진 세상을 구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다. 그로부터 며칠 뒤 친구 요괴 위스퍼, 지바냥과 함께 할머니가 계신 시골집을 방문해 근처를 배회하던 민호는 또 다른 요괴 부유냥과 맞닥뜨린다. 부유냥의 안내로 민호와 요괴 친구들은 60년 전으로 타임슬립한다. 그곳에서 요괴워치를 만든 사람이자 훗날 민호의 할아버지가 될 소년 민구를 만난다.
코믹스에서 시작해 닌텐도 게임, TV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요괴워치>의 첫 번째 극장판이다. 이야기나 스펙터클보다는 예기치 못한 부분에서 터지는 웃음 한번의 힘이 더 세다. 요즘 아이 민호와
시대와 공간, 나이를 뛰어넘은 우정을 그리다 <극장판 요괴워치: 탄생의 비밀이다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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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인(고원)은 사랑했던 전 애인 도경(김민기)의 결혼식 전날, 그를 찾아간다. 도경의 아이를 상상임신한 가인은 도경에게 마지막 하룻밤만 같이 보내달라고 애원한다. 모텔에서 마지막 정사를 나누던 중 도경은 갑작스럽게 사망한다. 가인은 살인사건 피의자로서 경찰 조사를 받지만, 모텔 주인 병수(류한홍)가 가인의 알리바이를 만들어주어 혐의에서 벗어난다. 병수는 가인에게 사람을 죽이는 기분이 어떤지 물어오며 접근하고, 자신의 아내가 모텔방에서 살해당했던 과거를 털어놓으며 그들은 점차 벗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져든다.
2013년 개봉한 <짓>의 시리즈물처럼 보이지만, 같은 제작사에서 제작되었을 뿐 감독과 배우, 서사, 어떤 면에서도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은 아니다. 장르적 특성 때문에 시리즈의 제목을 붙인 것 같지만, IPTV용 에로영화로 규정짓기엔 섹스보다 많은 것을 함축한 영화다. <짓2: 붉은 낙타>는 사랑의 권력 관계를 가학과 피학의 도식으로 그려내며, 권력을 전
사랑의 권력 관계를 가학과 피학의 도식으로 그려내다 <짓2: 붉은 낙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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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유튜브를 달군 페트릭 장 감독의 단편 <픽셀>은 새로운 영상에 목마른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고전 아케이드 게임 속 캐릭터들이 화면 밖으로 빠져나와 온 세상을 픽셀로 바꾸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린 이 단편은 단순한 아이디어가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순간의 쾌감으로 가득 차 있다. 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장편으로 만든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기대와 걱정이 동시에 들었다. 한줄 아이디어와 2분30초의 짧은 이미지로는 충분히 매혹적일 수 있지만 서사에 따라 한없이 진부해질 수도 있는 소재였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크리스 콜럼버스의 <픽셀>은 우려를 현실로 만들었다.
1982년 나사(NASA)는 인류 문화를 담은 타임캡슐을 우주로 쏘아올린다. 그중에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아케이드 게임도 있었다. 오락실을 주름잡던 샘(애덤 샌들러)과 친구 윌(케빈 제임스)은 아케이드 챔피언 대회에 출전하지만 샘이 자칭 ‘불꽃 싸다구’ 에디(피터 딘클리지)에게 패배하며 최
추억의 아케이드 게임 속 인기 캐릭터들이 되살아난다 <픽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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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은 한적한 농장을 떠나본 적이 없는 시골 양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했던 숀은 주인아저씨 몰래 파티를 벌일 계획을 세운다. 잠든 주인아저씨를 카라반에 가둔 뒤 친구들과 함께 집안에 들어가 피자를 먹으며 영화를 보려는 것이다. 하지만 주인아저씨를 태운 카라반이 비탈길을 따라 미끄러지면서 숀의 계획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숀과 친구들, 그리고 양치기 개 비쳐는 모두 카라반을 쫓아 빅시티로 향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도시에 간 숀과 친구들은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다. 설상가상으로 유기동물 처리반에서 일하는 악당 트럼퍼가 숀의 무리를 뒤쫓기 시작한다.
<숀더쉽>은 <월레스와 그로밋> <치킨 런>을 제작한 클레이애니메이션의 명가 아드만 스튜디오가 다시 한번 점토를 빚어 완성한 작품이다. 손톱만 한 숀의 라디오에서부터 빅시티의 고층 빌딩까지, 수작업으로 일일이 소품과 세트를 만들어내는 아드만 스튜디오의 솜씨는 변함이 없는 듯하다. 더불어
수작업으로 빚어낸 아드만 스튜디오의 솜씨 <숀더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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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피오 마르마이)는 어느 날 아침 낯선 공간에서 깨어난다. 그의 옆에는 금발의 스웨덴 미녀 아드나(애드리애너 그라지엘)가 잠들어 있다. 당황한 제레미는 옷을 대강 걸치고는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온다. 그가 소스라치게 놀라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제레미는 10년 된 동성애인과 결혼을 앞둔 참이다. 그날 이후 제레미의 신체에 이해하기 힘든 일이 일어난다. 애인 앙트완(래닉 가우트리)과의 관계에서 발기부전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의 동료 찰스(프랭크 가스탐비드)는 특단의 조치로 제레미를 성매매 업소에 데려간다. 성매매 여성의 노력에도 제레미의 성기는 반응이 없다. 제레미는 ‘나는 역시 게이’라는 만족감을 느끼며 돌아온다. 그래도 여전히 앙트완과의 관계에 진전이 없자 이번에는 아드나를 다시 만나보기로 한다. 아드나와 재회한 제레미는 그녀와의 키스만으로 발기 현상을 경험한 뒤 혼란만 가중된 채 돌아온다. 제레미는 잠깐의 혼란을 잊고 다시 앙트완에게로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게이가
게이가 다시 이성애자가 된다? <난 그녀와 키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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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경제의 기세가 가라앉은 1996년, 평범한 가정의 아내이자 은행원으로 살아가던 리카(미야자와 리에)는 우연한 계기로 대학생 고타(이케마쓰 소스케)를 만나 사귀기 시작한다. 고타가 거액의 빚을 졌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리카는 과감한 짓을 저지른다. 은행 문서를 위조해 고객의 예금을 빼돌린 것이다. 리카는 그 후로도 멈추지 않고 더 많은 돈을 횡령해 화려한 생활을 즐긴다. 그러나 비싼 음식, 고급스런 옷과는 상관없이 그녀의 삶은 조금씩 공허해지고 메말라간다.
지난해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로 강한 인상을 남긴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의 신작 <종이 달>은 동명의 인기 소설을 영화화한 범죄 드라마이다. 그런데 금융 사기를 소재로 삼기는 했지만 범죄 행위 자체보다는 일상의 평범한 풍경을 묘사할 때 감독의 장기가 제대로 드러난다. 즉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작은 행동과 대사를 통해 보통의 삶 속에 숨어 있던 팽팽한 긴장의 순간을 끄집어내는 것이다.
행복을 추구할 방법 자체를 잊어버린 사람의 슬픈 초상 <종이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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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바드> Boulevard
감독 디토 몬티엘 / 출연 로빈 윌리엄스, 케시 베이커, 로베르토 어과이어 / 수입•배급 마운틴픽쳐스 / 개봉예정 8월
“노년이 되면 기존의 삶의 방식들에 작별인사를 해야 할 때가 온다.” <블러바드>를 연출한 디토 몬티엘 감독의 얘기다. <블러바드>는 힘겹더라도 작별인사를 해야만 새로운 길을 걸을 수 있다고 역설적으로 얘기하는 영화다. 놀란(로빈 윌리엄스)에겐 사랑하는 부인 조이(케시 베이커)가 있고, 26년간 다닌 안정적인 직장이 있다. 그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감춘 채 평범하고 단조로운 일상에 자신을 맞추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과는 너무도 다른 삶을 사는 청년 레오(로베르토 어과이어)를 차에 태우면서 삶이 변하기 시작한다. 우리의 영원한 캡틴 로빈 윌리엄스의 유작으로, 영화가 공개된 뒤 로빈 윌리엄스 최고의 연기라는 상찬이 쏟아졌다. <당신의 성인을 알아보는 법>(2006), <화이트
[Coming Soon] 새로운 시작을 위한 마침표 <블러바드> Boulev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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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매우 조심스럽게 쓴 글이다.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 하나는 스포일러를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앤터니 호로비츠의 <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의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스포일러가 될 만한 것들로 가득하다. 평소 기본적인 정보 정리에도 스포일러라고 민감히 반응하는 건 유난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 앞에서는 좀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작가가 치밀하게 준비한 몇 가지 반전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하나의 사건 뒤에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사건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자세히 소개하는 것조차 고민이 된다.
일단 첫장에서는 ‘클래런스 데버루’라는 악질 악당을 잡기 위해 존스 경감과 탐정 프레더릭 체이스가 등장하지만 그 뒤로 어떤 본격적인 전개가 펼쳐질지는 자세히 얘기하지 않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 책의 제목이 <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이니 적어도 셜록과 모리어티는 등장하는 게 맞지 않
씨네21 추천 도서 <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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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또는 글이란 매체의 특징이자 장점은 독자의 의도대로 진행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를 1.5배속으로 보면 죄책감이 들지만 책은 빨리 보아도 천천히 보아도, 또는 보다가 잠시 딴생각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그런 읽기의 과정이 독서의 고유한 경험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런 맥락에서 미우라 시온의 <마사&겐>은 천천히 읽기에 좋은 책이다. 같은 동네에 사는 73살 동갑내기 두 할아버지의 일상을 그린 이 소설에는 독자의 진지한 몰입을 강제하는 어떤 심각한 사건도 발생하지 않는다. 또는 심각한 사건이 일어나도 지극히 가벼운 태도로 그 사건에 접근한다.
여기서 가볍다는 건 부정적인 말이 아니다. 단지 작가와 소설 속 주인공들이 자기 주변의 일에 필요 이상의 감정을 쏟지 않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사와 겐에게는 엄청나게 슬픈 일도 일어나지 않고, 엄청나게 기쁜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기쁜 일이 일어나도 심술궂은 말을 굳이 한마디 덧붙이고, 소
씨네21 추천 도서 <마사&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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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으로 익숙한 김려령 작가의 신작 <트렁크>를 술술 읽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용어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먼저 NM은 ‘새로운 결혼’(New Marriage)의 줄임말로서 비밀 회원들을 대상으로 ‘기간제 결혼’ 서비스를 제공하는 팀의 이름이다. 그리고 FW, FH는 ‘필드 와이프’(Field Wife)와 ‘필드 허즈번드’( Field Husband)의 줄임말로서 기간제 결혼에서 아내/남편 역할을 담당하는 맞춤형 결혼기술자를 의미한다.
이 소설 속 세계는 사랑에 기반한 정석적인 결혼의 절차는 피하고 싶지만 결혼 자체는 잠깐씩 누리고 싶은(안정적인 섹스, 성정체성 숨기기, 외로움 방지 등 이유는 다양하다) 사람들이 아내와 남편을 돈을 주고 고용하는 곳이다. 그리고 <트렁크>의 주인공 노인지는 서른도 안 된 나이에 네 번째 ‘결혼 출장’의 경력을 자랑하는 FW로서, 지금은 인기 작곡가와 ‘재계약’해 열심히 ‘직장
씨네21 추천 도서 <트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