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과 귀가 먼 소녀 마리(아리아나 리부아)의 부모는 딸을 라네이 수도원에 맡기려 하지만 거절당한다. 마리의 자유로운 영혼을 본 마가렛 수녀(이자벨 카레)는 자신이 마리를 가르치겠다고 설득해, 그녀를 수도원으로 데려온다. 하지만 누구와도 소통해본 적 없는 마리를 대하는 건 쉽지 않은 일. 오랜 고생 끝에 드디어 마리는 마가렛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게 되고 매일 눈에 띄게 밝아지지만, 마가렛의 병세는 점점 나빠져간다.
<마리 이야기: 손끝의 기적>은 침묵 속에서 마리가 수녀원으로 향하는 장면으로 연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영화는 전적으로 마리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영화의 특히 아름다운 순간이 갑작스레 찾아온다는 것은, 연출의 방향이 마리의 자유로운 행동을 따라간다는 지표다. 나무에 오른 마가렛이 내민 손에 마리의 손에 포개질 때, 수개월이 지나도록 악다구니를 부리던 마리가 갑자기 마가렛 수녀의 뜻에 따라 수화를 따라할 때의 감동은, <마리 이야기…>가 마가렛의
눈과 귀가 먼 소녀 마리에게 가르치는 세상 <마리 이야기: 손끝의 기적>
-
진명(김성균)은 신병(神病) 치료로 유명한 정신과 의사다. 대무당의 아들인 그는 타고난 영매 지광(김혜성)과 함께 영적 현상에 시달리는 사람들, 이른바 빙의 환자들을 돌본다. 어느 날 진명은 선배로부터 도움을 요청하는 메일을 받지만, 선배는 의문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이후 진명은 선배의 당부대로 선배의 아내 금주(유선)를 치료하기 위해 찾아간다. 한편 진명을 취재하고 싶어 몇달째 쫓아다니던 방송국 PD 혜인(차예련)은 금주의 과거에 대한 결정적 제보를 한 후 치료과정에 대한 촬영을 허락받는다. 금주를 치료하던 진명은 그녀가 예상보다 강력한 영에 빙의되었음을 알게 되고, 원혼의 비밀을 풀기 위해 제주로 내려간다.
신진오 작가의 공포소설 <무녀굴>을 원작으로 한 <퇴마: 무녀굴>은 빙의를 소재로 한 공포 스릴러다. 전작 <이웃사람>에서 스릴러를 기반으로 호러의 정서를 녹여냈던 김휘 감독은 이번 영화에선 공포영화의 뼈대 위에 스릴러 요소를 차분히 입
빙의를 소재로 한 공포 스릴러 <퇴마: 무녀굴>
-
영화감독 마르게리타(마르게리타 부이)의 어머니 아다(줄리아 라차리니)는 늙고 병들었다. 아다는 폐렴이 악화되어 병원에 입원한 뒤 합병증으로 심장에도 문제가 생겼다. 의사는 가족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말한다. 마르게리타의 친오빠 조반니(난니 모레티)는 회사에 장기 휴가를 신청한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어머니 곁에서 보내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괴팍하고 산만한 배우 배리(존 터투로)를 상대하며 차기작을 제작 중인 마르게리타에게는 조반니와 같은 시간적, 심리적 여유가 없다. 결국 그녀는 감정을 절제하지 못한 채 대사를 외우지 못하는 배리에게 고함을 지르고 병색이 짙어진 어머니를 보고는 그 품에 안겨 사무치게 운다. 마르게리타는 어머니의 죽음이 머지않았다는 사실은 알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알지 못한다. 그 간극이 무력한 슬픔을 만들어낸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난니 모레티 감독의 신작 <나의 어머니>는 10여년 전 그에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겨준 작품 &l
예고된 어머니의 죽음 앞에 선 중년의 딸 <나의 어머니>
-
자고 일어나면 다른 사람이 되는 남자가 있다. 매일 국적, 성별, 나이를 넘나드는 남자, 우진은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가구 디자이너로서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가구 판매점에서 이수(한효주)라는 여자를 만난 우진은 처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항상 다른 모습으로 그녀를 지켜보던 우진은 이수에게 데이트 신청을 한다. 설레는 첫 데이트 이후 그는 잠을 자지 않고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진은 며칠간 보통 사람 같은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결국 잠이 들어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리고 만다. 그녀 곁을 맴돌던 우진은 용기를 내어 비밀을 밝힌다. 처음엔 믿지 않던 이수는 우진을 받아들이고, 매일 모습이 달라지는 남자와 한 여자의 연애가 시작된다.
‘매일 모습을 달리하는 남자’라는 설정은 흥미롭지만, 영화라는 영상언어로 서사화하기는 쉽지 않다.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21인 1역의 캐스팅도 파격적이거니와 계속해서 변화하는 캐릭터를 관객도 한명의 인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기 때
매일 모습이 달라지는 남자와 한 여자의 연애 <뷰티 인사이드>
-
-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인 <오늘영화>는 세편의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영화다. 첫 번째는 윤성호 감독의 <백역사>. 공장에서 일하는 종환(박종환)은 나이트클럽에서 부킹으로 만난 연주(정연주)가 일하는 중국집으로 무작정 찾아간다. 용케 데이트가 성사된 두 사람은 부랴부랴 영화관으로 향한다. 그사이 돈이 없는 종환은 짬짬이 일하는 실내 야구장에 들러 가불까지 청한다. 우여곡절 끝에 영화관 데이트는 시작됐지만 두 사람 다 영화에는 관심이 없다. 불꽃같은 키스 후 둘은 다음 코스를 향해 서둘러 영화관을 빠져나간다. 두 번째는 강경태 감독의 <뇌물>이다. 영화과 학생 대일(백수장)은 졸업작품을 준비 중이다. 촬영한 화면을 친구, 선배, 출연 배우에게 보여주지만 번번이 핀잔뿐이라 의기소침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영화는 계속해서 대일이 찍은 영화 속 영화로 이어진다. 무엇이 영화이고, 무엇이 진짜인지 알쏭달쏭하다. 세 번째 영화는 이옥섭, 구교환 감독의 <
세편의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영화 <오늘영화>
-
<앙: 단팥 인생 이야기> あん
제작•감독 가와세 나오미 / 출연 나가세 마사토시, 기키 기린, 우치다 가라, 이치하라 에쓰코 / 수입•배급 그린나래미디어 / 개봉예정 9월10일
과묵한 센타로(나가세 마사토시)는 홀로 전통 단팥빵 도라야키를 만들며 작은 가게를 운영 중이다. 어느 날 그 앞에 나이 지긋한 할머니 도쿠에(기키 기린)가 찾아와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나이를 잊은 해맑은 표정의 도쿠에는 자신이 반세기 동안 단팥만을 만들어왔고 손이 다소 불편하지만 일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내 보인다. 도쿠에를 받아들인 센타로는 그녀와 함께 팥을 고르고 삶으면서 처음으로 단팥의 참맛을 알아간다. 도쿠에가 만든 단팥 덕에 가게에는 손님이 북적이지만 얼마 못 가 마을에는 도쿠에를 둘러싼 흉흉한 소문이 번지기 시작한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향한 연민과 그것을 자기 안으로 끌어안으려는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끈질긴 화두는 이번에도 계속된다. 영
[Coming Soon]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개막작 <앙: 단팥 인생 이야기> あん
-
무더운 한여름밤에 시간 맞춰 TV 앞에 바싹 다가가게 만든 공포물들이 있었다. <전설의 고향>을 비롯하여 <환상특급> <기묘한 이야기> 등은 등줄기를 타고 서늘하게 지나가는 한 가닥 차가운 기운으로 아직도 몸이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무서움 그 자체다.
‘KBS 드라마 스페셜 2015’의 이름으로 방송된 단막극 <붉은 달>은 사도세자와 그의 이야기를 주인공으로 삼은 공포물이다. 일단 저주가 있다. 바로 사약을 받고 죽임을 당한 장희빈의 저주다. 장희빈은 조선의 임금을 상징하는 ‘만천하를 비추는 달’을 저주어린 붉은 달로 만들겠다고 핏빛 외침을 토해내며 죽음을 맞았다.
그 저주에 자신을 옭아매 만들어지는 광기가 그 대척점에 존재한다. 매일 사람을 죽여 자신의 침상에 뉘여놓는 사도세자, 그 배경에 등장하는 저승전이라는 막다른 공간. 비단 찢는 소리의 상징성과 지하에 안치된 붉은 포장을 씌운 관들. 귀신과 주술에 빠져 살인과 기행을 일삼고
[김호상의 TVIEW] ‘무섭다’는 감정이입
-
영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2015)
<꾸뻬씨의 행복여행>(2014)
<박스트롤>(2014) 목소리 출연
<더 월즈 엔드>(2013)
<스타트렉 다크니스>(2013)
<판타스틱 피어 오브 에브리싱>(2012)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2011)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2011)
<황당한 외계인: 폴>(2011)
<버크 앤 헤어>(2010)
<나니아 연대기: 새벽 출정호의 항해>(2010) 목소리 출연
<스타트렉: 더 비기닝>(2009)
<아이스 에이지3: 공룡시대>(2008) 목소리 출연
<하우 투 루즈 프렌즈>(2008)
<런, 팻보이, 런>(2007)
<뜨거운 녀석들>(2007)
<빅 낫싱>(2006)
<미션 임파서블3>(2006)
<랜드 오브 데드>(20
[사이먼 페그] 뛰고 구르며 눈물 찔끔 우리 친구
-
영화
2015 <유정-스며들다>(가제)
2015 <앨리스: 원더랜드에서 온 소년>
2014 <오늘영화>
2013 <리턴매치>
드라마
2015 <초인시대>
2015 <선암여고 탐정단>
2014 <마녀의 연애>
2013 <오로라 공주>
2013 <학교 2013>
2012 <드림하이2>
“그게 왜 궁금해요?” 처음 만나 여러 질문을 던지는 기자에게 정연주는 질문의 속뜻을 자주 되물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두 눈썹을 바삐 움직이며 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말주변은 없으니 표정으로라도 나를 표현하려는 거죠. 감정을 숨기지 않는 게 몸에 배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마음에 담아두기 싫으니까. 뭐든 알아달라고.” 말보다 표정이 남들보다 반 박자 앞서는 그녀와의 인터뷰는 종종 질문자와 답변자의 위치가 뒤바뀐 채로 진행됐다. 당신이 먼저 보여주면 나도 보여주겠다는 듯 궁금증이 풀
[who are you] 연주를 지켜라
-
뉴욕을 배경으로 했다는 영화나 미국 드라마를 접하다 보면 한숨이 나올 때가 많다. 아무리 봐도 뉴욕 같지 않은데 옐로캡(노란 택시) 하나 가져다놓고 뉴욕이란다. 그런데 오랜만에 진짜 뉴욕을 보여주는 TV시리즈가 등장했다. 현재 케이블 채널 <USA 네트워크>에서 방영 중인 <미스터 로봇>이다. 이 작품에서 뉴욕은 하나의 중요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착하지 않은’, ‘위협적인’, ‘콘크리트 정글’ 같은 뉴욕 말이다.
<미스터 로봇>의 주인공은 컴퓨터 프로그래머이자 해커인 엘리엇(레미 맬렉). 낮에는 사이버 보안팀의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밤에는 해커로 돌변하는 엘리엇이 ‘F소사이어티’라는 해커 집단과 함께 대기업을 상대로 사이버 전쟁을 시작한다. 엘리엇은 언뜻 전형적인 밀레니엄 세대로 보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거의 모든 생각을 보이스오버 형식으로 전달한다.
[뉴욕] 제6의 캐릭터 뉴욕
-
시바 료타로의 소설 <신센구미 혈풍록>에 실린 ‘산조 강변의 난투’ 에피소드에는 이노우에 겐자부로라는 이름의 나이 든 무사가 나온다. 퍽 인자하고 지혜로운 인상을 풍기는 이 무사는 검술 실력이 그다지 좋지 않다. 그를 따르는 무사 고쿠기의 시점으로 신센구미의 우두머리였던 곤도를 비롯해 이 조직의 리더들이 왜 검술 실력도 별 볼일 없는 그를 모시는지를 동정을 담아 묘사하고 있는 이 에피소드는 그가 조장으로 이끄는 6번대가 어느 여관에 숨어 있는 로닌들을 처치하려다 낭패를 보는 것으로 끝난다. 시바 료타로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오시마 나기사의 영화 <고하토>(2000)에도 이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이노우에를 묘사하는 관점에서 온도 차이가 꽤 난다. 혈기왕성한 젊은 무사들 사이에서 이 나이 든 무사는 첫 등장부터 지혜로운 고수의 느낌을 풍기지만 실은 지략도, 용기도, 실력도 없는 그저 그런 늙은이일 뿐이었다. 그의 무능으로 인해 그가 이끄는 신센구미의 6번대는 하마터면
[김영진의 영화비평] 자의식 없는 메타포의 성취
-
푹푹 찌는 여름날. 텍사스주 한 작은 마을에 자동차 판매원으로 들어온 해리(돈 존슨)는 당신과 나, 우리 모두와 비슷한 사람이다. 우리가 그렇듯이 그도 자신을 꽤 괜찮은 사람으로 여긴다. 준수한 용모. 30대 중반에 아직까지는 유지하고 있는 젊은 육체. 그래서 그는 행운이 그에게 그냥 다가오길 기다리지 않는다. 젊은 시절에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직접 손에 넣어야 한다. 빨리 ‘한탕’을 쳐야 인생을 편히 살 수 있다. 그것이 그의 인생철학이다. 그런 해리의 눈에 그 시골 마을의 은행 보안이 매우 허술하다는 사실이 들어온다.
우린 이런 인물들에 대해 익숙하다. 그리고 오랫동안 사랑해왔다. <리피피>(감독 줄스 다신, 1955)의 토니가 그랬고 그래서 당연히 <암흑가의 세 사람>(감독 장 피에르 멜빌, 1970)의 코리가 그랬다. <우아한 세계>(감독 한재림, 2007)의 강인구도 그랬다. 그들은 마지막으로 ‘한탕’하고 깨끗하게 손을 씻은 뒤 그
[황덕호의 시네마 애드리브] 죄인들의 블루스 잼세션
-
영화와 연극의 ‘찬란한’ 앙상블
장 주네의 유작 희곡 <스플렌디즈>(Splendid’s)가 연극으로 만들어져 8월21∼22일 명동예술극장에서 단 이틀간 국내 초연된다. 스플렌디즈 호텔을 장악한 뒤 실수로 인질을 죽여버린 일곱명의 갱들이 경찰과 대치하는 동안의 이야기를 위태로운 블랙코미디로 풀어낸 작품. 연극 상연 전 장 주네가 연출한 영화 <사랑의 찬가>(1950)가 먼저 상영되고 연극은 영화의 엔딩과 절묘하게 이어지며 시작한다. 21일 오후 8시 공연, 22일 오후 3시 공연을 마친 뒤엔 연출가 아르튀르 노지시엘이 참석하는 ‘예술가와의 대화’ 자리가 마련된다.
여름의 마무리는 라틴음악으로!
9인조 밴드 ‘로스 아미고스’(Los Amigos)가 2년 만에 새 앨범 《Vamos》를 들고 돌아왔다. 2013년 데뷔 앨범 《친구》를 발매했을 때 한국에서도 라틴음악 계열의 브라질리언과 아프로큐반을 동시에 구사할 수 있는 팀이 있다는 데 놀라움을 던져준 실력파들이
[culture highway] 영화와 연극의 ‘찬란한’ 앙상블
-
<일본의 가장 긴 하루> 日本のいちばん長い日
감독 하라다 마사토 / 출연 야쿠쇼 고지, 모토키 마사히로, 야마자키 쓰토무
태평양전쟁 말기, 연합국은 일본이 포츠담선언 수락을 응하지 않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을 투하한다. 아나미 육군 장관(야쿠쇼 고지), 스즈키 총리(야마자키 쓰토무) 등은 항복 방송을 막기 위해 황궁과 라디오 방송국을 점거하려 한다. 오카모토 기하치 감독의 1967년작 <일본의 가장 긴 하루>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일본 종전 70주년을 맞아 제작됐다.
[해외 박스오피스] 일본 2015.8.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