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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 이전에 <구스범스>가 있었다. 1992년에 첫 출간돼 4억명이 넘는 전세계 독자를 사로잡으며 아동소설의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한 <구스범스>가 영화로 재탄생했다. 영화 <구스범스>는 200여편에 달하는 원작 시리즈 중에서 몇몇 에피소드를 택해 영화화하는 대신 원작에 등장하는 모든 몬스터와 작가 R. L. 스타인을 캐릭터화하는 전략을 취한다. 또한 호기심 많은 10대 소년을 주인공으로 삼고 반전을 잊지 않는 원작의 관습을 따르고 있다.
엄마와 함께 시골로 이사 온 소년 잭(딜런 미네트)은 아빠와 단둘이 사는 옆집 소녀 헤나(오데야 러시)에게 동질감을 느낀다. 우연히 옆집에서 들려오는 비명을 듣고 헤나가 아버지(잭 블랙)로부터 학대받고 있다고 생각한 잭은 헤나의 집에 잠입한다. 그곳에서 잭은 무심코 <구스범스>를 열어 책 속 몬스터들을 소환하고 만다.
봉인된 존재들이 깨어나며 모험이 시작되는 설정은 기존 영화에서도
책 속 몬스터들이 깨어난다 <구스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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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알렉스(모건 프리먼)와 은퇴한 교사 루스(다이앤 키튼)는 부부가 된 이래 내내 함께 살았던 집을 팔고 이사하기로 한다. 부동산 중개인 조카 릴리(신시아 닉슨)의 도움을 받아 오픈 하우스를 준비하던 와중, 나이든 애완견 도로시가 아파 병원에 데려간다. 또한 집을 열기 하루 전, 브루클린과 맨해튼을 잇는 윌리엄스버그 다리에서는 테러가 의심되는 사고가 발생해 세간이 떠들썩해진다. 알렉스, 루스 부부의 집에는 첫날부터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지만, 집값은 기대를 밑돈다. 도로시의 증세는 심해지고, 테러의 위협은 점점 커진다. 집을 팔고 사는 과정을 거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알렉스와 루스는 각자 과거의 추억을 떠올린다.
TV시리즈 <밴드 오브 브라더스>(2001), 영화 <윔블던>(2004)과 <파이어월>(2006) 등 여러 장르들로 필모그래피를 채운 감독 리처드 론크레인의 새 영화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은 단정한 드라마다. 한국어 제목
과거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단정한 드라마 <브루클린의 멋진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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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빅 쇼트>는 마크 트웨인의 이 명언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뭔가를 확실히 안다고 착각’했던 사람들은 미국의 부동산 시장과 금융 시장이 언제까지고 견고하리라 믿었던 사람들이다.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가 닥쳤다. 2007년에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핵심 원인이었다. 영화는 이러한 위기를 예견한 4명의 금융인이 월스트리트를 상대로 거액의 자금을 챙긴 사연을 전한다. 사회성이라곤 없는 캐피털 회사 대표 마이클 버리(크리스천 베일)는 세계 금융시장의 붕괴를 가장 먼저 예측한 인물로, 골드만삭스를 찾아가 “미국 부동산 시장 폭락에 돈을 걸겠다”고 말해 사람들의 비웃음을 산다. 도이치뱅크의 트레이더이자 영화의 내레이션을 맡은 자레드 베넷(라이언 고슬링)은 대형 투자은행들이 안전자산이라 홍보한 CDO(부채담보부증권)의 부실을 파악하고 내부 정보를 소수의 투자자들에
경제에 무지한 사람들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영화 <빅 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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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징병제를 실시 중인 나라, 이스라엘의 한 사막 부대를 배경으로 한다. 제대할 날이 까마득한 행정반의 여성 부사관 다피(넬리 타가르)와 조하(데이너 이브기)는 컴퓨터 지뢰찾기 게임에서 신기록을 세우는 것이 일상의 유일한 낙이다. 문서를 파쇄하거나 우편 업무를 처리하는 게 그들 업무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이 지루한 군 생활을 견디기 위해 다피는 도시 본부로 옮겨갈 계획을 세우고, 조하는 부대 내에서 첫 남자친구를 사귀기로 마음먹는다. 전출을 향한 다피의 노력이 효과를 봤는지 곧 다피의 자리를 대신할 만한 후임이 부대에 들어온다. 조하도 자신에게 호의를 표하는 동료 군인을 만난다. 의욕이라곤 찾아볼 수 없던 두 부사관은 새롭게 부여받은 군 생활의 ‘동기’를 토대로 무사히 복무를 마치고 ‘제대’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이스라엘 출신의 여성감독 탈야 라비가 연출과 각본을 맡았으며 감독 본인의 경험이 영화의 바탕이 되었다. 영화는 건국 후 전쟁을 일상처럼 치러온 이스라엘이란 나라의
순도 높은 아이러니 <제로 모티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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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갖고 놀던 장난감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주인에게 버려졌거나 분실된 장난감들이 모여 그들만의 왕국을 만들었다. <극장판 꼬마버스 타요의 에이스 구출작전>은 쓰레기 소각장 건너편에 위치한 장난감들의 나라를 배경으로 한다. 빨간 스포츠카 장난감 에이스(김영선)는 두리(정혜옥)의 보물 1호다. 어느 날 두리는 하굣길에 에이스를 잃어버린다. 차도에 떨어진 에이스는 쓰레기 소각장으로 옮겨지고 이내 장난감들의 나라에 실려간다. 에이스는 장난감 나라 여왕을 만난 자리에서 인간인 두리를 옹호하다 감옥에 갇히고 만다. 둘도 없는 친구를 잃고 낙심해 있던 두리는 만능버스 타요(문남숙), 정비사 하나(최하나)와 함께 에이스를 찾아 장난감 나라로 향한다.
서울 시내를 누비며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친숙한 캐릭터로 자리잡은 꼬마버스 타요가 이번엔 스크린 위를 달린다. 러닝타임은 48분으로 짧지만 짜임새 있는 플롯에 반전까지 알차게 들어서 있다. 서울 시내와 가상의 장난감 나라
인간과 장난감의 우정 <극장판 꼬마버스 타요의 에이스 구출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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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 인물을 다룬 영화는 양자택일의 갈림길에 선다. 인물의 전기를 충실히 따라가는 것과 상상력을 부어 새롭게 각색하는 것, 두 성분의 함량을 어떻게 조정하는가에 따라 영화의 톤은 확연히 구분되기 마련이다. 대니 보일과 에런 소킨의 조합에 대해 들었을 때 당연히 후자를 중요시 하리라 어느 정도 짐작했지만 이렇게까지 자유분방하게 해석할 줄은 몰랐다. <스티브 잡스>는 사실 재현의 강박을 버리고 완전히 새롭게 써내려간 이야기다. 에런 소킨은 인간 ‘스티브’에 주목하는 대신 ‘잡스’라는 상징이 우리에게 던져준 것들, 그를 둘러싼 구설들, 대립되는 가치들을 수집해 압축적으로 구성하는 데 힘을 쏟는다.
스티브 잡스는 사업가라기보다는 록스타에 가깝다. 영화 속 표현을 빌리면 “연주자가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인 그의 삶은 무대 위에서 더 빛난다. 대니 보일은 1984년 매킨토시 론칭, 1988년 넥스트 큐브 론칭, 1998년 아이맥 론칭을 위한 세번의 프레젠테이션을 연극의 3막
재현의 강박을 버리고 새롭게 써내려간 이야기 <스티브 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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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Carol
감독 토드 헤인즈 / 출연 루니 마라, 케이트 블란쳇, 사라 폴슨, 코리 마이클 스미스, 카일 챈들러 / 수입 더쿱 / 배급 CGV아트하우스 / 개봉예정 2월4일
일상을 비일상으로 만드는 건 아주 작은 호기심이다. 맨해튼 백화점의 직원으로 일하며 조용한 일상을 유지하고 있는 테레즈(루니 마라)의 눈에 한 사람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무미건조한 결혼 생활에 놓여 있는 캐롤(케이트 블란쳇)이다. 캐롤은 자신을 옥죄는 것들로부터 멀어지려 하고, 테레즈는 캐롤에게로 조금씩 마음이 흐르기 시작한다. 두 여자는 조심스러운 탐색의 시간을 거쳐 점차 가까워지고 테레즈는 새로운 공간으로 떠나려는 캐롤의 여정에 동참한다. 토드 헤인즈가 8년 만에 만든 신작이자 <아임 낫 데어>(2007)에 이어 두 번째로 케이트 블란쳇과 함께 작업한 영화다. 토드 헤인즈는 1950년대 미국의 풍경과 두 여자 사이에 오가는 복잡한 마음을 이전보다 더욱 원숙하고 사려 깊은 시
[Coming Soon] 1950년대 미국의 풍경과 두 여자 <캐롤> Car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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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사람들의 개는 뚱뚱한 경우가 많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외롭기 때문에 개에게 먹이를 지나치게 많이 준다는 거였다. 나와 9년을 같이 사셨던 할머니는 틈만 나면 내게 먹을 것을 주셨지만 나는 딱히 할머니가 외롭다고 생각지 않았다. 실은 잘 모르겠다. 굳이 나이가 많지 않더라도 로봇 청소기에 말을 거는 사람들은 아마 할 수만 있다면 청소기에 먼지가 아니라 음식을 먹이려고 할 것이다. 어쩌면 내가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다.
집에서는 늘 개를 길렀다. 이상하게도 가족들이 전부 개를 좋아했다. 그 덕에 나는 어렸을 때부터 몇년 전까지 늘 개와 함께 지냈다. 개는 일종의 접착제 구실을 했다. 할 말이 없는 사이라도 개를 기른다면 얼마든지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내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언젠가 세 마리의 개를 동시에 키운 적도 있다. 주워오거나 얻어온 개들이었다. 개들은 차례대로 죽었다. 지금은 한 마리만 남아 막내이자 적장자의 구실을 하고 있다. 가족들의 카톡방에서는 늘
[한유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개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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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TV를 보다 눈물을 줄줄 흘린다면, 아마도 SBS <TV동물농장> 때문일 테다. 안타까운 사연이나 심하게 다친 동물의 기적 같은 재활에 감격하지만, 이를 돕는 여러 사람들의 인내와 애정, 책임감이 감정을 고양시키기도 한다. 반대로 방치되거나 유기된 동물의 사연에도 가엾고 안타까운 마음 외에 인간을 향한 분노와 혐오를 함께 느낀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일수록 배후의 인간에게서 감지되는 덕목이나 윤리에 더 예민하고 엄격해진다. 동물 예능 프로그램의 제작진 또한 출연자 무리에 단기 임대 동물이 투입되는 형식의 문제점을 고민하지 않고서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KBS <해피선데이-1박2일>의 ‘상근이’가 ‘국민견’으로 인기를 끈 이래 같은 종의 유기견 증가가 문제가 되었던 것처럼, 동물과 함께하는 삶의 일부만 전시하거나 특정 종에 대한 선망을 부추기는 예능은 더이상 고운 눈으로 보기 어렵다.
JTBC <마리와 나> 역시 강호동식 호형호제 예
[유선주의 TVIEW] 반려인 맞춤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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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시라크>
2015 <헤이트풀8>
2015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2015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2014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2014 <로보캅>
2013 <올드보이>
2012 <장고: 분노의 추적자>
2012 <어벤져스>
2011 <퍼스트 어벤져>
2011 <토르: 천둥의 신>
2010 <아이언맨2>
2009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2009 <스피릿>
2008 <아이언맨>
2007 <1408>
2005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
드라마
2013 <에이전트 오브 쉴드>
2011 <더 마운틴탑>
착한 편인지 나쁜 편인지 아무래도 분간이 안 되는 묘한 미소, 은근히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리드미컬한 웃음소리, 저음과 고음을 자
[새뮤얼 L. 잭슨] 선과 악의 경계를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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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어 맨 인 더 다크>
2015 <구스범스>
2014 <난 지구 반대편 나라로 가버릴 테야>
2013 <레이버 데이>
2013 <프리즈너스>
2010 <렛미인>
2008 <스노 버디즈>
2007 <게임 오프 라이프>
TV
2014 <스캔들>
2014 <에이전트 오브 쉴드>
2013 <세이브 미>
2012 <어웨이크>
2010 <맨 오브 어 서튼 에이지>
2010 <로스트>
2008 <멘탈리스트>
2007 <세이빙 그레이스>
2006 <산타 없는 해>
2005 <프리즌 브레이크>
2005 <드레이크 앤드 조시>
잠시만 눈 돌려도 소년은 금세 어른이 된다. 하지만 아역 출신 배우들은 단번에 어른이 되지 않는 것 같다. 딜런 미네트의 얼굴에도 아직 소년의 앳된 흔적이
[who are you] 훈훈한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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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천국>(1988)의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 올해 1월 신작 <라 코리스폰덴차>(la corrispondenza)로 이탈리아 관객과 만났다. 제레미 아이언스와 올가 쿠릴렌코가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테크놀로지를 통해 사랑의 해답을 찾는다는 점에서 흥미를 유발하는 작품이다. 천문학 교수와 여대생이 사랑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 날 교수가 연기처럼 사라지며 영화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자는 교수가 왜 사라졌는지, 자신에게 왜 돌아오지 않는지, 또 왜 하루에도 몇번씩 그녀에게 영상메시지를 보내는지가 궁금하기만 하다. <라 코리스폰덴차>는 이에 대한 해답을 찾는 여자의 긴 여정을 다루고 있다.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에게 <라 코리스폰덴차>는 수년 전부터 영화화를 꿈꿔왔던 작품이다. 그는 현실의 사랑이 영상메시지로, 이메일로 전송되는 지금 시대의 테크놀로지가 없었더라면 이 영화를 제작하는 건 불가능했을 거라고 말한다. 테크놀로지가
[로마] 테크놀로지를 통해 찾는 사랑의 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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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든 웨스턴은 무정부적이다. 첫 번째 웨스턴의 주인공은 강도였다. 수정주의 웨스턴이라고 해서 다를 건 없다. 아니, 수정주의쪽으로 오면서 더 무정부적으로 변했다. 그렇다고 해서 웨스턴이 정치적 아나키즘에 딱 들어맞는다는 뜻은 아니다. 아나키즘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인 ‘권력과의 관계’에서 그러하다는 말이다. 웨스턴의 주인공은 권력에서 벗어나 자유를 좇는 자들이다. 그들이 말을 타고 어디로 달려가는지 바라볼 필요가 있다. 간혹 그것이 <헤이트풀8>(2015)처럼 지옥으로 판명날 때도 있지만, 웨스턴은 무법자가 찾아가는 공동체의 이상향에 관한 영화다. 기억하라, 웨스턴은 19세기에 관한 이야기다. 이상하게도 관객은 무법자들의 세계를 동경한다. 당신은 언젠가 <내일을 향해 쏴라>(1969)의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를 사랑한 적이 있다. 혹은 <와일드 번치>(1969)의 불한당들은 어떤가. 그런데 또 이상한
[이용철의 영화비평] 이상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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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몇해 전, 마당에 깔아놓은 잔디가 누렇게 죽어가던 초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의 어느 날. 마당 한 귀퉁이의 그네에 어머니와 세련된 투피스 정장 차림의 젊은 여자가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여자는 어린 내가 보기에도 미인이었는데 두 사람은 아주 진지하게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머니와 저 여자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궁금해서 기웃거렸지만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 우리 집과 우리 동네의 내 또래 아이들 집에 교학사의 아동 도서가 배달되어왔다. <세계 전래동화 전집> <어린이 자연 과학 만화 전집> <어린이 글짓기 교실>, 이렇게 세 가지 전집이었다. 우리 집 앞집에 살던 친구 집에도 나와 비슷한 구성의 교학사 전집들이 배달되었는데, 친구의 책들 중에는 나에게 없는 <우주 소년 아톰>이 있었다. 친구에게 빌린 <우주 소년 아톰>을 보다가 가슴이 저릿저릿하는 이상한 감정을 경험했다. 그것은 슬프기도
[오승욱의 만화가 열전] 이것이 만화가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