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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첼로(장 루이 트랭티냥)와 줄리아(스테파니아 산드렐리)는 결혼을 앞둔 커플이다. 어느 날 줄리아가 클레리치 가문의 비밀을 폭로하는 익명의 편지를 받았노라고 말한다. 편지에 따르면 마르첼로의 아버지는 매독으로 인한 정신병을 앓고 있다. 실제로 마르첼로의 아버지는 정신병동에 수감 중이다. 마르첼로는 아버지를 찾아가지만, 그와 화해할 수 없다는 사실만을 확인한 채 돌아선다. 어린 시절 성인 남자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등 ‘비정상’적인 것들에 둘러싸인 채 자란 마르첼로는 ‘정상’적인 것을 추구하며 산다. 줄리아와의 결혼도, 그가 파시스트가 된 것도 당대에는 그것이 평범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마르첼로는 당국으로부터 프랑스로 망명한 은사, 콰트리 교수를 암살하라는 지령을 받는다.
“내게 영화 만들기란 아버지를 죽이는 나의 방식임을 깨달았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은 <순응자>를 만든 지 수십년 후, 다시 이 작품을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서 ‘아버지’는 명
영화의 메시지와 긴밀히 조응하는 세심한 미장센 <순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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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조재현)는 아내 연화(팽지인)와 신혼여행지 파리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더없이 행복한 순간, 상호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연화가 돌연 사라진다. 아내가 인신매매당했다고 생각한 상호는 매춘부 거리에서 그녀의 행방을 수소문한다. 2년이 지나 노숙자로 사는 그는 정처 없이 파리를 떠돌아다니고, 어느 날 밤거리에서 창(미콴락)을 만나, 아내를 잃은 뒤 처음으로 따뜻한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연화의 옆집에 살았다고 말하는 여자가 나타나고, 상호는 마르세유로 걸음을 옮긴다.
전수일 감독의 근작들은 주로 낯선 공간을 배경으로 삼아왔다. 각각 히말라야와 페루에서 촬영한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2008), <콘돌은 날아간다>(2012)는 물론, 한국에서 찍은 <검은땅의 소녀와>(2007)와 <핑크>(2011)도 외딴곳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인물을 비췄다. 전작 <콘돌은 날아간다>에 이어 조재현과 작업한 신작 <파리의
아내를 찾아 파리를 배회하는 남자 <파리의 한국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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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한 지 2년이 되어가는 가장 티에리(뱅상 랭동)는 고용지원센터에 다니며 직업 훈련을 받는 중이다. 이전 회사의 동료들이 전 고용주를 고소하자며 노동조합 가입을 권유하지만, 그는 단호히 거절한다. 티에리에겐 뇌성마비를 겪고 있는 십대 아들이 있다. 저축이 바닥난 상태, 남들보다 더 많은 교육비 지출이 필요한 아들을 위해서라도 그에게 시급한 것은 재정적 회복이다. 여러 차례 입사에 실패한 끝에, 결국 티에리는 할인마트 경비직으로 취업한다. 하지만 이내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다. 누군가를 감시하는 일은 회사의 영업이익과 직결돼 있고, 다른 이들의 잘못을 찾아내는 것이 자신의 진짜 역할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초상>은 스테판 브리제 감독의 여섯 번째 장편으로, 배우 뱅상 랭동과 감독이 함께 작업한 세 번째 영화다. 잔인한 조건에 놓이는 평범한 인물을 뱅상 랭동은 특유의 견고하고도 심플한 연기를 통해 완성한다. 이 작품을 통해 그는 2015년 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
잔인한 조건에 놓이는 평범한 인물 <아버지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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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 Spotlight
감독 토머스 매카시 / 출연 마이클 키튼, 마크 러팔로, 레이첼 맥애덤스, 리브 슈라이버, 존 슬래터리 / 수입 더쿱 / 배급 팝엔터테인먼트 / 개봉예정 2월25일
응당 수호해야 할 정의가 지켜졌을 때, 우리는 그것을 당연한 것이 아닌 감동으로 받아들이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런 세태 속에서 어떤 서사들은 때때로 소중하고 고귀한 역할을 한다. <스포트라이트>는 그런 영화다. 매사추세츠주 가톨릭 교회에서 10여년간 아동 성추행이 빈번히 일어난 사실이 2002년 밝혀진다. 가톨릭과 변호사 단체는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해온 상태다. <보스턴 글로브>의 스포트라이트팀 기자들은 이 사건의 기사화에 착수하며 외압에 맞선다. 아동 성추행 스캔들을 파헤쳐 퓰리처상을 수상한 <보스턴 글로브> 기자들의 실화가 바탕이다. 토머스 매카시 감독 작품으로 배우 마이클 키튼, 마크 러팔로, 레이첼 맥애덤스 등이 진실을 밝히려는 열
[Coming Soon] 퓰리처상 수상한 보스턴 글로브 기자들의 실화 <스포트라이트> Spot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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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가족계획>
2015 <로봇, 소리>
2015 <방 안의 코끼리> 중 <치킨게임>
2014 <야간비행>
드라마
2015 <다 잘될 거야>
2015 <오 나의 귀신님>
“곽시양은 ‘봉선화 연정’ 같은 배우다.” (이송희일 감독)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은’ 노랫말처럼 디테일하게 반응하는, 감정선이 풍부한 배우라는 뜻에서
어느 모로 보나 완전무결 ‘우결형’ 남자다. 187cm의 큰 키, 자상함, 애교 같은 요소가 리얼 버라이어티쇼 <우리 결혼했어요>와 너무나 잘 어울렸던, 곽시양은 그런 남자다. 부드럽고(<우리 결혼했어요>에서 파트너 김소연과 함께일 때), 귀엽더니(<오 나의 귀신님>의 멋진 셰프 서준), 강하기도(<라디오스타>에서 죽어라 눈싸움할 때) 하더라. 트레이드마크인 눈 말이다. 웃는 순간 표정이 만개하면서 특유의 인상을 만들어내
‘착한’ 마스크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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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신선하게 다가오는 제목은 아니다. 음악에 관한 책이 보통 해당 장르의 걸출한 결과물을 소개하는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는 까닭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은 ‘찾아서’에 방점이 찍힌다. <로큰롤의 유산을 찾아서>는 감상과 자료 조사를 통한 결과물보다는 다리품을 팔아 미국 전역을 돌아다녀 로큰롤의 흔적을 두눈으로 목격한 기행문에 가깝다. 많은 부분을 먼 과거에 대해 서술하고 있지만 책의 구성이 시간순이 아닌 지역순으로 배치된 점 또한 기행문으로서의 성격을 강조한다. 저 옛날 블루스가 태동하던 시절까지 시간을 돌려 이제 막 100년에 육박하는 대중음악의 흔적을 구석구석 훑는다. 책을 잠깐 훑어봐도 뮤지션의 모습과 앨범 커버보다 지도, 건물, 팻말, 동상, 묘비 등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듣고 싶은 충동 보다 떠나고 싶은 충동이 앞서는 책이다. <대중가요 LP 가이드북> <폴 매카트니-비틀즈 이후, 홀로 써내려간 신화> 등 독보적인
씨네21 추천 도서 <로큰롤의 유산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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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한 칼럼니스트가 ‘IS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즘이 더 위험해요’라는 글을 발표했다. 반발은 거셌다. 그리고 페미니즘에 대한 세간의 반응이 확 변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권리가 남성의 그것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이들조차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하고 운을 떼던 과거의 풍토가 무색하게도, 버젓이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라고 못 박고 한국의 여성에게 가해지는 온갖 부조리들을 끄집어냈다. 같은 해 4월, 때마침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의 한국어판이 도착했다.
저자 리베카 솔닛은 역사를 거슬러 걷기의 면면을 살핀 <걷기의 역사>(2001), 지난 100년간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발생한 대형 재난을 들여다본 <이 폐허를 응시하라>(2009)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건실한 저술들을 발표해왔다. 현지에서 2014년에 내놓은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는 작가가 그간 여러 저서에서 꾸준히 드러냈던 페미니
씨네21 추천 도서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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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도 그럭저럭 만만하게 지나가는가 싶더니만 결국 동장군이 들이닥쳤다. 월화수목금 손꼽아 기다리던 주말, 걷기만 해도 두볼이 떨어져나갈 듯한 추위에 외출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면, 따뜻한 이불로 몸을 휘감은 채 손가락이 노랗게 물들 때까지 귤을 까먹으며 만화책 삼매경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거창하고 진지한 것보다는 여백이 많은 프레임에 짧은 대사가 간간이 조그맣게 떠다니는 만화 <콩고양이>를 슬쩍 권한다.
<콩고양이>의 이야기는 간단하다. 새끼고양이들 틈에서 데려온 콩알이와 팥알이가 집 안 이곳저곳을 누비며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게 전부다. 많은 애묘만화가 대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을 중심으로 전개된다면, <콩고양이>는 전적으로 콩알이와 팥알이의 행동을 축에 놓고 페이지를 더해간다. 고양이 둘은 쉴 새 없이 재잘대면서 한가로운 집 안을 돌아다니며 거기에 적응한다. 다만 그들의 대화는 사람들에게 그저 ‘냐~’ 정도로만 들릴 뿐이어서,
씨네21 추천 도서 <콩고양이1,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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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의 주인공은 자신이 열살인 줄 알고 살아가는 소년 모모다. 부모의 얼굴조차 떠올릴 수 없는 고아로 자랐지만, 그의 곁에는 삶의 쓰라림을 함께 견디는 친구들이 있다. 과거 몸을 팔아 생계를 유지했던 로자 아줌마는 모모뿐만 아니라 비숑 거리에 사는 창녀들의 아이를 보살핀다. 양탄자를 팔며 평생을 떠돌아다녔던 하밀 할아버지는 비숑에 정착해 모모에게 사랑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그 밖에 모모의 주변은 매춘부, 이주노동자, 고아, 유대인, 아랍인, 범죄자 등 평범한 세상 바깥에 놓인 이들로 가득하다.
소중한 것의 가치는 진창 같은 역경을 딛고 선 후에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다고 했던가. 에밀 아자르는 명확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보편적인 각성을 새삼 강조한다. <자기 앞의 생>에는 제 믿음을 맹목적으로 설파하듯 사랑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모모와 그 이웃들의 삶은 피폐하기 짝이 없지만 소설은 내내 빛을 잃지 않는다. 이야기가 어린아이의 천진한
씨네21 추천 도서 <자기 앞의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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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새해부터 ‘더불어’라는 낱말이 많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변화를 향한 의지를 다지며 더불어민주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한편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으로 손꼽히던 신영복 교수가 세상을 떠나면서 그가 생전에 선보인 저서 중 하나인 <더불어숲>이 다시금 조명을 받았다. 전자가 열띤 찬반을 이끌어낸 데 반해 후자를 둘러싼 반응은 고인에 대한 헌사로 가득했다. <씨네21>의 새해 첫 북엔즈에 놓인 <자기 앞의 생> <콩고양이>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로큰롤의 유산을 찾아서> 역시 함께한다는 ‘더불어’의 뜻과 상통한 내용이 새겨진 책들이다.
로맹 가리는 자신의 소설을 무조건 비난하는 이들의 눈을 피해 에밀 아자르라는 허구의 소설가를 내세워 전세계 문학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로 마음먹는다. 에밀 아자르의 명의로 발표한 두 번째 소설 <자기 앞의 생>은, 어려서 부모와
희망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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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지키기 위해 해외 영화인(관련기사 [국내뉴스] 힘내라, 부산국제영화제!)뿐만 아니라 국내 영화제 관계자들도 나섰다. 지난 23일 저녁 서울아트시네마에 모인 전주국제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DMZ국제다큐영화제 등 국내 5개 국제영화제 관계자들은 부산영화제를 지키겠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부산시가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한 것(관련기사 [한국영화 블랙박스] 보복을 위한 막장 드라마)에 대한 항의 표현이다.
영화제 관계자들은 공동성명서를 통해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빌미로 부산시가 보여준 행태, 작품 선정 과정에 대한 외압과 검열, 이용관 집행위원장에 대한 사퇴 압력과 검찰 고발에 이르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면서 “부산시는 수많은 영화인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얻어낸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공동성명 발표 이후에는 김지
국내 5개 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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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포스트>는 그 동영상에 대해 “굴욕적인 사과”라고 했다. <뉴욕 타임스>는 중국의 ‘자아비판’ 형식을 본뜬 사과라고 했다. 대만의 한 여성은 한글로 작성한 호소문에서 “총만 없다 뿐이지 흡사 IS가 인질을 죽이기 전에 찍는 동영상” 같다며 울분을 토했다.
아이돌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멤버 쯔위의 사과 동영상, 근래 본 동영상 중 가장 끔찍한 영상이었다. 화장기도 없고, 핏기도 없는, 파리한 얼굴의 17살 소녀가 미리 준비된 사과문을 읽어내려가는 1분27초 분량의 영상 속엔 정작 쯔위의 진짜 목소리는 없었다. 그저 정치적 힘의 논리와 자본이 어린 소녀의 등을 떠밀어 연출한 복화술에 다름없었다. 나고 자란 조국의 국기를 흔든 게 그렇게 잘못인가. 쯔위의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 대표는 “부모님을 대신하여 잘 가르치지 못한 저와 저희 회사의 잘못”이라고 말했지만, 자기 나라 국기를 흔들지 못하게 하는 게 잘 가르치는 일인가? 쯔위의 대만
[이송희일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잔혹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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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폴>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있었다. 대충 초등학교 시절이겠거니 하고 검색을 해보니, 1976년에 만들어졌고 우리나라에서는 1984년 KBS에서 방영해 많이 알려졌다고 한다. ‘어른들은 모르는 4차원 세계, 날쌔고 용감한 폴이 여깄다…’를 흥얼거리게 되는 주제가도 한몫했다. 폴이 이상한 나라로 통하는 문을 두드리고 롤러코스터와 같은 터널 속으로 빠져들어갈 때 느끼는 감정은 그야말로 ‘어른들은 모르는’ 것이었다고 지금에서야 고백한다. 평범한 고3 학생인 장단비.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노답’인 인생을 매운 편의점 짬뽕과 컵 떡볶이로 달래면서, 곧 치러야 할 수학능력시험은 ‘폭망’할 거라고 생각하는 여고생이다. 수능 당일 비가 내리는 놀이터를 걷다가 우연히 밟아본 물구덩이가 그녀에겐 이상한 나라로 통하는 문이 되는데…. 그 이상한 나라는 조선시대고, 기우제를 지내는 세종대왕의 앞에 ‘단비’가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세종대왕과 고3 단비의 우정이, 또 사랑이 갖가지 시
[김호상의 TVIEW] 웹드라마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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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리얼>
2016 <검사외전>
2016 <로봇, 소리>
2015 <손님>
2014 <빅매치>
2014 <두근두근 내 인생>
2014 <군도: 민란의 시대> 2013 <방황하는 칼날>
2013 <관능의 법칙>
2013 <변호인>
2012 <마이 리틀 히어로> 외 다수
드라마
2016 <기억>
2015 <구여친클럽>
2015 <화정>
2014 <미생>
2013 <미스 코리아>
2012 <골든 타임>
2012 <더킹 투하츠> 외 다수
“소리, 깨워라. (웃음)” 인터뷰 시작 전. <로봇, 소리>의 주연배우 이성민이 카페 한쪽에 있던 ‘소리’라는 이름의 로봇을 보며 말을 건다. 모르고 들으면 꼭 손님을 맞는 아버지가 자고 있는 자식을 깨우는 소리 같다. 그 말을 용케도
[이성민] 인간 이성민의 연장(延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