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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은 1049호부터 부산국제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요구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지지 캠페인을 매주 게재하고 있습니다. 이주의 지지자는 배우 정하담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데뷔작 <들꽃>(2014)과 <스틸 플라워>(2015)로 관객에게 ‘배우 정하담’의 이름을 알린 만큼 그 애정은 큽니다. 앞으로도 독자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들꽃>(감독 박석영)은 내 첫 영화였고 <들꽃>이 초청받은 첫 영화제가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였다. 그전에는 영화제에 가본 적이 없어 그곳이 어떤 곳인지 상상해봐도 감이 안 잡혔다. 그저 어렸을 때 가봤던 춘향제 등 지역 축제를 떠올리면서 왁자지껄하고 활기찬 축제일 거라고 생각했다. 인터넷 기사로 보던 레드카펫 사진들을 알고는 있었지만 내가 가는 부산영화제는 그 부산영화제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 레드카펫 위를 걸어야 한다는 메일을 받았을 때는 당황스럽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켜주세요] 부산을 상실할까 두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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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출판사 갈리마르에서 인류의 문화유산을 종합 정리한다는 취지로 1986년부터 펴냈다는 데쿠베르 총서.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부터 시공디스커버리 총서라는 이름으로 번역 출간되었던 바로 그 책인데, 지금은 없어진 강남역 지하 동화서적에서 이 책을 한권씩 사들였던 기억이 난다. <마야, 잃어버린 도시들> <연금술> <부두교, 왜곡된 아프리카의 정신> 등의 책을 사고, 소파 한구석에 파묻혀 지식을 충전했었다.
XTM에서 이미 240회 남짓 방송되고 있는 <가제트: Guy’s Academy>에는 온갖 종류의 지식이 가득하다. ‘남자들이 알고 싶은 모든 비밀이 밝혀진다’는 프로그램의 캐치프레이즈도 그렇고, 가제트(gadget)라는 영어 단어와 가제트 형사를 블렌딩한 것 같은 프로그램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로 남자들이 궁금해할 법한 주제들을 선정하고 있다. 최면이나 피라미드, 스니커즈의 역사나 에너지 드링크의 효시 레드불을 거쳐 셜록
[김호상의 TVIEW] <가제트: Guy’s Academy> 그냥 궁금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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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이 김선달>
제작 (주)엠픽처스, SNK 픽처스 / 감독 박대민 / 출연 유승호, 조재현, 고창석, 라미란, 시우민 / 배급 CJ엔터테인먼트 / 개봉 7월
상상이나 해봤던가. 대동강을 팔아치운 봉이 김선달. 누구나 아는 민담의 주인공이 스크린 속으로 걸어들어올 줄. 능청스러운 희대의 사기꾼을 연상할 때 감히 유승호를 떠올리지는 못했다. 김선달 아들 같은 ‘김선달’의 캐스팅! 박대민 감독은 ‘젊고 천재적이고 뻔뻔하고 유능한’ 21세기적 김선달 캐릭터를 창조함으로써 지난 몇 세기 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김선달이란 인물을 향한 선입견에 일격을 가한다. 위풍당당, 도포 자락 휘날리며 등장하는 김선달을 통해서 우리가 기대해도 좋은 것은 그리하여, 여름 시장을 책임질 대규모 스케일의 블록버스터다. 김선달이 가는 곳곳 강이 범람하고, 기물이 폭파되는 장면의 속출. 도무지 김선달 혼자 감당할 스케일은 아닌 터라 ‘<오션스 일레븐>스럽기’ 짝이 없는 사기패도 등장한다.
[Coming Soon] ‘젊고 천재적이고 뻔뻔하고 유능한’ 21세기적 김선달 <봉이 김선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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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강렬한 데뷔가 있을까. 1500 대 1의 오디션을 뚫은 박찬욱 감독의 새로운 뮤즈이자 스크린의 뉴 페이스 김태리. 박찬욱 감독은 그녀를 두고 “위엄이 있고, 주눅 들지 않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고, 상대배우 김민희는 “신인배우와 연기한다는 느낌이 전혀 없이, 자기 몫을 하는 배우였다. 용감하고 담대하며 깡이 있는 친구”라고 평한다. 실제로 마주한 그녀는 아이같이 천진한 눈과 짙은 눈썹, 완고해 보이는 입매를 지녀, 소녀의 순수함과 여인의 강인함이 어우러진 미인이었다. 그런데 입을 열자, 또래의 언어와 꾸미지 않은 웃음들이 경쾌하게 쏟아져 나온다. 칸 입성에 대한 소감도 즐거이 밝혔다. “유럽엔 처음 가보는 건데, 첫 입성을 이렇게 칸으로 하다니. 러키걸이다. (웃음)” 그녀는 자신에게 향한 기대감에 짓눌리지 않고, “신인배우의 특권”을 잘 누렸다. “모르는 게 있거나 이해가 가지 않는 게 있으면 감독님께 꼭 이유를 묻곤 했다. 감독님의 의도를 확실히 이해해야 작은 뉘앙스도
[커버스타] 숙희, 언제나 강한 아이 - <아가씨> 김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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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은 한손으로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담뱃갑을 옆으로 살짝 밀었다. “그가 가고자 하는 곳에 장애물이 있다면 이걸 치워서 목표까지 가는 사람. 코우즈키는 그런 인물이다.” 영화의 초반부에는 백작(하정우)의 입을 통해 코우즈키에 대한 좀더 자세한 정보가 드러난다. “일본 밀수품을 뇌물로 써 고관대작 통역을 도맡아 한일합병 때 공이 컸다. 그 일로 금광채굴권까지 따낸 뒤, 아예 일본인이 되고 싶어 일본의 몰락한 귀족 딸에게 장가들어 아내의 성을 따라 코우즈키가된” 그다. <아가씨>에서 조진웅이 연기한 코우즈키는 히데코(김민희)의 이모부이자 후견인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잠깐 언급된 단서를 따라 추측하자면 코우즈키는 욕망이 무척 강하고, 원하는 것이 있다면 반드시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남자다.
영화에서 코우즈키는 히데코, 숙희, 백작 등 주요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한국말을 거의 쓰지 않는다(물론 코우즈키가 한국말을 쓰는 장면이 몇 있지만, 어떤 장면인지 자세하게 밝
[커버스타] 코우즈키,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인물 - <아가씨> 조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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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케이퍼무비 같았다.” 하정우는 <아가씨>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사건의 설계자로서 백작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나 보다. 그가 맡은 백작은 하녀 숙희(김태리)를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에게 보내 그녀의 상속 재산을 가로채려는 계획을 꾸민다. 백작의 계획에서 출발한 사건이 극적이고, 캐릭터가 사건을 주도적으로 끌고 간다는 점에서 “캐릭터영화 같은 느낌도 받았다”고 한다. 또 “사건이 전개되면서 백작의 행동과 감정이 계속 변화한다는 점에서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마침 <롤러코스터>(2013), <허삼관>(2015) 등 두편의 영화를 연출한 감독으로서 “박찬욱 감독의 현장에서 무언가를 보고 배울 수 있지 않을까라는 호기심도 작용”했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하정우와 박찬욱 감독의 첫 만남이 성사되기까지 긴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멋진 하루>(2008)의 병운처럼 보였으면 좋겠다.” <아가씨>를 촬영하기
[커버스타] 백작, 서사를 단단하게 지탱하는 척추 - <아가씨> 하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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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생 ‘아가씨’다. 나긋한 걸음걸이, 귀 기울여야만 들리는 자분자분한 목소리의 김민희에게선 한폭의 유화 속 양산을 든 여인 같은 귀티가 서려 있었다. <화차>의 김민희에게서 “귀족적 우아함과 차가운 침착함”을 읽어내고, 그녀를 ‘아가씨’로 낙점한 박찬욱 감독의 심정이 십분 이해가 가는 순간이다. 박찬욱 감독에게 <아가씨>의 시나리오를 받은 김민희는 귀족 아가씨 ‘히데코’에게 매혹됐다. “전작의 캐릭터들보다 복합적이고 감정의 폭이 넓더라. 한 영화에서 이렇게 다양한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캐릭터는 만나기 쉽지 않다. 배우로서 욕심나는 인물이었다.” 그녀는 히데코의 성장 과정과 이면의 본질에 집중했다. “히데코는 어린 시절부터 억압받으며 자라온 인물로, 순수하면서도 양면성을 지녔다. 연기할 때 그녀의 본질적인 순수성을 살려내는 데 주력했다.”
물정 모르는 순진한 아가씨지만, 마음속엔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히데코. 알 듯 모를 듯 신비한 일본의 귀족 아가씨가
[커버스타] 히데코, 그녀의 다양한 스펙트럼 - <아가씨> 김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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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는 막대한 부를 상속받은 귀족 아가씨(김민희)와 그녀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그에게 고용된 하녀(김태리) 그리고 아가씨의 후견인(조진웅)에 대한 이야기다. 전작들처럼 금기를 넘어선 감정을 모티브로 하는 영화는, 속고 속이는 관계 속에서 내밀히 싹트는 사랑과 배신, 그리고 거짓과 진실의 미로에 인물들을 몰아넣는다. 하녀의 시점에서 보여지는 1부, 아가씨의 시점에서 보여지는 2부는 세라 워터스의 원작 <핑거스미스>와 비슷하지만, 전지적 시점에서의 3부는 원작보다 명쾌하며 진취적이다. 원작과 또 하나 달라진 점은 아가씨와 하녀의 이야기에 백작과 후견인의 역할이 커지며, 이야기를 그려낼 팔레트의 칸을 넓혔다는 것. 대립항이 커진다는 것은 역으로 진보적인 포즈를 가능케 한다는 것이니 원작의 팬이라도 남성 캐릭터의 지분이 커진 데 대한 노파심은 내려놓자. 각각 다른 색채의 칸을 채워내며 다양한 욕망의 층위를 아우를 얼굴로는 신구 배우들
[커버스타] 거짓과 진실의 미로 - <아가씨> 김민희, 하정우, 조진웅, 김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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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지하우스 광화문이 임대차 계약 만료로 5월12일에 영업을 종료했다. 서울 압구정과 명동에 이어 2007년 12월13일 현재의 중구 태평로에 광화문점이 문을 연 지 햇수로 10년 만이다. 개관작 <카모메 식당>(2006)을 시작으로 일본의 인디영화들을 꾸준히 상영해오며 색깔 있는 영화관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스폰지하우스 광화문의 담당자는 “예술영화관이 수입을 내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스폰지하우스 광화문도 운영상의 어려움이 계속돼왔다. 마침 재계약 시점이어서 이때 정리를 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덧붙여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금이 끊긴 것이 영업 종료의 큰 원인이었다는 일부 보도는 바로잡겠다. 이미 2014년부터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30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씨네코드 선재가 폐관한 데 이어 종로와 광화문 일대의 독립, 예술영화 상영관들이 사라지거나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인디나우] 스폰지하우스 광화문 개관 10년 만에 영업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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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앵그리버드 더 무비>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정훈이 만화] <앵그리버드 더 무비> 제자로 받아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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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世界から猫が消えたなら
감독 나가이 사토시 / 출연 사토 다케루, 미야자키 아오이, 하마다 가쿠
고양이와 둘이 사는 우편배달부 나(사토 다케루)는 종양 4기 진단을 받는다. 그리고 그날 나와 똑같이 생긴 악마가 하루를 더 사는 조건으로 세상의 무언가를 하나씩 없앤다고 제안한다. 며칠이 지나, 악마는 어머니와의 추억이 깃든 고양이를 사라지게 하겠다고 말한다. <악인>(2010), <늑대아이>(2012) 등 수많은 흥행작의 프로듀서 가와무라 겐키가 쓴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작품.
[해외 박스오피스] 일본 2016.5.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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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더 하우스 댓 잭 빌드>를 연출한다
=연쇄살인마 잭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앤더스 템펠먼이 각본을 맡았다. 2편으로 나눠 제작되며 2016년 가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샤이아 러버프가 <보그 vs 매켄로>에 캐스팅됐다
=1980년대 테니스계의 위대한 라이벌 비욘 보그와 존 매켄로의 1980, 81년 윔블던 결승전을 그린 이 영화에서 샤이아 러버프는 스타플레이어 존 매켄로 역을 맡았다. 올가을 촬영을 시작해 내년 개봉을 목표로 한다.
-엘렌 페이지가 좀비 호러영화에 출연한다
=신예 데이비드 프레이니 감독이 연출을 맡은 <제3의 물결>은 좀비 바이러스 치료법이 발견된 이후에도 계속되는 정부의 통제로 가족과 헤어져야 하는 상황을 담은 영화다. 올해 말 아일랜드에서 촬영을 시작한다.
[댓글뉴스] 샤이아 러버프 <보그 vs 매켄로> 캐스팅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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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주문.
매혹적인 말이다. 그 주문은 두 단어로 이루어져 있다. 영어로 “I remember”, 즉 “나는 기억한다”면 충분하다. 화가이자 에세이스트로 60년대 말 활발히 활동했던 조 브레이너드는 기억과 글쓰기에 시동을 거는 주문, “나는 기억한다”를 발견했고, 이 주문은 이후 미국 전역에서 수많은 글쓰기 강습에서 활용되었다. 책 <나는 기억한다>는 두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폴 오스터는 그 영화 중 한편을 제작했으며 “지난 35년 동안 일고여덟번은 읽었지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말 간단하다. 당신은 이제 빈 문서파일을 하나 열어 “나는 기억한다, ~을”이라고 한 문장씩 적어가면 된다. 나의 기록을 만드는 것 이상으로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역시 이 방법을 발견한 이의 오리지널리티라고 부를 수 있으려나. “나는 기억한다, 우리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배우는 리타 헤이워스였던 것을.” “나는 기억한다, 금발에 햇빛이 너무 눈부시게
[도서] 글쓰기의 주문 <나는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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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7일 새벽, 강남역 대로변에 위치한 상가의 남녀공용 화장실에서 23살 여성이 칼에 수차례 찔려 살해당했다. ‘묻지마 범죄’라고 언론에서 보도된 이 사건은, 범인인 30대 남성이 1시간 넘게 여자가 들어오기를 기다렸으며 흉기로 쓴 칼을 전날 준비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여성을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라 부르는 게 맞다. 남녀를 불문해 범행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세상 참 좋아졌다고들 한다. (여성혐오가 아니라) 남성혐오를 걱정해야 한다는 목소리, 기가 죽은 남성이나 여성에게 무시당하는 남성을 근심하는 기사들이 매일같이 쏟아진다. 정말 그런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매체는 여성의 해방이 기정사실이고, 여성이 실제보다 더 강하고 유능하며 성적으로 주도적일 뿐만 아니라 실제보다 더 대담하고 존경을 받는다고 여성들에게 계속해서 강조한다.”(<배드 걸 굿 걸>) 미디어가 드라마나 쇼 프로그램을 통해 대단한 ‘여풍’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여주는 것과 달리 현실의 여성은 남성보다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진화된’ 성차별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