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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3세 레나(박기림)는 고향 땅을 밟기 위해 병중임을 숨기고 시골 노총각 순구(김재만)와 결혼해 한국으로 온다. 이미 아내를 잃은 경험이 있는 순구는 레나를 다정히 보살펴주고, 레나는 점점 순구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레나는 사교를 위해 한국어 교습소에도 다니고, 서울에서 내려온 사진작가 한성(최호중)에게 사진 찍는 법도 배우며 시골 생활에 적응해간다. 하지만 서로에게 속내를 털어놓지 않는 와중 레나의 병증이 도지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둘의 본심이 드러나고 만다.
혼기를 놓친 한국의 총각과 외국의 어린 여자 사이에 성립된 매매혼을 순박한 시골 로맨스로 그려냈다는 점은 약간의 불편함을 안긴다.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순구를 속이고 결혼한 레나의 기만적인 태도, 매매혼에 가책을 느끼지 않는 시골 총각(과 그 가족)들의 모습은 분명히 존재하는 한국 사회의 부정적인 면이기도 하다. <레나>의 인물과 이야기는 <파이란>(2001), <선물>(2001
설렘과 호기심의 감정을 연기한 배우들의 호연 <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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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와의 전투가 한창인 19세기 영국. 베넷가의 둘째딸 엘리자베스(릴리 제임스)는 무술을 연마하며 좀비들의 습격에 대비한다. 어느 날 마을을 방문한 재력가 빙리(더글러스 부스)가 무도회를 연다. 엘리자베스는 빙리의 친구이자 좀비 사냥꾼인 다아시(샘 라일리)를 만나지만 서로의 마음을 나눌 새도 없이 무도회장은 좀비들의 습격으로 엉망이 된다. 이후에도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관계는 서로에 대한 오해와 편견 그리고 좀비들의 방해로 쉽사리 좁혀지지 못한다. 급기야 좀비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법이 있다고 말하는 위컴 중위(잭 휴스턴)가 엘리자베스에게 접근하면서 일이 커진다.
영화의 원작은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의 소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다. 제인 오스틴의 명작 <오만과 편견>을 좀비물로 변형한 스미스의 소설은 2009년 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원작에 충실한 영화는 신분과 부에 의해 신랑감이 결정되는 계급사회의 여성들을 무술에 능한 여전사로 바꿔놓았
여전사로 탈바꿈한 계급사회 여성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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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비안(골로 에울레)은 옛 애인 도로(루이즈 헤이어)를 잊지 못해 직장까지 그만두고 그녀가 사는 리스본으로 향한다. 몇 차례 서먹한 대화를 나눈 뒤 둘은 다시 관계를 이어가기로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익숙했던 문제가 반복된다. 질투가 심한 파비안이 도로가 바람을 피운다고 다시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파비안도 자신의 문제를 알고 있지만 집착은 갈수록 더 심해져가고 도로는 파비안의 이런 행동 때문에 힘들어한다.
독일 출신의 요나스 로틀랜더 감독의 장편 극영화 데뷔작인 <파두>는 겉으로 보기에 단순한 이야기를 갖고 있다. 남자는 여자에게 극단적으로 집착하고 여자는 그런 남자에게서 멀어지려 한다는 게 이야기의 전부다. 이때 영화가 방점을 찍는 건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남자의 뒤틀린 심리다. 남자는 자신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지만 그런 자신을 통제할 수 없다. 그는 애인을 사랑하는 동시에 미워하고 그녀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으면서도 그녀의 변심을 어떻게든
모순적인 심리 묘사가 만들어내는 인상적인 순간들 <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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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내 소냐가 세상을 떠났다. 반평생을 보낸 직장에선 예고도 없이 해고 통보를 받는다. 59살의 오베(롤프 라스가드)는 아내의 묘지에 서서 ‘곧 당신 곁으로 가리라’는 말을 남긴다. 천장에 고리를 박고, 고리에 밧줄을 걸고, 그 밧줄에 목을 매려는 찰나, 앞집에 새로 이사 온 파르바네(바하르 파르스) 부부가 말썽을 부린다. 후진을 잘못해 오베의 잔디를 망쳐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다리를 빌려달라, 병원에 데려가달라며 번번이 오베의 대문을 두드린다. 몇번의 자살 시도 실패 후 오베는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던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코앞에서 다른 사람이 선로로 떨어진다. 멀뚱히 서서 핸드폰 카메라만 들고 있는 사람들을 대신해 오베는 선로로 뛰어들어 사람을 구한다. 자신이 죽으려다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고 만 오베는 투덜거리며 집으로 돌아온다. 죽는 것이 이토록 힘든 일인 줄 오베는 미처 몰랐다.
스웨덴으로부터 온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영화의 원작이다. 영화
스웨덴으로부터 온 베스트셀러 소설 원작 <오베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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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의 노인이 된 홈즈(이언 매켈런)가 일본에서 돌아온다. 홈즈는 최근 노인성 치매 증상을 겪으면서 기억력 감퇴에 시달린다. 그 증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의 이름조차 깜빡하기 일쑤다. 그는 소매에 사람의 이름을 적어두고 슬쩍 커닝하며 자신의 치매를 감춘다. 다행히 홈즈의 곁에는 집안일을 돕는 먼로 부인(로라 리니)과 그녀의 아들 로저(마일로 파커)가 있다. 왓슨 박사가 남긴 책을 통해 홈즈 이야기를 접한 로저는 몰래 홈즈의 서재를 드나들며 그의 수기를 훔쳐본다. 로저의 호기심과 재촉으로 인해 홈즈는 잊고 있던 자신의 마지막 사건을 떠올린다.
추리 소설가 코난 도일은 시골 마을에서 양봉하며 지내는 은퇴한 노인으로 홈즈 캐릭터에 작별을 고했다. 소설가 미치 컬린은 코난 도일이 끝낸 지점을 출발점으로 삼아 <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을 썼다. <미스터 홈즈>의 원작이 된 건 이 소설이다. 노인성 치매에 시달리는 노쇠한 홈즈는 애잔한 감정을 불러온다
백발의 노인이 된 셜록 홈즈 <미스터 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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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는 날 때부터 앞을 볼 수 없었다. 시신경에 문제가 있었고, 수술로도 어찌할 수 없었다. 예지는 듣지도 못한다. 천둥 번개가 심하게 치던 여름밤, 천둥소리에 깬 부모는 예지가 주위의 소란에 반응하지 않고 곤히 잠들어 있는 것을 보고 그녀의 청각에 문제가 있음을 처음으로 인지했다. 그때 예지 나이 3살이었다. 현재의 예지는 18살, 사춘기를 통과하고 있다. 하지만 어머니 김미영씨에게는 여전히 다 큰 아이일 뿐이다.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딸과의 소통은 여전히 요원하다. 어머니는 매일 예지의 일상을 일기장에 기록한다. “우리가 보기엔 아무 이유 없어 보이지만 뭔가 메시지가 들어 있을” 행동들을 관찰한다. 웃고, 춤추고, 매달리고, 자학하는 행동들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예지의 언어를 해석하려 한다. 예지는 햇살을 느끼고, 바람을 느끼고, 온 가족이 모인 집안의 따스한 공기도 느끼지만 감각을 의사로 전환하지는 못한다. 다큐멘터리 <달에 부는 바람>은 서로에게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딸과의 소통 <달에 부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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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중국의 고립된 산골 마을. 사연을 알 수 없는 한 가족이 찾아든다. 비밀을 숨긴 듯한 가족의 모습에 마을 사람들은 경계를 풀지 않는다. 어느 날, 마을 청년 한총(왕쯔이)이 설치한 덫에 걸려 가족의 가장 라홍(여애뢰)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한총은 혼자 남은 아내, 홍시아(량예팅)와 어린아이들을 돌봐주기로 결심한다. 청각장애인인 홍시아의 사려 깊은 모습에 한총은 점점 사랑을 느끼지만 마을 사람들은 홍시아를 쫓아내기 위한 계획을 꾸민다.
래리 양 감독의 영화 <산이 울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풍경’이다. 끝없이 이어진 겹겹의 높은 산들과 그 사이를 구불구불 연결한 절벽의 길들이 마치 한폭의 산수화처럼 펼쳐진다. 모래바람의 건조함과 쾌청한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살의 강렬함마저 카메라에 담으려는 노력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아름다움을 넘어서 숭고하기까지 한 이 풍경은, 그러나 사람들에겐 더없이 가혹한 고립의 공간으로 작동한다. 별다른 사건을 만들어 넣지 않
비밀을 숨긴 듯한 한 가족과 마을 사람들 <산이 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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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9일 한국영상자료원 파주보존센터가 개관식을 가졌다. 한국영상자료원이 지난 2009년부터 건립 계획을 세운 이래 7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만들어진 공간이다. 부족한 보존 공간을 확보하는 동시에 영상자료원의 보존, 복원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청사로서의 기능을 한다. 오픈 직전 파주보존센터를 찾았다. 지하 1층, 지상 4층의 건물 곳곳을 빠짐없이 돌고, 보존센터의 전문 인력들과 만났다. 지난 영화를 되살리고 보존하기 위해 모인 인력, 그리고 필름의 생명 연장과 응급처치를 위해 마련된 아날로그 장비부터, 서기 2016년의 최첨단 장비가 함께 모여 있는 이곳에서 ‘시대’라는 말이 무의미해졌다. 한국영화의 역사와 미래에 생명을 부여하는 신성한 공간에, 외부인으로는 처음으로 발을 디뎠다. 0~5도를 유지한다는 필름보존고에 들어섰는데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경험이었다.
“땅 보러 여기저기 참 많이 다녔다. (웃음)” 파주보존센터 오픈을 사흘 앞둔 날, 파주보존센터 앞에서 만난 조소
[스페셜] 한국영화가 머물 새로운 공간, 한국영상자료원 파주보존센터 문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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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밤의 서정을 만끽할 수 있는 장, 올해도 ‘설렘’, ‘울림’ , ‘어울림’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제4회 무주산골영화제가 열린다. 27개국에서 찾아온 82편의 영화들이 다섯개 섹션으로 나뉘어 관객을 기다린다. 김태용 감독이 연출한 개막작 <2016 필름 판소리, 춘향뎐>이 영화제의 문을 연다. 신상옥 감독의 <성춘향>(1961)을 소리꾼 이소연, 손성제 음악감독이 합심해 판소리 무대 공연으로 꾸몄다. 현대적인 사운드로 재해석된 <춘향전>에 귀를 기울여보자.
한국 장편경쟁부문인 창(窓) 섹션에선 두편의 월드 프리미어 작품을 포함한 열편의 영화가 소개된다. 무주에서 처음 공개되는 두편은 김이창 감독의 <어린이 정경>과 김광복 감독의 <사월의 끝>이다. <어린이 정경>은 다양한 마음의 병으로 고통받는 여섯 사람이 치유를 위해 모여 시간을 나누는 과정을 그린다. 결핍이 있다고 생각하는 여섯명은 상처받은 마음을 회복하고자
[영화제] 제4회 무주산골영화제 6월2일부터 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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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유럽단편영화제가 5월19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성북구 아리랑시네센터와 KU시네마트랩에서 열린다. ‘우리, 가족입니까’ 라는 주제로 유럽의 30개국 37개 지역에서 날아온 41편의 단편영화들이 모였다. 각 영화들은 7개 섹션으로 나뉘어 관객을 만난다. 개막작인 아일랜드영화 <성장>은 이혼 뒤 딸과의 사이가 소원해진 핀탄이 관계의 진전을 모색한다는 내용이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하는 올해 영화제의 주제와 연결된다.
가족 내 갈등과 차이에는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가족놀이’ 섹션의 작품들은 전통적 공동체로서의 가족을 바라보는 현대적 시선을 담고 있다. <아가씨의 날>은 일종의 역할놀이를 통해 가족 구성원과 혈연으로 묶이지 않은 외부인 사이의 긴밀한 교류를 보여주며, <믿어줘>는 가족들의 단결로 문제의 해결을 꾀한다. 한 아이가 제대로 된 인간으로 자라기 위해선 가정 내 관계가 중요하다. ‘아이는 언제나 옳다’ 섹션은 여러 유형의
[영화제] 제4회 유럽단편영화제 5월19일부터 열흘간 아리랑시네센터와 KU시네마트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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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포럼2016이 5월26일부터 6월2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와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다. 21회를 맞은 인디포럼은 작가들의 자율적인 참여로 꾸려지는 비경쟁 영화제다. 올해는 몇 가지 변화가 있다. 지난해까지 9년간 인디포럼을 이끌어온 이송희일 감독의 뒤를 이어 박홍준 감독이 새 의장을 맡았다. 기존의 상영작 프로그램 운영과 더불어 새롭게 선보이는 야심찬 프로젝트가 둘 있다. 하나는 김곡, 백재호, 이송희일 등 인디포럼 작가들이 미디액트와 함께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영화 만들기 워크숍 ‘작심사일’을 진행한다. 독립 극, 다큐멘터리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해 영화 제작의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총 30명이 참여해 10편(다큐멘터리 6편, 극영화 4편)의 작품을 만들었다. 영화제 기간 중에 ‘작심사일’ 섹션을 따로 만들어 영화의 상영 및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다. 또 하나는 ‘인디포럼 제작지원’이다. 인디포럼이 응원하고 지지하는 작품에 소정의 제작비를 지원해
[영화제] 인디포럼2016, 서울아트시네마와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6월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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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사실상 공화당 후보”로 불리는 날이 다가왔다.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 비용을 대부분 스스로 충당해왔고 자급자족이 가능한 그의 캠페인 운영방식은 자랑거리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미국 대선에서 펀드레이징으로 모이는 천문학적인 금액은 당선을 가늠케 하는 지표의 하나이기에 제 아무리 트럼프라 한들 펀드레이징을 소홀히 할 수는 없는 법이다. 5월 현재 힐러리 클린턴의 모금액은 2억5600만달러를 넘어섰으나, 트럼프 캠프의 모금액은 5100만달러에 불과하다. 그래서인지 트럼프 진영은 오는 5월25일 로스앤젤레스를 시작으로 10억달러를 모금하는 50회의 행사를 시작한다. 특히 트럼프가 선거자금 관리 담당으로 할리우드 제작자이며 재정 전문가인 스티븐 누친을 선택한 이후로, 할리우드에서는 누가 이 행사에 참석할까를 두고 관심이 모이고 있다. 랫팩-듄 엔터테인먼트의 설립자 중 하나인 누친은 <아바타> <엑스맨> 프랜차이즈, <레고무비> &l
[L.A] 할리우드 겨냥한 트럼프의 전략적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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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결말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곡성>(哭聲)은 제목 그대로 ‘소리’에 관한 영화다. 한 인간이 두 귀신을 각각 만나 목소리를 듣는다. 들리는 대로 들었으면 될 텐데 그는 그러지 못했다. 그게 ‘곡소리’를 낳는다. 구약에 나오기를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했다’고 했다.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는 데 사용한 것은 ‘말씀’이다. 물론 내 입에서 터져나오는 말과는 분명 다른 어떤 것이겠으나, ‘그’는 자기 손으로 이것저것들을 직접 세우진 않았을 것 같다(만약 그랬다면 그는 끝없는 육체적 피로를 안고 사는 노동자 계급을 만들지 않았으리라). 기독교를 믿든 안 믿든 말이란 소중하다. 성경, 불경, 코란, <소크라테스의 변명> 등 소중한 책은 말에서 시작되었다. 성자는 오직 말로 마음과 뜻을 전했고, 그의 제자들이 문자와 책으로 그것을 남겼다. <곡성>은 영화를 열기 전 누가복음의 몇 구절을 먼저 전한다. 예수는 자기 살과 뼈를 보고서도 왜 마음에
[이용철의 영화비평] <곡성>의 종구가 저지른 실수는 무엇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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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의미로 무서운 데뷔작이자 그해의 영화였던 나홍진의 <추격자>(2008)를 심야에 보고 홀로 돌아가던 길을 기억한다. 서사의 내부 논리와 작동에 무리가 없는, 제목 그대로 시종일관 내달리는 영화였지만 영화가 끝나자 남겨진 감정은 ‘모호함’이었다. 놀랍게도 이 잘빠진 스릴러는 악(惡)이 끝내 처벌받아 나름대로 세상의 정의가 지켜졌다고 착각하게 하는 영화가 전혀 아니었다. 관객이 영화에서 영민(하정우)의 악과 그 원인, 이유를 이해할 방도는 없다. 그가 조카의 머리에 남겨놓은 상처와 거처했던 반지하의 벽에 그려놓은 그림 정도가 결코 설명되지 않는 악의 내면에 대해 영화가 묘사한 전부다. 희생자의 딸을 바라보는 중호(김윤석)의 모습과 창문 너머 서울의 밤하늘을 배치한 엔딩 컷이 결국 전해준 건, 이유 없는 악에게서 누구 하나 온전히 지켜내지 못하는 이 세계의 절망과 돌아가거나 나아갈 곳 없는 모호한 감정이었다.
관객이 길을 잃게 하는 일
이 ‘모호함’은 최근 한국영화에
[박수민의 오독의 라이브러리] <엑소시스트>, <소서러>, <곡성> 악(惡)의 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