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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말부터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 경쟁하듯 달나라 탐험에 총력을 기울이는 동안, 프랑스인들은 개척되지 않은 또 다른 세계로의 여행에 깊이 매료되어 있었다. 프랑스인이라면 1950년대부터 80년대 말까지 자크 이브 쿠스토가 전하는 바닷속 나라의 신비로운 영상을 보며 달콤한 주말을 보내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대통령 이름은 잊어버릴지언정 쿠스토의 이름은 잊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그의 유명세는 대단했다. 스쿠버다이빙의 창시자이기도 한 그의 존재는 국경을 넘어 달세계에 빠져 있던 미국인들까지 흥분시켰다. 잠깐 옆으로 새자면 시트콤 <프렌즈>의 피비(리사 쿠드로)가 난데없이 “난 자크 쿠스토를 사랑해”라고 외쳐 웃음을 자아냈던 순간을 기억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고, 웨스 앤더슨의 영화 <스티브 지소와의 해저 생활>에서 지소 역을 맡았던 빌 머레이가 쓴 빨간 모자가 쿠스토의 모자를 차용했다는 사실을 아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이런 국가적 영웅의 일생을, 철없
[파리] 국민 영웅 자크 이브 쿠스토의 일생을 담아 순조롭게 흥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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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홍상수는 리얼리즘의 감각으로 본질을 이야기한다. 늘 그랬듯 남자주인공은 우유부단하고, 그 때문에 여러 사건들이 생긴다. 술에 취할 때만큼은 용감해지는 인물들의 성향도 여전하다. 영화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을 지배하는 것은 술, 사랑, 충동적 행동들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술 취한 주인공이 쟁취하는 대상은 이전과는 다르다. 주인공 영수(김주혁)는 눈앞에 앉은 여성을 갈구하지 않은 채 자신이 원하는 것이 ‘눈앞에 없단 사실’을 깨닫고 절망에 빠진다. 이 점에 주목해 영화를 살피려 한다. 절망과 깨달음이 현실을 바꿀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이 작품은 진지하게 파고든다. 나아가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만일 현재의 상태를 그저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사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라고. 이 질문은 “영화가 현실의 예술인가?”라는 시네마의 본질적 의문과도 연결된다. 물론 그 대답은 유동적이다. 철학자 클레망 로세의 이야기처럼 영화의 사실성은 어느 누구도 붙잡을 수 없고,
[이지현의 영화비평]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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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티나 페이가 안경을 벗는 순간에는 늘 드라마틱한 변화가 뒤따랐다. 고전의 반열에 오른 하이틴 코미디 <퀸카로 살아남는 법>의 클라이맥스는 교내 여학생들의 퀸이자 공공의 적인 레지나(레이첼 맥애덤스)의 뒷담화 노트가 공개되는 사건이었다. 학교 전체가 아수라장이 된 그때, 수학 교사 노버리(티나 페이)는 체육관에 소집한 여학생들에게 안경을 벗고 열변을 토하며 사태 수습을 주도한다. “걸레니 창녀니 이게 다 뭐죠? 그건 남자들이나 쓰는 말이에요.” <브로큰 데이트>에서 모처럼 안경 벗고 남편과의 데이트를 즐기려 했던 주부 클레어(티나 페이)는 그날 밤 히치콕식의 오인 플롯에 휘말려 권력형 범죄의 타깃이 된다. <베이비 마마>에서 37살에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케이트(티나 페이)는 아기를 갖고 싶어 하지만 불임 판정을 받고 대리모를 구한다. 직장에서 늘 안경을 썼던 그녀는 엄마 되기를 준비하면서 맨 얼굴을 드러낸다.
물론 티나 페이가 시종일관
[액터/액트리스] 완벽한 건 지루해 - <위스키 탱고 폭스트롯> 티나 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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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과 지킬 것이 많은 기혼남녀의 사랑을 다루는 드라마들의 시작은 특별한 만남이나 사건 대신 쭉 반복해온 일상으로 그 야심을 보여줄 때가 많다. KBS <공항 가는 길>은 어린 딸의 유학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박진석(신성록)과 그를 기장님이라 부르는 승무원 최수아(김하늘)의 전화 통화로 시작한다. 짧은 대화 속에는 이들이 일터에서 만났고 어긋나는 스케줄로 생활을 공유하는 시간이 적은 부부라는 설정이 압축되어 있다. 지난 시간과 관계를 보여주는 첫 5분이 예민하고 밀도가 높으면 기대도 높아진다. 곧 무너질 것들이라 그렇고, 오래된 벽에 이리저리 뻗어 있는 실금의 무늬가 낯익어서 더 그렇다.
규모와 형태가 달라도 짐작 가능한 삶이 공감의 한축이라면 굉장한 판타지도 있다. 건축 일을 하는 서도우(이상윤)는 수아에게 휴식이 되는 남자다. 수아가 사무실에 찾아온 날, 도우는 수아의 두 손목을 부드럽게 잡고 눈에 지극한 신뢰를 담아 말한다. “언제든 답답하면 와요. 지금 와이
[유선주의 TVIEW] <공항 가는 길> 현실 받아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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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제작 영화사 집 /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 감독 조의석 / 출연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엄지원, 오달수, 진경 / 개봉 12월
그야말로 ‘특급’ 캐스팅이다. 이병헌과 강동원, 김우빈이 처음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다는 점에서 화제가 된 <마스터>는 <감시자들>을 연출한 조의석 감독의 신작이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사기사건이 벌어지고, 이를 쫓는 지능범죄수사대와 희대의 사기범, 그의 브레인이 벌이는 추격전을 다룬 범죄오락액션영화로 알려져 있다. 가장 기대되는 건 역시 배우 보는 재미다.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을 연기하는 강동원과 사기범 진 회장을 연기하는 이병헌. 이 두 ‘공격수’가 <마스터>에서 어떤 조화를 이룰지 궁금하다. 김재명과 진 회장을 오가는 브레인, 김우빈이 연기할 박장군도 기대해볼 만한 캐릭터. 엄지원, 오달수, 진경 등 주·조연 배우의 라인업도 화려하다.
[Coming Soon] 그들이 서로를 쫓는다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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뺏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 <스플릿>의 두꺼비(정성화)와 희진(이정현)에겐 한치의 물러섬도 있을 수 없다. 희진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토우볼링장을 지키려 고군분투하지만 두꺼비는 토우볼링장을 인질 삼아 사사건건 희진과 철종(유지태)을 압박한다.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사이건만 실제로 마주한 두 배우의 분위기는 한없이 친근했다. “토우볼링장에서 두꺼비가 희진을 위협하는 장면은 살벌하지만 실제론 재미있게 찍었다. 서로간의 신뢰가 있었고, (정성화)오빠는 테이크 전에 ‘정현아, 미안해’ 라고 꼭 말하곤 했다. (웃음)” 이정현의 말에 정성화 역시 동의한다. “긴장이 많이 됐는데, 호흡이 척척 잘 맞아 대부분 첫 테이크 만에 오케이가 난 신이다.”
신뢰감이 단단히 형성된 두 배우 사이엔 오랜 역사가 있다. “정현이가 가수로 활동할 때부터 팬이었다. 뮤지컬 데뷔작인 <아이러브유> 때 정현이가 공연을 보러왔었는데, 얼마나 좋던지. (웃음) 배우로서 멋있게 연기하는 모습도 응
[커버스타] 도전은 나의 힘 - <스플릿> 이정현과 정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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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렸다 하면 스트라이크. 핀 하나를 놓치더라도 스페어(볼링에서 첫 번째 기회에서 남은 핀을 두 번째에 모두 처리하는 것을 뜻하는 용어)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이 굳건하다. <스플릿>에서 유지태와 이다윗이 각각 연기 한 철종과 영훈은 환상의 복식조다. 일면식도 없는 둘은 한조가 되어 일생을 건 내기 볼링에 도전한다. 볼링장 레인 안팎에서 둘의 호흡이 중요한 것도 그래서다. 유지태는 “(이)다윗이 현장에서 소통을 참 잘하는 배우”라고 칭찬했다. 이다윗 역시 “(유)지태 선배님이 카메라 안팎에서 판을 잘 깔아주셨다. 찍어야 할 장면의 90%를 준비해주신 덕분에 어떤 대사를 해도 아귀가 맞았다”고 유지태에게 공을 돌렸다.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챙기는 훈훈한 모습도 “술이 소통의 좋은 매개체”였다는 유지태의 말로 가까스로 정리됐다.
철종과 영훈은 아픈 과거를 가진 아웃사이더다. 철종은 한때 승승장구했던 볼링 선수였다. 그런데 어떤 사건을 겪으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사고를 당하
[커버스타] 환상의 연기 복식조 - <스플릿> 유지태와 이다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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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에 들어온 볼링, 아니 연기 선수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느라 분주했다. 유지태 선수는 “유독 감독님, 동료 배우들과 궁합이 잘 맞았다”고 자랑했다. 멀리 떨어진 두 핀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찰떡같은 궁합이 필요했을 것이다(볼링에서 다른 핀이 전부 쓰러지고 양쪽 구석에 핀이 각각 남은 경우를 스플릿이라고 한다.-편집자). <스플릿>은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철종(유지태)과 영훈(이다윗)이 파트너가 되어 자신의 과거를 극복하기 위해 내기 볼링 시합에 나가는 성장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희진(이정현)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볼링장을 지키려고 하고, 두꺼비(정성화)는 희진이 빚을 갚지 않으면 그녀의 볼링장을 팔려고 한다. 유지태, 이정현, 이다윗, 정성화 네 배우들로 가득 찬 스튜디오는 영화 속 볼링장 못지않은 열기로 뜨거웠다.
[커버스타] 함께 승리하는 법 - <스플릿> 유지태, 이다윗, 이정현, 정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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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이 마침내 승인됐다. 2007년 영화진흥위원회의 복합상영관 건립이 좌절된 이후 10년만이고, 2010년 서울시네마테크 전용관 마련을 위한 추진위원회가 만들어진 이래로는 6년 만의 결실이다. 서울시는 2015년 12월부터 서울시네마테크 건립 계획서를 행정자치부(이하 행자부)에 제출했으나 행자부는 중앙투자심사에서 “유사·중복성, 수익성 보완”을 이유로 반려했고, 보완해 재제출한 계획서도 “국가사업으로 추진 필요”를 이유로 다시 반려하며 제동을 걸었다. 이에 한국영화단체연대회의,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은 서울시네마테크 건립 허가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발표했으며 영화를 사랑하는 시민들과 관객 회원들의 의견을 받아 행자부에 제출한 바 있다. 이번 승인은 세 번째 계획서 제출 만에 얻어낸 성과다.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는 “오랜 염원이 이루어졌다. 2004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에 전용관 마련을 제안해왔으
[인디나우] 서울시네마테크 전용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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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 Trolls
감독 마이크 미첼, 월트 도른 / 출연 안나 켄드릭, 저스틴 팀버레이크, 그웬 스테파니, 주이 디샤넬
드림웍스의 신작 애니메이션으로 캐릭터 인형인 ‘트롤’들을 소재로 한 뮤지컬영화다. 노래하는 요정, 트롤들이 사는 마을에 옆 동네 베겐들이 쳐들어온다. 세상에서 제일 긍정적인 트롤 파피(안나 켄드릭)와 심술쟁이 트롤 브랜치(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친구들을 구하기 위한 여정에 오른다. 파피 역의 안나 켄드릭은 뛰어난 노래 실력으로 정평이 난 배우다. 안나 켄드릭을 필두로 저스틴 팀버레이트, 주이 디샤넬, 그웬 스테파니 등 실력 좋은 가수들이 트롤의 목소리를 연기한다.
[해외 박스오피스] 영국 2016.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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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프레디 머큐리 전기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연출한다
=지난 8년간 여러 감독들이 물망에 올랐지만 브라이언 싱어 감독으로 최종 낙점됐다. 라미 말렉이 프레디 머큐리 역을 맡을 예정이며, 내년 초 촬영에 들어간다.
-제임스 스트롱 감독이 J. R. R. 톨킨의 전기영화 <중간계> 연출을 맡는다
=제임스 스트롱 감독은 영국 TV시리즈 <닥터 후> <킹메이커스> 등을 연출한 바 있다. 각본가 앵거스 플레처가 각본을 맡았다.
-조 라이트 감독이 윈스터 처칠의 전기영화 <다키스트 아워>의 메가폰을 잡는다
=<다키스트 아워>는 처칠이 1940년 제2차 세계대전 도중 총리가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윈스턴 처칠 역에는 게리 올드먼이 캐스팅됐다. 2017년 겨울 개봉예정이다.
[댓글뉴스] 브라이언 싱어 감독, 프레디 머큐리 전기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연출한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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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자백> 내가 이럴려고 만화를 올리나 자괴감이 든다
[정훈이 만화] <자백> 내가 이럴려고 만화를 올리나 자괴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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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휴가를 나온 선배는 뭔가 숨기는 눈치였다. 뭐지, 선임한테 구타라도 당하는 건가. 아, 지금은 20세기, 군대 가면 당연하게 맞고 살던 암흑의 시대지. 온종일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하던 선배가 소주를 한 사발쯤 마시고야 털어놓은 전말은 이랬다.
소대원 전원의 휴가가 걸린 대회가 열렸다. (자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절 군대에서는 포상휴가를 내건 각종 대회가 열렸다고 한다. 논에서 썰매 타고 휴가 나온 선배도 있었다.) 이번 대회는 한국사 퀴즈 대회, 선배는 명문대 국사학과를 3년이나 다닌 데다 휴학한 지 몇달 되지 않은 파릇파릇한 신병, 승부는 정해졌다. 소대원들은 기뻐 날뛰었다. 이 병사로 말할 것 같으면 한국사 퀴즈 대회의 국가대표급이 아니던가! 엄마, 나 휴가 나가요! 그리고 선배는… 꼴찌를 했다. 엄청나게 두들겨 맞고도 모자라 왕따를 당하는 중이라고 했다.
우리는 침묵했다. 선배는 억울해했다. “우리는 지엽적인 사실에 주목하고 지식을 암기하기보다는 역사
[김정원의 도를 아십니까] 국가대표의 도(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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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부터 가까운 친구였던 김재영, 태휘원 공동감독은 진로도 엇비슷하게 정하게 된다. 김 감독은 공연예술학을 연구했고, 영화를 하려던 태 감독은 미국으로 가 사진을 전공했다. 시력을 잃어가는 지역 극단의 배우 남호섭에 관한 프로젝트 <초승달의 집>도 공통의 관심사에서 출발했다. “나는 공부엔 관심 없던 학생이었지만 공부를 잘하던 재영과 관심사가 비슷해서 쭉 친한 친구로 지내왔다. (웃음) 언젠가 사진 프로젝트를 하던 중에 남호섭씨의 사연을 알게 됐는데 마침 재영이 연극 연구를 하고 있었기에 같이 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태휘원) 공동감독이지만 각자의 특기를 살려 김 감독은 전반적인 프로듀싱을 맡고, 태 감독은 촬영을 전담하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장애가 있는 대상과 그 대상의 병증이 악화돼가는 안타까운 사연에 관해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일 자체는 손쉬워 보일 수 있는 선택이었다. 남호섭은 한때 ‘연기 천재’로 불렸던, 제2
[스페셜] 제3의 감각으로 살아가기 - <초승달의 집> 김재영, 태휘원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