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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홍의 매력? 귀, 여, 움!” <임금님의 사건수첩>의 문현성 감독과 제작자 최아람 대표에게 물었더니 짜기라도 한 듯 같은 대답을 들려줬다. 짐작하건대 안재홍의 귀여움은 그간 그가 보여준 캐릭터들간의 공통점, 그러니까 어딘가에 몰두하고 몰입하는 모습에서 오는 것 같다. ‘안재홍이라는 신기한 배우가 나타났다!’며 환대하고 싶었던 <족구왕>(2013)의 복학생 만섭이나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안재홍을 각인시킨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의 정봉을 생각해보자. 세상물정 모르고 자기만의 관심사에 꽂혀 사는 엉뚱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이 궁금해하고 관심 가는 일에 흠뻑 빠져 저만의 방식으로 애정의 대상을 알아가고 터득한다. 괴짜라거나 제 세계에 고립된 채 바깥세상과 담을 쌓고 사는 인물과는 다르다. 좋아하는 걸 꾸준히 탐하고, 성실하게 바라기한 끝에 예상치 못한 일격을 가하는 인물이다. 그만의 내공이 사랑스럽다.
그런 안재홍
[커버스타] '어수룩'의 마스터 - <임금님의 사건수첩> 안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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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이선균은 한번도 도포 자락을 휘날린 적이 없었다. 사극 시나리오를 여러 편 받아본 적 있지만, 그때마다 각기 다른 이유 때문에 인연을 맺지 못했다. 꼭 사극을 해야 된다는 법은 없으니 “당장 안 해도 되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던 까닭에, 그에게 사극은 “밀린 숙제” 같았다. <임금님의 사건수첩> 시나리오가 들어왔을 때 다소 의아해했던 것도 그래서다. “잘나가는 젊은 친구들이 덥석 물 만한 시나리오를 왜 나한테? (웃음)” 그런 그가 사극 출연을 진지하게 고려하게 된 건 단지 숙제를 해내야겠다는 의무감 때문은 아니다. “과거 로맨스, 로맨틱 코미디를 많이 했다가 40대가 되니 사극은 안 하면 안 되는 장르가 되었다. 무거운 이야기였다면 겁이 났을 텐데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자유롭게 뛰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야기도 재미있었고. 물론 사극이 처음이라 쉽진 않더라.”
그가 맡은 예종은 누구보다 백성을 생각하는 왕이다. 옳다고
[커버스타] 삐딱한 행동파 임금 - <임금님의 사건수첩> 이선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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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하지 않은 사극, 한번도 보지 못한 콤비를 보고 싶다면 <임금님의 사건수첩>(개봉 4월 26일)은 꽤 그럴듯한 선택지가 돼줄 것이다. 로맨틱 코미디를 통해 익히 봐온 이선균은 처음으로 사극에 도전, 용포 자락을 휘날리는 왕 예종이 됐다. 근엄함과는 거리가 한참 먼 보기 드문 삐딱한 왕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할 줄 아는 캐릭터로 사랑받아온 안재홍은 이번엔 머리 좋은 신입 사관 윤이서 역을 맡았다. 똑 소리나는 쪽이라기보다는 허당기가 엿보이고 어리바리한 구석이 꽤 있다. 마침 한양에 괴이한 소문이 떠돌자, 예종과 이서는 지식과 견문, 기지를 발휘해가며 진상의 실체를 파헤치려 의기투합한다. 서로를 신뢰하고 의지하는 가운데 진행되는 <임금님의 사건수첩> 속 ‘과학수사’가 어떤 재미를 예고할지 궁금해진다. 영화에서뿐 아니라 영화 밖에서도 웃음이 끊이질 않는 돈독한 선후배 이선균, 안재홍 조합을 만나 영화에 대해 미리 들어봤다.
[커버스타] 똑똑한 연기의 힘 - <임금님의 사건수첩> 이선균·안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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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2일 제4회 들꽃영화상이 올해의 수상자를 발표했다. 2014년부터 시작된 이 상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관객과 만나기 위해 시도하는 한국독립 저예산영화들을 응원하기 위한 취지로 전해 개봉한 독립영화 중 수상작을 선정한다. 올해의 대상은 아이들의 세계에 드리워진 관계의 이면을 섬세하게 관찰한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에 돌아갔다. 극영화 감독상은 한국 사회의 풍속도를 놀라운 시선으로 돌파해낸 <우리 손자 베스트>의 김수현 감독의 몫이었다. 다큐멘터리 감독상에는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그림자들의 섬>의 김정근 감독이 호명됐다. <양치기들>의 박종환과 <스틸 플라워>의 정하담이 각각 남녀 주연상을 받았고 신인배우상에는 <연애담>의 이상희가 이름을 올렸다. <철원기행>의 김대환 감독이 극영화 신인감독상에, <위켄즈>의 이동하 감독이 다큐멘터리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l
[인디나우] 제4회 들꽃영화상 수상자 발표, <우리들>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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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감독 유아사 마사아키/ 목소리 출연 호시노 겐, 하나자와 가나, 가미야 히로시, 아키야마 류지
모리미 도미히코의 소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 교토의 한 대학을 배경으로, 천진하고 밝은 성격의 검은 머리 아가씨와 그에게 반한 선배의 로맨스를 그린다.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나카무라 유스케의 개성 강한 화풍이 돋보인다. 감독 유아사 마사아키를 비롯해 모리미 도미히코의 또 다른 소설을 영화화한 <다다미 넉장 반 세계일주>의 제작진이 뭉쳤다
[해외 박스오피스] 일본 2017.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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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 베일, 스티브 카렐, 에이미 애덤스가 애덤 매케이 감독의 신작에 출연한다
=2001년부터 2009년까지 미국 부통령을 지낸 딕 체니에 관한 영화로, 크리스천 베일이 딕 체니, 스티브 카렐이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부 장관, 에이미 애덤스가 딕 체니의 아내 린 체니 역을 맡는다.
-영원한 레아 공주 고 캐리 피셔가 <스타워즈 에피소드9>에 등장한다
=캐리 피셔의 가족이 그녀의 미공개 영상의 사용을 허락하면서 CGI가 아닌 생전의 모습으로 9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게 됐다. 콜린 트러보로 감독이 연출을 맡은 <스타워즈 에피소드9>은 2019년 개봉예정이다.
-주드 로가 <신비한 동물사전2>에 젊은 알버스 덤블도어 역으로 합류한다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교장이 되기 이전 젊은 교수 시절의 덤블도어를 연기하며, 흑마법사 그린델왈드(조니 뎁)와 힘을 겨룰 예정이다.
[댓글뉴스] 크리스천 베일, 스티브 카렐, 에이미 애덤스, 애덤 매케이 감독 신작 출연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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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은 지난 <씨네21>과의 인터뷰(1100호)에서 신작 <옥자>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여러 영화를 언급했다. 그중에는 <옥자>와 직접 연관된 영화도 있고, 영화광 감독답게 대화의 주제를 실어나르는 수단으로 쓴 영화들도 있다. 봉준호 감독의 팬이라면 평소 그가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그의 영화 취향이 궁금할 만하다. 좋아하는 혹은 주목할 영화 리스트에는 감독 개인의 성향은 물론 그 영화를 만났을 당시의 고민, 심지어 본인이 완성하거나 완성할 영화의 방향까지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옥자>와 함께 언급한 영화들과 봉준호 감독의 취향이 드러나는 사적인 영화 리스트를 따로 모아봤다.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
“<옥자>의 스토리는 강원도에서 맨해튼까지 가는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와 비슷한 여정입니다.”
봉준호 감독이 <옥자>에 대해 설명하면서 예시로 든 영화는 프랭크 카프라
[알고 봅시다] 봉준호 감독이 <옥자>와 함께 언급한 영화들과 그의 사적인 영화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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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프리즌> 윗선에서 시키는데 어쩝니까...
[정훈이 만화] <프리즌> 윗선에서 시키는데 어쩝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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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청년이라는 말은 이만저만 오염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일단 계급문제, 노동문제, 젠더문제를 청년이슈로 뭉뚱그려버리는 일이 드물지 않다. 청년문제라고 말해버림으로써 이 모든 것이 ‘지나갈’ 것처럼, 착시효과를 만들어낸다. 아프니까 청춘이고, 청춘이 지나면 아프지 않을 것처럼 말이다.
‘망가진 나라의 청년 생존썰’이라는 부제가 달린 <미운 청년 새끼>는 <CAMPUS CINE21> 기자 김송희와 <월간 잉여> 편집장 최서윤, <계간 홀로> 발행인 이진송이 함께 쓴 대한민국 청년 이야기다. 서문에서, 대학생 10명이 대답한, 스스로를 정의하는 세대 명칭은 이 책이 하려는 이야기를 잘 보여준다. 피곤 세대(사는 게 피곤해서), SNS 세대 같은 말이 있는가 하면, ‘세대’라는 묶음이 불가능하다는 말도 있었다고 한다. 세대론을 통해 ‘청년’으로 불리는 사람들이 가장 후려치게 되는 ‘정치’에 대한 챕터와 통학하는 시기부터 반려동물, 임대주
[도서] 대한민국 청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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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 자런은 풀브라이트상을 세번 수상한 유일한 여성 과학자다. 그녀의 에세이 <랩 걸>은 초록색을 연구하며 살아온 삶을 담고 있다. 그녀는 하와이대학에서 교수로 일하며 연구하던 때 이 책을 썼는데, ‘뿌리와 이파리’, ‘나무와 옹이’, ‘꽃과 열매’의 세 챕터로 자신의 삶과 식물의 연대기를 유려하게 엮었다. 과학자로서의 삶을 담고 있지만 그녀의 활동영역은 우리가 눈을 돌리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녹색의 생명체들, 식물이다. 과학이라면 긴장부터 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기적과도 같은 책이다. 인간과 식물이 어떻게 같이 이야기될 수 있느냐고?
“사람은 식물과 같다. 빛을 향해 자라난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과학을 선택한 것은 과학이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의미의 집, 다시 말해 안전함을 느끼는 장소를 내게 제공해준 것이 과학이었다.” 자런은 과학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발을 들였던 실험실에서 느꼈던 자유를 써내려간다. “내 실험실은 아직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세상의 모든 푸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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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를 둘러싸고는 아직 하지 못한 이야기가 너무도 많다. 지금 이 시각에도 현장의 카메라는 쉼없이 참사의 흔적과 상처 입은 사람들을 기록한다. 세월호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 미수습자 가족, 세월호 탑승 생존자들에 관한 영화들은 꽤 있지만 영화인들은 영화에 대해 말하는 데 더없이 신중한 모습이다. 혹여나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할 피해 당사자와 유가족의 입장보다도 영화화된다는 사실이 주목받게 될까 싶어 깊이 우려한다. 그 가운데에서 공개 가능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 작품들을 먼저 소개한다. <다이빙벨>(2014)에 이어 극장에서 개봉한 세월호 관련 두 번째 다큐멘터리인 <나쁜나라>(2015)를 만든 김진열 감독이 <나쁜나라2>를 촬영 중이다. 김진열 감독은 “유가족분들의 내면의 목소리에 보다 귀를 기울이려 한다”고 운을 띄우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에 대해 언급했다. “세월호 관련 내용으로 탄핵 인용이 되지 않은 데 대해 많은 유가
[스페셜] 제작 중인 세월호 관련 영화들 <나쁜나라2> <416 합창단> <로그북> <인어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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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편의 중편다큐멘터리를 엮은 <망각과 기억2: 돌아 봄>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삶이 변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우리가 미처 기억하지 못했거나 잊지 말아야 할 사안들에 카메라는 주목한다.
안창규 감독의 <승선>은 세월호 마지막 탑승자이자 아이들의 탈출을 돕고 뒤늦게 구조용 보트에 몸을 실은 생존자 김성묵씨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구명조끼를 안 입고 있던 아이가 있어서 ‘왜 안 입었니’ 했더니 ‘모자라서 친구 줬어요’ 하더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살아서 다행이다가 아니라 살아서 미안하다는 죄책감은 그를 오랜 시간 짓눌렀다. 그 마음의 응어리를 꺼내서 말하기까지 김성묵씨가 얼마나 긴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을지, <승선>은 예의를 갖춰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박수현 감독의 <오늘은, 여기까지>는 세월호 희생 학생들의 형제자매의 이야기를 전한다. “돈 때문이라는 소리 안 듣게 직업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겠구나.” “서명을 받
[스페셜] 4·16연대 미디어위원회의 두 번째 세월호 참사 프로젝트 <망각과 기억2: 돌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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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의 현장을 기록해온 사진작가들이 있다. 카메라를 통해 바라본 세월호의 흔적들은 그들 각자에게도 끝없는 물음으로 남았다. 세월호 앞에서 사진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재차 물어본다. 사진을 통해 세월호를 계속 상기하길 바라본다. 세월호를 온전히,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하여 더 많은 기록 사진들이 존재할 것이다. ‘세월호를 생각하는 사진가들’ 등을 통해 각자의 태도로 세월호를 카메라에 담아온 작가들 가운데 네명의 작업을 소개한다. 사진에 대한 작가의 코멘터리를 통해 3년 전 세월호와 지금 여기의 세월호, 그리고 세월호 이후에 대해 말하고 기억하는 시간이길 바란다.
2015년 4월 4일,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진행된 추모행사. 상복을 입은 유가족들이 아이들의 영정을 들고 단원고에서부터 학생들의 통학로를 따라 걷는다. 아이들이 나고 자란 동네, 아이들이 뛰놀던 길에 이제 더이상 아이들은 없다.
2016년 1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하야와 탄핵을 외치던 광화문광장에
[스페셜] 세월호를 기록해온 사진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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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육상 거치 작업이 완료된 4월 11일, 목포신항으로 향했다. 목포대교 위에서도 옆으로 누운 세월호의 모습은 한눈에 들어왔다. 택시 기사는 익숙하게 목포신항 입구에 차를 세웠다. 노란 리본띠를 이정표 삼아 걸었더니 금세 세월호 거치장에 도착했다. 항구의 거센 바람에 철조망에 빼곡히 매달린 노란 리본은 파밧파밧 소리를 내며 어지러이 나부꼈고, 노란 리본이 물결치는 사이로 녹슨 세월호가 보였다. 배는 꿈쩍 않고 누워 있었다. 그런데도 위태로운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위태로운 공기를 느꼈는지도 모른다.
목포에 간 건 4·16연대 미디어위원회가 제작한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망각과 기억2: 돌아 봄>(이하 <망각과 기억2>)에 참여한 박종필 감독과 안창규 감독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4·16연대 미디어위원회는 지난해 4·16 프로젝트 <망각과 기억>(2016)을 선보였다. <망각과 기억2>에는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 &
[스페셜] 세월호 이야기 담은 다큐멘터리 <망각과 기억2: 돌아 봄>을 계기로 대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