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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일본 영화인들은 한국 영화인들을 부러워했다. 내가 만나 대화해본 감독들이나 영화 종사자들이 그랬다. 사카모토 준지는 그 당시 사석에서 나와 나눈 대화에서, 수십번 테이크를 갈 수 있는 한국 영화현장과 감독의 권력을 부러워했다. 구로사와 기요시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한국 상업영화가 작품성과 흥행성의 균형을 도모하는 건강한 상태가 놀랍다고 그는 말했다.
요즘은 아닌 것 같다. 매년 초 한해의 일본 독립영화를 일별하러 도쿄를 갈 때마다 만나는 일본영화계 종사자들은 한국영화 형편이 어떠냐고 묻는데 십수년 전 그때의 분위기가 아니다. 그들도 한국 상업영화가 매너리즘에 빠져 있고 주목할 만한 독립영화가 드물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처음 전주국제영화제 일로 일본 출장을 갔던 2013년 무렵만 해도 나는 일본영화가 그다지 활기 있다고 느끼지 않았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내가 주로 보는 일본의 저예산영화들이 한국영화에 비해 훨씬 다양하다는 걸 실감한
[전주국제영화제⑤] 전주에서 만나는 한국영화의 세 가지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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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누 리브스의 <존 윅>이 3번째 장으로 돌아온다. 4월23일(현지시간) 제작사 라이온스 게이트는 2018 시네마콘(세계 최대 규모 영화 박람회)에서 <존 윅: 챕터 3>(가제)의 공식 줄거리를 공개했다. 아래는 공개한 줄거리를 의역한 것이다.
“킬러인 존 윅(키아누 리브스)은 두 가지 이유로 도주 중이다. 첫째는 그의 목에 달린 1400만 달러의 현상금 때문에, 둘째는 킬러 세계에서의 금기사항(킬러들의 숙소인 콘티넨털 호텔 내에서는 살인을 해서는 안 된다)을 어긴 것 때문이다. 존 윅이 죽인 사람은 그에게 현상금을 걸었던 킬러 세계의 지도부라고 볼 수 있는 최고 회의(High Table)의 멤버다. 존은 호텔에서 사람을 죽인 순간, 바로 처형 당해야 했지만 호텔 매니저 윈스턴은 그에게 ‘엑스커뮤니카도’(킬러 세계에서 파면, 추방을 뜻하는 용어) 전 도망갈 한 시간을 준다. 존은 그를 노리는 수많은 킬러들과 맞서 뉴욕을 빠져나가려 한다.”
시네마콘에
1400만 달러의 현상금이 걸린 존 윅의 생사는? <존 윅: 챕터 3> 공식 줄거리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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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오와 폴>
Cleo & Paul 스테판 드무스티에 / 프랑스 / 2018년 / 60분 / 시네마페스트
3살짜리 소녀 클레오와 동생 폴이 유모 손을 잡고 프랑스 파리의 라 빌레트 공원을 찾는다. 아마도 Ar 게임 <포켓몬고>에 빠져 있는 듯 엄청난 인파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공원을 몰려다니는 중이다. 나이가 들어 거동이 불편한 유모는 클레오와 폴의 빠른 걸음을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인파 속에서 이들을 놓치기 일쑤다. 국립과학박물관에서부터 각종 놀이시설과 편의시설이 들어서 있는 공원은 자동차나 테러의 위험에서 벗어난 듯 보이지만 실은 어린아이들이 활보하기에 너무 넓고, 너무 복잡하다. 숨바꼭질을 하다가 결국 길을 잃고 만 클레오는 동생과 유모를 찾기 위해 어딘가로 향하고, 그러는 사이 폴과 유모와는 점점 멀어지게 된다. 영화는 길을 잃은 꼬마의 눈높이에서 그 뒤를 따라가면서 과연 남매가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나가면서 끔찍한 유괴나 사고를 당하지
[전주국제영화제④] <클레오와 폴> <풍요의 세대> <가족의 형태>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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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하디 주연의 <베놈>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소니픽처스는 4월24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베놈>의 2번째 공식 예고편을 공개했다. 그전까지 보지 못했던 베놈의 실제 모습까지 나타났다. 톰 하디의 베놈은 2007년 <스파이더맨 3>에 등장했던 토퍼 그레이스가 연기했던 베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스파이더맨 3>의 베놈이 검은색 가죽을 입은 느낌이 강했다면, 톰 하디의 베놈은 그 자체가 피부처럼 보인다. 베놈이란 캐릭터가 수트처럼 입는 것이 아니라 ‘심비오트’라는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점을 더 잘 표현했다.
베놈은 1984년 코믹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첫 등장한 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캐릭터다. 이후 영화 <스파이더맨 3>에서 처음 등장했다. 그러나 적은 비중과 부족한 위압감으로 많은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2016년 소니픽처스는 MCU에 포함되지 않는 베놈 단독 영화를 제작할 예정이라고
드디어 모습 드러낸 톰 하디의 <베놈>, 스파이더맨의 등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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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숍>
The Workshop 로랑 캉테 / 프랑스 / 2017년 / 113분 / 마스터즈
남부 프랑스 라 시오타의 한 마을, 실업 상태의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유명 스릴러 작가 올리비아의 스릴러 소설 쓰기 워크숍이 열린다. 다양한 일종, 각색의 배경을 가진 인물이 함께 브레인스토밍을 하며 플래시백 사용, 공간 설정 등에 대해 논의한다. 이곳에서 10대 백인 남성 앙투안은 온갖 잡음을 만드는 문제적 인물이다. 앙투안은 인종차별적이고 여성혐오적인 발언을 일삼으며 분위기를 어지럽힌다. 하지만 앙투안이 직접 쓴 소설, 정치적 목적이 아닌 오롯이 살인 욕망 때문에 테러리스트가 된 인물을 영웅처럼 그린 작품을 직접 읽어줄 때 올리비아는 오히려 호기심을 느낀다. 앙투안을 두려워하는 동시에 스릴러 소설 작가로서의 재능도 갖춘 그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올리비아는 그를 모임에서 쫓아내지만 몰래 그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고, 그가 우익 성향 비디오를 보
[전주국제영화제③] <워크숍> <아이스크림과 빗방울> <길 잃은 드라마>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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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총을 쐈는지 궁금해?>
Did You Wonder Who Fired the Gun? 트래비스 윌커슨 / 미국 / 2017년 / 90분 / 프론트라인
이 영화의 감독 트래비스 윌커슨에겐 악명 높은 조상이 있다. 새뮤얼 브랜치. 윌커슨의 증조할아버지인 그는 1946년 자신이 운영하던 앨라배마의 가게에서 흑인 빌 스팬을 총으로 쏴 죽였다. 하지만 법은 총기 사용이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한 브랜치의 손을 들어줬다. 빌 스팬의 죽음으로 처벌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윌커슨은 가족들조차 얘기하지 않는 그때 그 사건의 전말을 밝혀보기로 결심한다. 연출자의 사적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된 <누가 총을 쐈는지 궁금해?>는 미국 남부 앨라배마에서 일어났던 인종차별과 폭력의 역사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감독은 살인자와 살해당한 자, 살인자의 가족과 살해당한 자의 가족, 백인과 흑인의 삶을 교차 대조하는데, 그 결과가 사뭇 충격적이다. 영화 속 푸티지로 등장하는 <앵무새 죽
[전주국제영화제②] <누가 총을 쐈는지 궁금해?> <바로네사> <스트리트스케이프(대화)>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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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았다>
Custody 자비에 르그랑 / 프랑스 / 2017년 / 90분 / 월드 시네마스케이프
부모의 양육권 다툼에서 희생양은 언제나 아이다. 법이 아이가 원하는 방향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년 줄리앙(토마 지오리아)은 자신의 아버지(데니스 메노쳇)를 ‘그 사람’이라 부른다. 그 사람은 엄마(리아 드러커)를 괴롭히는 걸 일삼는다고 한다. ‘아빠’도 아니라고 한다. 엄마가 그 사람과 이혼해 기쁘다고 한다. 그 사람을 영영 보지 않아도 되고, 올해 18살인 누나도 더이상 아빠를 보지 않아도 되는 나이라고 한다. 좋은 이유는 못되지만 엄마와 누나를 혼자 둘 수 없어 같이 살아야 된다고 한다. 줄리앙의 진솔한 진술서가 부부폭력의 피해자인 엄마 미리암과 못난 아빠 안토니의 양육권 공판을 열면서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가 시작된다.
아빠를 거부하는 아이의 의사가 분명한 반면 줄리앙의 양육권을 둘러싼 심리는 매우 치열하다. 미리암쪽은 남편
[전주국제영화제①]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해피엔드> <사이몬과 타다 타카시>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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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가 5월 3일부터 12일까지 전주 영화의 거리 일대에서 열린다. 지난 4월 3일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전주국제영화제 관계자들은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국내외 영화를 관객에게 소개하는 한편, 대중성도 간과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올해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8회 영화제는 수많은 이슈와 화제의 인물을 배출했다. 이창재 감독의 <노무현입니다>(2017)는 영화제 상영 이후 국내 개봉해 185만 관객을 기록한 ‘다큐버스터’가 되었고, 김대환 감독은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선정작이었던 <초행>(2017)으로 한국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로카르노국제영화제 ‘현재의 감독’(신인감독상) 부문 감독상을 수상했다. 올해도 보는 이의 마음을 뒤흔들 화제의 영화들이 관객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씨네21>이 먼저 보고 추천하는 20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주목하는 특별한 영화들에 대한 글도 함께 싣는다. 웨스 앤더슨의 <개들의 섬>
전주는 영화다 ① ~ 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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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만에 돌아온 인디 코미디 <슈퍼 트루퍼스2>가 할리우드의 예상을 뒤엎었다. 지난 4월 20일에 개봉한 이 작품은 개봉 첫주 주말에만 1470만달러의 수익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지난 2001년 북미 개봉한 <슈퍼 트루퍼스>는 캐나다 국경 근처 버몬트주의 한적한 마을을 배경으로, 단속에 걸린 운전자를 골탕먹이다가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한심한 네 순찰 대원의 좌충우돌을 다룬 코미디영화다. 극장에서 흥행하진 못했지만 영화는 DVD 판매와 케이블채널 <코미디 센트럴> 방영을 통해 입소문이 나 컬트적 인기를 누렸다. 미국에서는 대마초가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정신나간 인물들의 소동극을 다룬 작품을 ‘스토너필름’이라 부르는데, <슈퍼 트루퍼스> 시리즈가 딱 이 장르에 들어맞는다. 1편의 판권을 가진 폭스 서치라이트는 “속편을 원하는 팬층이 더이상 없을 것”이라며 2편의 제작비 지원을 거부했지만, <슈퍼 트루퍼스2>는 2
[뉴욕] 인디 코미디 <슈퍼 트루퍼스2>, 할리우드의 예상을 뒤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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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 더 선샤인 인>(2017)은 여러모로 클레르 드니의 전작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작품이다. 일단 로맨틱 코미디를 연상케 하는 제목부터 그렇다. 구체적이기보다는 추상적이고, 관습적인 도덕률보다는 선악의 모호한 경계를 선호하고, 언어를 통한 이성적 설명보다 육체 위에 드러난 직접적인 감각을 향유하도록 했던 그녀의 작품 세계에 느닷없는 ‘햇살’이라니. 당혹스러울 지경이다. <인디와이어>의 데이비드 얼리치는 이 작품을 두고, 마치 클레르 드니가 낸시 마이어스(<인턴> <로맨틱 홀리데이> 연출자)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만든 영화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로맨틱 코미디의 통상적인 장르 규칙을 완전히 무시한 버전으로. 이 영화의 장르를 굳이 구분하자면 낸시 마이어스의 전공이라 할 수 있는 로맨스물이겠지만 클레르 드니의 필터를 거치면 로맨스의 달콤한 캐러멜 코팅은 산산조각이 난다. 날것 그대로의 연애 행각이 눈앞에 펼쳐진다. 엇갈린 욕망과 상대를 향한
<렛 더 선샤인 인>이 끌어안는 사랑의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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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그렇게 맛있는 가게를 많이 찾을 수 있어?” 식도락가로 유명한 만화가 요시나가 후미는 맛있는 음식점을 소개하는 만화 <사랑이 없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에서 답한다. “나는 말이지, 일 할 때랑 잘 때 빼고는 거의 하루 종일 먹는 것만 생각하면서 살아왔거든. 내가 그만큼 먹는 데 인생을 바쳐왔으면, 먹을 것도 나한테 조금쯤은 보답해줘도 된다고 생각한다만.”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의 이영자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말이다.
이영자의 세계는 ‘맛’을 중심으로 돈다. 겨울엔 매생이굴국을 따악 먹어줘야 하고, 체기가 올라올 땐 한방통닭으로 싸악 눌러주면 된다. “남해에 있는 크으으은 멸치 대가리를 따서 24시간 퐈아아아악 우려낸 국물에!” 말아 먹는 잔치국수, “두부를 송송송송 썰어가지고 따아아아아악 요만요만요만하게” 넣어 끓인 된장찌개 묘사는 듣기만 해도 침이 고인다. 말죽거리 소고기국밥부터 ‘소떡소떡’(소시지와 가래떡 꼬치)까지, 전국 휴게소
[TVIEW] <전지적 참견 시점> 영자 언니의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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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전>
제작 용필름 / 감독 이해영 / 출연 조진웅, 류준열, 김성령, 박해준, 차승원, 김주혁 / 배급 NEW / 개봉 5월 24일
독한 자들의 전쟁, 그래서 ‘독전’이다. 아시아 최대 유령 마약조직을 둘러싼 추적과 음모를 그린 범죄극 <독전>은 오랫동안 조직을 추격해온 형사 원호(조진웅)를 중심으로 베일에 싸인 조직의 실체를 파헤쳐간다. 원호는 가까스로 죽음을 피한 조직의 후견인 오연옥(김성령)과 버림받은 조직원 락(류준열)의 도움을 받아 아시아 마약시장의 거물 진하림(김주혁), 조직의 숨겨진 인물 브라이언(차승원)의 꼬리를 잡는 데 성공한다. 선악의 구분이 모호한 가운데 반전이 거듭될수록 캐릭터들이 새로운 면모를 선보일 예정이다. 폭력과 광기를 디테일한 비주얼로 재현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베테랑 배우들의 시너지가 기대를 모은다. 이해영 감독의 첫 번째 범죄극이라는 점도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천하장사 마돈나>(2006), &l
[Coming Soon] <독전>, 독한 자들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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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스 오어 데어> Truth or Dare
감독 제프 와드로 / 출연 루시 헤일, 타일러 포시, 바이올렛 빈, 헤이든 제토
멕시코로 놀러가 ‘트루스 오어 데어’ 게임을 즐기던 대학생들은 일상으로 복귀 후에도 좀처럼 진실게임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거짓을 말하거나 도전을 거부하는 순간 한명씩 죽임을 당하는 슬래셔 무비다운 전개인데, 인물들이 초자연적 존재에 빙의된 순간 입꼬리를 한껏 찢는 섬뜩한 표정이 관전 포인트다. 저예산 호러영화로 흥행 불패를 거듭 중인 블룸하우스의 신작이다.
[해외 박스오피스] 영국 2018.4.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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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라이트 감독의 차기작은 여성 범죄 스릴러 <우먼 인 더 윈도>다.
작가 A. J. 핀의 범죄 스릴러 소설이 원작으로 100만부가 넘게 팔린 인기 소설이다. 뉴욕 맨해튼을 배경으로 여성 아나운서가 범죄 현장을 목격하면서 삶이 달라지게 되는 심리 스릴러. 에이미 애덤스가 주연을 맡았다.
-가브리엘 루나, 디에고 보네타, 나탈리아 레예스, 새로운 <터미네이터>에 합류한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복귀하는 새로운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합류할 새로운 배우들이 결정됐다. <데드풀>의 팀 밀러 감독이 연출하고 매켄지 데이비스가 새로운 악역으로 출연한다.
-미셸 윌리엄스, 줄리언 무어와 함께 리메이크작 <애프터 더 웨딩>에 출연한다.
줄리언 무어의 배우자인 바트 프룬디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로, 수잔 비에르 감독이 연출한 동명의 2006년작을 리메이크하는 영화다. 콜카타에서 고아원을 운영하던 여인이 뉴욕의 독지가 여성을 만나러
조 라이트 감독 차기작, 여성 범죄 스릴러 <우먼 인 더 윈도>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