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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평론가의 탄생을 축하하며 김소희, 송형국, 안시환 세 평론가에게 올여름 한국영화 세편에 대한 대담을 요청했다. 올해 초에 가졌던 <강철비> <신과 함께-죄와 벌> <1987> 대담에 이은 두 번째 이야기다. 한국영화의 흐름에 대한 담론은 멈추지 않는다.
-<인랑> <신과 함께-인과 연>(이하 <신과 함께>) <공작>으로 이어지는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이 끝났다. 올해 태풍들이 지나간 자리를 한번 되돌아본다면.
=송형국_ 태풍이란 표현이 어울릴까? (웃음) 지난해, 지지난해를 포함해도 ‘이 영화 죽인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 있었나 싶다. 그나마 이야기할 영화는 <버닝> 정도다. 습관처럼 한국영화의 위기를 이야기하지만 이제는 어디서 원인을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제작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늘 새로운 걸 원한다고 하는데 평단과 언론에서 보기에 새로움은 아예 증발했다.
=안시환
[영화평론⑦] 김소희· 송형국· 안시환 평론가 대담 - <인랑> <신과 함께-인과 연> <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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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영화에 대한 분석도 흥미롭지만 흐름을 잡아내는 눈을 가졌다. 재능이라는 말로 섣불리 압축할 수 없는 귀한 시선이다. 홍은미 당선자의 통찰력은 아마도 오랜 시간 영화를 사랑하고, 품고, 고민해온 흔적의 결과물일 것이다. 이미 크고 작은 지면을 통해 꾸준히 글쓰기를 이어온 홍은미 당선자는 2014년부터 <씨네21> 영화평론상의 문을 두드려왔다. 그는 <씨네21>의 뒤늦은 화답에, “둔감해지지 않고 매번 처음 쓰는 것처럼 쓰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영화를 맘껏 애정할 준비가 되어 있는 믿음직한 필자를 <씨네21> 지면에서 만날 수 있어 다행이다.
-오랫동안 <씨네21>의 문을 두드렸다. 감사하다.
=2014년, 2015년, 2017년에 이어 이번이 4번째 응모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응모했다. 앞선 두번은 나 스스로도 완성시키지 못한 글을 보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응모한 글(알랭 기로디 작가론 ‘품위 있는 성기들의 세
[영화평론⑥] 우수상 당선자 홍은미 - 영화평을 쓸 지면에 대한 갈증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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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2017)은 여러 면에서 ‘기억’과 결부된 영화다. 아녜스 바르다와 사진작가 JR의 주된 작업은 기억을 붙이는 일이다. 두 작가는 포토 트럭을 타고 프랑스 여러 지역을 순회하며 주민들의 사진을 찍거나, 보관하고 있던 사진을 확대해 주민들의 자취와 숨결이 배인 건물들의 벽에 붙인다. 그들은 곧 철거될 광산촌의 마지막 주민인 자닌의 얼굴 사진을 집 정면에 도배해 그녀의 강인함을 아로새기고, 예전 광부들의 확대된 사진들 또한 나란히 부착하며 황량한 집들에 숨결을 불어넣는다. 사진을 부착하는 작업은 두 작가에겐, 지난한 삶을 견뎌낸 노동자들을 향한 경외감의 표시이며, 짧은 순간이지만 서로 맺게 된 우정에 대한 보답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의 터전에 그들의 존재 자체를 각인시키는 일이다. 허물어지고 사라질지라도, 바르다와 JR은 주민들이 살았던 장소에 사람들에 관한 기억을 되돌려 준다.
바르다와 JR은 시골의 작은 마을뿐 아니라 대규모 공장이
[영화평론⑤] 우수상 홍은미 작품비평 요약 - 아녜스를 사랑한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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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짐 자무시의 영화는 산책자를 닮았다. 느긋하고 관찰자적이며 무언가에 고요히 취해 있다. 느슨한 제스처와 매끄러운 결로 그의 영화는 우리를 살포시 잡아끈다. 그런데 자무시의 영화를 본격적으로 이야기하려 하면 그건 의외로 까다로운 작업이 된다. 부드러움과 완고함, 쓸쓸한 정조와 소박한 떠들썩함을 동시에 품은 세계는 쉬이 단언을 허용하지 않는다. 유쾌한데 한편으로 우울하고, 아름다운데 다시금 슬퍼지는 영화를 보며 파생되는 양가적인 감정을 몇 마디로 묶어내는 건 어렵다. 가령 <지상의 밤>(1999), <커피와 담배>(2003)와 같이 유난히 수다스러운 영화가 말을 멈추며, 술에 취해 주저앉거나 단잠에 빠져드는 늙은 노동자를 마지막으로 비출 때 찾아드는 고요함이 가슴을 울려버리는 순간을 간명하게 표현하기는 힘들다. 혹은, <브로큰 플라워>(2005)처럼 수많은 기표들을 흩뿌려놓고도 의미를 거둬들일 생각이 없는 영화를 보며 난감해지는 경우도 있다. 숨겨
[영화평론④] 우수상 홍은미 이론비평 요약 - 불확정한 세계에 감응하는 관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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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라는 필명으로 블로그 활동을 해온 김병규 당선자는 시네필 사이에서는 꽤 알려진 필자다. 작가영화들에 대한 깊은 이해와 원숙한 글쓰기를 해온 그는 현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공연영상창작학부 영화전공에 재학 중인 학생이기도 하다. 중학생 시절부터 영화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특별히 ‘평론’이란 목적을 가지고 쓴 건 아니라고 했다. 그저 영화에 응답하다보니 글이 됐고, 환경에 맞춰 쓰다보니 여기까지 왔다는 답변에서 영화에 대한 확고부동한 시선과 자신감이 묻어나온다. 막연한 미래나 앞으로의 활동, 신인의 각오 같은 말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그가 쓴 글이 그래서 더 궁금하다.
-지난해에 최종 심사까지 올랐다가 아쉽게 지면으로 만나지 못했다.
=심사위원들을 용서하지 않으려고 했다. (웃음) 특별한 목표가 있어서 2년 연속으로 응모한 건 아니다. 지난해에는 떨어졌는데 올해는 어떻게 될까 궁금하기도 했고 현실적인 이유는, 상금이 있으니까. (웃음)
-판타지라는 필명으로
[영화평론③] 우수상 당선자 김병규 - 만나야 할 영화와 자연스럽게 만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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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쓰가 주사를 맞기 위해 양호실에 도착하면 실내에는 대여섯 명 정도의 소년이 프레임 여기저기에 놓여 있다. 누군가는 의자에 앉아서, 누군가는 창문이나 시력검사표 옆에 멈춰 서 있다. 왜 이들이 이런 자세로 화면에 자리 잡고 있는 걸까. 개연성의 맥락으로는 단순히 샤오쓰와 마찬가지로 주사를 맞으려고 기다리는 학생들이라고 생각하면 충분하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기보다는 회화나 조각의 구도를 보는 것처럼 뻣뻣하고 어색한 몸짓과 배치를 의식하는 순간 장면의 시각적 형식이 무척이나 이상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버린다.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정연하게 줄을 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도 아닌, 멈춤과 움직임의 경계선을 주시하는 듯한 인물들의 형태가 이 장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중 한 아이가 몸을 움직여 물건을 건드리려 하자 화면 밖에서 “손대지마”라는 말이 들려온다. 움직임을 중단하고 정지 상태에 머물 것을 요구하는 강력한 주문이다. 이 장면에서 무엇보
[영화평론②] 우수상 김병규 작품비평 요약 - 멈춤과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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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 반 산트의 두 편의 영화, <엘리펀트>(2003)와 <라스트 데이즈>(2005)에선 한 가지 기묘한 효과가 반복된다. 그 효과가 나타나는 장면들의 시각적 구성을 요약하면 이런 식이다. ‘한 남자가 홀로 걸어가고 카메라는 그의 뒤를 따라간다.’ 두 장면이 제시되는 상황이나, 카메라가 따라가는 인물들에게 별다른 공통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엘리펀트>에서 해당 장면은 두 소년이 총기 난사를 저지른 이후에 등장하고, 카메라가 따라가는 인물은 그중 한 명인 알렉스이다. 반면 <라스트 데이즈>에서 카메라 앞을 걸어가는 남자는 주인공 블레이크이며, 그는 지금 마약에 취한 채로 새벽이 돼서야 집에 돌아오는 중이다.
여기까지는 달리 특별한 것 없는 장면들이며, 단순히 ‘대상의 뒤통수를 따라가며 찍었다’는 특징은 공통되는 장면을 교집합으로 묶어내기 민망할 정도로 빈번하게 사용되는 촬영 방식이다. 두 장면을 눈에 띄게 이상하게 만드는 것은 그들이 걸
[영화평론①] 우수상 김병규 이론비평 요약 - 액체적 영화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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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영화평론상이 어느덧 23회를 맞았다. 비평의 쓸모를 고민하는 목소리에 응답하듯 새로운 물결은 한번의 쉼 없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우수상으로 당선된 김병규·홍은미 수상자의 활동이 좁아져 가는 비평의 자리를 한층 넓혀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기쁜 마음으로 이들의 글을 소개하는 한편 축하하는 마음으로 올해 여름 한국영화 세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소희·송형국·안시환 평론가가 올해 초 가진 <강철비> <신과 함께-죄와 벌> <1987> 대담에 이어 <인랑> <신과 함께-인과 연> <공작>을 평한다. 개별 영화에 대한 분석을 넘어 한국영화에 대한 흐름과 맥을 짚는 자리가 될 것이다.
|심사평|
<씨네21> 영화평론상이 어느덧 23회를 맞이했다. 심사에 참여한 <씨네21> 주성철 편집장, 김혜리 편집위원, 송경원 기자는 최종적으로 최우수상 없이 김
영화의 옆, 평론의 자리를 만들다 ① ~ 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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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웠던 여름이 끝났다. 전년 대비 약 14.2% 흥행 수입이 상승한 8월을 뒤로하고, 지금 할리우드는 내년 오스카 레이스의 주자가 누가 될지 일찌감치 점치느라 바쁘다. 베니스국제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 그리고 콜로라도에서 열리는 텔룰라이드영화제에서 공개된 신작들 때문인데, 보통 9월부터 연말 사이에 개봉하는 영화들이 오스카 시상식을 비롯한 각종 시상식 후보로 선정되는 경향이 있다. 가장 주목받는 영화는 <라라랜드>로 최연소 오스카 감독상을 수상한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신작 <퍼스트 맨>과 역시 오스카가 사랑한 감독인 알폰소 쿠아론의 신작 <로마>다. 특히 이 두편은 8월 31일 막을 올린 제45회 텔룰라이드영화제에서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상영됐는데, 지난 2년 동안 오스카에서 주요 부문을 수상한 <문라이트>(제89회 오스카 작품상)와 <레이디 버드>(제90회 오스카 5개 부문 노미네이션)가 텔룰라이드영화제에서 상영된 바 있어
[LA] 텔룰라이드영화제서 공개된 데이미언 셔젤, 알폰소 쿠아론 감독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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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크레이그 질레스피 / 출연 마고 로비, 세바스천 스탠, 앨리슨 제니 / 제작연도 2017년
봄에 <아이, 토냐>를 보았는데, 볼 때는 매끄러운 영화라 생각했지만 여름을 지나 가을에 이르기까지 마음속에 잔여물이 남았다. 어쩐지 아주 오래 이 영화를 생각할 것 같다.
1994년 당시 초등학생이었기에 한창 신문 스크랩이 숙제였고, 스포츠 섹션에서 토냐 하딩에 관련된 기사를 오려냈던 기억이 분명히 남아 있다. 내용이 충격적이어서 잊지 않은 것도 있지만, 이후 미국의 온갖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 사건에 대해 비틀린 농담을 하고 흉내를 냈기 때문에 되새김질된 게 아닌가 한다. 20년이 넘도록 아주 잔인한 방식으로 회자된 셈이니, <아이, 토냐>가 지난 세기말로 돌아가는 방식은 감탄스러울 정도로 영리해야만 했다. 수많은 적대자들을 비껴 가해자의 편을 들지 않으면서도 토냐 하딩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교묘한 방식을 취해야 했던 것이다.
학대와 배제를 조금이라도 경험
정세랑 소설가의 <아이, 토냐> 미워하기 좋은 여자를 미워하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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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하는 아내를 두고 새 인연을 꿈꾸던 남편이 뒤늦게 후회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일정 양식이 반복되고 교훈과 결말, 극을 통해 얻는 쾌락도 정해진 보수적인 이 드라마들은 주로 여성 시청자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다. 시간여행이나 신비한 힘의 개입으로 운명을 되돌리는 설정이 드라마 시청자에게 무리 없이 받아들여지는 최근 몇년 동안은 여러 쌍의 부부들이 과거로 돌아가 잠시나마 다른 삶을 살기도 했다. tvN 드라마 <아는 와이프>도 그 흐름에 있다. 드라마 속 시간여행의 주체는 대개 남자다. 후회할 만한 일을 저질러왔고, 과거로 돌아가 이를 바로잡으려는 동기를 가진 남자주인공의 시점과 감정선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의 시선에 의해 순수하고 아름답던 모습으로 대상화된 아내가 재발견되는 것이 앞선 드라마들이었다면, 이에 저항하듯 ‘뜬금없는 농담을 즐기는 털털하고 쾌활한 괴짜’라는 개성을 일관되게 놓지 않는 이가 <아는 와이프> 속 아내 서우진(한지민)이다.
하지만 우진의
[TVIEW] <아는 와이프> 개성마저 덮어버리는 개념녀에 대한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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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이즈 본> A Star Is Born
제작 브래들리 쿠퍼 출/ 연 브래들리 쿠퍼, 레이디 가가, 샘 엘리어트, 그렉 그룬버그 / 수입·배급 워너브러더스코리아 / 개봉 10월 9일 예정
“탁월한 할리우드영화.”(<버라이어티>) 8월 말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뒤, 2019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강력한 후보로 떠오른 작품이 있다. 브래들리 쿠퍼의 감독 데뷔작 <스타 이즈 본>이다. 무명의 싱어송라이터(레이디 가가)가 자신의 모든 것을 사랑해주는 유명 뮤지션(브래들리 쿠퍼)을 만나 최고의 스타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다룬 이 뮤직 드라마는 윌리엄 웰먼이 1937년에 선보인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스타 이즈 본>은 1954년, 1976년 두 차례 리메이크된 적이 있는데 무명에서 스타로 성장하는 여성 뮤지션 역으로 주디 갈런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등 당대의 디바들이 캐스팅된 전력이 있다. 이번 영화에서 스포
[Coming Soon] <스타 이즈 본>, “탁월한 할리우드영화.”(<버라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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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필름랩(옛 명필름영화학교)이 9월 28일(금)부터 10월 5일(금)까지 5기 모집 서류접수를 받는다. 모집분야는 극영화 연출, 시나리오, 제작, 촬영이다. 명필름랩은 매년 장편 극영화 프로젝트를 선정하여 2년 동안 작품을 개발, 제작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지원자는 명필름랩 홈페이지(www.mfi.kr)에서 지원서류를 다운로드해 작성한 후 등기우편으로 접수하면 된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참조. 문의 031-930-6530~1, mfl@myungfilm.org.
*제5회 가톨릭영화제(CaFF)에서 영화제 자원활동가를 모집한다. 종교 무관하고 영화를 사랑하는 성인이며 영화제 전 기간(10월 25~28일) 참여 가능한 사람, 사전 준비 모임(10월 11, 18일) 참여 가능한 사람이면 누구나 환영한다. 모집인원은 20명으로 홈페이지(caff.kr/caffsien)에서 지원서를 다운로드해 작성 후, 이메일(caffsien@caff.kr)로 접수. 봉사활동 확인서 발급, 공식 유
제5회 가톨릭영화제(CaFF), 영화제 자원활동가 모집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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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트>, <블레이드 러너 2049>를 연출한 드니 빌뇌브 감독의 대형 차기작 <듄>에서 레베카 퍼거슨을 만나볼 수 있을까. 9월 5일(현지 시각) <버라이어티>를 비롯한 다수의 해외 매체는 “레베카 퍼거슨이 드니 빌뇌브 감독의 신작 <듄>의 출연 협상에 들어섰다”고 보도했다.
<듄>은 1965년 출판된 프랑크 허버트의 동명 SF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반지의 제왕>에 버금가는 어마어마한 서사를 자랑하는 소설 <듄>은 네뷸러 상, 휴고 상 등을 수상하며 비평계와 독자들의 동시 찬사를 받았다. 근미래 사막 행성인 아라키스를 배경으로, 은하계에서 가장 귀중한 물질인 멜란지를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배신 당한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자 애쓰는 귀족 소년 폴 아트리데스가 주인공으로,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에선 티모시 샬라메가 그를 연기할 예정이다. 레베카 퍼거슨은 폴의 어머니
레베카 퍼거슨, 티모시 샬라메와 함께 드니 빌뇌브 신작 <듄> 출연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