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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 성장, 변화를 거듭한 배우 정우성의 치열했던 20년을 한자리에서 되돌아볼 수 있는 특별전이 마련됐다. <비트>(1997) 속 방황하는 청춘의 우상에서 <아수라>(2016)의 비리 경찰로 돌아오기까지, 정우성은 특별전의 제목 그대로 ‘스타, 배우, 아티스트’의 성실하고도 담대한 궤도를 그려왔다. 스크린 속 아이콘의 자리에서 조용히 걸어나온 그는 이제 한국 사회의 현실에 목소리를 내는 데에도 주저함이 없다. 이번 특별전에선 그의 눈부신 20대가 담긴 <태양은 없다>(1998), 허점 많고 투박한 캐릭터로 연기 변신을 시도한 <똥개>(2003), 한국 장르영화의 변함없는 버팀목임을 확인케 해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현재진행형의 원숙한 무게감을 입증한 <강철비>(2017)와 내레이션 참여로 화제를 모은 <그날, 바다>(2018) 등 12편의 대표작을 확인할 수 있다. 7월 13일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가이드⑧] 특별전: 스타, 배우, 아티스트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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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캣우먼이 넷플릭스 영화로 뭉친다. 벤 애플렉이 앤 해서웨이 주연의 넷플릭스 영화 <더 라스트 씽 히 원티드>(The Last Thing He Wanted)에 합류했다. <더 라스트 씽 히 원티드>는 미국의 유명 소설가 조안 디디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2017년 넷플릭스 영화 <머드바운드>로 선댄스영화제, 토론토국제영화제 등에서 노미네이트되고, 수상해 이름을 알린 디 리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더 라스트 씽 히 원티드>는 조안 디디온이 1996년 집필한 소설이다. 가상의 인물인 앨래나 맥마혼이 주인공이며, 실제 시건인 ‘이란-콘트라 스캔들’을 소재로 사용했다. 이란-콘트라 스캔들은 1986년 미국 정부가 인질 구출을 명목으로 몰래 이란에 무기를 팔고, 그 대금으로 중앙아메리카의 니카라과의 좌파 정부에 반대하는 콘트라 반군을 지원한 사건이다. 그 결과 콘트라 반군이 가지고 있던 엄청난 양의 코카인이 미국으로 들
벤 애플렉, 앤 해서웨이 넷플릭스 영화 <더 라스트 씽 히 원티드>로 뭉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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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랜도 칼리시안’이 돌아온다. 7월 9일(현지 시각), 해외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는 “<스타워즈> 오리지널 3부작에서 랜도 칼리시안을 연기했던 빌리 디 윌리엄스가 같은 역으로 <스타워즈 에피소드 9>에 출연한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스타워즈> 오리지널 3부작 주요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이 모두 <스타워즈> 시퀄 3부작 품 안에 안길 수 있게 됐다.
빌리 디 윌리엄스가 연기했던 랜도 칼리시안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5-제국의 역습>(1980)에 한 솔로(해리슨 포드)의 동료로 첫 등장했던 캐릭터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6-제다이의 귀환>(1983)에선 주연 캐릭터들과 함께 반란군 활동에 동참하며 제국군을 물리쳤던 캐릭터. 최근 개봉한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에선 한 솔로(엘든 이렌리치)와 함께 밀레니엄 팔콘을 타고 우주 곳곳을 가로지르던 그의 과거를 확인할 수 있다. <한 솔로
<스타워즈 9>에 원조 ‘랜도 칼리시안’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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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여름이다. 에어컨의 비닐을 벗겼고 반팔 티셔츠를 몇장 주문했다. 빨래를 하루 만에 걷을 수 있게 됐다. 선풍기는 꺼내지 않았다. 선풍기는 일년 내내 나와 있기 때문이다. 여름과 함께 새로운 공간도 나를 찾아왔다. 집 근처에 있던 동네슈퍼가 점포 정리를 선언(?)한 뒤 나는 줄곧 그곳을 매의 눈으로 주시해왔다. 무엇이 들어올 것인가. 정답은 카페였다. 물론 카페는 이 동네에 넘친다. 하지만 이 카페는 조금 특별하다. 내가 원하는 디자인과 정서를 머금고 있다. 주인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이제 글을 쓰는 사람이 손님이 되려고 한다. 지금도 이 카페 창가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아마 올여름은 이곳에서 나게 될 것이다. 여름과 함께 내 플레이리스트도 바뀌었다. 일단 기린의 <SUMMER HOLiDAY>를 5번 들었다. 그 후 몇몇 다른 여름 노래도 저장했다. 그중에는 디제이 재지 제프 & 프레시 프린스의 <Summertime>도 있다. 1991년 여
[마감인간의 music] 디제이 재지 제프 & 프레시 프린스 , 여름 음악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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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들의 뇌를 아무렇지도 않게 갈라 유전자 조작에 이용하는 뇌과학 박사. 잔인함을 형상화한 <마녀>의 빌런 닥터 백의 연기는, 적어도 보기 전까지는 감정의 바닥까지 내려가 리얼한 연기를 선보이는 조민수와는 선뜻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그럴법한 캐스팅에서 벗어난 의외의 캐스팅이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닥터 백은 연기 30년차, 조민수의 내공으로 똘똘 뭉친 독특한 캐릭터다. 자주 기회가 오지 않는 역할 앞에서 조민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고민을 더해 닥터 백을 하나하나 만들어갔고, 그래서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닥터 백은 원래 시나리오에서 남성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다가 지금의 여성으로 바뀌었다고 들었다.
=<마녀> 제작·투자사인 변승민 워너브러더스코리아 한국영화 팀장이 <피에타>(2012) 때 참여했었다. 그때 인연으로 영화 할 때 전화해서 이것저것 상의를 한다. 그분이 “선배님 영화 출연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하고
<마녀> 배우 조민수, "전작이 만든 선입견으로 배우를 규정 짓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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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아이피>(2017)가 여혐 내용 때문에 집중적인 공격을 받을 거라고는, 박훈정 감독을 포함한 어느 누구도 몰랐던 것 같다. 박훈정은 <악마를 보았다>(2010)와 <신세계>(2012)에서 했던 것과 똑같은 서커스를 다시 한번 했을 뿐이니까.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같은 서커스를 보는 관객의 태도가 바뀐 것이다. 서커스가 더 좋아졌다면 커버가 되었겠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이전 서커스가 재점검받아야 할 판이었다. 이 상황을 어쩔 것인가. 어떤 사람에겐 기회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빨리, 손쉽게 주어진다. 박훈정은 <브이아이피>가 개봉되기 전에 이미 ‘한국판 <공각기동대>’라고 홍보했던 차기작 <마녀>를 준비 중이었다. 여혐으로 악평을 받았던 영화 다음에 차기작으로 여성 원톱의 ‘걸크러시’ 액션물을 내밀면 얼마나 그럴싸한 한방이 될 것인가. 하지만 여기엔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하나는 박훈정의 핸디캡이었는데
<마녀>, 박훈정 감독의 여성 캐릭터는 극복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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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을 앞두고 영화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리스크가 발생한다. 감독이나 배우가 SNS에 올린 글 하나 때문에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는 세상이다. 영화 홍보하기 힘든 ‘리스크 시대’에서 영화 홍보 대행사 호호호비치가 법률 회사 브로인로펌과 사업을 제휴해 위기관리 및 대응 업무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나섰다. 김준혁 브로인로펌 대표를 만나 이번 사업과 관련된 밑그림을 물었다.
-호호호비치는 어떤 인연으로 알게 됐나.
=법적 자문을 한 적 있다. 문제가 잘 마무리돼 서로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다. 그 일 뒤로 편하게 법적 자문을 해오고 있었다.
-이슈 하나가 흥행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영화야말로 전문적인 리스크 대응 전략이 절실한 산업이 아닌가.
=그렇다. 개인적으로 영화에 관심이 많다. 감독 입봉을 준비하고 있는 친동생과 영화계 네트워크 덕분에 영화계에 다양한 법률 자문을 해왔다. 그 과정에서 시나리오작가부터 감독, 제작자, 많은 기술 스탭들이 공들
김준혁 브로인로펌 대표 - 영화의 온당한 평가를 위해선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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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구치 겐타로는 잡지 모델로 활동할 당시 투명하고 깨끗한 소년의 이미지와 남성적 매력을 모두 갖춘 소금남(흰 피부에 쌍꺼풀이 없고 마르고 키가 큰 남자를 일컫는 신조어, 소금의 결정처럼 하얗고 깨끗한 이미지라는 뜻.-편집자)의 대표 캐릭터로 사랑받았다. 2014년부터 연기를 시작했고, <너와 100번째 사랑>(2017), <히로인 실격>(2015), <내 이야기>(2015) 등에서 외모도 마음도 허점 없이 완벽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일본의 대세배우로 떠올랐다. 드라마 <모방범>(2016), <나라타주>(2017)에선 대중이 기대하는 이미지를 유유히 배신하면서 연기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고, 한국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와 <시그널>의 일본 리메이크 버전에 출연하며 한국 팬들에게 더 친숙해지기도 했다. 판타지 로맨스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에선 자신이 좋아하는 흑백 고전영화 속 공주 미유키(
<오늘 밤, 로맨스 극장에서> 배우 사카구치 겐타로 - 순정만화에서 걸어나온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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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난 미남은커녕 딱히 인상에 남을 만한 특징도 없다. 이웃집 학생마냥 스쳐 지나가도 모를 법한 외모에 약간 모자란 듯 멍한 표정이 더해지면 나도 모르게 경계의 끈을 놓게 된다. 외견만 본다면 배리 케오간에겐 순박, 평범, 무난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백지처럼 비어 있는 이 남자가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찬 영화 <킬링 디어>의 숨 막히는 분위기 중 팔할을 담당한다. 배리 케오간이 열연한 마틴은 설명되지 않을 미묘한 틈새에 놓인 남자로 여느 사이코패스 캐릭터들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마틴은 소년과 어른 사이,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 섬뜩함과 몽롱함 사이 하나의 역할로 지정되는 걸 거부한 채 유령(혹은 심판자)처럼 화면 위를 부유한다. 배리 케오간의 이러한 연기를 기술적으로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틴의 시선은 시종일관 산만하게 주변으로 흩어져 있다가도 불꽃이 점화되면 순식간에 어떤 열망으로 가득 메워진다. 초점을 잃은 채 어딘가를 응시하
<킬링 디어> 배리 케오간 - 가늠할 수 없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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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가장 큰 변수였다. 최근 한국에서 새롭게 인기를 모은 아이돌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같은 대형 소속사 소속이거나, 방탄소년단이거나, 혹은 <프로듀스> 시리즈가 탄생시킨 그룹이다. 혹은 이 방송과 어떻게든 관련되어 있다. 걸그룹 시장에서 트와이스에 이어 높은 앨범 판매량을 기록한 I.O.I 멤버들은 현재 구구단·우주소녀·위키미키·프리스틴 등의 그룹으로 데뷔하거나 청하처럼 솔로로 활동 중이다. <프로듀스101> 시즌2에서는 데뷔하지 못한 연습생도 탄탄한 팬덤을 가진 아이돌이 될 수 있었다. 워너원으로 선발된 황민현을 제외한 뉴이스트 멤버들은 ‘Waiting’의 의미를 담은 뉴이스트W로 활동 중이며, 팬덤 규모의 척도인 앨범 초동 판매량은 각각 20만장, 15만장을 넘겼다. 탈락한 연습생들이 모인 JBJ와 MXM 역시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고 김사무엘, 정세운 등이 솔로로
<프로듀스48>는 아이돌 지옥을 어떻게 강화시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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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에 개봉한 한국영화 <소공녀>에서 주인공 미소(이솜)의 남자친구 한솔(안재홍)은 웹툰작가의 꿈을 포기하고 2년간 5천만원 이상을 모을 수 있다는 사우디아라비아 장기출장을 신청한다. “왜?”라는 주인공의 질문에 “남들 다 하는 걸 하기 위해”라고 답한다. 남들처럼 살기 위해 자신의 꿈을 접는 걸 사람들은 현실적이라고 말한다.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을 굳이 이해할 생각이 없는 주인공 미소는 점점 오르는 월세와 두배 가까이 오른 담뱃값 사이에서 방을 버리고 담배를 선택한다. 집과 직장, 결혼 대신에 기꺼이 자신의 취향을 지키기로 한 이 선택에 대해 극중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녀가 특이하다고 놀라워한다. 미소는 방을 뺀 후 잘 곳을 찾기 위해 대학 시절 함께 밴드를 했던 친구들을 한명씩 방문한다. 흥미롭게도 세명의 여자동창은 모두 직장, 가족, 육아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느라 음악과 담배와 같은 취향의 세계와 결별한 생활인으로 살고 있고, 두명의 남자동창은 여전히 기타를
존엄한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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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외과의사 스티븐(콜린 파렐)은 정기적으로 10대 마틴(배리 케오간)과 만나 식사를 하고 산책을 한다. 둘은 무슨 관계일까? 따로 사는 부자(父子)? 비밀스러운 파트너? <킬링 디어>의 마틴을 연기한 배리 케오간은 <원더스트럭>(2017)의 밀리센트 시먼스, <유전>의 밀리 샤피로에 이어 스크린에 들어오는 순간 눈을 뗄 수 없는 신예다. <덩케르크>에서 애국심에 불타는 투명한 캐릭터를 연기했던 이 배우는 <킬링 디어>의 시커먼 심연이다. 마틴은 예의바르고 집요하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모든 인물이 그렇듯, 흡사 인공지능 같은 딱딱한 말투로 괴상한 질문을 던지고 대답할 때는 필요 이상으로 자세하다. 순진한 동시에 사악하고, 가련하지만 가까이하기 싫은 캐릭터를 배리 케오간은 제2의 피부처럼 연기한다. 소년은 현실적으로 극중 최약자이지만 때가 되면 영화 전체의 리얼리티를 교란하는 괴력을 발휘한다.
06/11
아녜스 바르다는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사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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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 앤더슨이 <판타스틱 Mr. 폭스>(2009)를 3D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을 때 사람들마다 해석이 분분했다. ‘3D 컴퓨터애니메이션이라는 건가?’, ‘아니, 아마도 3D 입체영화가 아닐까?’ 이후에 알려진 결과물은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이었다. 이런 혼선은 그 무렵 종종 일어났다. 팀 버튼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를 3D로 제작할 계획이라고 했을 때도 ‘스톱모션 신작을 하겠다는 말인가?’라는 추측도 끼어들었으니까. 그즈음은 정말 그랬다. 3D라는 말에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뒤섞여 있었다. 그리고 정작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의 앞날은 어두웠다. 장편 스톱모션애니메이션 제작이 침체기에 들어갔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메이저급 규모의 장편애니메이션은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던 시기였다. 원래 매년 일정 수량의 작품이 만들어지기 어려운 것이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의 형편이었기 때문에 번영기와 침체기라는 사이클을 적용하는 건 의미가 없다. 다만 고되고 지루하고 손이
<개들의 섬> 웨스 앤더슨의 스톱모션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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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영화들이 있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영화를 즐긴다. 본 영화를 수십번 다시 보는 사람이 있고, 긴 글을 통해 감동을 옮겨 적는 사람도 있다. 그중에서도 영화를 찍은 장소에 직접 찾아가는 건 현실과 영화의 간격을 좁히는 특별한 체험이다. <펠리니를 찾아서>는 제목 그대로 이탈리아의 명감독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를 가이드 삼아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루시(세니아 솔로)는 자신을 끔찍이 아끼는 엄마 때문에 자극적인 것들로부터 격리된 채 동화 같은 일상 속에 살아간다. 시대가 변해도 늘 그 자리에 있는 고전영화처럼 세상과 격리된 채 살았던 루시에게도 엄마의 곁을 떠날 때가 찾아온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불안에 떨던 때 루시는 우연히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를 만난다. 그렇게 펠리니의 영화를 가이드 삼아, 어린 시절 첫사랑이 간다고 했던 이탈리아를 향한 루시의 여정이 시작된다.
페데리코 펠리니를 아시나요
“수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킨 영화계
<펠리니를 찾아서> 속 페테리코 펠리니의 흔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