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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크레더블>(2004)에 이어 <인크레더블2>는 슈퍼히어로 활동이 불법인 세계에서 시작한다. 재정난에 처한 히어로 부부 밥과 헬렌에게 재벌 데버 남매가 우호적으로 접근해 슈퍼히어로의 대중 이미지를 개선하는 언론 플레이를 제안한다. <인크레더블2>는 중반까지 묵직하고 흥미로운 명제를 잔뜩 던진다. 어차피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영웅보다 사회의 인프라가 위기를 수습해야 한다는 원칙, 이유 없이 정의로운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정치인들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관찰이 솔깃하다. 데버 남매는 보도 영상의 앵글과 시점숏의 중요성을 정확히 지적한다. 현실 대신 스크린에 홀린 대중을 비판하는 악당의 일장연설도 논리 정연하다. 그러나 아깝게도 이 모든 이슈들은 뿌려질 뿐 싹을 틔우지 못하고 고속 액션에 떠내려간다.
06/13
아녜스 바르다의 <이삭 줍는 사람들과 나>(2000), <아녜스의 해변>(2008),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휩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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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은 얼핏 지금의 청년세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금의 기성세대가 청년세대를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보는지를 드러내는 작품에 가깝다. 영화 초반부 학수(박정민)가 <쇼미더머니> 오디션에 참가하는 일련의 상황과 그의 서울살이를 보여주는 몇몇 장면을 제외한다면, <변산>은 학수가 고향으로 내려가 자신의 어두운 과거 속에 가장 빛나는 순간이 있음을 깨닫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자신을 가두고 짓누르는 쓰라린 기억을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응시하라고, 맞서 싸우라고, 그렇게 이겨내라고, 그럴 때 가장 빛나던 순간이 현재에 되살아날 수 있다고 말하는 영화가 바로 <변산>이다. 그것이 학수의 아버지(장항선)가 아들에게 뺨을 내어준 이유다. 하지만 <변산>에는 또 다른 아버지가 숨어 있는 것 아닐까? 무너뜨려야 하는 아버지가 아니라, 결국 그 품에 안기고 마는 아버지. 그것이 <변산>을 청년세대의 영
<변산>이 기성세대의 영화에 머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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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 박화영(김가희)은 가출팸의 ‘엄마’이고, 모델로 활동하는 얼짱 미정(강민아)은 화영의 단짝친구다. 화영은 미정의 보호자라도 된 듯 그녀에게 집을 제공하고, 라면을 끓여주고, 빨래를 해준다. 미정의 남자친구 영재(이재균)가 미정을 두고 한눈을 팔 때, 미정보다 분노한 것도 화영이다. 미정을 향한 화영의 애정이 파국으로 치달을 때까지, <박화영>은 10대 가출팸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눈 하나 깜짝 않고 전달해나간다.
첫 장면부터 화면을 압도하는 것은 육중한 몸에 “씨발”을 숨쉬듯 내뱉는 박화영의 존재감이다. 대낮에 집 앞에서 칼을 들고 난동을 부리며, 경찰에게 “한번 줄까”라며 팬티를 내리려 하는 모습은 그녀의 폭력성을 한층 강화해준다. 한국영화에 이만큼 외형적 강렬함을 가진 캐릭터가 있었나 곱씹어볼 만큼 괴물 같은 캐릭터다. 하지만 공격적인 화영이 무리에서 이용당하는 나약한 존재라는 걸 알게 된 순간, 그녀의 이 ‘센’ 외형이 오히려 기형적인 형태로 남으며 슬픔으로
<박화영> “니들은 나 없으면 어쩔 뻔 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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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세계와 떨어져서 천을 짜며 살아가는 요르프족은 수백년을 살며 늙지 않기에 이별의 혈족이라 불린다. 요르프족의 아이 마키아(이와미 마나카)는 이별의 혈족이라는 말도, “사랑에 빠지면 안 된다”는 장로님의 말도 이해할 수 없다. 어느 날 왕국의 인간들이 침략해 요르프족을 납치하고 살해한다. 도망친 마키아는 폐허 속에서 발견한 아기에게 아리엘(이리노 미유)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자신이 키우기로 결심한다. 마을로 내려간 마키아는 마음씨 좋은 미도 아줌마를 만나서 함께 살게 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마키아의 정체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신변에 위협을 느낀다. 때마침 왕국의 왕자가 요르프족의 여자를 납치해 결혼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마키아는 납치된 친구 레일리아를 구하기 위해 떠난다.
마키아의 성장 서사인 동시에 대서사를 가진 판타지애니메이션이다. 두 왕국의 전쟁 사이에서 희생되는 요르프족이라는 대서사 속에서 마키아와 레일리아(카지 유우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마키아는
<이별의 아침에 약속의 꽃을 장식하자> “사랑해서, 행복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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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우버 택시를 몰고 밤에는 작은 클럽에서 코미디를 하는 쿠마일(쿠마일 난지아니)은 파키스탄 이민자 1.5세대다. 부모가 쿠마일에게 원하는 것은 세 가지. 로스쿨에 갈 것, 알라신에게 열심히 기도할 것, 그리고 선을 봐서 결혼할 것. 자유연애는 금지다. 특히 미국 여자와의 결혼은 입에 담아서도 안 될 일이다. 하지만 쿠마일은 미국인 에밀리(조 카잔)와 사랑에 빠지고, 부모에게는 이 사실을 숨긴 채 부모가 정해주는 맞선을 계속 본다. 결국 이 일로 에밀리와 쿠마일은 헤어지게 된다. 그런데 얼마 후, 에밀리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응급실에 입원하고 혼수상태에 빠진다.
실화에 기반을 둔 현실적인 로맨스는 씁쓸한 뒷맛을 남기기 마련이지만, <빅 식>은 낭만과 현실 사이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 힘은 각본에서 나온다. 주인공으로 출연한 쿠마일과 그의 아내 에밀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두 사람이 함께 쓴 각본은 실화라는 점을 눈치채기 힘들 정도로 윤색이 훌륭하
<빅 식> 그녀가 잠든 14일 동안 쿠마일의 진짜 사랑이 시작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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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 1등을 독차지하던 은하(소주연)는 수능 시험을 망친다. 시험 결과로 인한 압박감에 괴로워하던 은하는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늘 곁에서 은하를 챙겨주는 민우(김민규),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는 우성(김영), 수능이 끝나자마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동일(김태민), 단순한 성격의 정윤(최희진), 덩치는 크지만 겁이 많은 해국(박진)이 동행한다. 그러나 길을 잘못 들어 원래의 목적지가 아닌 정주랜드라는 버려진 놀이공원에 도착한다. 그렇게 도착한 놀이공원에서 귀신을 만나게 되고, 이 놀이공원을 건설한 회장이 정신 이상으로 자신의 가족을 살해했다는 소문에 대해 알게 된다.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에 시청자를 끌어모으고 싶어 하는 우성의 제안으로 그들은 귀신의 집에 들어가게 되고 귀신의 집에서 이상한 일들을 목격하며 혼란과 공포를 느끼기 시작한다.
<속닥속닥>은 입시를 앞둔 수험생의 불안, 인터넷 방송과 같은 미디어, 버려진 놀이공원이라는 공간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
<속닥속닥> 섬뜩한 소문의 귀신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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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요원 윌 소여(드웨인 존슨)는 임무 중 사고로 다리를 잃고 은퇴한다. 육체적으로 불편하지만 역량은 전혀 떨어지지 않은 윌은 세계 최고층 빌딩 펄의 보안팀장으로 발탁된다. 얼마 뒤 윌이 자리를 비운 사이 테러리스트들이 빌딩을 점거하고, 윌의 가족과 주민들을 인질로 붙잡는다. 설상가상 화재까지 발생한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윌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불타는 빌딩 안으로 잠입을 시도한다.
할리우드 영웅주의 서사에 쉴 틈 없이 물량공세를 퍼붓는 전형적인 여름 블록버스터이자 액션영화다. <타워링>(1974)부터 <샌 안드레아스>(2015)에 이르기까지 익숙한 재난영화의 요소들을 고스란히 차용한 구성을 보여준다. 대개 이런 종류의 수식어는 혹평을 위해 사용되지만 드웨인 존슨 앞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스카이스크래퍼>는 액션 블록버스터가 원하는 바를 기계적으로 조립한 오락영화이자 드웨인 존슨의 도돌이표 같은 영화다. 이야기는 볼거리를 자랑하기 위한
<스카이스크래퍼> 불타는 빌딩 안으로 잠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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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의 역사를 간직한 성 제임스 교회. 기독교 학교도 아닌데 캠퍼스 안에 교회를 둔다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 그러던 어느 날 교회에 방화 사건이 발생해 데이빗 목사(데이비드 A. R. 화이트)의 동료 주드(벤자민 오치엥)가 사망하는 일이 벌어진다. 교회가 불에 탄 것도 모자라 친구까지 잃어 상심이 큰 데이빗에겐 하지만 더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해들리 주립대학 총장(테드 맥긴리)이 캠퍼스 내에서 교회를 퇴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학교와 지역사회와 교회의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데이빗은 교회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시작한다. 그러나 승산이 희박해 보이는 싸움 속에서 데이빗의 믿음은 조금씩 흔들린다.
1편은 강의실에서, 2편은 법정에서 ‘신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구했다. 전작들의 흥행에 힘입어 3편까지 제작된 기독교영화 <신은 죽지 않았다3: 어둠 속의 빛>에선 지역사회 안에서의 교회의 역할을 고민한다. 믿음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
<신은 죽지 않았다3: 어둠 속의 빛> 지역사회 안에서의 교회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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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딸과 어린 아들을 둔 가장 라이언(니콜라스 케이지)은 화려했던 청춘을 청산하고 건실한 가장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아내 켄달(샐마 블레어) 역시 아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천사표 엄마다. 하지만 딸 칼리(앤 윈터스)가 남자애와 밤늦게 약속을 잡고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엄마 지갑에 손을 대자 아이들에 대한 믿음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라이언 역시 사고뭉치 아들 조쉬(재커리 아서)의 장난을 받아주는데 슬슬 지쳐간다. 라이언 가족 모두가 서서히 일상에 지쳐갈 때쯤 전국적으로 충격적인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시작한다. <맘&대드>는 자식을 죽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는 부모들에 관한 발칙한 상상력을 앞세운 공포 스릴러 영화다.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어른들이 자기 자식을 죽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흔히 말하는 좀비영화의 규칙을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에 빗대어 재해석한 <맘&대드>는, 부모와 자식들을 서로 죽이지 못해
<맘&대드> 자식을 죽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는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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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의 속편은 <인크레더블>(2004)의 마지막 신, ‘인크레더블’ 가족과 언더마이너의 대결로부터 시작된다. 여전히 영웅 활동은 불법이며, 슈퍼히어로의 능력에 대한 고민도 현재진행형이다. “세상은 바뀌었고, 우리는 여기에 적응해야 한다”고 가족을 설득했던 헬렌/일라스티걸(홀리 헌터)은 역설적이게도 글로벌 통신회사의 재벌 윈스턴 데버(밥 오덴커크)와 에블린 데버(캐서린 키너) 남매의 제안을 받으면서 히어로 홍보 프로젝트의 모델이 된다. 일라스티걸이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내며 히어로 이미지 개선에 힘쓰는 사이, 밥/미스터 인크레더블(크레이그 T. 넬슨)은 어린 잭잭을 보살피며 육아가 일보다 힘들다는 것을 몸으로 학습한다. 또한 그는 첫째 딸 바이올렛(사라 보웰)의 첫사랑을 본의 아니게 망친 후 수습하려 하지만 상황은 오히려 악화된다.
<카2>와 <몬스터 대학교> 등 속편이 전편만큼의 열렬한 지지를 받지 못했던 픽사의 몇몇 예가 남긴 우려가 있
<인크레더블2> 14년 만에 돌아온 ‘인크레더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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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는 2017년 가장 뜨거운 외화였다. 영화가 공개되자마자 전 세계 평론가들의 찬사가 쏟아졌고, IMAX 열풍을 일으키며 대중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캐스팅에 대한 언급도 빼놓을 수 없다. 잘 생긴 애 옆에 잘 생긴 애, 눈호강을 절로 불렀던 할리우드 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화제를 모았던 작품. <덩케르크> 개봉으로부터 1년이 흐른 지금, 굵직한 신작을 들고 찾아온 <덩케르크> 출연진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최근 국내 극장가에 신작으로 찾아온 새내기 배우부터, 대작 개봉을 앞둔 능력자 배우까지! 두고두고 챙겨봐야 할 이들의 차기작 소식을 한자리에 정리해봤다.
잭 로던
차기작
<잉글랜드 이즈 마인> 2018년 7월 5일 국내 개봉, <파이팅 위드 마이 패밀리> 2019년 3월 1일 북미 개봉, <메리 퀸 오브 스코츠> 후반 작업 중, <폰조> 후반 작업 중
바다로 추락한 전투기 속에서 고군분
언제 볼 수 있죠? <덩케르크> 출연진의 신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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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 라그나로크>의 헬라(케이트 블란쳇), <블랙 팬서>의 킬몽거(마이클 B. 조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타노스…. 현재 마블엔 히어로만큼이나 매력적인 빌런이 넘쳐난다. 이런 마블에게도 한때 초강력 빌런의 존재감을 먼지처럼 만들어(!) 팬들의 원성을 사던 시절이 있었다. 기대했던 만큼 실망스러웠던 마블 빌런 다섯을 모았다.
* 해당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위플래시 <아이언맨2>, 2010
위플래시는 자신의 아버지를 버린 스타크 가문에 대한 증오심으로 인해 빌런이 된 캐릭터다. 아버지가 남긴 설계도를 바탕 삼아 홀로 아크 리액터를 만들고, 자신의 슈트를 제작하는 환상적인 이공계 기술을 지닌 인물. 비상한 두뇌를 지녔으나, 안타깝게도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러닝타임 내내 슈트에 달린 채찍만 휘두르다 사라진 캐릭터로 남았다. 위플래시를 연기한 미키 루크는 입체적인 빌런을 만들기 위해 직접 캐릭터에 대한
존재감 무엇? 기대했던 만큼 실망스러웠던 마블 빌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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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에서 엄청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인크레더블 2>가 7월18일 국내 개봉한다. 2004년 개봉한 <인크레더블>을 재밌게 봤다면, 이번 영화 역시 기다려질 것이다. 하지만 디즈니, 픽사 영화에는 본 영화 외에도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있다. 본편 상영 전 보여주는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이번 <인크레더블 2>에도 만두라는 소재에 모성애를 잘 섞어낸 <바오>라는 단편 애니메이션이 상영된다. 큰 흥행을 기록 중인 <인크레더블 2>.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바오>도 높은 완성도, 참신한 소재로 놀라움을 선사한다.
긴 시간 동안 자신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도 큰 행복이겠지만, 가끔은 짧은 시간에 참신함을 무기로 빠르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단편 애니메이션이 더 큰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기다리던 <인크레더블 2>의 개봉에 앞서, 함께 상영되는 <바오>도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짧아서 더 인상적인! 픽사, 디즈니 단편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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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의 명사수, 호크아이를 연기한 제레미 레너가 리부트되는 <스폰>에 출연한다. 미국 매체 <할리우드 리포터>는 7월9일(현지시간), “제레미 레너가 제이미 폭스 주연, 블룸 하우스 제작의 <스폰>에 출연한다”고 보도했다. 그는 제이미 폭스와 함께 영화를 이끌어갈 주연으로 캐스팅됐으며, 감독은 원작 코믹스의 작가인 토드 맥팔레인이 맡았다.
<스폰>은 1992년 미국 만화사 이미지 코믹스에서 처음 출간된 코믹스로, 토드 맥팔레인이 스토리, 작화를 모두 담당했다. 스폰은 CIA 요원, 앨 시몬스가 부패한 자신의 상사에게 억울하게 살해당한 후, 악마와 계약해 지옥에서 부활한 다크 히어로다. 주로 쇠사슬을 무기로 사용하며 재생 능력, 순간 이동 등 여러 능력을 가지고 있다. <스폰>은 다크 히어로란 명칭답게 어둡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스폰>은 코믹스의 인기에 1997년 영화로
제레미 레너, 제이미 폭스 주연의 <스폰> 리푸트 합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