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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프리의 여배우’ 교 마치코(본명 야노 모토코)가 향년 95살로 생을 마감했다. 지난 5월 12일 도쿄의 한 병원에서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난 교 마치코는 1950~60년대 일본영화 전성기를 대표하는 배우로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라쇼몽>(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1950),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지옥문>(감독 기누가사 데이노스케, 1953),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 <우게츠 이야기>(감독 미조구치 겐지, 1953)에 출연하며 국제적으로 명성을 떨쳤다. 교 마치코는 이후로도 영화와 TV를 꾸준히 오가며 활동했으며 82살에 출연한 <여자들의 츄신구라>(2006)를 마지막으로 은막을 떠났다.
1924년 오사카 출신의 교 마치코는 13살에 오사카 쇼치쿠 가극단 무희로 무대에 데뷔하였고 미조구치 겐지 감독의 <단주로 삼대>(1944)로 스크린에 첫발을 들인다. 본격적인 활약은 1949년 영화사 다이에이에 입사하며
<라쇼몽> 배우 교 마치코 향년 95살을 일기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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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캅스>는 한때 전설의 형사였지만 지금은 민원실 주무관으로 일하고 있는 박미영(라미란), 그를 보고 형사의 꿈을 키운 시누이 조지혜(이성경)가 마약 및 불법 촬영, 성폭행 피해자를 돕기 위해 연대하는 이야기다. 평범한 건달 정도야 미영 혼자서도 가뿐히 물리칠 수 있지만, 노남석 무술감독은 “같은 나이, 같은 체형의 남녀를 비교하면 일반적으로 남자쪽이 힘이 더 세다”며 두 사람의 협공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박미영이 몸을 사리지 않고 상대를 넘어뜨리고 태클을 거는 식의 근성을 보여준다면, 조지혜는 주먹 지르기나 발차기 위주로 세련된 액션을 선보이며” 서로를 보완한다는 것이다. 한편 박미영은 레슬링 선수 출신이다. “레슬링 기술은 단순 타격으로는 반격할 수 없는 힘의 차이를 극복시킬 수 있다.” 그렇게 <걸캅스>의 액션은 여성들이 힘을 합쳐 여성 피해자를 구하는 서사를 시각적으로 완성한다.
허명행 무술감독과 함께 <걸캅스>의 액션을 구성한 노남
<걸캅스> 노남석 무술감독 - 서사를 시각적으로 완성하는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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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회 칸국제영화제가 지난 5월 14일 개막했다. 올해는 장영엽, 김현수 기자가 칸으로 떠나 생생한 소식을 전해줄 예정이다. <씨네21> 칸 라이브 방송을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달할 예정이며 거기에 더해 댓글로 궁금한 영화, 만나보고 싶은 경쟁부문 감독들을 알려주면 이후 취재에도 적극 반영할 생각, 이라고 장영엽 기자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더 하겠다고 의욕적으로 SNS에 썼기에, 나 또한 순수한 독자의 심정으로 이렇게 이야기를 전해본다. 영화제 개막과 동시에 보내준 소식에는, 전세계 영화기자들이 빼놓지 않고 보는 칸국제영화제 <버라이어티> 데일리 1호에 ‘South Korea Needs to Clean Up Biz’라는 제목의 기사와 함께 승리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린 기사도 있었다. 한국영화 소식이 자주 실려도 시원찮을 판에, 참으로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역시 짐 자무시의 개막작 <데드 돈 다이>가 가장 궁금했다(
[주성철 편집장] 올해 칸국제영화제가 쏘아올릴 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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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개봉 21일 만에 정상에서 내려왔다. 대신 1위에 오른 것은 라미란, 이성경 주연의 <걸캅스>다. 5월 황금연휴 특수를 누리지 못했음에도 개봉 7일차 관객수가 개봉 첫날 대비 15% 감소하며 뒷심을 발휘했다. 특히 <걸캅스>는 좌석 점유율이 20%대 정도지만 개봉 이래 좌석 판매율 1위를 놓치지 않는 등 경쟁작 대비 불리한 조건을 극복한 점이 눈에 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개봉 22일차 좌석 점유율이 18.3%, <택시운전사>의 개봉 22일차 좌석 점유율이 18.7%였던 데 반해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좌석 점유율이 개봉 21일차에도 41.7%을 차지한 상황에서 성과를 거둔 것은 <걸캅스> 자체 경쟁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 <걸캅스>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5월 15일 개봉한 <악인전>이다. 개봉 첫날 관객수 17만명을 기록하며 1위에 올라섰고, 개봉
<걸캅스> <나의 특별한 형제> <악인전> 등 박스오피스에서 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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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좌의 게임> 시즌 7까지의 캐릭터 사망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제 ‘정말로’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왕좌의 게임>. 그간 수많은 캐릭터들이 죽고, 죽이고를 반복했다. 그중에는 비록 <왕좌의 게임> 속에서는 사망했지만 다른 여러 작품들에서 주연을 꿰차며 활약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대표적인 이가 DC 히어로 ‘아쿠아맨’이 된 제이슨 모모아와 넷플릭스로 건너간 리처드 매든.
그렇다면 현재 방영 중인 시즌 8까지 악착같이 살아남은 주역들은 <왕좌의 게임> 이후 또 어떤 작품들로 관객들을 만날까. 북미에서는 이미 에피소드 5까지 방영돼 주역들의 사망 소식도 전해지고 있지만, 시즌 8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그들의 생존 여부는 언급하지 않겠다. 마지막 시즌 8에서 활약 중인 여섯 명의 캐릭터들. 그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차기작을 알아봤다. 제작을 완료하고 공개를 앞둔, 혹은 촬영이 진행 중인 작품들로만 선정했다.
에밀리아 클
이제 정말 안녕! <왕좌의 게임> 시즌 8 배우들의 차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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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할리우드에 루카스 헤지스만큼 탄탄한 필모를 빠르게 쌓아 올린 배우가 있을까. 라이징 스타 목록에 올렸던 이름이 채 마르기도 전에 굵직한 작품들만을 선택해 연기력까지 인정받은 그. <벤 이즈 백>으로 돌아온 루카스 헤지스는 베테랑 배우 줄리아 로버츠와 모자 관계로 만나 약물 중독에 빠진 아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황금 필모그래피를 보유한 배우 루카스 헤지스의 놀라운 행보를 찬찬히 짚어봤다.
별명은 오스카 메이커
1996년생의 루카스 헤지스. 지금 가장 뜨거운 할리우드의 90년 대생 신성들 가운데 루카스 헤지스는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뛰어난 작품 선구안이 괄목할 만하다는 점. 비중 있는 출연을 한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레이디 버드>, <쓰리 빌보드> 세 작품 모두 그해 오스카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오른 화제작이었다. 거기다 카메오 출연을 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까지 포함시키면, 오스카 작품
22세에 황금 필모그래피 쌓은 배우, 루카스 헤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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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7일. 미세먼지 따위는 거의 없는 화창한 봄날이었다. 휘파람이 절로 나올 만한 날씨인데 실내에 계속 처박혀 있을 수는 없는 법. 재빨리 일을 끝마치고 방송국을 나섰다. 시간은 오후 5시. 생방송까지는 대략 30분 정도가 남아 있었다. 이미 기분이 좋은 상태였지만 이 상태를 더욱 끌어올려줄 음악이 필요했다. 휘파람을 잘 불지 못해서일까. 대신 휘파람을 불어줄 누군가를 내 아이팟 안에서 찾아봤다. 빌리 조엘의 <The Stranger>? 명곡이지만 너무 많이 들었다. 시티즌 제인의 <So Sad and Alone>? 불과 며칠 전에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나간 곡이다. 최근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서 순항 중인 조너스 브러더스의 <Sucker>? 좋은 선택이지만 좀 뻔했다. 치열한 고민 끝에 내가 선택한 뮤지션은 앤드루 버드였다. 미국 출신 인디 포크 뮤지션으로 2019년 3월 통산 12집 앨범 《My Finest Work Yet
[마감인간의 music] 앤드루 버드 <Sisyphus>, 휘파람이 있는 초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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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리스>의 내용은 단순하다. 사랑하지 않는 부부, 그 사이에 한 아이가 있다. 자신이 부모에게 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아이는 그다음 날 종적을 감춘다. 남편과 아내는 아이를 찾기 위해 애쓰지만 아이는 결국 찾지 못한다. 영화의 중요한 지점은 존재가 아니라 부재에 있다. 문제는 이 부재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볼 수 있는 것은 오직 존재일 뿐이기에 부재는 존재를 통해서만 드러날 수 있다. 즉, 부재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할 자리를 보여주는 방법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영화평론가 김소희는 “부재의 시간은 부모가 수색구조 단체와 함께 숲과 폐건물, 병원을 옮겨 다니며 알로샤(마트베이 노비코프)를 찾는 장면으로 채워진다”고 말한다 (<씨네21> 1204호 <러브리스> 영화비평). 부재가 현현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를 찾아 공간을 떠도는 주체가 있어야 한다. <리바이어던>(2014)의 빈 공간은 부재를 찾아 떠도는 주체의 자리에 관객을
<러브리스>가 비극적인 세계와 단절된 우리의 모습을 비추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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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배심원들>은 변호사와 검사가 비장의 증거를 주고받으며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는 이야기가 아니다. 임용된 지 18년 동안 형사부를 전담할 만큼 강단 있고, 법과 원칙에 충실한 김준겸 재판장이 맡은 첫 국민참여재판에 ‘법알못’(법을 잘 알지 못하는) 배심원 8명이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법 하면 딱딱하고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들지만 이 영화는 때로는 경쾌하고, 또 때로는 피의자의 안타까운 사연 때문에 울컥한다. 홍승완 감독은 인터뷰 내내 “새로운 법정영화를 만들려고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국민참여재판의 어떤 점에 흥미를 느꼈나.
=배심제가 도입되면서 평범한 사람들이 재판에 참여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매료됐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명이 등장해 소동을 벌이는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국민참여재판 또한 그런 상황 연출이 가능할 것 같아 취재했다.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만난 판사님들이 해주신 자문에 따르면 국민참여재판이 처음 도입됐을 때
<배심원들> 홍승완 감독 - 새로운 법정영화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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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 소타는 올해 5월 국내 극장가에서 만나게 된 두편의 일본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배우다. 그는 5월 9일 개봉하는 <고양이 여행 리포트>와 <라플라스의 마녀>의 주연을 맡았다. 인간과 동물의 교감을 따스한 필치로 조명한 드라마(<고양이 여행 리포트>)와 불가사의한 살인사건의 진실을 좇는 미스터리 스릴러(<라플라스의 마녀>). 우연히 같은 날 개봉하는 두편의 영화에서 완전히 상반된 얼굴을 보여주는 이 배우의 활약상에 호기심을 느낄 관객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먼저 <고양이 여행 리포트>에서 후쿠시 소타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사랑하는 반려묘 나나와 이별해야 하는 청년 사토루를 연기한다. 한편 <라플라스의 마녀>에서 그가 연기하는 아마카스 켄토는 모든 물질의 역학적 상태와 에너지를 알고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하는, 믿을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고양이 여행 리포트>에서의 다정한 미소를 지우고 영화의 긴
<고양이 여행 리포트> <라플라스의 마녀> 후쿠시 소타 - 액션에서 드라마까지 영역을 넓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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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일부터 8월 31일까지 열리는 <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展: 호기심과 상상으로 그린 빛의 세계>에서는 톤코하우스가 제작한 단편영화와 제작 중인 영화들의 기획서와 컨셉아트, 원화, 피겨 상품 등의 전시를 볼 수 있고 실제 작품도 관람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업계의 재능꾼들이 모여 만드는 깊고 넓은 세계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다. 이들이 모여 만드는 작품은 하나같이 그들 스스로 정말 즐거워하며 만들고 있다는 인상을 전달받게 된다. 톤코하우스의 작품들을 만나 보자. 이미 만들어진 작품과 앞으로 완성될 작품들을 모두 소개한다.
<댐 키퍼>(2014) 감독 로버트 콘도, 다이스케 쓰쓰미
18분 분량의 짧은 단편으로 톤코하우스의 간판 영화다. 마을 변두리에 위치한 풍차에서 홀로 사는 소년 피그는 매일 아침 일어나 작은 덩치의 몸으로 힘겹게 풍차를 작동시키고 등교를 한다. 그가 매일 풍차를 작동시키는 모습은 마치 수행자의 고행을 보는 것 같다. 그렇게 매일 풍
<톤코하우스 애니메이션展: 호기심과 상상으로 그린 빛의 세계>를 즐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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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톤코하우스의 창립자 로버트 콘도와 다이스케 쓰쓰미가 한국을 찾았다. 국내 애니메이션 팬들에게 톤코하우스는 그리 익숙지 않은 제작사지만 두 사람이 만든 단편영화 <댐 키퍼>(2014)가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애니메이션 부문 후보로 오르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로버트 콘도와 다이스케 쓰쓰미는 모두 픽사 스튜디오 출신의 애니메이터다. 다이스케 쓰쓰미는 루카스 러닝과 블루 스카이 스튜디오 등에서 비주얼 개발 및 키컬러 아티스트로 일하다 2007년 픽사로 이직해 <월·Ⓔ>(2008), <토이 스토리3>(2010), <몬스터 대학교>(2013) 등에서 조명감독과 예술감독으로 일했다. 아마도 다이스케 쓰쓰미는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픽사 출신이란 공식 타이틀보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조카사위로 더 자주 언급될지도 모르겠다. 이번 전시의 홍보 담당자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이웃집 토토로>(2001)의 주인공 '메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톤코하우스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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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신작 <논-픽션>이 5월16일 개봉한다. 변화의 기로에 놓인 출판 전문가들과 그들의 가족을 중심에 놓는 이 영화는 관객을 혼란의 미궁 속으로 몰아넣었던 아사야스의 전작 <퍼스널 쇼퍼>(2016)와 마찬가지로 현대사회에 대한 거장의 성찰을 반영한 작품이다.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첫 코미디영화이자, ‘말의 영화’인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동시대의 무엇을 발견하고 체험하며 느낄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격렬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는 파리 한복판의 살롱으로 자리를 옮겨야 한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출판업계에 종사하는 작가이자 편집자이며 또는 그들과 함께 살고 있는 가족이다. 이들은 지금 책과 예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격렬한 토론을 벌이는 중이다. 누군가가 자신이 낸 책의 독자보다 시시콜콜한 일상을 끄적인 블로그의 조회수가 더 많다고 푸념하면, 누군가는 그래도 생각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논-픽션> 과거와 미래의 암묵적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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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두 번째 백수 시절, 가을볕 좋은 어느 날. 책 한권 들고 마을 뒷산에 올랐다. 산이라고 부르기엔 높지 않아 딱히 이름도 없는 언덕배기에는 흔한 운동기구와 간이 정자가 있었다. 벤치에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읽고 있는데, 60대쯤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일회용 카메라를 건네며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꽤 본격적인 등산을 할 법한 복장을 갖춰 입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동산의 정자에서 기념사진이라고…? 무의미한 정자 기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의 표정은 소풍 나온 아이처럼 너무도 해맑았다. 다리 한쪽을 정자 기둥 받침대에 올리고 집게손가락을 볼에 대는 깜찍한 동작을 취하는 순간, 당황스러워 찰칵. 카메라를 돌려받은 남자는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 시간여행자다! 미래에서 온 사람. 그런 확신이 들었다. 그게 아니고서야 굳이 이 시간, 이 장소에 와서 내게 기이한 기념사진을 요청할 리 없었다. 혹시 그는 미래의 내가 아니었을까?
시간 여행을 위한 나와의 약속